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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노래
  • 전체 기사 214
  • [내 인생의 노래]김정호
    김정호 <하얀나비>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음~ 어디로 갔을까 길 잃은 나그네는음~ 어디로 갈까요 님 찾는 하얀 나비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때가 되면 다시 필 걸 서러워 말아요잔잔하게라도 나의 장례식에 어떤 노래를 틀어놓을지 종종 고민하곤 한다. 자신의 장례식을 의지를 가지고 통제할 수는 없다. 장례 의식은 영과 육은 이미 분리되어 육신의 허물을 앞에 놓고 지상에 남은 산 자들의 죽은 자에 대한 마지막 기억 절차다.어찌 되었든 노래와는 친근하지 않은 내가 그러한 행사에 찾아오는 이들에게 들려줬으면 하는 노래들은 있다. 종종 술 한잔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부르는 노래들이다. 중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린 서양 가곡 <들에 핀 장미화>, 패티김이 부른 <사랑이란 두 글자는>, 요절 가수 김정호가 부른 <하얀 나비>, ...

    1375호2020.04.24 15:42

  • [내 인생의 노래]Freedom is coming tomorrow (영화  삽입곡)
    Freedom is coming tomorrow (영화 <사라피나> 삽입곡)

    혹여 내가 그날을 보기 전에 죽더라도난 그 자리에 있을 거야여기가 나의 집이며 난 여길 떠나지 않을 거야내일이면 자유가 온다네엄마 그 자유를 준비하세요내일이면 자유가 온다네엄마 그 자유를 준비하세요이야~호 와서 춤을 추자이야~호 와서 춤을 추자1993년 초여름으로 기억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넬슨 만델라가 출옥하고 민주화 이행을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던 시점, <사라피나>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우피 골드버그가 역사 선생님으로 주연한 이 영화는 남아공 소웨토에서 1976년 벌어진 학생 항쟁을 배경으로 삼았다.소웨토 항쟁은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네덜란드 식민주의자들의 언어인 아프리칸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정책에 학생들이 저항하면서 촉발되었다. 한 학교에서 시작된 저항은 곧 다른 학교 다른 지역으로 퍼졌고,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군과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후 이 사건은 반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의 상징...

    1374호2020.04.17 15:01

  • [내 인생의 노래]조용필 정- ‘정’이란 가사 대신에 ‘정의’란 무엇인가
    조용필 정- ‘정’이란 가사 대신에 ‘정의’란 무엇인가

    첫 소절, “정이란 무엇일까 받는 걸까 주는 걸까 받을 땐 꿈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워”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1980년에 가수 조용필이 정규 앨범 1집에 수록한 곡이다. 그때만 해도 앳된 목소리를 가졌던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에 대중은 열광했다. 그중 한 명이 우리 아버지다. 첫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 그는 불멸의 스타가 됐다. 음악적인 감각이 없고 즐기지도 못한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버지의 ‘십팔번’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음치였지만 이 노래만큼은 특유의 구성진 목소리로 불러냈다. 나는 이 노래를 생각할 때마다 아버지의 들큰한 입김과 폴폴거리던 소주 냄새를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2017년 5월, 나는 당시 해외 도피 중이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의 자서전 집필을 의뢰받았다. 자서전을 의뢰했던 아들, 정한근 전 한보그룹 부회장은 아버지 정태수의 성공과 실패의 이면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얘기했다. 그때 나는 그가 ...

    1373호2020.04.10 15:06

  • [내 인생의 노래]김민기
    김민기 <상록수>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거칠은 들판에 솔잎 되리라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수학교사가 되어 평생을 살았다. 그러나 교사로서 철이 든 것은 교직 20년차였다. 수학을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왜 수학을 가르쳐야 하는지 등 수학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했으니 나에게 20년 동안 배운 제자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방황을 시작했다.가르칠 용기가 없어 무급 휴직을 감행했고, 그 기간은 3년이나 지속됐다. 다행히 정체성을 찾아 다시 현장에 복귀한 후로는 나 자신과는 물론 학교 사회의 그 어떤 것과도 일체의 타협을 하지 않았다. 진짜 수학을 ...

    1372호2020.04.06 15:12

  • [내 인생의 노래]박경희
    박경희 <머무는 곳 그 어딜지 몰라도>

    저는 풍경 보는 걸 좋아합니다. 사무실 창밖 너머 멀리 보이는 북한산이 눈에 자주 들어옵니다. 그 풍경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참으로 변화무쌍합니다. 미세먼지가 뿌연 날엔 산의 형태조차 보기 힘들지만, 화창하고 시계가 또렷한 날엔 갈색 기운이 도는 코발트블루 빛으로 그 자태를 한껏 뽐냅니다. 햇빛이 강하게 비출 땐 마치 만년설인 양 봉오리 사이사이가 거울에 반사된 듯 눈부신 은빛을 띱니다. 해가 지고 노을빛마저 흐려지면 산의 빛깔도 점점 어두워지며 이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돌아가신 어머니를 회고하며 얼마 전 책을 썼습니다. 10년간 매일 통화하던 어머니를 갑자기 잃고 황망한 마음에 책을 쓰며 마음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책에는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초등학교 입학식을 치르던 날 이야기, 이미 많은 장맛비를 맞은 채 우산 들고 전철역에 마중 나오신 어머니, 크리스마스이브 밤 성당에서 절실하게 기도하셨던 어머니를 바라보았던 소회 등이 고스란히 ...

    1371호2020.03.27 15:36

  • [내 인생의 노래]페퍼톤스
    페퍼톤스 <겨울의 사업가>

    지금 나는 주로 만화를 그리고 있지만, 몇 년 전엔 장사를 했다. ‘내 그림은 귀엽다. 그러니 내 그림이 들어간 제품을 만들어 팔자!’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심지어 나는 장사에 소질이 없었다.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없어서 혼자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게다가 제품은 잘 팔리지 않았다.어느 겨울, 경기도의 한 백화점 행사장에 자리를 얻어 간 날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도 못 하고 매대 옆에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날 매출도 형편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바깥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마감시간이 되어 나왔을 땐 세상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팔지 못했으니 고스란히 되가져가게 된 짐이 산더미였지만 부를 수 있는 택시도 없어서 서울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한참이나 지나 버스가 느릿느릿 정류장에 도착했다.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짐을 들고 버스...

    1370호2020.03.20 15:29

  • [내 인생의 노래]산울림
    산울림 <청춘>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이 노래는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은 아버지의 애창곡이었다. 어른들의 술자리에서 이 구슬픈 선율을 낮게 부르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내가 말을 배울 즈음 거실에서 녹음했다는 기념용 카세트테이프에서도 아버지는 이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종종 작은아버지들이 모이면 형님이 생전에 좋아했던 노래라며 흘러간 노래들을 부르곤 했는데, 나로서는 도무지 따라잡기 힘든 옛 노래들 일색이었다. 내 순서가 돌아오면 뭘 부르나 맘 졸이던 나는 문득 이 노래를 생각해냈다. 나도 어리고 삼촌들도 젊었던 1981년의 곡. 아버지가 즐겨 불렀다는 명분이 있으니 대강 앞 소절만 불러도 충분했다. 그러나 난 결국 이 노래 대신 다른 곡을 골랐다.아마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이라는 첫 소절부터 아버지의 길지 않았던 삶이 떠올랐기 때문인 것 같다. 굳이 가족에게도 그런 연상을 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대...

    1369호2020.03.13 15:11

  • [내 인생의 노래]이규호
    이규호 <머리끝에 물기>

    나는 음악가다. 노래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 정확히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가수다. 집에서는 딸이자 동생이자 아내이자 엄마.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음악과는 뗄 수 없는 삶을 사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나의 노래 <당신만의 BMG>라는 곡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저마다 다르게 닮고 있는 추억과 기억을 더듬어 불러보아요. 당신만의 노랠 얼마나 갖고 있나요.’ 노래의 주인은 있지만 노래에 얽힌 추억에는 주인이 따로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많은 곡을 가지고 있을까.어릴 때부터 아빠의 차 안에서 듣던 <내 사랑 내 곁에>는 아빠의 곡이고, 엄마가 자주 불러주던 <유 아 마이 선샤인(you’re my sunshine)>은 엄마의 곡이다. 버드 파웰의 앨범은 내가 처음 돈 주고 샀던 노래이고. 오늘 소개하고 싶은 이규호 1집은 내가 사랑하는 내 연인의 곡이다. 노래란 이렇게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게 해주...

    1368호2020.03.06 14:32

  • [내 인생의 노래]크라잉넛
    크라잉넛 <밤이 깊었네>

    대학시절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배우가 꿈이었지만 현실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졸업하자마자 취직해 20여 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배우의 꿈에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일주일에 한 번 일반인을 대상으로 연극을 가르치고, 직접 무대에 서게도 해준다는 공고가 있었다.2005년 3월 양재동 소극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쭈뼛쭈뼛 서로 눈치만 보고 앉아 있었다. 얼핏 보니 내 나이가 제일 많은 듯했다. 연출가처럼 보이는 중년의 사내와 흰머리 어르신 그리고 낚시복장 차림의 아저씨…. 다 늙은 아저씨들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그 ‘아저씨들’은 사업가이자 연극인인 김인수, 채상근 시인 그리고 크라잉넛의 프로듀서 이석문이었다.현대건설 홍보부장인 나를 포함해 40~50대 초반의 우리는 금세 의기투합해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연기...

    1367호2020.02.28 14:07

  • [내 인생의 노래]이상은
    이상은 <언젠가는>

    유년기의 시간은 더디 흐르기만 했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한참을 놀아도 여전히 아침이고, 간식을 먹고 또 놀아도 여전히 아침이고…. 하루만 긴 게 아니었다. 한 달도, 계절도, 학기도, 학년도 영영 지나지 않는 시간 같기만 했다. 학창시절도 마찬가지였다. 국어 수업 시간에 민태원의 을 배우며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라는 문구를 따라 읽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젊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어영부영 청춘의 초입을 보냈다. 그러다가 미대 입시에 실패했다. 원서 넣은 곳 어느 하나 합격한 데가 없어서 꼼짝없이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소속된 곳이 없는 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그즈음에 우연히 들은 노래가 이상은의 <언젠가는>이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지금 들으면 전혀 다른 의미인데, 그땐 노래의 첫 소절을 내 멋대로 해석했다.&l...

    1366호2020.02.21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