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후투티 한 마리 바닥을 치고날아간 다음, 호수는 서둘러 문을 닫았다종적을 감춘 물을 바라보며 나무 한 그루,제 가지를 흔들며 뒤척였다햇빛은 기척도 없이 걸어 다녔다어디선가 돌멩이 하나 날아와 떨어지자 흔적도 없이 허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가끔씩 지나가던 바람이 문을 흔들어 보았지만그럴수록 문은 더 팽팽하게 닫힐 뿐대문 앞을 서성이는 발자국 소리처럼 한 차례비가 쏟아졌다우듬지에서 잔가지 하나 가벼이 떨어져 갸웃,문틈을 내더니단단히 영근 물집 하나를 기어이 톡,터뜨리고야 만다 순간시퍼렇게 멍든 수십만 개의 물방울들이반짝이며 튀어올랐다나무는 발가락을 꿈틀거리며 거울 속 발그레물든 얼굴을 내려다본다폭염의 연속이다. 지난겨울의 혹한이 차라리 그립다. 슬로 비디오 같은 찰나를 보는 듯 시원한 얼음호수의 한순간이 마음을 식혀준다. 수십만 개의 차가운 물방울이 머리 위로 흩날리는 듯.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1289호2018.08.06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