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일(1981~ )화단 앞에서 수탉 두 마리가 싸우고 있다. 땅을 박차고 허공을 날며 서로의 대가리를 콕콕 쪼아대는데, 벼슬에서 피가 얼키설키 쏟아진다. 싸움에는 퇴로가 없다. 기세등등한 부리가 화살이자 곧 과녁이다. 장벽으로 마주보고 있다가도 다시금 치받으니, 이것이야말로 생을 벼랑으로 밀고 가는 싸움이겠다. 급기야 한 마리가 이승 너머까지 나아가는 줄 알고 비명을 지른다. 수탉의 대가리에서 붉디붉은 맨드라미 활짝 핀다. 그때 대숲에서 은둔하던 족제비 부부가 수탉 한 마리씩 물고 논길로 사라진다. 한 됫박의 피 흘리고 간 수탉의 저승길만큼 화단의 맨드라미가 막무가내 꽃 피우는 일도 혼곤하겠다.수탉은 서열을 가리기 위해 무섭게 싸운다. 시인의 말대로 ‘생의 벼랑으로 밀고 가는 싸움’이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다. ‘벼슬에서 피가 얼키설키 쏟아’지고 볏에 피딱지가 엉겨 붙는다. ‘수탉의 대가리에서 붉디붉은 맨드라미가 활짝 ...
1199호2016.10.26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