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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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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예술의전당에선 합창단석에 앉아라!
    예술의전당에선 합창단석에 앉아라!

    어떤 상황에서는 바로 이 자리가 명당이다. 푯값도 대체로 가장 저렴하다. 1층의 구석이나 2·3층의 아득하게 높은 자리들보다 이 합창단석이 해당 곡의 본질을 의외의 각도에서 날카롭게 응시할 수가 있다.서초동 예술의전당 같은 상당한 규모의 공연장에 갈 때면 대체로 예약을 하면서 좌석을 정하게 되는데, 어느 자리가 음향적으로 좋은 곳인지 선뜻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대개는 무대에 가까운 곳을 선호하게 된다. 비록 지휘자의 뒷모습을 2시간 가까이 올려다 보게 되지만, 그래도 좌우에 걸쳐 자신의 시야를 방해하는 관객들이 적고 열연하는 연주자들의 생생한 표정을 볼 수 있으니 그렇게들 한다.그런 자리가 가격도 비싸다. 오래전에는 A석만 해도 꽤 좋구나 했는데, 요즘은 그 위로 S석이 있고 또 그 위로 R석이 있고 또 그 위로 VIP석도 있다. 고급 호텔에서 귀빈 의전을 할 때 VIP로는 마땅치 않아 VVIP였다가 아예 하나를 더 붙여서 VVVIP라고까지 하는데, 공연장도 그...

    1165호2016.02.23 13:46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자연에 대한 경외감, 제주민요 ‘산천초목’
    자연에 대한 경외감, 제주민요 ‘산천초목’

    조을선 선생의 ‘산천초목’이 주름치마처럼 펼쳐진 한라산 남단의 여인들이 살아내야만 했던 억센 생애를 대번에 떠올려 준다면, 이를 바탕으로 한 강권순 선생의 ‘산천초목’은 노랫말 사이사이로 한라산의 바람이 스며든다.다시 제주도. 2년 만이지만 이즈막의 도회지 사람처럼 마음은 늘 제주도를 지향해왔다. 천운이랄까, 겨울의 한복판에 예정했던 길인데, 번잡한 일을 핑계 삼아 2월의 비행으로 미뤘는데 그 사이에 제주도는 수십 년 만의 대설 탓에 도로와 공항이 제 기능을 못하는 일이 있었다. 그때 그 상황에 의하여 고통을 겪은 분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얘기지만 제주도의 대설에 의하여 대자연에 대한 우리의 경외감은 훨씬 더 막중해졌다.자연, 그리고 동요. 이 두 단어는 며칠 전 안국동의 어느 문화재단에서 김우창 선생님을 뵙고 귀한 말씀을 들으면서 며칠 동안 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말이다. 고1 때, 황동규 시인의 시선집 을 읽었고 그 시선집의 뒤에 실린 김우창 선생님의 해설을 몇 번이...

    1164호2016.02.15 18:33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자연의 소리’를 음악의 원천으로 삼다
    ‘자연의 소리’를 음악의 원천으로 삼다

    존 케이지는 부엌의 소리들이야말로 진짜 음악이라도 주장했고, 필립 글래스나 스티브 라히이 같은 도시의 미니멀리스트들은 차량의 소음, 금전등록기, 사이렌 소리들을 ‘음악’의 일부 혹은 전부로 활용하였다.자연계의 소리를 문자로 옮기는 것은 심란한 일이다. 밤이면 아파트단지 지하실이나 주차장에 도사리고 있는 고양이들이 울음소리를 낸다. 이를 어떻게 받아 적을 수 있을까? 야옹? 이 두 음절로는 깊은 밤의 적막을 찢는 날카로우면서 애틋하고 기이한 소리를 옮겨 적었다고 할 수 없다. 눈 덮인 전북 부안의 개암사.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에 간 적이 있는데, 인적은 없고 절에서 사는 큰 개 한 마리가 저 멀리 산야를 향해 짓는데, 컹! 컹? 나로서는 불가항력이다. 소설가 김성동의 표현으로 ‘잿빛 승복 빛깔’로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향해 슬픈 눈을 한 큰 개가 공허하게 짖어대는 소리를 어찌 컹, 컹 이런 음절로 옮길 수 있을까?빗소리를 받아 적어 보자. 주룩주룩 내린다? 이것은 ...

    1163호2016.02.02 10:06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가장 행복한 순간에 작곡한 슬픈 노래
    가장 행복한 순간에 작곡한 슬픈 노래

    김창완의 곡 중에 ‘청춘’이 있다. 이 곡을 어떻게 작곡했던가. 실연이라도 한 것일까, 음독의 불길한 욕망에 사로잡힐 만한 충격의 상처를 입기라도 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다.가수 김창완은 드라마에도 곧잘 출연한다. 대체로 선한 역을 맡지만 더러 악역도 맡는다. 그 악역을 맡을 때, 나는 김창완의 어떤 이면을 느낀다. 때로는 섬뜩하다. 아침에 라디오 방송에서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을 따사롭게 들려주던 아저씨가 깊은 밤에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그렇다고 그 무슨 상대방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이런 게 아니라 흉중의 계략을 숨긴 채 아랫입술을 누르면서 일부러 어눌한 듯 말하는 순간, 그때 보이는 김창완의 눈매는 연기가 아니라 그의 또 다른 본질처럼 느껴진다.아, 물론 이것은 사적인 인격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내게 어떤 근거가 있어 인격적 판단을 한단 말인가. 우리 모두가 보았던 김창완, 우리 모두가 들었던 김창완, 바로 그 공공의 예술가 김창완에게 드리...

    1162호2016.01.25 17:37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응답하라 1988’에 흐르는 노래들
    ‘응답하라 1988’에 흐르는 노래들

    ‘응답하라 1988’은 정확히 말하여 ‘응답하라 2016’이다.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다. 그 시대의 노래들이 쉬지 않고 흐른다. 1월 첫 주 음원 차트 1위는 ‘세월이 가면’이었다.모든 문화적 결실은 당대의 감수성이 흡착하여 빚어진 결과다. 그러니까 표층이 아니라 심층을 봐야 한다. 달리 말하여 감정 리얼리즘 혹은 정서적 리얼리즘이라는 측면이다. 네덜란드의 미디어 학자 이엔 앙의 개념이다.이엔 앙은 28살 때 연구논문을 쓰면서 모든 학술논문 저자들이 그렇듯이 논문 주제의 과중한 압력을 피하기 위해 산책도 하고 수다도 떨고 그리고 텔레비전을 많이 봤다. 그때 그녀는 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삶이 모든 장면마다 토출되는 를 봤다.는 1978년 4월부터 1991년까지 13년간 방영된 드라마로, 미국 남부의 석유재벌 가문에 뒤엉켜붙은 사랑과 음모와 복수를 그린 작품이다. 미국 가족주의의 온화한 기운이 농장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홈드라마 로 큰 성공을 거둔 ...

    1161호2016.01.18 16:56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대구 옛길에서 듣는 김광석의 노래
    대구 옛길에서 듣는 김광석의 노래

    1월 6일, 김광석의 기일이다. 그는 1996년에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전에도 그랬지만 그 후에 더욱더 사람들은 그의 노래를 듣고 부른다. 그의 노래를 부르며 입영을 하고 서른을 넘기고 거리를 헤매고 60대의 삶이 된다.이 나라의 어엿한 도시들 어디나 거대하게 운집한 백화점들의 화려한 성채를 돌아 조금만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한 세대 전의 시간으로 금세 이동한다. 서울의 명동 그 화려함 속에도 여전히 생기를 잃지 않은 골목이 살아 있고,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거리나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뒤편 충장로의 예술의 거리도 의연하다.대구 또한 그러하다. ‘진골목’, ‘근대 골목’, ‘약전 골목’, ‘읍성 골목’ 등으로 불리는 ‘대구 옛길’로 들어가면 오래된 소리들이 들려온다. 이 골목에서 경상감영공원 부근까지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그 첫머리, 진골목 초입에 ‘정소아과의원’이 있다. 2층 ‘양옥’ 건물이다. 이 말, 곧 ‘양옥’이 가진 의미는 각별하다. 박완서나 오정...

    1160호2016.01.11 17:11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정명훈과 박현정 두 카리스마의 혈전
    정명훈과 박현정 두 카리스마의 혈전

    강자들의 파워 게임이다. ‘서울대, 하버드, 삼성’의 스펙을 가진 대표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의 혈전이다. 이 조건에서 일개 직원이나 단원들은 사분오열이 되어 반목하고 음해할 수밖에 없게 된다.2014년이 끝나가던 무렵에 나는 내 페이스북 계정에 ‘빌어먹을 2014년이여, 다시는 오지 말아라’, 그렇게 썼다. 그해는 너무도 끔찍한 일이 있었고 국가는 없었다. 그랬는데, 2015년을 보내면서도 또 그런 생각을 했다. 메르스 사태로 시작하여 위안부 협정으로 마무리된 올해도 국가의 민낯은 달라지지 않았다.아, 2015년도 두 번 다시 오지 말아라, 그런 마음인데 또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아서 착잡한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야밤의 산책을 나섰다. 혹시 눈이라도 내릴까 싶어 밤길을 걸었으나 비가 내렸다. 하는 수 없이 편의점 앞 간판 밑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바깥에 매달아 놓은 작은 스피커에서 노래가 들려왔다. ‘양화대~교, 양화대교~’ 자이언티의 노래였다....

    1159호2016.01.05 11:32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길 위에서 다 함께 부를 노래가 없다
    길 위에서 다 함께 부를 노래가 없다

    오래된, 강렬한, 운동의 노래들은 점점 사라진다. 그 노래들이 사라진 자리를 다른 노래들이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노래 없이 집회하고 노래 없이 행진한다. 노래가 점점 사라지는 상황은 안타깝다.대령통이 시를조 는읊다. 지난 12월 16일 요수일 경제관장의회에서 박근혜 대령통은 경제성활화 안법의 리처를 촉하구면서 ‘태산이 높하다되 하늘 아래 뫼로이다. 오고르 또 오면르 못 오를 리 없만건은 사람은 아니 제 오고르 뫼만 높다 더하라’는 시조를 었읊다.‘단어 우월 효과’(word superiority effect)라는 이론이 있다. 문자 정보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각 단어에 대한 정확한 지각보다 단어 전체의 이미지를 통해 인지를 한다는 이론이다. 방금 위에 적은 문장이 그 예다. 맞춤법에도 맞지 않게 뒤죽박죽 순서를 섞어 썼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행하는 난데없는 명언 인용이나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독자들은 큰 무리 없이 읽었을 것이다. 1999년 그레이엄 롤린슨이 주...

    1158호2015.12.29 15:21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대중음악의 공허한 소음에 질린다면
    대중음악의 공허한 소음에 질린다면

    홍순관은 미술학도 출신답게 시적 이미지를 펼쳐보이는데, 궁극적으로는 기도의 노래가 된다. 그렇다고 그의 노래가 ‘복음성가’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앞뒤 다 제쳐두고 전도와 힐링을 추구하는 복음의 노래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다.오랜만에 홍순관의 노래를 들었다. ‘체육시민연대’ 송년의 밤 행사에 그가 노래를 부르러 왔다. 따스한 말과 따스한 노래였다. 오랫동안 노래를 불러온 사람답게 1시간 가까이 차분하게 자신의 시간을 이끌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공기도 흘렀다.참석자 가운데 상당수가 홍순관이 누구인지 모르는 분위기였다. 당사자가 몇 번 그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름은 들어봤어도 노래는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름도 노래도 잘 알지만 금세 따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도 그랬다. 미안했다. 책을 냈는데, 그래서 이 송년 모임에 새 책과 그동안 냈던 음반도 들고 왔는데, 내 스스로 구하여 읽거나 듣지 못했으므로 진심으로 미안했다. 책의 제목은...

    1157호2015.12.21 17:11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연말 이벤트로 전락한 베토벤의 ‘합창’
    연말 이벤트로 전락한 베토벤의 ‘합창’

    와타나베 히로시는 연말마다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는 현상은 지극히 일본적인 문화이고, 한마디로 경박스런 태도이며 ‘거의 이벤트 색채’를 띠고 ‘과열 기미를 보이며 변질된’ 현상이라고 말했다.바야흐로 ‘합창’의 시즌이 왔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바로 그 곡이다. 경향 각지에서 이 장대한 교향곡이 울려퍼진다. 요엘 레비의 지휘로 KBS교향악단이 지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경천동지의 소리를 펼쳤고, 제주특별자치도립 제주예술단(제주교향악단·제주합창단)과 부산시립교향악단은 17일, 충북도립교향악단과 인천시립교향악단이 18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도쿄 필하모닉이 연합하여 22일에, 다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7일과 30일에 대미를 장식한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도 29일에 ‘합창’을 노래한다. 어지간한 능력이 되는 교향악단은 이렇게 연말이면 베토벤의 ‘합창’을 연주한다.오 아름다워라, 장관이로구나. 우선 이렇게 찬미하지만, 글쎄, 이렇게 한순간에 연말의 의식...

    1156호2015.12.14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