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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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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이번 가을엔 찰스 로이드를 들어보자
    이번 가을엔 찰스 로이드를 들어보자

    2010년의 앨범 를 권한다. 나이가 들었으니 젊은이들에게 뭐라도 한마디 해야지, 하는 ‘꼰대’스러운 과욕이 아니라 그냥 그의 몸 속에 오랫동안 배어 있다가 저절로 새어나오는 한숨 같은 소리다.가을이라, 재즈를 듣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아차, 틀림없이 이런 문장은 낡은 데가 있다. 가을이라서 재즈라니. 낡고도 닳은 냄새가 풍긴다. 그럼에도 굳이 계절을 하나 골라서 음악을 스와핑시킨다면 봄과 여름, 그리고 겨울에도 얼마든지 재즈를 들을 수 있으나 역시 가을! 이런 느낌부터 들지 않을 수 없다.마일스 데이비스의 창백한 트럼펫, 빌 에반스의 애틋한 피아노, 팻 매스니의 기나긴 여정의 기타, 존 콜트레인의, 아차 존 콜트레인은 예외로 해야겠다. 그는 사시사철의 명장이지만 특히 겨울, 깊은 밤에, 온몸이 뒤틀리는 격렬함으로 위엄 있는 존재다. 그러니 존 콜트레인을 빼고 또 생각해 보자면, 찰스 로이드? 그렇다. 이번 가을에는 찰스 로이드다.이런 류의 세속적인 분류를 마...

    1195호2016.09.27 11:37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에릭 사티는 왜 ‘별난 제목’을 붙였을까
    에릭 사티는 왜 ‘별난 제목’을 붙였을까

    , , , , , , , , . 과연 제목이라고?제목을 지으면 절반을 쓴 거와 같다. 소설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어디 소설가뿐인가, 어떤 학자는 제목을 확정하지 못하면 본문을 전혀 써나가지 못하는 자신만의 기이한 직업병을 하소연한 적이 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 이건 뭔가 집단적인 전염병이구나’. 나 역시 그런 편이다. 제목을 짓고 그 아래에 필자 이름을 써놓고 두어 줄 공백을 둔 뒤 첫 문장을 쓰는 편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예 글 쓸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기 때문이다.한 줌의 의미도 없는 말의 유희일까제목! 그것은 하나의 단어로, 단 한 줄로 본문 전체를 압축하여 말하는 것이거니와 때로는 글 그 자체, 작품 그 자체, 작가 그 자체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 강렬한 사례가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이 된 최인훈의 이다.이 작품의 제목에 관한 에피소드를 떠올려 보자. 이 소설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는...

    1194호2016.09.12 17:25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키치적 풍자성이 사라진 ‘강남 스타일’
    키치적 풍자성이 사라진 ‘강남 스타일’

    세상의 모든 스타일로, 상품으로 전화시켜 먹어치우는 문화자본의 왕성한 식욕은 싸이가 보여준 한 줌의 유희와 풍자 정도야 얼마든지 희화화의 상품으로 바꿔버렸다.구경거리의 시대, 삶의 모든 것이 서푼어치 구경거리가 되어 팔리는 시대, 조금이라도 세상의 관심을 끈 것이라면 앞뒤 재지 않고 우선 상품으로 내다파는 시대, 남루한 가난이든 요사스런 풍습이든 일단 외지인의 관심이 될 만하다 싶으면 분칠하고 포장하여 팔아넘기는 시대, 요컨대 세상 모든 것이 구경거리의 상품이 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인천은 개항과 식민과 가난을 팔고, 청주는 달동네를 팔고, 곳곳의 소읍들은 나름의 역사와 문화와 인물 대신 드라마 세트장이 가까이 있다고 팔고, 여기 또 가히 동아시아 경제와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선도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에서는 기이한 조형물을 내다판다.코엑스 광장에 세워진 ‘강남 스타일’지난 4월 15일, 동아시아에서도 가장 활기차면서도 복잡한 서울의 강남, 그...

    1193호2016.09.05 17:33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주여 그 무리 속에 제가 있길 바랍니다’
    ‘주여 그 무리 속에 제가 있길 바랍니다’

    그들이 ‘떼창’을 하는 순간 그 곡은 너무도 유명한 노래여서 나는 곧장 그 노래를 따라불렀다. 루이 암스트롱에 의하여 불멸의 재즈 넘버가 된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이었다.지난주에서 이어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노래들, 그 하이라이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동행한 청소년들은 에든버러에서 4시간 가까이 맨체스터로 남하하는 동안 쉬지 않고 맨유의 역사와 전설을 이야기했다. 한반도를 이륙하여 무려 8800㎞를 날아오는 동안 맨유에 대한 환상과 동경으로 가득찬 녀석들이었다.“그러나, 여러분.”나는 심각하게 주의를 줬다. 우리는 지금 올드트래포드로 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지만 우리의 좌석은 사우스햄튼, 곧 원정 팀이다, 경기장에 가까이 가는 순간부터 우리는 붉은 악마(맨유의 애칭)를 신의 이름으로 단죄하는 ‘성자’(사우스햄튼의 애칭)여야 한다, 만일 누구라도 부주의하여 사우스햄튼 팬들 사이에 서서 맨유를 외쳐부르거나, 맨...

    1192호2016.08.30 10:57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당신은 결코 홀로 걷지 않으리’
    ‘당신은 결코 홀로 걷지 않으리’

    리버풀 구단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고 몇 차례에 걸쳐 지지와 연대 의사를 밝힌 것은 진정한 ‘You will never walk alone’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음악을, 안필드의 기록 화면으로 보고 또 들었다.뉴캐슬! 거친 도시, 거칠고 아름다운 도시, 거칠고 아름답게 축구를 하는 도시! 런던에서 에든버러까지, 축구 좋아하는 청소년들을 데리고 열흘간 순례하는 여정 속에 꼭 방문하고 싶었던 도시 뉴캐슬!잉글랜드를 북상하며 이동하는 여정이었으므로 먼저 선덜랜드를 들렀는데, 경기가 없는 날이라 선덜랜드의 그 위대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는 저 너머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마주하는 발트해 하류의 쌀쌀한 바람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선덜랜드, 17세기 이후 산업혁명의 주종목인 석탄산업의 중심지로 항구까지 끼고 있기 때문에 채탄뿐만 아니라 석탄 수출 및 조선업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이 지역 클럽의 홈구장 이름이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Stad...

    1191호2016.08.22 16:22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바그너보다는 브람스적인 ‘허연의 시’
    바그너보다는 브람스적인 ‘허연의 시’

    허연 시인의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발이 편한 구두를 신어본 적이 없었다.” 바그너라면 신발을 찢어버리거나 반품시켰을 것이다. 브람스는 억지로 불편한 구두에 발을 우겨넣고 걸어다녔다.소설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시인에게는 시인만의 눈빛이 있다. 소설가들은 그들의 눈빛을 가릴 줄 알고 숨길 줄 알고 다른 마음인 듯, 무심한 듯, 관심 없다는 듯 연기할 줄 안다. 그래서 이야기를 낚아채기 위한 그들의 눈매를 금세 알아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반면, 시인의 눈빛은 숨겨지지 않는다. 가려지지 않는다. 연기하는 눈빛이라면 시인이 아니다.연기하거나 숨기지 않는 시인의 눈빛몇 해 전 어느 문학평론가의 상가에 앉아 있었는데, 누군가 들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저명한 문학평론가의 슬픈 일에 문상을 온 사람이므로 굳이 묻지 않아도 그가 문학을 업으로 삼는 자임에 틀림없었겠지만, 슬프고 어색한 장소에서 낯선 자를 처음 마주 보았는데 한순간에 나는 그가 시인이라고 직감했다. 날카로운...

    1190호2016.08.16 16:10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이대생들이 부른 ‘다만세’ 무슨 노래지?
    이대생들이 부른 ‘다만세’ 무슨 노래지?

    농성을 하고 있는 학생들 앞으로 진압 경찰이 들어선다.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학생들과 경찰이 대치한다. 그 중 몇 명이 노래 부른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 ‘다시 만난 세계’다.지난 3일 이화여대는 극심한 학내 갈등을 빚은 ‘미래라이프대학’ 사업 신설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이 반대 농성을 벌인 지 7일 만의 일. 생각해 볼 만한 사태였고, 음미해 볼 만한 마무리였다.먼저, 최경희 총장의 전향적인 태도다. 총장은 단순히 학교 행정을 총괄하는 사람이거나 그 무슨 CEO라고 해서 수지타산 맞춰 경영관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총장이다. 학문적 위업, 인격적인 존경, 무한 책임을 진 학자로서의 진중한 고뇌가 총장이라는 단어에 함축되어 있다.그동안 국내 곳곳의 대학 총장들은 스스로 이 존엄한 이름을 갉아먹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맞게 수지타산 잘 맞추고 재원 확보 잘해서 이른바 ‘학교 경쟁력’을 높이는 것, 그게 총장의 일이라고 십수년 동안이나 스스로를...

    1189호2016.08.09 14:4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너무 사랑해서 자주 듣지 못하는 노래
    너무 사랑해서 자주 듣지 못하는 노래

    어쩌다 혼자서 내 작업실에서 스피커에서 슬며시 걸어나올 것 같은 그의 노래를 들을 때가 있는데, 한두 곡 듣다가 만다. 그의 사후 그는 멀리 떠나갔지만, 그의 노래는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나는 김광석의 노래를 너무나 사랑해 차마 자주 듣지는 못했다. 물론 자주 부르지도 않았다. 노래를 잘 못해서 그의 노래를 내 목소리로 부른다는 것은 나조차 내키지 않는 일이다. 소백산자락에서 자랐는데, 어릴 때 무슨 약초라도 잘못 먹었는지 성정이 반듯하지도 않아서 노래방 같은 곳에서 여럿이서 ‘서른 즈음에’ 같은 것을 떼창하는 광경을 보면 재빨리 탈출하고 싶을 정도다. 감정의 과도한 남용에 대해 내 할아버지는 늘 경계하셨다.어쩌다 혼자서 내 작업실에서 스피커에서 슬며시 걸어나올 것 같은 그의 노래를 들을 때가 있는데, 한두 곡 듣다가 만다. 그의 사후 그는 멀리 떠나갔지만, 그의 노래는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그는 그저 때로는 얘기하듯 노래 부르지만 듣기에 쉽지 않다. ...

    1188호2016.08.02 13:18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굳이 앵콜 연주를 했어야만 했던가
    굳이 앵콜 연주를 했어야만 했던가

    열광의 도정에 오른 김선욱의 연주로서는 그것으로 충분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앵콜을? 그 순간부터 그날의 공연은 대도시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저녁나절의 ‘모리아와세 음악회’가 되었다.일본의 저명한 사상가로 ‘사상계의 덴노(天皇)’라고 불렸던 마루야마 마사오가 쓴 글 중에 ‘모리아와세 음악회’라는 게 있다. 에 실려 있다. 오에 겐자부로가 “일본의 다양한 전문분야의 지식인에게 ‘공통의 언어’를 제공해주었다”고 평가했듯이 이 책에는 파시즘과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극단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일본 사회와 사상계의 대혼돈, 그 파란의 속살을 날카롭게 해부한다.그 중 하나가 ‘모리아와세 음악회’다. 짧지만 그의 사상적 통찰이 칼날처럼 번득이는 글이다. ‘사시미 모리아와세’라는 말이 있다. 모듬회를 뜻한다. 줄여서 ‘사시미 모리’라고도 한다. 평범한 일식집에서 이것저것 섞어 내놓는 회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꼼꼼히 엄선하고 정성껏 차려내는 특미의 모듬회를 강조하여 말할 때도 ...

    1187호2016.07.26 15:43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그리워서 헤매이던 긴긴 날의 꿈이었지
    그리워서 헤매이던 긴긴 날의 꿈이었지

    조용필은 1977년 5월 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그룹사운드 경연대회’를 끝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퇴를 하게 된다. 그 공연을 마친 뒤 그는 밤새 술을 마시며 펑펑 울었다고 한다.이제는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원곡이 따로 있었다. 그 곡이 여러 가수들을 거쳐 조용필의 몸을 통하여 세상의 노래가 되었고, 그 이후로도 조용필이 이 노래를 여러 번 녹음함으로써 불멸성을 획득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을 복기해보자.원곡은 1970년 가수 김성술(예명 김해일)이 발표한 ‘돌아와요 충무항에’다. 유니버설레코드사가 1970년 12월 16일에 발매한 옴니버스 앨범에 김성술은 김해일이라는 예명으로 ‘돌아와요 충무항에’를 비롯, 4곡을 수록했다. 김국환, 이장용, 남미성 등의 노래도 함께 수록된 앨범이다. 안타깝게도 김성술은 이 노래를 발표한 뒤 군에 입대하였고, 앨범 발매 후 1년쯤 지난 1971년 12월 24일에 휴가를 나왔다가 대연각 호텔 화재 ...

    1186호2016.07.18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