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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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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분노의 큰 울림, 광장을 적시다
    분노의 큰 울림, 광장을 적시다

    100만, 200만이 운집하는 주말의 광화문광장은 물론이려니와 11월 4일부터 서로 긴밀히 연락하여 뜻을 모은 예술가들이 평일 내내, 아니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그 차디찬 바닥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면서 광장의 예술, 예술의 광장을 만들고 있다.격변의 시대에는 세상 모든 것이 격변하고, 당연히 예술 또한 격변한다. 예술은 집요한 탐미의 산실인 예술가의 스튜디오나 집필실에서 탄생하지만, 거리에서 광장에서 깃발 아래에서도 탄생한다.상기해 보라. 프랑스혁명 이전과 이후, 그들의 예술은 확연히 달라졌다. 베토벤은 또한 어떠한가. 가슴 속에 뜨거운 불구덩이를 안고 있던 이 청년은 한편으로 자기 삶의 획기적인 갱신을 위하여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인 오스트리아 빈을 지속적으로 지향하면서도, 동시에 공화주의적 신념의 소유자로 파리에서 들려오는 혁명의 소식, 왕을 처형했노라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또한 몸을 던지고자 했다. 그 파열의 결과가 ‘5번 교향...

    1205호2016.12.06 15:5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광장에 울려 퍼지는 전인권의 애국가
    광장에 울려 퍼지는 전인권의 애국가

    오염된 노래, 상처 입은 노래, 누군가에게는 쓰디쓴 기억으로 남아 있을 노래일 수도 있겠지만 전인권이 천, 천, 히, 그리고 비장하게 이 노래를 부르자 광화문광장은 일순간에 강한 열기로 가득 찼다.1년 전 지난해 겨울, 나는 이 지면에서 “부를 노래가 없다”고 했다. 그 무렵 뜨거운 시위가 있었고 격렬한 진압이 있었다. 물대포가 시위대를 향해 잔인하게 퍼부어졌고 그 바람에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다. 그 자리에 있었던 집회·시위 경력 25년이 넘는 사람을 나중에 만나서 그 자리의 비상사태를 들었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그 다음주, 다시 집회가 열렸고 행진이 시작됐다. 물대포가 난사되는 집회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해서인지 경찰은 소극적 진압을 했고, 집회와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시위대를 향해 ‘복면을 쓰지 말라’고 발언하는 바람에 오히려 많은 시민들이 각양각색의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였다.그 시위는 말하자면 ‘평화적’이었다. 시청...

    1204호2016.11.28 17:10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광장에 울려퍼진 ‘92년 장마, 종로에서’
    광장에 울려퍼진 ‘92년 장마, 종로에서’

    광장 무대에 정태춘이 올라섰다.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불렀다. 내가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른 채 서녘의 붉은 하늘을 우두커니 보았던 바로 그 시절의 상흔과 겹쳐지는 노래다. 이 노래는, 그러나 반드시 상습적인 집회 참가자들의 노래만은 아니다.100만명이 모인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한 개인에게는 필생에 몇 번 겪을 수 없는 사건이요, 공동체로서도 자주 겪지 못할 역사적 순간이다. 그 100만 중의 한 사람이 되어 11월 12일의 광장에 서 있었다. 저녁의 밤, 광장 무대에 정태춘이 올라섰다. 정, 태, 춘!광장은 모두의 것이기에 그 집합적 열광의 참여자들은 저마다의 기억을 한마디씩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내게도 한 줌의 기억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경북의 산골에서 서울의 도봉구로 이사를 왔다. 산골에서도 온종일 쏘다녔는데, 서울에 오니 사방이 스펙터클이었다. 버스를 탔다. 23번 버스를 타면 종로로 해서 광화문을 거쳐 서울역 앞으로 갔다가 오면...

    1203호2016.11.22 11:51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영화 의 주제곡 ‘파경’을 들어보라
    영화 <만신>의 주제곡 ‘파경’을 들어보라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또 듣다 보면, 작금의 난세를 저지른 일부 속악한 무리들의 사술이야 응당 천벌을 받아야 할 짓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간 전승의 무속 혹은 샤머니즘이 일거에 배척될 이유는 전혀 없음을 느끼게 된다.온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하여 한바탕 뒤집어질 듯 기우뚱한 가운데 마침 황대권 선생님의 글이 7일자에 실려 다행이었다. ‘샤머니즘을 욕되게 하지 마라’는 칼럼이었다. 샤머니즘이나 무속신앙에 대해 서푼어치 지식도 없는 나로서는 최순실 등이 저지른 큰 죄악과 변괴에 대해 통분하면서도 그것이 ‘무속’이라는 단어와 연관되어 저열한 비웃음으로 회자되는 것에 마음이 불편하던 차였는데, 오랫동안 농토를 일구면서 도시문명의 비정함을 날카롭게 꿰뚫어본 황대권 선생님의 일갈은 반가웠다.부분적으로 인용하여 전체적인 논지를 되새겨 보자면, 우선 황대권 선생님은 “부끄러운 것은 샤머니즘을 빙자하여 온갖 악행과 기행을 일삼는 무리들”이라고 전제하면서 “한국 기독교...

    1202호2016.11.15 11:45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늦가을에 듣는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늦가을에 듣는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가 저 1960~70년대 영국 사회를 날카롭게 그린 ‘the wall’, 늦가을에 다시 들을 만한 음악이며 켄 로치 감독의 영화 , 초겨울에 다시 만날 만한 감독이다.12월에 개봉 예정인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는 ‘거장’이라는 흔하디흔한 표현이 어떤 예술가를 위하여 독점적으로 사용돼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켄 로치! 바로 그가 그 말에 합당한 자다. 이 영화로 그는 올봄에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006년 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올해 여든 살이다. 팔순이 된 감독이 ‘인생이란 말이야 살아볼 만해’라거나 ‘오래 살다보니 역시 사랑이 제일이야’ 같은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 견지해온 정치적 입장과 미학적 관점을 한 걸음 더 밀어붙인다는 점에서, 켄 로치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한 ‘말년의 양식’에 부합하는 진정한 거장이다.혹독한 가난과 허위로 가득찬 교육환경...

    1201호2016.11.08 19:19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슈만·볼프보다 슈베르트를 듣는 이유
    슈만·볼프보다 슈베르트를 듣는 이유

    슈베르트의 작품은 지극히 대중적인 수준이지만 당대의 공허와 소외감이 짙게 배어 있기 때문에, 어느 시대에서나 그러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에게 거듭 선택되는 예술적 위엄을 갖게 된 것이다.지난 4월 6일자 이 지면을 통해서 잠깐 언급했듯이, 1987년 7월 10일자 은 슈베르트가 한국 음악계에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대표적인 음악가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발간된 월간 7월호를 인용한 기사를 보면 당시 활동하던 한국의 작곡가, 평론가, 연주가 등 25명이 참여한 ‘과소·과대 평가된 음악가들’ 기사에서 슈베르트는 6명의 지목을 받아 ‘과대평가’되었다는 ‘불명예’를 안았다.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해방 전후부터 활동하여 2016년 4월에 타계할 때까지 한국 음악계의 중추 역할을 한 박용구는 슈베르트를 ‘청춘일기 같은 20대의 어린 곡’이라고 촌평했다. 작곡가 최동선은 ‘슈만이나 볼프의 가곡보다 깊이가 없고 기교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대중음악에 가까운, 수평적 차원 이상의...

    1200호2016.11.01 15:39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밥 딜런보다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다
    밥 딜런보다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다

    핑크 플로이드의 를 듣는다. 만약 내가 스웨덴 한림원이라면, 그래서 대중음악의 가사 중에서 노벨문학상을 선택해야 한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핑크 플로이드라고 선언할 작정이다.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중에 핑크 플로이드라고 있다. 30여년 전이 그들의 전성기였으므로 지금은 그저 ‘레전드’ 같은 수사로 가물가물하게 기억되는 그룹이지만, 바로 그 무렵, 그러니까 30여년 전, 고교생이었던 나는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를 외우다시피 들으며 살았다. 1960~70년대 영국 사회의 모순들, 교육·빈곤·소외 등을 높은 수준에서 다룬 (the Wall)은 물론이고, 특히 산업사회의 잔인하고 쓰라린 면모를 다룬 는 기타 리프 하나마저도 지금껏 기억할 정도로 들었다.30여 년 전 전성기 때의 핑크 플로이드그랬지만, 솔직히 가사는 잘 모르고 들었다. 외국 문화였고 상당히 긴 가사들이었으며 풍자와 비유가 쉼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고교생이 그것을 다 새겨서 듣기는 어려웠다. 그러다가 오...

    1199호2016.10.24 15:42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울며 웃던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
    울며 웃던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

    1980년대의 명곡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학생들과 함께 들었는데, 그 중 한 대목에서 마음이 울컥했고, 21세기 중엽을 살아가게 될 학생들도 한 세대 전에 만들어진 곡을 들으면서 깊은 상념에 잠겼다.제인 오스틴의 . 언니 엘리너가 동생 매리앤에게 말한다. “그이가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는 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다른 이들이 그리는 걸 보길 아주 좋아해. 그리고 키울 기회가 없었다 뿐이지 소질은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고.” 그래도 매리앤이 걱정하자 덧붙인다. “그이와 나는 긴 시간을 보내게 된 적이 가끔 있었어. 그일 볼 만큼 보았고, 감정을 면밀히 살폈지.”자, 감정을 살핀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의 솔직한 ‘감정’을 말한다.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내 감정이 더 강하다고 믿으렴. 요컨대, 내 감정이란 그이의 장점이라든가 그이도 나를 사랑할 것이라는 짐작, 아니 희망에 비추어 보아서 내가 그렇게 느껴도 괜찮겠다, 주제 넘지도 어리석지도 않겠다 할 그런 감정이야....

    1198호2016.10.18 09:52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이천 ‘민주공원’에서 듣는 ‘그날이 오면’
    이천 ‘민주공원’에서 듣는 ‘그날이 오면’

    민주화운동의 기억과 그 무렵의 문화예술 흔적들이 망실되거나 관제화되거나 박제화되고 말았는데, 거의 키치적인 공간이 된 이 추모 묘역에서 그나마 노래 하나가 들려와서, 문득 걷다가 멈춰설 수 있었다.오래전에 거리에서나 옥탑방에서 부르던 노래,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부르기도 했고 무슨 까닭인지 혼자 있을 때도 한숨 쉬듯이, 천, 천, 히 부르던 노래가 있다. 문승현 작사·작곡의 ‘그날이 오면’이다. 이렇게 시작한다.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내형제 빛나는 두눈에 뜨거운 눈물들문승현의 기억에 따르면 “1986년인가? 아니면 85년?”, 영등포의 “성문밖교회, 도시산업선교회라고 불렀던 곳”에서 진행될 행사를 위해 여러 곡을 짓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김보성, 표신중 등과 함께 ‘노래모임 새벽’으로 활동하던 시절 “망원동 세 평짜리 차고. 늦겨울이었나? 아니면 초봄? 한기 때문에 갖다놓은, 냄새나는 석유난로가 기억”나는 곳에서 고 조영래 변호사가 몸으로 쓴...

    1197호2016.10.11 11:5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어릴 적 헌책방에서 듣던 ‘침묵의 소리’
    어릴 적 헌책방에서 듣던 ‘침묵의 소리’

    그 노래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다. 지지직거리는 신호들 사이로 배어나오던 쓸쓸하면서도 격조 있는 노래이자 시였던 그것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아꼈다가 조금씩 듣는다.오래전, 아주 어렸을 때, 허기가 졌을 때, 읽고 싶은 책은 많았지만 용돈이 궁하여 늘 문자에 허기가 졌을 때, 나는 헌책방에서 아예 살았다. 그 무렵의 풍경대로 어떤 가게든 인심이 그리 야박하지 않았고, 특히 책을 읽겠다고 하면 심지어 한두 권 훔쳐가도 단단히 혼을 낼지언정 도둑놈 취급하는 일은 없었으므로, 꼬마아이가 상태에 따라 200원도 하고 300원도 하는 삼중당 문고 중에 몇 권을 놓고 어느 것을 살지 고민하는 것을 본 주인들은 그 어느 것도 고르지 못하여 아예 그 중 한 권은 구석에 앉아 급하게라도 다 읽고 가는 것은 모른 체했다.서울의 미아역 4호선에서 삼양시장에 이르는 두 갈래의 긴 거리에 있던 대여섯 군데 헌책방 아저씨들이 모두 그리 내게 후의를 베풀었다. 지금에 ...

    1196호2016.10.04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