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를 주도한 김기춘 같은 사람들이 ‘범죄인 줄 몰랐다’거나 심지어 김문수는 ‘행정에서는 다 하는 일’이라고 하는, 질기고도 질긴 악의 상투적이고 진부한 역사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끔찍한 전율을 느낀다.1962년 5월 31일, 교수형에 처해진 사체가 화장돼 지중해의 이스라엘 수역 밖으로 뿌려졌다. 그의 이름은 아돌프 아이히만. 그렇다. ‘악의 평범성’으로 잘 알려진 인물,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이 나라 엘리트 공무원들을 향해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곧잘 쓰이고 있는 바로 그 용어의 주인공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악의 평범성’이라는 표현은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지켜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처음 사용했다. 권력과 주권과 저항과 전체주의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바탕으로 해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 전체를 취재한 저서 의 끝에서,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교수대 위에서 행한 마지막 발언을 정리한 후, 이렇게 쓴다.“이는 마치 이 마지막...
1215호2017.02.21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