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상심한 자가 한밤중에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급하게 써내려간 일기와 다를 바 없는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그런 음악은 울어야만 하는 곡이고, 부다페스트 현악사중주단의 현들은, 특히 바이얼린은, 눈물로 젖어 있는 소리를 냈다.잠결에 바이얼린 소리를 듣는다. 여러 일로 잠이 부족했던 까닭에 더하여 봄볕이 차창을 쓰다듬는 탓에 나주행 KTX에 앉자마자 자주 잠에 빠져들었다.흔들리는 기차에서의 토막잠, 비몽과 사몽의 희미한 틈 사이로 바이얼린 소리가, 또 비올라 소리가, 이윽고 첼로 소리가 스며든다. 기차의 미세한 흔들림에 맞춰 적절히 잇따르는 일렁거리는 현악 소리, 그리고 따스한 봄볕이 잠결을 어루만지고 있었으니 피곤한 몸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중간의 몇 번, 공주라든가 정읍이라든가 익산 등의 정차 안내 방송조차 일정한 리듬을 타기 시작하여, 이윽고 조는 듯 마는 듯 한 끝에 나주역에 내렸다. 그러기를 4월의 목요일마다 네 번을 하면서, 시간으로는 짧지만 거리...
1225호2017.05.02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