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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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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변방의식’의 예술가 윤이상
    ‘변방의식’의 예술가 윤이상

    기이한 현대 음악의 생산자 윤이상의 위치와 시선은 실은 동양과 서양이라는 지리적 구분이 아니라, 그러한 지리적 기반 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중심주의, 폭력적 권력, 야만에 다를 바 없는 문명적 파괴에 대한 응전이었다.신영복 선생님의 새 책 (이하 담론)이 출간되었다.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제목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 강의’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듣기로는 출판사에서 제안하고 또 사실상 확정하였다고 하는데, 선생님의 건강이나 연세를 고려한 제목이라면 다소 불경스러운 데가 있고, 어떤 의미를 담아 지었다 해도 그 의도를 느끼기가 어렵다. ‘마지막’이라고 붙였지만 실은 역설의 뜻으로 영원하다는 뜻? 이렇게 꿈보다 해몽을 해보았으나, 그런 의도라면 아예 처음부터 ‘신영복의 끝나지 않은 강의’ 이런 식으로도 얼마든지 독자와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몹시 아쉬웠다.아마도 성공회대학교 부설 인문학습원의 기획위원으로 8년 가까이 선생님을 가까이에서 뵌 마음 때문이...

    1125호2015.05.05 14:10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베토벤의 음악, 히틀러의 야망, 지휘자의 고뇌
    베토벤의 음악, 히틀러의 야망, 지휘자의 고뇌

    문제작 ‘합창’ 교향곡을 거듭 들었다. 순정한 집념을 가진 자와 광기 어린 야망을 가진 자, 모두가 좋아할 만한, 실로 무시무시한 곡이다.단어와 문장 사이에 숨길 수 없는 변명과 자기 연민이 드러나지만, 그러나 알베르트 슈페어의 자전 기록 은 밑줄 쳐서 인용할 만한 사건들로 풍부한, 읽을 만한 책이다. 예컨대 이런 대목. 히틀러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완전히 철거하고 세계 수도 ‘게르마니아’로 재건축하기로 결심하고 고대 이집트와 바빌론, 로마를 재현하는 듯한 대건축 계획에 돌입한다. 히틀러의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가 이 ‘역사적인 망상’의 설계자가 된다. 독일 수도 베를린이 아닌, 세계 수도 게르마니아 중심부에는 무려 120m 너비의 도로와 광장을 주축으로 하여 세계 역사상 가장 권위적이었던 형상을 재현한 건축물들이 대대적으로 들어설 계획이었는데, 그 중 압권이 무려 18만여명을 수용하기 위해 높이 320m에 육박하는 크기로 설계된 의사당이었다. 거대한 돔형 건축물의 내부는 ...

    1124호2015.04.28 16:27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돈만 벌다 보면  돈 안 되는 일을  못할 거 같다”
    “돈만 벌다 보면 돈 안 되는 일을 못할 거 같다”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4천 회 동안 공연된 뮤지컬 을 어느 날, 중단해 버린 문화적 사건을 가리킨다. 15년 동안 무려 71만 명이 관람한 이 뮤지컬을 김민기는 돌연 중단해 버렸는데, 그 이유가…4월 초에 음악가 김민기에 대한 인터뷰를 읽었다.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 김민기를 설득해 일간지 한 면 전체를 두 번이나 크게 활용하여 게재된(이 정도면 일간지로서는 대단한 양이다) 인터뷰였다. 읽을 만했고 또 생각할 만한 게 많았다. 읽는 도중에 가슴이 점점 묵직해져서 신문 한 장의 무게가 단단한 벽돌 이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일부 대목을 간추려 SNS에 올렸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인터뷰를 읽고 난 감상을 서로 퍼나르고 있었다.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그래서 따로 메모하여 기록한 것은 “돈만 벌다 보면 돈 안 되는 일을 못할 거 같다”는 말이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그의 음악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중적인 인기까지 확보하여 1...

    1123호2015.04.20 18:0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1g의 희망’을 붙잡기 위해 듣는 쉬츠
    ‘1g의 희망’을 붙잡기 위해 듣는 쉬츠

    무한한 가능성과 지녔던 목숨들이 고통 속에서 숨져갔고, 그 이후 귀한 생명과 그 가족들은 오히려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모욕까지 당하는 상황이 재연되었으니, 도대체 어디서 1g의 희망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습한 대기에 안개가 자욱이 끼어 겨우 날이 밝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로 춥고 음습한 19세기 말 동유럽의 철로 위를 열차가 달린다. 페테르부르크와 바르샤바 사이를 달리는 열차 안에는 얼핏 보기에 순진하다 못해 바보 같은, 세상 물정도 모르고 어리숙해 보이는, 그래서 사람들이 경멸조로 ‘백치’라고 희롱하는 미슈킨 공작이 타고 있다.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의 주인공, 바로 그 사람이다. 소설의 표면에서 이 어리숙한 인물은 그야말로 백치 같은 언행을 하지만 소설의 심층에서, 그는 평범한 인간은 흉내도 낼 수 없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고결한 인물이다.에 있는 희망미슈킨은 ‘으스스하고 습한 11월 러시아의 밤을 등줄기에 소름이 돋은 채로 참아 내야만’ 했던 3...

    1122호2015.04.13 18:29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원곡에 깃든 ‘세월의 감수성’은 재현 불가
    원곡에 깃든 ‘세월의 감수성’은 재현 불가

    오정해는 ‘목포의 눈물’을 절절한 판소리 한바탕처럼 불렀다. 아주 훌륭하게 준비된 볼 만한 공연이었고, 귀담아 들을 만한 정성스런 노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설움 대신 가창이 압도하고 항구의 눈물 대신 노래 잘하는 오정해가 전면에 두드러졌다.4월 2일, 호남선 KTX가 개통했다. 2009년 12월 4일 기공한 이후 5년 4개월이 걸린 대역사가 마무리된 것이다. 서울 용산에서 광주 송정까지 1시간33분 만에 주파한다. 물론 이 노선은 하루 한 차례뿐이고 대체로는 1시간40분대를 넘지만, 그래도 이만한 속도는 호남지역뿐만 아니라 국토 전체의 균형과 속도에 분기점이 될 만하다. 목포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목포까지 왕복하는 시간 또한 상전벽해로 짧아졌다.목포! 이렇게 느낌표를 붙이고 나면 어김없이 ‘목포의 눈물’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부두의 새아씨 아롱 젖은 옷자락이별의 눈물...

    1121호2015.04.07 17:0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시대의 광기가 집약된 말러의 교양곡
    시대의 광기가 집약된 말러의 교양곡

    두다멜의 현은 벼랑 끝으로 거침없이 질주하고 관악기들은 울부짖으며 천상의 장막을 찢고 타악기들은 비극적 행렬을 끝없이 부추기는데, 돌연 해머의 거대한 강타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쓰나미처럼 휩쓸어버린다.길 위에서 음악을 들을 때, 특히 먼 길을 오랫동안 가야 할 때, 나는 단 하나의 앨범을 지겨워서 창밖으로 내다버리고 싶을 만큼 듣고 또 듣는다. 물론 실제로 창밖으로 무단투기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좋든 싫든 오로지 그 음반 말고는 들을 게 없는 상황에 며칠이고 놓여 있다 보면, 이윽고 귀가할 때 그 음악의 극히 미시적인 디테일까지 몸속에 각인된다.벌써 9년 전 일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나는 영국, 프랑스, 스위스를 거쳐 독일로 들어가서 그 나라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장장 한 달가량의 월드컵 취재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 옛날의 휴대폰이었던 시절이었고, 그래서 오래전의 폴더폰은 그리 음질이 좋지 않았다. 따로 MP3 플레이어를 가져갈...

    1120호2015.03.30 18:23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의 푸가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의 푸가

    바흐의 곡을 들을 때 어김없이 빠지지 않는 연주자는 글렌 굴드다. 토론토에 있는 그의 묘비에 바흐 푸가 음악의 정수가 되는 ‘골트베르크 변주곡’의 아리아가 각인되어 있을 정도로 그는 바흐를 사랑하였고, 아마도 바흐가 살아 있었더라면 그 역시 굴드를 사랑했을 것이다.월요일 아침 9시10분.이 정도 시간이면 온몸에 달라붙은 ‘월요병’ 증세들을 이겨내고 새벽같이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 사람들이 대도시의 주요 간선도로를 임시 점령하였다가 대부분 빠져나간 다음이다. 올림픽대로도 뚫리고 내부순환도로의 주요 병목지점도 풀린 상황. 그러나 여전히 꽉 막혀 있다. 왜? 서부간선도로니까!그렇다. 이 도로는 특정한 병목구간이 있는 게 아니라 성산대교에서 서해안고속도로에 접어드는 구간 전체가 병목이며 심야와 새벽이 아닌 다음에야 언제나 지체와 정체상태에 속박된 도로다. 차는 고척교를 지나 안양교, 광명교, 철산교를 벗어날 때까지도 앞차의 꼬리를 물고 서행한다. 그러다가 금천교를 지나...

    1119호2015.03.23 18:29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베네치아 시민의 감수성을 담은
    베네치아 시민의 감수성을 담은 <사계>

    대항해시대 이후 유럽 경제의 중심축이 대서양으로 움직이면서 몰락하기 시작한 베네치아, 중세의 기나긴 터널을 막 빠져나오면서 갑자기 펼쳐진 근대 초기의 광기 어린 빛에 멀미를 앓는 베네치아 사람들의 격렬한 감정이 ‘사계’에 들어 있었다.“고마워요, 유튜브.”2008년 4월, 영화평론가 김혜리씨가 사용한 표현이다. 아! 적절하다, 그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날의 미디어 경험은 확실히 유튜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5년, 페이팔의 직원 세 사람이 창립한 이 획기적인 동영상 사이트는 2006년 10월, 구글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에 장착(인수)되면서 곧장 글로벌 미디어 네트워크의 패권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1월 23일부터 서비스를 개시했고, 역시 개시하자마자 인터넷 디지털 미디어의 보통명사로 쓰이기 시작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로 인하여 국내에서 유튜브는 한 번 더 상한가를 치게 되지만, 김혜리씨가 “고마워요, 유튜브”라고 표현한 것은 그 이전의 일...

    1118호2015.03.16 17:2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18살의 발길을 붙잡은 ‘진도 혼맞이 노래’
    18살의 발길을 붙잡은 ‘진도 혼맞이 노래’

    구슬펐다. 울음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누군가 저 세상으로 떠났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무당을 불러 망자의 혼을 달래는 소리였다. 그 소리, 그 징소리, 그 소리들은 아직도 내 마음 어딘가에 떠돌고 있다가 불현듯 울적한 상념에 사로잡힐 때 아득하게 들려온다.새학기가 시작되면 쉴 틈 없이 강의하고, 강의 준비하고, 다시 강의하는 맹렬한 드라이브의 연속이라, 그 전에 치과에 가서 겨울 내내 미뤄둔 숙제부터 했다. 몇 해 전, 어금니가 욱신거려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 번화가로 나간 다음 눈앞의 여러 빌딩들을 일별한 후 간판이 정갈하고 건물도 깨끗한 곳으로 들어갔더니, 놀랍게도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반장을 했던 여자 동창이 원장이었다. 몇 해 동안 나는 그 친구 앞에 누워 입을 벌린다.지난주에도 입을 벌리고 누웠는데, 예약시간이 12시였으니 아마도 12시 15분쯤 되었을까, 어릴 때부터 공부 잘했던 부반장답게 클래식 FM을 틀어놓았는데 하필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이 흘러나오...

    1117호2015.03.09 18:23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나는 쎄시봉을 듣지 않고, 정태춘을 듣는다
    나는 쎄시봉을 듣지 않고, 정태춘을 듣는다

    정태춘의 1990년대 문제작 ‘아, 대한민국’이나 ‘우리들의 죽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 치의 변화도 없는 이 냉혹한 현실에 대한 저항의 산물인데, 지금 이 순간 다시 들으면, 금세 눈물이 주르르 흐를 만큼, 여전히 살아 있는 음악이다.길 위에서 음악을 듣는다. 이는 어떤 은유가 아니라 사실을 그대로 쓴 것이다. 역마살이라고 했던가. 어디 따스한 사무실에 앉아서 일에 몰두하지 못하고 사시사철 경향 각지를 떠돌며 글도 쓰고 강의도 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실제로 길 위에서 음악을 듣는다.길 위에서 듣는 음악은 각별하다. 능곡의 내 작업실에는 그럭저럭 오디오 전문가들에게 힐난을 듣지 않을 정도의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어 뭔가 집중하고 몰두해야 할 음악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두문불출로 그 앞에 틀어박혀 앉아서 광맥을 찾듯이 음악을 듣지만, 대체로는 길 위에서, 차를 운전하면서, 기차를 타고 가면서 음악을 듣는다. 그럴 때 듣는 음악은 암막 커튼처럼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서...

    1116호2015.03.02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