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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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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받아 적기만 해도 책이 되는 강헌의 ‘구라’
    받아 적기만 해도 책이 되는 강헌의 ‘구라’

    그는 말도 잘하지만 글을 훨씬 더 잘 쓴다. 그래서 그의 첫 책이 거침없이 써내려가되 어느 한 축이라도 흔들림 없는 문장의 책이 아니라 강의를 녹취한 것이라서, 아쉽다는 얘기다.1943년 생으로, 극한의 물량 투입과 섬세한 튜닝으로 광활한 미 대륙의 하이엔드 앰프 세계를 평정했던 제임스 봉조르노라는 인물이 있다. 2013년에 타계했는데, 생애사 전체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하틀리, 스모, 다이나코, SAE, 마란츠 등의 오디오 전문업체의 엔지니어로 활약하면서 가난한 음악 애호가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다가 1974년에 생애 최고의 역작 ‘앰프질라’를 발표해 적금마저 깨게 만들었던 그는 고집스런 엔지니어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시장의 외면과 경영진의 압박에 떠밀려 20여년 동안 오디오계를 떠난 적도 있는데, 이윽고 2002년에 필생의 재기작을 발표하게 된다.그 이름만 들어도 거대한 스피커를 뒤흔들면서 열두 필의 전투마들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튀어나올 것만 같은, 모노블럭...

    1135호2015.07.13 16:29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서양 클래식 문화는 우아하고 고상하다?
    서양 클래식 문화는 우아하고 고상하다?

    19세기 유럽의 낭만주의 오페라를 감상하다 보면 파격적인 소재와 얼핏 저속해 보이는 가사와 애틋하게 울려퍼지는 불멸의 아리아가 내장한 뜨거운 온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있어 ‘우아하고 고상한’ 같은 표현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10주간에 걸친 클래식 강좌가 끝났다. 강의 중에는 질문 자체를 할 시간도 여유도 그 이유도 주지 않을 만큼 거세게 몰아붙이기 때문에, 그리고 강의 후에는 조금은 지치기도 하고 다른 약속으로 급히 이동하기도 해서 수강생 입장에서는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서 강의를 다 마친 다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그랬다던가, 앙코르를 외치는 청중들에게 50분 가까이 되는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선사해서 다시는 앙코르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했다는. 나의 질문시간도 그리 됐다. 그동안 묵혀 뒀던 질문들에 일일이 대답하느라 20여분이 소요됐고, 결정적으로는 어떤 분의 순수하고 해맑은 질문 때문에 또 30여분이 더 소요됐다....

    1134호2015.07.06 18:32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억압된 체제에서 자유를 갈구한 예술가?
    억압된 체제에서 자유를 갈구한 예술가?

    우리의 클래식 문화에서 현대 러시아, 곧 구소련의 음악가들은 곧잘 “억압된 체제에서 자유를 갈구한 예술가”로 표현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들은 예술가를 지나치게 신비화하고 그가 겪은 일들을 과대포장하는 낭만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지난 6월 23일 밤, KBS 1TV의 공연 프로그램 ‘더 콘서트’를 보았다. 그동안 가수 윤건씨가 진행을 했었는데 바이얼리니스트 신지아씨로 교체되었다. 신지아씨는 당연히 프로 진행자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게다가 또 한 번 당연하게도 마이크 잡고 진행하기보다는 좀 더 연주에 몰두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그날은 6·25 특집으로 ‘전쟁과 평화’에 따라 몇 곡의 중요한 레퍼터리들이 들려왔다. 그 중 가이아 콰르텟이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 8번을 유심히 들었다. 연주는, 비록 2악장만 연주했지만, 정밀했다. 연주를 마치고 진행자와 얘기를 나누는 것도 들었다. 이 곡에 대하여 가이아 콰르텟의 바이얼리니스트 최혜성씨가 설명을...

    1133호2015.06.30 10:3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표절에 대한 항변, 소가 웃을 일
    표절에 대한 항변, 소가 웃을 일

    가수 이효리는 표절 논란에 빠졌을 때 그 자신도 피해자였지만, 결연하게 행동했다. 2년 만에 야심차게 준비하여 재개한 활동을 전격적으로 중단했다. 문학이라는 성채, 한국 문단이라는 그 드높은 권위의 세계에서는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운 결연함이 아닐 수 없다.클래식에도 표절작품이 있을까. 당연히 그렇다. 르네상스를 전후로 한 기나긴 종교음악의 시대에는 특정 예술가의 ‘고유한 창작품’이라는 개념 자체가 흐릿했다. 엄격한 종교 율법에 따라 엄수되는 미사의 규칙 안에서 창작이 이뤄졌다. 개별 작곡가가 고유한 창작의 자율성을 전개하기가 까다로웠다. 율법의 체계에서 벗어나면 이단의 파문까지 염려되었기에 가급적 작곡가들은 율법의 질서를 벗어나지 않고자 했다. 그래서 조금씩 닮아 있기도 하고 다른 이의 작품을 부분적으로 옮겨오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크게 비난한 예도 드물다.이러한 사정은 바로크 시대까지도 이어졌다. 화려한 궁정 만찬을 상상해 보자. 오늘날에도 그렇듯이 궁정의 만찬이나...

    1132호2015.06.22 17:37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기차 소리는 재즈” 타는 내내 연주를 듣는다
    “기차 소리는 재즈” 타는 내내 연주를 듣는다

    이 ‘연주’에서 가장 숨 막히는 순간은 기차가 요동을 칠 때다. 역에서 정차하였다가 출발할 때, 여러 선로들 중에서 하나를 고를 때, 터널에서 빠져나와 곧장 철교를 지나고 다시 터널로 진입할 때 기차는 불협화음을 들려준다.나는, 기차를 타면, 재즈를 듣는다.평소 좋아하던 재즈음악들을 휴대폰에 저장해 두었다가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멀리 갈 때,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어폰을 귀에 꽂고 열심히 듣는다는 것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물론 그럴 때도 있지만, 그런 얘기가 아니다.나는, 기차를 타면, 재즈를 듣는다.무슨 얘기인가 하면, 기차 소리가 곧 재즈라는 얘기다. 오래전부터, 재즈라는 음악을 알기 전부터 나는 기차 소리를 들으면서 컸고, 기차 소리에 매료되어 지금도 휴대폰에 여러 종류의 기차 소리가 저장되어 있을 정도인데, 재즈라는 음악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한 이후로부터는 기차를 탈 때마다 그 둔중하면서 경쾌한 소리들을 재즈처럼, 아니 진짜 재즈 연주로 들...

    1131호2015.06.15 17:22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브라질 문화의 힘 식인주의, 새 음악을 창조하다
    브라질 문화의 힘 식인주의, 새 음악을 창조하다

    ‘식인주의’는 크게 두 번의 변이를 거치면서 브라질 특유의 대중음악을 형성했다. 그 하나는 1950년대의 보사 노바(Bossa Nova)다. 그리고 1960년대 일련의 음악가들이 또 등장한다. 식인주의를 과감하게 실천한 ‘열대주의 문화 운동(Tropicalismo)’이 그것이다.네이마르의 ‘사포’가 잠시 논란이 되었다. 은하계 극강의 축구팀 FC바르셀로나의 남미 3인방 MSN(아르헨티나의 메시, 우루과이의 수아레스, 브라질의 네이마르)을 이루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네이마르가 지난달 31일, 홈구장 캄프 누에서 열린 빌바오와의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상대 수비수를 조롱하는 듯한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동료 메시가 2골을 넣었고 그 자신도 한 골을 더하여 이미 3-1로 우승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네이마르는 경기 종료 직전, 일명 ‘사포’라 불리는 기술, 즉 레인보 플릭을 시도했다. 뒤꿈치로 볼을 차올려 수비수 머리 위로 넘기는 기술이다. 이에 빌바오 선수...

    1130호2015.06.08 16:01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한국형 엘 시스테마’ 문화적 오만과 위선
    ‘한국형 엘 시스테마’ 문화적 오만과 위선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여러 지자체에서도 베네수엘라의 음악 프로젝트를 참조한 ‘한국형 엘 시스테마’가 많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우아하고 격조 있는 클래식을 가난하고 못 배운 아이들에게도 한 번 가르쳐보자’는 식의 저열한 인식으로 인해 대부분은 시혜적 차원으로 그쳤다.연초에 어느 지자체의 문화사업을 살펴볼 일이 있었다.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이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하여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만약 부족하다면 어느 분야를 어떻게 더 보완해야 할 것인가를 여럿이 함께 검토했다. 내가 판단해야 할 분야는 음악이었다. 클래식을 포함한 여러 음악 프로젝트의 현황을 살피면서 담당 공무원뿐만 아니라 해당 장르의 지휘자, 연주자, 기획자 등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빠듯한 지원금과 인력을 최대한 배려하고 격려해야만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토의 중에 가장 빈번히 언급된 단어가 있었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였다. 세계적인 관심과 찬사를 받은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재단이다....

    1129호2015.06.02 11:3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클래식 감상, 언제쯤 사유의 단계에 이를까
    클래식 감상, 언제쯤 사유의 단계에 이를까

    베토벤을 설명하기 위하여 프랑스혁명을 얘기하고 헤겔을 언급하는 것, 말러를 설명한답시고 니체를 빌려오고 세기말의 니힐이 갖는 의미를 양념처럼 얹는 것이 과연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두렵습니다.지강유철 선생님. 안녕하신지요.공개 지면에서 불쑥 인사를 드려 송구합니다. 4월의 중순, 꽃이 피고 또 지던 그 무렵, 제게 안부를 보내주셨지요. 꽃도 다 지고, 이제는 운전할 때 지열마저 느껴지는데, 여태 답신을 못 드려 전전긍긍하다가, 차라리!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글월을 올립니다.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3년 전 11월, 서강을 배회하는 쌀쌀한 바람에 떠밀려 겨우 양화진문화원을 찾아갔었지요.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가 설립한 양화진문화원의 목요강좌에 초빙해 주셨는데, 실은 너무도 부족한 저로서는 간신히 저게 주어진 시간을 겨우 채웠을 따름입니다.간신히 저에게 주어진 저의 시간을 마친 후, 선생님의 다락방으로 올라갔던 기억이 납니...

    1128호2015.05.26 18:46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억압할수록 노래는 더 넓게 더 깊게 스며든다
    억압할수록 노래는 더 넓게 더 깊게 스며든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미 광주의 노래 혹은 한국 민주화 운동의 노래라는 사건적·지역적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억압이 있는 곳으로, 인간적 꿈을 열망하는 곳으로, 세계적 연대의 문화적 확인을 갈망하는 곳으로 이 노래는 계속 번져가고 있다.터키의 노래 중에, 아니 좀 더 범위를 넓혀 발칸반도 여러 나라들에서 불리는 노래 중에 ‘Uskudar’a Gider Iken’ (위스퀴다르 가는 길에) 또는 줄여서 ‘Uskudar’a’(위스퀴다라)라는 노래가 있다. ‘Uska Dara’라고 표기한다. 우리 귀에도 익숙한 노래다. 6·25전쟁 이후에 이 노래의 첫 구절의 발음만 따서 “위스키 달라, 미제 달라”라는 식의 속요로 불렸고, 나중에는 그 선율만 따서 대학가 주점이나 군대에서 좀 더 성적인 가사까지 더해져서 불린 노래인데, 아무튼 발칸반도의 노래다.몸 안으로 내장되는 노래의 감염력불가리아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 아델라 피바가 2003년에 제작 발표한, 우리에게는 20...

    1127호2015.05.19 13:31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히틀러 시대 음악가 카를 오르프 ‘반성의 은거’
    히틀러 시대 음악가 카를 오르프 ‘반성의 은거’

    바이에른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오르프는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양식에 독일 민족정신의 근원, 그 가치, 그 미학을 담아냈다. 대표작 는 독일적인, 지극히 독일적인 음악으로 독일 민족정신의 낭만주의와 영웅주의를 대규모 합창단과 거대한 관현악단에 담아낸 곡이다.군산에 갔었다. 군산에 갈 때마다, 서울이나 일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도착하면 늘 저녁 풍경이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금강 하구의 퇴적 토사 위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1990년 금강하굿둑이 준공되었고 그 이후 군산 신항만, 새만금방조제, LNG발전소, 군장대교 등의 공사에 따라 금강 하구의 강물과 바닷물은 완전히 차단되어 연안어업은 실종되었고, 퇴적된 토사가 군산의 항만 기능까지 위축시켰다. 그 위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나는 채만식 문학관을 찾아갔다. 채만식은 빛나는 작품을 남긴 작가로서의 측면뿐만 아니라, 일제 치하와 그 이후의 역사 청산이라는 이중 과제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다. 그는 1940년 7월에 발표한...

    1126호2015.05.12 1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