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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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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쓸쓸한 추석 전야에 듣는 ‘내 사랑 영아’
    쓸쓸한 추석 전야에 듣는 ‘내 사랑 영아’

    추석 전날의 저녁, 다방에는 진양과 나와 사장 아저씨와 죽도리들밖에 없었다. 나는 그때 이명훈의 노래를 틀었다. ‘내 사랑 영아’로 시작해서 ‘떠나간 영아’로, 그리고 진양이 그렇게도 좋아했던 ‘은아 안녕’을.“DJ 아저씨, 건너편에 동원장 알지?”“……”나는 잠시 멈칫했다. 저녁 타임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조금 일찍 다방에 나와서 석간신문을 보고 있던 중이었다. 주인 아저씨는 신경질적으로 말을 더했다.“거기 가서, 302호야, 거기 가면 진양 있거든. 빨리 오라고 해.”명색이 DJ한테 허드렛일을 시켜도 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나는 그때 19살이었고 마침 신문도 다 읽은 참이라서 밖으로 나가 담배라도 피울 생각이었다. 동원장이라, 오며 가며 본 일이 있으나 그저 지방에서 일 보러 온 사람이나 취중에 길 잃은 사람이 들르는 ‘여관’이라고 생각했지, 그런 장소가 실제로 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상식이 없었다.동원장, 그 ...

    1145호2015.09.21 17:47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시리아 난민과 엘레니 카레인드로의 음악
    시리아 난민과 엘레니 카레인드로의 음악

    나는 지난주 음악 강의에서 엘레니 카레인드로의 비장하고 애절한 음악들을 함께 들었다. 그러면서 물었다.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는 난민, 그 디아스포라를 절박하게 다룬 이 영화와 음악들을 통해 무엇을 보았느냐고.“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에 이어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여성 미술가들이 있습니다.”이렇게 시작하는 뉴스를 본 적 있다. 2013년 6월 초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이다. 장르를 막론하고 일단 해외 유수의 영화제나 도서 박람회 또는 비엔날레 같은 곳에서 작가 몇 명이 움직였다 하면 나오는 이른바 ‘국뽕’ 스타일의 뉴스 멘트다.김수자, 디아스포라 주제로 퍼포먼스그 뉴스는 미술가 양혜규와 김수자를 다루면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식으로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듯 보도했다. 작가의 작품, 그 주제, 그 주제의 표현방식에 대한 리포트는 엉성하다. 김수자 작가가 필사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구원의 작업도구들 즉 바늘, 실, 천, 보따리 등은 “한국적 소재...

    1144호2015.09.15 17:1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잠비나이는 국악의 대중화가 아니다
    잠비나이는 국악의 대중화가 아니다

    잠비나이는 ‘국악의 세계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잠비나이의 음악적 색채를 이끌고 있는 이일우는 “국악기를 썼다고 ‘잠비나이, 진정한 한류’, 그렇게 억지 애국심을 자극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지난호 이 칼럼에서 이른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즉 ‘국악의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썼는데, 그렇다면 다른 그 무엇은 없는가, 들을 만한 음악은 없는가라는 질문이 있어 이에 답한다. 거두절미하고 ‘잠비나이’를 들어보기 바란다.잠비나이는 2013년 이래로 늘 로밍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2013 서울국제뮤직페어’에서 호평을 받은 이후 크고 작은 해외 뮤직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고 있다. 이번 가을만 해도 9월에는 독일·영국·스페인으로 투어를 하고, 10월에는 프랑스에서 10개 도시를 순회한다. 장르 여부를 막론하고 현재 이 같은 횟수로 해외공연 활동을 하는 밴드나 개인 음악가를 찾...

    1143호2015.09.07 16:17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가장 한국적인 음악이 세계적인 음악인가?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 세계적인 음악인가?

    ‘국악’ 또는 ‘한국적’인 것은 주류 대중음악에 억지로 끼어든 듯한 기계적 조합이 강했다. 음악 그 자체보다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 문화 콘텐츠’라는 박스에 넣어 해외로 택배 발송해 버린 식이다.서울의 동쪽 끝, 한 5분만 더 운전하면 경기도가 되는 곳에서 저녁 늦게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일순간의 동행자가 있었다. 잠실 부근의 전철역 아무데서나 내려달라는 부탁에 비 내리는 늦은 밤을 송파의 깊숙한 곳에서 제2롯데월드의 불빛이 거대한 판타지 영화의 불멸의 탑처럼 빛나는 곳으로 잠시 동행했다.내 차에는 황병기의 작품집 이 흐르고 있었다. 동행자는 아주 잠깐 동안 흐르는 음악을 듣다가 “역시 한국적인 음악이 정서에 와 닿는다”고 했다. 나는 ‘그런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의 백미라고 할 만한 ‘추천사’가 흐르고 있었는데, 가야금 반주에 정갈한 가곡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고 생각했다. 동행자는 “이렇게 국악을 현대화하고 대중화하는 게 참 좋다”고도 했다. ...

    1142호2015.09.01 16:24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세월호 천막’ 외면한 광복 70주년 풍악소리
    ‘세월호 천막’ 외면한 광복 70주년 풍악소리

    행렬이 잠시 멈춘 사이, 세월호 천막의 좌우에서는 천지를 격동시킬 음악과 음향이 넘쳐흘렀다. 요란한 안무와 격렬한 북춤이 펼쳐졌다. 각 군 의장대 역시 교보문고 앞 도로 위에서 일제히 총검을 높이 들고 의장 공연을 펼쳤다.광화문에 나갔었다. 그것도 8월 15일에. 두 가지 일이 겹쳐서 피치 못하게 나가야 했으나 오히려 이런 공부를 또 어디서 하랴, 하는 마음으로 저녁 늦게까지 대한문에서 광화문까지 걸어다녔다.그날 오후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강의를 해야 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전시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을 내 나름의 관점에서 해석해 강의하는 시간이었다. 10월 초순까지 진행되는 전시다. 가볼 만하다.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분단 이후 한국 현대사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고, 각 시기의 주요 사건, 현상, 시대정신을 다양한 세대의 경험과 기억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세 개로 나뉜 각 전시의 제목은 ‘섹션 1,...

    1141호2015.08.24 16:20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젊음세대의 외로움 함께 나누는 ‘고양이’
    젊음세대의 외로움 함께 나누는 ‘고양이’

    강아지 혹은 개가 ‘가족’과 연관된다면 고양이는 여성, 특히 30대 여성과 연관된다. 이는 단순히 ‘생활 편의’만의 문제가 아니다. 혼자서 이 벅찬 세상을 견디고 있다는, 그 고독과 외로움을,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와 더불어 나눈다는 대단히 문화적인 의미를 보여준다.고양이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대출까지 끼고 간신히 구해 사는 내 아파트 일대를 자신들의 영토인 양 유유히 걸어다니는 길냥이들을 매번 귀엽게만 보는 편은 아니다. 한밤중에 그 녀석들이 서로의 짝을 찾아 인간 아기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를 낼 때면 무척 성가셔 하는 편이다.딱 한 번 고양이를 사랑해준 적 있는데, 재작년에 충남 아산의 외암리 민속마을에 취재를 갔을 때, 평일 오후의 한가로운 햇빛을 따라 노닐던 고양이 한 마리가 내 곁으로 다가와서는 한참이나 놀아주던 일이 있었다. 그 녀석과 한 시간 가까이 놀았다. 무려 한 시간이나! 심지어는 이 녀석을 슬쩍 가방에 넣고는 아예 집으로 데리고 가버릴까 할 정...

    1140호2015.08.18 11:37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바흐의 불멸의 곡과 라이프치히 중앙역
    바흐의 불멸의 곡과 라이프치히 중앙역

    2006년 라이프치히 기차역에서 한참이나 머문 적 있다. 물론 당연히 그 많은 기차들을 보면서 바흐의 을 들었다. 선로 위의 기차들이 대륙의 변주곡처럼 움직이던 그 풍경을.대프리카, 대구에 갈 일이 있어 서울역으로 나갔다. 더위 탓일까? 발차 시간을 잘못 알고 나가는 바람에 한 시간쯤 여유가 있어, 늘 보고 또 보았던 서울역이지만, 산보 나온 사람처럼 이러저리 걸어다녔다. 역무에 필요한 공간들, 그러니까 표를 사거나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앉아 있을 수 있는 간이의자들 빼고는, 죄다 상업 공간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이 역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부대시설처럼 전락하였으므로 몇 걸음만 옮기면 쇼핑 공간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딱 한 군데, 절묘한 공간이 있으니, 푸드 코트다. 나는 푸드 코트를 사랑한다. 일단 없는 메뉴가 없으며, 다 먹었으면 나가라고 눈치주는 법도 없다.특히 서울역의 푸드 코트는 차창에 붙어 있는 의자에서 창밖의 도심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가 있다. 그 한구석에...

    1139호2015.08.10 17:16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휴가 떠날 때 들을 만한 팻 매스니의 ‘Offramp’
    휴가 떠날 때 들을 만한 팻 매스니의 ‘Offramp’

    첫 번째 곡이 들려오는 순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며, 두 번째 곡 ‘Are You Going With Me’가 시작되면 함께 떠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실험 의식이 돋보이는 앨범 ‘As Falls Wichita, So Falls Wichita Falls’도 추천한다.미국 중부 대평원의 미주리주에는 가본 적 없지만, 그보다 아래인 이른바 딥 사우스(Deep South) 지역은 다녀온 일이 있다. 조지아주의 애틀랜타와 앨라배마주의 몽고메리를 갔다 왔는데, 기억나는 것은 오직 끝도 없는 대평원이었다. 애틀랜타에서 몽고메리로 가는 도로는 그야말로 넓고 깊은 평원의 연속이었고, 사방으로 지평선이 펼쳐져 있었다. 저물녘 드넓은 평원에 드리워지는 광막한 일몰 풍경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그렇게 끝없는 평원을 달리면서 나는 딥 사우스는 아니지만 조지아주와 인접한 미주리주를 떠올렸었다. 팻 매스니와 찰리 헤이든의 걸작 앨범 ‘Beyond The Missouri Skylin...

    1138호2015.08.04 16:50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키스 에이프의 ‘잊지 마’를 들어보세요
    키스 에이프의 ‘잊지 마’를 들어보세요

    어떤가. 어딘가 불편하지 않은가. 솔직히 썩 유쾌한 감정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 ‘잊지 마’는, 영어 ‘It G Ma’로 세계 힙합계에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을 던진 곡이다.1990년대 후반에 이미 현역으로 전설이 된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해 ‘H.O.T.’와 ‘젝스키스’ 등이 활동하던 그 무렵에 8명으로 구성된 그룹 ‘OPPA’가 있었다. 그들 나름대로는 이 알파벳에 의미를 부여했겠지만, 소리나는 대로 ‘오빠’라고 불린 그룹이었다. 이 단어, 즉 ‘oppa’는 케이팝 한류 바람이 불면서 동아시아 일원에서는 하나의 명사로 현재 쓰이고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 팬들이 아이돌 스타의 공연 때 ‘oppa’라고 크게 써붙인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일부 멤버들이 유닛을 구성해 활동하면서 발매한 디지털 싱글의 제목도 ‘떴다 오빠(Oppa, Oppa)’였다.하여간 오래전에 ‘OPPA’라는 그룹이 있었는데, 잦은 멤버 교체 등의 어려움을 겪다가 2집을 끝으로 해산한 이들의 1...

    1137호2015.07.27 17:08

  •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따분한 출근길, 자동차 안에서 듣는 바흐
    따분한 출근길, 자동차 안에서 듣는 바흐

    찰랑~찰랑~ 넘실~넘실~ 곡들이 춤을 춘다. 특히 아침에 듣는 트레버 피노크의 연주와 지휘는 자동차가 일정한 패턴을 따라 격조 있는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생각해 보니, 길 위에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많이 선택한 것은 역시 바흐였다. 바흐는 늘 내 오래되고 낡은 자동차를 일순간 신성한 영역으로 바꿔놓았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한없이 따분한 올림픽대로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교차로에서, 그렇게 시간이 무료하게 정지된 듯한 상황에서 바흐를 들으면 자동차 안이 금세 경건한 공간으로 바뀌곤 했다.왜 바흐인가 하면, 아무래도 베토벤이나 말러나 시벨리우스라고 하면 감각의 상당 부분이 음악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운전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지만, 바흐와는 달리 이 격렬한 음악들은 마음의 시야를 차창 저 너머의 아득한 곳으로 자꾸만 지향하게 만든다. 반면 바흐는 마치 오랫동안 내 몸을 받아준 의자처럼 운전의 피로에 지친 나를 살며시 품어준다....

    1136호2015.07.21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