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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 칼럼] 무한 스크롤의 덫
    무한 스크롤의 덫

    ‘무한 스크롤’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라이브 이미지 검색팀이 관련 특허를 출원하면서였다. 그때만 해도 그들은 이것이 인류의 뇌 구조를 뒤흔들 디지털 시대의 판도라 상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사용자가 ‘다음 페이지’ 버튼을 누르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고안된 이 우아하고 매끄러운 기술은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라는 숏폼 콘텐츠와 결합하면서 현대인의 집중력을 갉아먹는 완벽한 덫으로 진화했다.끝이 없다는 것은 곧 멈출 명분과 신호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거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끼는 자연스러운 종료의 감각을 빼앗긴 채, 영원히 지속하는 알고리즘의 쳇바퀴 속에 갇혀버렸다.이 덫이 이토록 치명적인 이유는 우리의 뇌가 가진 원초적인 신경화학적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타격하기 때문이다. 15초에서 60초 남짓한 짧은 영상들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을 극한으로 쥐어짠다. 스크...

    1683호2026.06.12 15:12

  • [IT 칼럼] AI 기만과 신뢰의 파산
    AI 기만과 신뢰의 파산

    1890년대, 드레퓌스 사건에 불을 지핀 건 ‘라 리브르 파롤’이라는 황색 언론이었다. 프랑스 국방부가 조작 문서를 이 언론에 흘렸고, 담당 기자는 이 조작된 정보를 바탕으로 연일 폭로를 이어가며 무고한 드레퓌스를 반역자로 몰아갔다. 당시 프랑스 내 반유대주의 정서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희생양을 만들어냈다. 자극을 좇는 당대의 황색 저널리즘 환경에 ‘고속 윤전기’라는 대량 인쇄의 신기술이 결합하면서 조작된 정보는 신뢰의 정보원으로 둔갑했고, 프랑스 사회를 빠른 속도로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19세기판 마녀사냥의 대표적 사례로 이 사건이 기록된 배경이다.10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비극적인 역사적 평행이론이 우리 눈앞에서 실제로 재현되고 있다. 이번엔 고속 윤전기의 역할을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대신하고 있다. 공식 정부 문서로 위장한 AI 조작 자료를 언론사 기자에게 은밀하게 유통해 갈등형 보도를 유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 문서와 동일한 양식, 문맥상 ...

    1682호2026.06.05 14:56

  • [IT 칼럼] 토큰 경제학? 경제의 현질화
    토큰 경제학? 경제의 현질화

    에이전트라는 단어, 올해의 테크 유행어로 떼 놓은 당상이다. 요즈음 구글은 애플만큼이나 서두르지 않고 뒷북으로 제품을 공개하는데, 구글도 24시간 상시 가동되는 개인용 AI 에이전트 제미나이 스파크를 공개했다. 대기업이 제품을 내놓았다는 건 그 트렌드가 따먹을 만큼 농익었다는 뜻이다.에이전트란 조수나 요원으로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행위의 주체나 작용의 원인을 말하기도 한다. 주어진, 혹은 해야 하는 일이 잘되도록 여러 방법으로 힘쓰는, 그러니까 주선자가 곧 에이전트다. 뭐, 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이 주선자는 거저 움직이지 않는다. 자판기처럼 토큰을 눌러 넣어야 일을 한다. 토큰? 회수권처럼 고색창연한 단어로 들린다. 하지만 지금은 ‘토큰 경제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심 개념이 돼버렸다.토큰을 알아보기 위해 AI 챗봇을 살펴보자. 챗봇은 대화를 한다. 입력을 받고 출력을 한다. 입력을 받아들일 때도 출력을 만들 때도 토큰이라는 단위로 재(...

    1681호2026.05.29 14:49

  • [IT 칼럼] 디지털 저장강박, 우리는 왜 못 지울까
    디지털 저장강박, 우리는 왜 못 지울까

    화면 위로 불길한 팝업창이 떠오른다. “클라우드 저장 공간이 거의 가득 찼습니다.” 이 시대 현대인들이 한번은 마주하는, 그러나 마주하게 되면 묘한 불안감을 자아내는 메시지다. 이 경고문 앞에서 사람들이 취하는 행동은 대체로 비슷하다. 무엇을 지울지 고민하는 대신, 더 많은 클라우드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한다.그렇게 우리는 매월 커피 몇잔 값을 추가로 지불하며 과거의 파편을 다시 한번 유예시킨다. 사진첩에는 초점이 나간 음식 사진, 언젠가 사려고 캡처해둔 정체불명의 상품, 주머니 속에서 잘못 눌려 찍힌 새까만 화면 따위가 가득 쌓여 있다. 우리는 데이터를 버리지 못하고 끝없이 끌어안고 사는 ‘디지털 저장강박’(Digital Hoarding)의 시대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다.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단편소설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서 사고를 당한 뒤 세상의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된 사람의 비극을 그렸다. 푸네스는 벽난로 속 불꽃이 타오르고 재...

    1680호2026.05.22 14:47

  • [IT 칼럼] 감시와 학습
    감시와 학습

    프레더릭 테일러는 노동자였다. 하버드대에 합격할 만큼 비상했지만, 시력 문제로 포기하고 공장으로 향했다. 그는 펌프 공장을 거쳐 미드베일 제철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했다. 테일러를 ‘과학적 관리 기법’의 창시자로 이끈 건 당시 기업가들의 불합리한 임금 체계였다. 노동자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임금은 오르지 않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태업’을 낳았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했고, 하루 동안 달성 가능한 ‘정당한 생산량’을 산출했다.정당한 생산량을 설정하기 위해 그는 노동자들의 노동 행위를 거의 초 단위로 측정했다. 그것을 분해했고, 표준화했다. 이를 통해 정당한 양을 계산했다. 노동자들이 달가워할 리 없었다. 착취 시스템으로 악용될 게 뻔해서다. 테일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내놓은 대안은 ‘기업 이익의 공정한 분배’, ‘기업에 대한 노동자와 경영자의 동등한 책임’, ‘노사의 협조’ 등이었다. 지금은 이러한 맥락이 제거된 채 그저 ‘착...

    1679호2026.05.15 14:19

  • [IT 칼럼] 왜 그 좋았던 제품들은 점점 똥이 되는가
    왜 그 좋았던 제품들은 점점 똥이 되는가

    이 글을 쓰는 이 노트북, 10년 전에 처음 샀을 때의 빠릿빠릿한 쾌감을 아직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 하나 하려 해도 이리 굼뜰 수가 없다. 하지만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이나 반도체가 낡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배터리는 확실히 열화가 일어났지만, 다른 육신은 멀쩡해 보인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시름시름 시들어버리는 것일까?이 증상은 과학기술, 특히 IT 업계의 널리 알려진 병증이다. 여러 설명이 시도됐는데, 우선 계획된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라는 설이 있다. 제품이 일정 기간 후 저절로 노후화돼 고장이 나도록 계획을 한다는 것인데 약간 음모론적이다.그러나 실제로 벌어진 적도 적지 않은데, 20세기 초에 전구 수명이 너무 길면 아무도 안 살까봐 담합한 적도 있고, 너무 질긴 나일론 스타킹을 약하게 만들기도 했다. 애플도, 삼성도 상황에 따라 자신의 폰을 일부러 느리게 만들었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하지만 이렇게 의도적으로 정보 불균형과...

    1678호2026.05.08 14:39

  • [IT 칼럼] SNS가 열어준 사기의 고속도로
    SNS가 열어준 사기의 고속도로

    인류는 지금껏 이토록 촘촘하게 연결된 적이 없다. 스마트폰 하나로 지구 반대편의 낯선 이와 대화하고,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을 사고,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는 세상에서 SNS는 그 모든 연결의 중심에 서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입은 사기 피해액은 무려 21억달러(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0년 이후 8배나 폭증한 수치이며, SNS는 사기꾼들이 이용하는 모든 경로 중 단연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다. 전체 사기 피해자의 약 30%가 자신의 비극이 SNS에서 시작됐다고 답했다.미국 내 SNS 사기의 양태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히 타격하고 있다.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것은 쇼핑 사기다. 피해자의 40% 이상이 알고리즘이 띄워준 맞춤형 광고를 통해 옷, 화장품, 자동차 부품 심지어 반려...

    1677호2026.05.01 14:18

  • [IT 칼럼] 엔지니어들의 미래 예측 남발
    엔지니어들의 미래 예측 남발

    레이 커즈와일은 2010년대 후반이면, 대다수 자동차가 자율주행으로 운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시기를 즈음해 혈관을 돌아다니며 질병을 치료하는 ‘나노봇’이 보편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낙관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20년 초가 되면 집안에 가사 로봇 1대쯤은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컴퓨터 모니터의 소멸은 2010년대 초면 가능해지리라 전망했다. 2005년 저서에 기록으로 남겨진 호기로운 그의 ‘예측’들이다. 이미 판명 났지만 이 전망은 모두 빗나갔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천재적 미래학자라는 칭송을 받은 그였지만 제대로 맞힌 건 그리 많지는 않다. 커즈와일은 다시 펴낸 저서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에서 과도한 낙관과 타임라인을 거둬들이며 ‘가속의 원리’에 방점을 찍으며 태도를 조정했다.최근엔 다리오 아모데이 엔트로픽의 CEO의 ‘화이트칼라 일자리 소멸’ 예측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기술 직종, 초...

    1676호2026.04.24 15:04

  • [IT 칼럼]양자컴이 부를 대혼란, Q데이가 밝아올 때
    양자컴이 부를 대혼란, Q데이가 밝아올 때

    양자컴퓨터는 아직도 초창기다. 승자가 없다 보니 그 방식과 종류도 다양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다들 비슷해 약간만 노력하면 같은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지만, 여전히 양자컴퓨터는 설계 사상에서부터 백가쟁명 중이라 그런 합의도 없는 단계다.동시에 꺼질 수도, 켜질 수도 있다는 스위치를 늘어놓아 회로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양자 중첩’이나 ‘양자 얽힘’이라는 해설만큼이나 와닿지 않는다. 이처럼 양자라는 자기들도 잘 모르는 미시 세계의 과학에 의존해 공학을 쌓아 올리다 보니 이 스위치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 계산이 잘 안 된다. 양자컴퓨터를 수십년째 늘 미래 기술로 머물게 한 지긋지긋한 ‘양자 오류’다.일반 컴퓨터의 비트와 달리 큐비트라고 불리는 이 양자 스위치는 그래서 하나하나 만들어 유지하는 데도 힘이 든다. 이 불안한 큐비트들을 얼마나 늘어놓을 수 있는지에 따라 성능이 평가된다. 비트와 달리 큐비트는 중첩되고 얽힌 채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기에 작동만 한다면 그 자릿수...

    1675호2026.04.17 14:38

  • [IT 칼럼]AI 개발 경쟁이 부활시킨 과로 문화
    AI 개발 경쟁이 부활시킨 과로 문화

    우리는 한때 기술이 인간을 노동의 굴레에서 해방할 것이라 믿었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제 발전으로 2030년경이면 주 15시간 노동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언했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는 워라밸과 휴가 제도를 자랑하며 인재를 유치했다. 그러나 2026년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풍경은 정반대다. AI라는 초고속 열차에 올라탄 테크 업계는 오히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인간을 책상 앞에 묶어두고 있다.중국 테크 기업에서 발원한 과로 문화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총 72시간의 살인적인 노동 스케줄이다. 그런데 최근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들 사이에 996과 유사한 ‘하드코어(Hardcore)’ 과로 문화가 번지고 있다.AI 모델의 업데이트 주기가 주 단위, 심지어 일 단위로 짧아지면서 어떤 엔지니어는 “주말에 이틀 쉬면 월요일 아침에 세상이 바뀌어 있다”고 얘기한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엔...

    1674호2026.04.10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