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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 칼럼] 인공지능이라는 무기
    인공지능이라는 무기

    인공지능이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외부인은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그건 아마도 여하간의 이유로 인간이 힘들어하는 일일 것이다.인간이 힘들어하는 일로는 우선 육체적인 일이 있다. 터미네이터를 생각나게 하는 중국산 T800 로봇은 무술이 너무 출중해 다들 CG라 의심했다.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직접 대련하다가 얻어맞고 나뒹구는 모습이 오히려 바이럴이 됐다. 이런 로봇이라면 아마 머지않은 시기에 보병 대부분보다 기민하게 전장을 누빌 수 있을 터다. 첩보나 감시처럼 몸을 갈아넣어야 하는 일도 눈과 귀가 달린 보이지 않는 로봇이나 소프트웨어들이 더 잘할 일들이다.그러나 그보다 힘든 건 정신적인 일들이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작업’이다. 전쟁의 시대였던 20세기, 전쟁 문학은 그 과정의 고뇌와 그 괴로움 속에서 피폐해져 가는 인간 군상, 그리고 그 심리적 부담이 초래하는 결과를 그려내 명작이 됐다.실로 참혹한 업무다. 각자가 그리는 ...

    1669호2026.03.06 14:56

  • [IT 칼럼] 멀티모달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제미나이
    멀티모달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제미나이

    초기 대형언어모델(LLM)이 인간의 글을 흉내 내는 데 집중했다면, 멀티모달 AI는 세상을 보고 듣는다. 인간의 뇌가 시각, 청각, 촉각 등의 다양한 감각 정보를 융합해 세상을 입체적으로 인지하듯, 멀티모달 AI는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통합해 추론하는 고도의 지능형 기술이다.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등 AI가 처리하는 개별적인 정보 포맷 하나하나를 기술 용어로 ‘모달리티(Modality)’라고 부른다. 멀티모달 모델, 멀티모달 AI처럼 명사 앞에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보니, ‘멀티모달’이라는 짧은 표현이 업계 전반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AI의 진정한 가치가 인간의 다양한 감각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매끄럽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면, 현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앞서 걷고 있는 모델은 제미나이일 것이다. 제미나이 1세대가 네이티브 멀티모달과 긴 컨텍스트 윈도를 처음 도입했다면, 제미나이 2는 추론과 에이전트 기능의 토대를 쌓았으며, ...

    1668호2026.02.27 13:07

  • [IT 칼럼]봇마당과 자율적 기술 통제의 환상
    봇마당과 자율적 기술 통제의 환상

    몰트북, 봇마당, 머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간이 발언권을 갖지 않는, 오직 AI 에이전트들만이 상호작용하는 커뮤니티 공간. 기계들끼리 떠들고 뒷담화하고 때론 숙의하며 철학적 고민을 나누는 가상 SNS다. ‘인간’들에겐 신기해 보였던 모양인지 수많은 언론이 이 현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으레 그렇듯, 공포감을 부추기는 관점이 주를 이룬다. 통제를 넘어선 기계들만의 ‘놀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자율적 기술이 초래할 암울한 미래를 엮어 붙인다. AI 에이전트가 작성한 편협한 정보의 확산으로 인간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눈에 띈다.AI 에이전트 커뮤니티의 시작은 ‘오픈클로’라는 오픈소스 툴의 등장이었다. 오스트리아의 한 개발자가 공개한 이 코드는 메신저-거대언어모델-하드웨어(메모리 등)를 조화롭게 제어해 자율형 에이전트 개발과 운영을 도와줄 목적으로 작성됐다. 간단한 컴퓨터만 보유하고 있다면 손쉽게 설치해 에이전트를 만들어낼...

    1667호2026.02.20 06:00

  • [IT 칼럼] AI가 SW를 먹는 시대
    AI가 SW를 먹는 시대

    AI 시대. 누군가의 일자리는 조용히 사라지게 하겠지만, 또 누군가의 일자리는 굳건히 지켜준다.미래에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업종이 있다. AI의 효과가 직접적인 분야에서 이미 벌어지는 일을 관찰하면 된다. 현재 AI는 LLM, 즉 언어가 전공이다. 언어란 입력과 출력을 완벽히 디지털화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학습도 쉽고 검증도 편하기에 개선이 쉽다. 번역, 또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이 언어를 다루는 일들이 이에 해당한다.불과 2~3년 전만 해도 산업계는 만성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부족 현상에 시달렸다. 디지털 전환의 기로에서 조직의 혁신 속도를 가늠할 병목이 그들이었기 때문이다.챗GPT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생산성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였다. 하지만 근 1년 사이에 등장한 ‘에이전트형’ 코딩, 그러니까 사양서를 꼼꼼하게 미리 써다 주면 장시간에 걸쳐 시행착오를 스스로 거쳐 가며 묵묵히 코딩해 결과물을 ...

    1666호2026.02.06 14:29

  • [IT 칼럼] 유튜버들은 왜 스냅을 법정에 세우려 하나
    유튜버들은 왜 스냅을 법정에 세우려 하나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의 원고는 구독자 550만명 이상을 보유한 대형 유튜버 h3h3Productions와 몇몇 골프 채널 크리에이터이며, 피고는 스냅챗 운영사인 스냅이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저작권 침해 소송처럼 보이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AI 산업이 애써 감추려 했던 원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유튜버들이 분노한 핵심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스냅이 자신들의 영상을 데이터 세탁 과정과 유사한 방식을 통해 AI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소장에 따르면 스냅은 ‘HD-VILA-100M’이라는 데이터셋을 활용했다. 이 데이터셋은 1억개의 고해상도 비디오-언어 쌍으로 구성된 방대한 자료인데, 중요한 것은 이 데이터셋이 태생적으로 학술 및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었다는 점이다.여기서 빅테크의 교묘한 수법이 등장한다. 원고 측은 스냅이 유튜브의 직접 스크래핑 방지 조치를 피하고자 해당 데이터셋을 중간 ...

    1665호2026.01.30 15:01

  • [IT 칼럼] 애플-구글, 그들의 위험한 ‘독점 연맹’
    애플-구글, 그들의 위험한 ‘독점 연맹’

    2003년 1월, 애플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자사 웹브라우저 ‘사파리’ 출시와 동시에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탑재한 것이다. 야후라는 지배적 검색 사업자가 존재했지만, 애플은 ‘신생 기업’ 구글을 택했다. 이는 당시 업계에서도 파격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애플에 자체 웹 검색 기술이 없었던 건 아니다. 성격은 조금 달랐지만, 로컬과 웹을 넘나들던 ‘셜록(Sherlock)’은 당시로선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며 꽤 유용한 도구로 평가받았다. 여러 PC 내 파일 검색뿐 아니라 웹검색까지 연결돼 사용자 편의성도 높았다. 하지만 애플은 웹 검색 고도화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될 막대한 비용을 직시했다. 결국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위해 검색은 구글에 맡기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이때 보존된 자금과 에너지는 2007년 ‘아이폰’이라는 세기적 발명으로 이어졌다.구글은 애플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2002년 16%에 불과했던 검색 점유율은 애플...

    1664호2026.01.23 14:57

  • [IT 칼럼] 서버는 이제 구름 너머 우주로
    서버는 이제 구름 너머 우주로

    폭증하는 AI 수요는 여러 과제를 낳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풀기 어려운 것이 에너지 문제다. 빅테크들은 소프트웨어가 주종목이라 RE100에 자신만만했지만, AI 시대에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턱도 없음을 깨달았다. 이제 모두 하나같이 심각하게 원전을 고민하고 있다. 실은 답답한 마음에 플랜B까지 준비하고 있는데 그건 저 하늘 너머 우주다.공상과학 같지만, 알고 보면 은근히 그럴듯하다. 우선 전력 걱정이 사라진다. 땅 위에서야 효율이 떨어진다고 알려진 태양광발전이지만, 늘 해를 받는 태양 동기 궤도에 배치되면 24시간 발전한다. 밤도 그림자도 구름도 공기도 없음으로 AI 칩쯤 충분히 돌릴 정도다. 해를 받는 위성 앞면은 불같이 끓어도 뒷면은 영하 200도 이하, 칩의 열은 방열판을 거쳐 뒷면의 차가운 우주로 방출한다. 복사 냉각. 진공과 극저온에서나 가능한 수동 냉각이다.엔비디아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는 무려 기가와트(GW)급, 그러니까 원전 1기 정도의 ...

    1663호2026.01.16 14:57

  • [IT 칼럼] 로봇 혁명의 길목에 선 가죽 재킷 입은 남자
    로봇 혁명의 길목에 선 가죽 재킷 입은 남자

    CES 2026 무대에 오른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곁에는 오리처럼 걸어 다니는 2대의 로봇이 있었다. 그는 로봇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고, 이날 로봇 산업의 ‘챗GPT 모먼트’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엔비디아의 이번 발표는 AI가 생각하는 기계에서 움직이는 기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른바 ‘물리적 AI’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젠슨 황은 실제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행동을 계획하는 물리적 AI 모델의 혁신이 완전히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문을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이 새로운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스마트폰 생태계의 안드로이드처럼 필수적인 기본 플랫폼이 되려 한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로봇 생태계는 꽤 치밀하다. 로봇에게 시각, 추론, 계획 능력을 부여하는 코스모스(Cosmos) 시리즈의 핵심 모델과 도구들을 허깅페이스에 공개했다. 허깅페이스는 AI 모델을 공유·학습·배포하는 플랫폼이다.지금까지 로봇 공학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

    1662호2026.01.09 14:51

  • [IT 칼럼] AGI와 자율적 기술
    AGI와 자율적 기술

    프랑스의 사상가 폴 발레리는 1900년대 초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인간의 정신은 자신이 만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가.” 짐작할 수 있듯 그의 결론은 비관적이었다. 기술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 상실은 불가피하고, 지식은 무력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사실 이런 인식은 새롭지 않다. 산업혁명 이후 제기된 다수의 기술 인식은 ‘노동의 소외’라는 개념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통제 불능성’에 기초하고 있다. 다만 우리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인간은 기술을 설계할 때부터 어쩌면 통제 불능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지 모른다. 여러 예술 작품과 소설에서도 소개되고 있다시피 ‘기술이 완벽하지 않으면 그것은 기술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완벽함과 우아함을 지닐 때 비로소 기술로서 인정을 받았다. 인간보다 느린 자동차는 개발될 필요가 없었고, 인간보다 정확하지 않은 컴퓨터는 탄생할 이유조차 없었다. 인간을 이기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하는 체스...

    1661호2026.01.02 15:11

  • [IT 칼럼] 메모리 가격은 왜 오르는가
    메모리 가격은 왜 오르는가

    1년 전에 10만원 남짓이면 살 수 있던 32GB 메모리가 50만원이 됐다. 메모리는 시가로 움직이는 ‘산업의 쌀’이라지만 너무한 수준이다.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BM과 PC용 DDR, 게임 GPU용 GDDR, 스마트폰용 LPDDR 모두 결국 공정과 세대만 다를 뿐 쌀, 그러니까 같은 공장의 웨이퍼를 잘라 만든다. 수익성 좋은 HBM을 떡이라 치면 그 쫄깃함에 맞는 쌀을 고르는 것처럼 최신 공정 대신 안정적인 이전 공정 웨이퍼를 잘라 넣기도 한다.‘비닝’이라고 하여 수확물 품질 선별도 한다. 상품과 하품을 나누는데, 소매시장의 메모리 유통물량은 하품, 하지만 맛에는 이상 없는 ‘못난이’인 경우가 많다.이처럼 맞는 쌀을 고를 뿐, 결국 수확한 쌀로 밥을 짓느냐 떡을 만드느냐의 차이다. 그런데 이 산업의 쌀을 누가 갑자기 창고째 내놓으라 한다면 동네 맛집도, 급식실도 밥걱정으로 난리가 날 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지금까지 떡이라면 사실상 엔비...

    1660호2025.12.26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