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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 칼럼] 국정자원 화재와 AI 강국 사이의 간극
    국정자원 화재와 AI 강국 사이의 간극

    지난 9월 26일 저녁,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했다. 이후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우편 서비스, 심지어 119 긴급출동 신고 시스템까지 709개의 정부 정보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참사가 예고돼 있었다는 점이다. 2022년 10월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는 한국사회 전체의 일상적 디지털 소통을 127시간 동안 멈춰 세웠다. 배터리 화재, 이중화 시스템의 부재, 느린 복구 속도. 모든 것이 데자뷔였다. 그런데 3년 후, 정부는 똑같은 실수를 더 큰 규모로 반복했다. 사고가 아니라 방치다.2022년 카카오 화재 당시, 한국사회는 분노했다. 민간 기업 하나의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체의 커뮤니케이션과 결제 시스템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화재로 카카오 서버의 85%가 영향을 받았고, 이중화 시스템이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는 사과했고, 향후 5년간 투자 금액을 3배...

    1653호2025.11.07 15:24

  • [IT 칼럼] 지역 소멸과 AI 슬롭
    지역 소멸과 AI 슬롭

    지역이 소멸하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25년 9월 기준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소멸위험지역이 137곳이나 된다. 무려 59.8%다.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 가운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 여럿이다. 여러 정책적 처방에도 백약이 무효다.지역이 소멸하면 지역 언론은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의 정보를 전하고, 지역의 권력을 감시하는 핵심 정보 출처가 존속하기 어려워진다. 아직 지역 언론의 수가 줄어든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 언론 종사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는 자주 등장한다. 지역 언론 수는 제자리지만, 지역 기자 수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양질의 지역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감퇴한다는 얘기다. 더 이상 품질 높은 지역 정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 소멸 위험도가 높은 곳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짙어진다.그 빈자리를 신뢰하기...

    1652호2025.10.31 14:47

  • [IT 칼럼] 카카오톡의 남은 수명은 남은 단톡방의 수
    카카오톡의 남은 수명은 남은 단톡방의 수

    물건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와 질타를 받는다. 물건을 바꾼 책임자는 인터넷 밈이 돼 놀림거리가 된다. 물건의 사양을 바꾸는 건 상인의 재량, 시장엔 널린 게 상품일 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개 조용히 떠난다. 구매 시 약속과 다르다면, 환불을 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상품은 그럴 수 없다. 내가 지불한 건 돈이 아니라 내 개인 정보요, 무엇보다 내가 쓰고 싶지 않다고 쓰지 않을 수도 없다. 설령 시장에서 다른 상품을 고른다고 해도 타인이 동시에 함께 골라 주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매일 쓰고는 있어도 정확히 말하자면 쓰게끔 돼버렸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상품 경제로서는 고약한 상황이다.카카오톡 의존은 ‘네트워크 효과’의 교과서적 사례다. 이용자가 임계점을 넘어가면, 심지어 거의 전 국민이 쓰게 되면 그 엮임에 갇혀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갈아탈 때 드는 시간, 학습, 관계망 재구축 비용이 이용자 수만큼 부풀어 오른다. ...

    1651호2025.10.24 15:07

  • [IT 칼럼] ‘소라 2’가 창조하는 완벽한 허상
    ‘소라 2’가 창조하는 완벽한 허상

    2024년 12월 오픈AI의 동영상 생성형 AI 소라(Sora) 첫 버전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그 잠재력은 인상적이었지만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완전히 넘어서지는 못했다. 물리 법칙을 종종 무시했고, 인물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난 9월 30일 공개된 소라 2는 이전 버전의 한계를 뛰어넘어 놀라운 도약을 이루었다.이제 사용자는 “주인을 향해 달려가는 골든레트리버”와 같은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1920년대 무성 영화 스타일로, 안개 낀 금문교를 배경으로 회한에 찬 표정을 짓는 늙은 탐정의 클로즈업 샷, 카메라는 그의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따라 천천히 줌 아웃한다”와 같은 복잡하고 감성적인 디렉팅까지 가능하다.소라 2의 핵심은 ‘맥락적 일관성’과 ‘물리적 정확성’의 경이로운 향상에 있다. 영상 속 인물은 여러 장면에 걸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표정의 결을 유지하며, 자연스러운 미소, 흩날리는 머리카락 등 실제 촬영한...

    1650호2025.10.17 14:47

  • [IT 칼럼] 다시 죽음 앞에 선 ‘웹’
    다시 죽음 앞에 선 ‘웹’

    ‘웹’이 또다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용의자는 AI다. AI가 웹의 초기 정신을 파괴하고 개방성과 비차별성을 제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웹의 탐색 방식을 뒤흔들며 웹 전반의 트래픽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데이터도 덧붙인다. 1989년 탄생 이후 수많은 부침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생존했던 웹이 또다시 생존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사실 웹의 죽음 선언은 전혀 새롭지 않다.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아이템이다. 2001년 팀 버너스 리의 시맨틱 웹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그리고 2007년 아이폰발 모바일앱 생태계가 커져갈 때 ‘웹은 죽었다’는 얘기들이 유행했다. 2013년 구글이 구글 리더를 포기하고 RSS라는 콘텐츠의 자유로운 공유, 개방 규약이 종언을 고했을 때도 웹의 죽음 논란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의 ‘갇힌 정원’ 시스템도, 블록체인의 성장 한계도 웹의 죽음이라는 서사를 불러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웹은 늘 죽을 운명에 놓여왔다. 언론이 보도를...

    1649호2025.10.10 06:00

  • [IT 칼럼] AI라는 보철…시니어엔 득, 주니어엔 실?
    AI라는 보철…시니어엔 득, 주니어엔 실?

    인공지능(AI)은 젊은이보다 늙어가는 이들에게 득이 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AI의 타격을 가장 빨리, 그리고 많이 받은 직업군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한테서 나오고 있다. 그 어떤 직업보다 작금의 생성형 AI 혁명에 수용적이었던 그들 덕에 우리는 자기 직업이 AI에 침식될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미리 엿볼 수 있다.돌아보면 AI의 문장 생성력, 그중에서도 코드 생성력은 놀랍다. 심지어 비전문가도 AI를 활용해 앱과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쳤다. 하지만 AI는 숙련자에게는 보철이 돼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곤 했으나, 미숙련자에게는 각 개인에게 필요했을 직업 기술의 단련을 저해했다. 의존성도 깊어지니 결국 지적 근 손실로 이어진다.그래서인지 ‘챗GPT 쇼크’ 3년 차인 지금, 초기의 낙관론은 많이 가라앉고 오히려 생산성에 주는 영향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버블론과 함께 이야기되곤 한다.사실 생성형 AI는 거울과 같다. 작성하는 질문,...

    1648호2025.09.26 15:03

  • [IT 칼럼]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지능 격차’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지능 격차’

    한때 생성형 AI는 인류에게 지식과 창의성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유토피아적 도구로 여겨졌다. 평범한 사람도 AI와의 대화를 통해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는 기술 민주화의 정점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우리가 목격하는 현실은 그런 장밋빛 전망과는 사뭇 다르다.생성형 AI는 기존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넘어 더욱 교묘하고 근본적인 새로운 형태의 ‘지능 격차(Intelligence Divide)’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단지 기술에 대한 접근성 차원을 넘어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즉 ‘AI 리터러시(AI Literacy)’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계급의 탄생을 예고한다. 인류는 지금, 기술이 만든 가장 거대한 분기점 위에 서 있다.문제는 AI를 활용해 자신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AI 증강 인간(AI-Augmented Human)’과 그렇지 못한 ‘AI 대체 가능 인력’ 사이의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1647호2025.09.19 14:11

  • [IT 칼럼]‘평등한’ AI 쇼핑 시대 올까
    ‘평등한’ AI 쇼핑 시대 올까

    온라인 쇼핑몰 상품 페이지 앞에서 종종 예상치 못한 가격과 마주하곤 한다. 분명 ‘이 정도 가격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그보다 높은 경우가 허다하다. 가격 외 판매자 신뢰 정보는 부족하고, 합리적 가격대의 다른 상품을 찾아다니긴 번거롭고. 이런 경험은 비단 특정 상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물병원 진료부터 택시 요금, 심지어 매일 접하는 식료품까지, ‘부정적 가격 기대 불일치’는 우리의 소비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특히 구매와 사용 경험이 분리된 온라인 환경으로 옮겨올수록 불일치도는 더욱 커지곤 한다. 온라인에서 상품 정보를 탐색하고 가격을 비교하지만, 결제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을 마주하며 실망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배송을 받아봤더니 품질은 불만족스럽고 반품이 안 되는 경우도 적잖다. 이는 판매자에 대한 신뢰도 하락, 나아가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온라인 쇼핑몰의 ‘부정적 경험’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1646호2025.09.12 14:36

  • [IT 칼럼]스테이블코인이라는 모순어법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모순어법

    모순어법(oxymoron)이란 말이 있다.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말들인데, 스테이블코인이란 말도 그렇다. 코인이라고 하면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게 마련인데, 안정적이라니.암호화폐는 그 이름과 달리 화폐로 도저히 쓸 수 없을 정도의 변동성을 자랑하는데, 이를 억제하기 위해 안전 자산을 담보로 가치를 고정한 것이 스테이블코인이다. 한때 알고리즘으로도 가치 고정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테라-루나 사태로 허언 또는 사기일 뿐이라고 여겨지는 지금, 달러 같은 유력 법정 통화에 ‘페깅(Pegging·고정)’하는 것이 변동성을 억제하는 유일한 길이 됐다.신용카드에 간편 결제까지 ‘페이’가 일상이 된 지금, 스테이블코인의 쓸모는 일반인의 눈엔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제각각의 사정으로 금융기관 경유 없이 해외 송금을 해야 한다거나, 코인 거래의 중간 통화로 쓰기엔 제법 요긴해 보인다. 그러나 적잖이 불안정한 인생과 국가가 아니고서야 이를 실제로 쓸 일은 많지 않아 보였...

    1645호2025.09.05 15:07

  • [IT 칼럼]신뢰 구축 속도가 곧 시장 지배 속도다
    신뢰 구축 속도가 곧 시장 지배 속도다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44개주 검찰총장들이 오픈AI, 구글, 메타, 애플 등 주요 AI 및 소셜미디어 기업에 공동 서한을 보내 AI 챗봇이 아동에게 해를 끼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 서한은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아동 보호와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AI 윤리의 주류화는 최근 세 가지 거대한 흐름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첫째 흐름은 피할 수 없는 규제의 파도다. 무법지대였던 AI 분야에 법과 제도의 고삐가 채워지고 있다. 그 서막을 알린 가장 강력한 신호탄은 단연 유럽연합의 AI 법안(EU AI Act)이다. 이 법안은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따라 분류하고, 고위험군(채용·신용 평가·법 집행 등)에 대해서는 개발부터 배포,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엄격한 의무를 부과한다. 이는 과거처럼 아이디어를 곧바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시장에 던지는 방식의 종언을 고한다. 이제 기업들은 제품 기획 단계부터 법...

    1644호2025.08.29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