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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리뷰]기술 제국 소련이 몰락한 까닭
    기술 제국 소련이 몰락한 까닭

    처형당한 엔지니어의 유령로렌 R. 그레이엄 저·최형섭 역·역사인·1만3800원로렌 R. 그레이엄은 퍼듀대학에서 화학공학으로 학위를 받은 후 잠시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전공을 바꾸었다. 과학기술사, 특히 러시아의 과학기술사가 그의 새로운 전공이었다. 마침 1960년 최초의 미·소(美蘇)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모스크바대학교에서 공부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표트르 팔친스키라는 커다란 ‘비밀’에 가로막히고 만다. “소련의 역사 교과서는 대개 1930년에 러시아 엔지니어 여럿을 기소했던 산업당(Industrial Party) 재판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산업당 당수로 지목된 표트르 팔친스키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나는 1960~1961년에 모스크바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으면서 그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더 알아보려는 시도는 곧 소련식 비밀주의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1249호2017.10.23 15:42

  • [북리뷰]재난 앞에 인간은 뭘 할 수 있나
    재난 앞에 인간은 뭘 할 수 있나

    괴멸안조 다다시 저·이규원 역·책이다·1만4800원일본 관동 지방에 거대한 지진과 분화가 일어나는 재난을 그린 은 1973년에 나온 고마쓰 사쿄의 소설 을 연상시킨다. 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각색되어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고, 2006년에도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진과 화산,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일상인 일본에서 재난물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각별하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내일이라도 실현될 수 있는 현실적인 위기로서 인식된다. 그렇기에 재난을 신으로 섬기기도 했고, 파괴의 신으로서 고질라도 존재할 수 있었다.도쿄 앞바다에 지하 맨틀층의 지열을 이용하는 ‘바벨 시스템’ 지열발전소가 세워지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저장소가 지하에 만들어지는 가까운 미래. 관동지역에서 강력한 지진과 분화 현상이 잇따른다. 관동지역 지하에 거대한 마그마방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지진학자 우지쓰구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지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우지쓰구...

    1248호2017.10.16 18:23

  • [북리뷰]직시해야 할 동서독 ‘갈등의 골’
    직시해야 할 동서독 ‘갈등의 골’

    독일 통일 25년 후이기식 저·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1만4000원9월 24일 치러진 독일 총선의 결과는 예상대로 충격적이었다. 예상대로 메르켈 총리는 4선 연임에 성공했지만,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2.6%를 득표하며 기독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뒤를 이어 3위에 등극한 것이다. 나치의 패망 이후 최초로 극우 정당이 연방의회 의석을 전체 709석 중 무려 94석이나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알리는 한국 언론 중 상당수가 거론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독일대안당의 세력권이 구동독과 포개진다는 것 말이다. 특히 작센 주에서는 독일대안당이 기민련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득표율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독 출신 메르켈의 든든한 텃밭이었던 그곳이 극우세력의 토양이 되고 만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구권이 해체되던 시절로 돌아가보자. “필자는 유학생 신분으로서 독일의 통일과정을 현장...

    1247호2017.10.10 15:19

  • [북리뷰]실망하지 말고 다시 해보세요
    실망하지 말고 다시 해보세요

    다시, 연습이다글렌 커츠 저·이경아 역·뮤진트리·1만5000원한 문장도 쓰지 못하는 날이 열흘이 넘었다. 이럴 땐 일종의 글쓰기 연습으로 이 책 저 책 부지런히 읽는다. 읽기로 쓰기를 자극하고 글 쓰는 법을 익히려는 것인데 모든 책이 소용이 되진 않는다. 아무것도 안 쓰는 게 낫지 싶은 책이 있는가 하면, 아예 쓸 엄두조차 못 내게 기를 죽이는 책도 있다. 하지만 같은 책을 만나면 연습에 불이 붙는다. ‘연습’을 주제로 350쪽 넘게 글을 풀어가는 필력과 거기 담긴 깊고 풍부하고 가슴 아린 이야기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들이 이어진다.저자 글렌 커츠는 전문 연주자를 꿈꾸며 15년을 매일같이 연습했던 전직 음악가다. 연습에 이골이 났을 법하다. 한데 그가 말하는 연습은 ‘지루하고 고되지만 성취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란 통념을 넘어선다. 그는 연습이란 “당신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고, “당신이 이상으로 여기는 것, 즉 당신이 열망하는 장엄함을 향해...

    1246호2017.09.25 16:20

  • [북리뷰]대북 경제제재에 있어 참고할 점
    대북 경제제재에 있어 참고할 점

    평화의 경제적 결과존 메이너드 케인스 저 정명진 역 부글·1만5000원그 영국 재무부 관료는 1차 세계대전의 뒷수습을 위한 파리 평화회의가 자기 뜻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음을 직감했다. 전범국들이 끝도 없는 가난의 수렁으로 빨려들어가는 가운데, 전승국들은 원초적인 복수심에 사로잡혀 경제학자인 그가 볼 때 턱도 없는 배상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한 미국마저도 그 복수의 굿판을 방관하고 있는 상황. 그는 공직을 내려놓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명저 는 그렇게 태어난 책이다. 머리말에서 케인스는 스스로를 3인칭으로 두고 이 상황을 기술한다. “그는 평화조약의 조건을 적은 초안을 수정할 수 있는 희망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평화조약에 반대하는, 아니 유럽의 경제적 문제에 대한 파리 평화회의의 전반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근거들이 이 책의 여러 장을 통해 설명될 것이다.”(9쪽)...

    1245호2017.09.18 17:10

  • [북리뷰]거대도시의 잔인한 풍경
    거대도시의 잔인한 풍경

    LA 레퀴엠로버트 크레이스 저·윤철희 역 오픈하우스·1만5000원LA의 사립탐정 엘비스 콜입니다라고 말하면 누구나 물어볼 것이다. 본명인가요? 게다가 늘 하와이안 셔츠 차림이라면 더더욱 믿음이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엘비스 콜은 화려해 보이지만 어두운 내면을 가진, LA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탐정이다. 언제나 농담에 우스꽝스러운 차림이지만 유능한 탐정이고 사려 깊다. 그리고 아침마다 태극권과 명상으로 자신을 다스린다. 파트너인 조 파이크는 동료 살해범으로 불리는 전직 경찰이고, 콜이 열 마디를 하면 예, 아니오로 한 번 정도 답하는 과묵한 탐정이다. 전혀 성격이 달라 보이지만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잘 알지는 못해도 받아들이고, 함께 간다. 그게 동료이고 친구다.인기 경찰드라마 의 각본을 썼던 로버트 크레이스는 어두우면서도 활기찬 범죄소설을 쓰는 작가다. 경쾌하게 읽히지만 로버트 크레이스의 세계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 데이빗 린치의 ...

    1244호2017.09.11 15:33

  • [북리뷰]석유가 만들어낸 20세기 역사
    석유가 만들어낸 20세기 역사

    황금의 샘 1, 2다니엘 예긴 저·김태유 허은녕 역·라의눈 각권 2만4800원1911년 여름, 윈스턴 처칠은 해군장관에 임명되었다. 영국은 하루가 다르게 군사력, 특히 해군력을 키워가는 빌헬름 황제의 독일에 대응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처칠은 선택을 해야 했다. 해군 함정의 연료를 계속 석탄으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석유로 전환할 것인가?“그 시절, 영국 군함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석탄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석유로의 전환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웨일즈산 석탄 대신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페르시아산 석유에 의존해야 되기 때문이다. 처칠은 “해군 함정의 연료를 석유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풍랑이 심한 바다에 무기를 맡겨놓는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연료를 석유로 바꾸면 함정의 속력을 높이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 이점이 크다는 점은 명확했다. 결국 처칠은 함정의 연...

    1243호2017.09.04 15:37

  • [북리뷰]가장 어려운 치료는 ‘대화’이다
    가장 어려운 치료는 ‘대화’이다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꼭 해야 하는 이야기들안젤로 볼란데스 저·박재영, 고주미 역 청년의사·1만5000원지난해 제정된 ‘연명의료 결정법’의 첫 단계로 8월 4일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확대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호스피스가 시작된 건 1965년, 영국의 시슬리 손더스가 현대적 호스피스의 출발로 꼽히는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를 설립한 것이 1967년이니 퍽 이른 시작이다. 한데 이후 영국 등 여러 나라들이 호스피스를 의료체계에 도입해 완화의료를 발전시켜온 것과 달리, 한국은 생명 연장과 첨단 의료기술에 중점을 둔 의료가 주를 이루었고, 환자의 고통과 권리는 간과되어 왔다.다행히 이제라도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환자를 중심에 둔 완화의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호스피스의 대상을 넓히고 병동과 인력을 늘리는 양적 조치로는 부족하며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 환자보다 질병에 초점을 맞춘 의료, 의사 중심의 권위...

    1242호2017.08.28 15:51

  • [북리뷰]낯설지만 배워야 할 역사
    낯설지만 배워야 할 역사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신상목 저·뿌리와이파리·1만5000원‘조선은 임진왜란 때 망했어야 마땅한 나라다.’ 조선의 패망과 일본에 의한 국권 침탈 등을 논할 때 많은 이들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이 ‘망할 만한 나라’였다면, 그 조선을 식민지로 만드는 데 성공한 일본은 ‘성공할 만한 나라’라고 불려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과연 한국 사회는 일본이 오랜 전란 끝에 통일되었던 그 시기, 즉 에도시대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공직을 박차고 나와 우동집 ‘기리야마 본진’을 차린 것으로 유명한 전직 외교관 신상목의 책 의 화두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근대화 성공에 기여한 ‘축적의 시간’이자 ‘가교의 시기’로서의 에도시대에 주목한다. 에도시대에 어떻게 근대화의 맹아가 태동하고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 주제이다.”(17쪽)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무리한 전쟁을 일으킨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을...

    1241호2017.08.21 15:03

  • [북리뷰]보통사람들의 우연한 범죄들
    보통사람들의 우연한 범죄들

    희망장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북스피어·1만5800원은 에 이어 탐정이 된 스기무라 사부로가 나오는 네 번째 책이다. 이전 작들에서 스기무라는 회사원이었다. 재벌가의 딸과 결혼하여 권력을 쥘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너무나 안온하게 살아가는 남자. 미야베 미유키는 미스터리 세계에서 희귀한 존재인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생활은 안정되어 있어 안락하고 행복한 사람’을 탐정으로 내세우고 싶었다고 한다. 다만 그에게는 사건을 끌어들이는 운명이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개입하다 보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오지랖이 넓어서가 아니라 속이 후련해지지 않아 파고들어가다가, 진실을 만난다.운명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우리 일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평범하고 행복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택했지만, 마침내 그는 추락한다. 그가 만나는 일상들은, 또한 그가 존재하는 일상도 결코 안정되거나 튼튼하지 않았다. 의 책 뒤표지에 쓰인 말처럼 ‘사건은 작지만 고...

    1240호2017.08.14 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