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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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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만난 사람]유유히 흐르는 한반도의 강, 압록강에서
    유유히 흐르는 한반도의 강, 압록강에서

    압록강은 우리 민족 근원의 강이자, 시간의 강이며, 역사의 강이었다.하지만 압록강은 역사의 부침을 겪으면서 시련의 강, 통한의 강이 되고 만다.압록강(鴨綠江). 그 강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저 너머를 떠올릴 수 없었고, 그 경계의 강가에 다다랐을 때에는 저 너머가 믿어지지 않았다. 이제 저 강 너머는 세상에서 가장 빈곤한 풍경이 되어 있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위정자들의 허울뿐인 신념 따위가 삶의 기갈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강의 경계 너머로 마주하는 북녘의 산하는 권태롭고 무기력하다.(新唐書) ‘고구려전’에 “물빛이 오리 머리의 색과 같아 압록수라 불린다”는 압록강의 유래가 나온다. 강은 길이만 해도 803㎞, 유역면적은 6만3160㎢로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이다. 발 아래로 오래 전 한반도 역사의 한 줄기였던 압록강이 유유히 흐른다.압록강은 우리 민족 근원의 강이자, 시간의 강이며, 역사의 강이었다.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최고봉인 병사봉 부근에서 발원한 이...

    1086호2014.07.21 17:37

  • [길에서 만난 사람]옛 신라의 터, 삼국통일의 발자취
    옛 신라의 터, 삼국통일의 발자취

    신라는 법흥왕과 선덕여왕을 거치면서 삼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김춘추와 김유신 등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들이 등장하자 신라는 비로소 통일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신라가 이룬 통일 대지의 시공간은 광막하여 그 권역의 넓이와 가장자리를 짐작하지 못한다. 동양 최대의 9층 목탑이 서 있던 너른 들판에는 잡풀만이 무성하고, 허망한 역사의 흔적만이 남아 후세의 늦은 걸음을 꾸짖는다. 지나간 역사 위에 짐작할 수 없는 시공의 공백이 존재한다. 어느 눈 맑은 선지자가 긴 지팡이를 들어 새로운 백년의 길을 찾아줄 것인가? 돌아간 옛 왕의 무덤가를 돌아 빈 들판에서 새 천년의 길을 묻는다.신라의 길목에서 만난 노동의 가치광막한 대지 위에 신명 넘치던 통일 대국의 흔적을 찾아 걷는다. 길은 시간의 축적으로 메마른 들판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족적을 남긴다. 앞선 이의 발자취는 역사가 되어 그 길을 따르는 후세에게 길라잡이가 되는 것 역시 마땅한 이치다. 무성한 잡풀에...

    1084호2014.07.07 18:08

  • [길에서 만난 사람]담양의 청량하고 싱그런 여름
    담양의 청량하고 싱그런 여름

    담양에서 순창으로 넘어가는 24번 국도가 바로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이 숲길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잘 알려진 곳이다.새벽 물안개가 산을 넘어 들녘의 아침을 깨운다. 이 땅의 아침을 깨우는 것은 저기 굽이치는 영산강의 물줄기이다. 담양군 용면에서 발원한 물길은 광주, 나주, 영암을 지나 목포의 서해바다로 빠져나가기까지 350리를 남으로 남으로 흐른다. 그 생명의 물줄기를 따라 산을 넘고 나무숲을 지나 강을 따라 걷는 길놀음이다.영산강 줄기인 담양천을 따라 조성된 수목길에서 첫걸음을 내디딘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관방제림이 그 첫출발이다. 천연기념물 366호로 지정된 이 숲길은 길이 1.5㎞의 강둑길로 거대한 고목들이 청량한 기운을 내뿜는 길이다. 수령 350년이 넘은 거목들이 담양천 제방둑을 지키고 선 모습은 믿음직스럽고 당당하다. 관방제림은 영산강의 최상류에 위치한 담양천의 물길을 다스리기 위해 조선 인조 28년 때 제방을 축조하고 철종 5년...

    1082호2014.06.24 11:12

  • [길에서 만난 사람]올곧지만 따스한 선비의 숨결, 안동 농암종택
    올곧지만 따스한 선비의 숨결, 안동 농암종택

    농암종택은 마음과 정신이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공간이다. 고요한 마음과 맑은 기운으로 정신이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우리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다.‘고향인 농암에 올라보니 낯익은 풍경이라. 눈이 어두운데도 오히려 더 잘 보이는구나. 인간 세상이 변한다고 자연이야 변하겠는가. 바위 앞에 펼쳐진 자연들이 마치 어제 본 것처럼 반갑구나.’이현보가 말년에 지은 를 보면 농암종택이 그려진다. 변하지 않는 농암의 자연, 그 품속에 자리잡고 있는 게 농암종택 아니던가. 맑은 새벽, 분강촌으로 가는 가송 골짜기로 오른다.물안개 걷히니 담백한 수묵의 풍경아침 물안개가 자욱하게 고택을 덮는다. 밝은 햇귀가 오르는 분강촌의 빛깔은 동양화 한 폭처럼 신비스러우며 점잖다. 젊은 선비의 도포자락 같은 푸르스름한 물안개를 한 자락 걷어내니, 담백한 수묵의 풍경에 금세 천연한 아침 빛이 돋는다. 발 아래로 흐르는 반짝이는 빛은 바로 낙동강의 물길이다. 눈부신 빛 가운데 선 두루미가 마치...

    1080호2014.06.10 16:44

  • [길에서 만난 사람]이야기 굽이 죽령 옛길을 따라
    이야기 굽이 죽령 옛길을 따라

    죽령 옛길은 소백산역 또는 죽령 고갯마루를 출발점으로 잡는다. 수철리 마을 입구부터 죽령 옛길의 이정표가 친절하게 이어진다.초여름 신록이 물드는 산하는 생명으로 넘친다. 오래된 옛길을 따라 숲으로 들면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깨우는 느낌이다. 신라 사람 ‘죽죽’이 처음 길을 열었다는 죽령 옛길. 180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푸른 초록으로 물든 죽령고개를 다시 오른다. 길은 생명처럼 다시 이어진다.태초에 길은 없었다. 누군가 처음 길을 열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그 길을 따라 삶과 역사도 이어졌으리라. 대체적으로 그 길이 언제 누구에 의해 처음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죽령 옛길은 처음 길을 연 사람의 이름과 시기가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이제 다시 한동안 잊혀졌던 그 길을 걷는다.‘망령(妄靈)나기보다 들고나기 힘든 거이 죽령 아닌게베.’ 타박타박 사람 발자국이 나고, 우마차가 돌돌돌 길을 내고, 자동차가 줄줄이 다니면서도 죽령은 언제나 굽이굽...

    1078호2014.05.26 17:53

  • [길에서 만난 사람]양산 통도사, 번뇌 씻어내는 19암자 순례
    양산 통도사, 번뇌 씻어내는 19암자 순례

    통도사가 신성의 존재로 양산을 빛나게 한다면, 영축산 산내에 뻗어 있는 19개의 암자순례길은 수행자의 영역으로 그 빛을 더한다.산길이 끝나는 곳에 암자가 있는 까닭을 이제사 짐작할까? 삼보일배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가슴에 스며드는 때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선명하게 마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 걸음마다 엎드림으로 이기심과 탐욕, 노여움과 어리석음을 떨쳐낼 수 있을까? 산문으로 드는 길, 늙은 노송의 굽어진 그림자가 유난히 길게 드리워진다.삼보일배의 마음으로 엎드려산문으로 들어 순례자의 마음으로 산길을 따라 오른다. 이 땅의 어디든 성스러운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성지를 찾아가고 싶었다. 그곳이 산이건 바다건, 그 어디에서건 속죄하고 기도할 수만 있다면, 그 땅에 엎드려 통곡으로 속죄하고 싶었다. 갈피를 잃어버린 삶의 끝자락에서 산문으로 들어 길을 찾는 셈이다. 본래 삼보일배(三步一拜)는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여 나쁜 업을 뉘우치고,...

    1076호2014.05.12 16:07

  • [길에서 만난 사람]지역, 인종, 국경을 초월한 ‘노란 리본의 염원’
    지역, 인종, 국경을 초월한 ‘노란 리본의 염원’

    처음 온라인으로 시작된 ‘노란 리본 캠페인’이 확산되며 이제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노란 리본의 물결을 이루어 가고 있다.삶과 죽음의 경계에 오직 간절한 기도가 있다. 팽목항 부두에서는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의 가족들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10여일이 지나면서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 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지난 4월 16일 인천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5일 오전 9시 공식 집계에 따르면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4명 구조, 181명 사망, 121명이 실종된 상태다.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10여일이 지났다. 초기 대응이 늦어지고 실종자 수색이 난항을 겪으면서 하루하루 희생자들이 늘어가고 있다.기도와 염원, 희망의 노란 리본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 있는 모든...

    1074호2014.04.28 17:58

  • [길에서 만난 사람]이야기 따라 대구로의 역사문화기행
    이야기 따라 대구로의 역사문화기행

    ‘왕건 길’은 왕건과 견훤이 팔공산에서 벌인 동수전투의 설화에 근거해 길을 따라 조성된 역사문화생태길이다. 모두 8개의 테마로 이어진 코스는 총 35km의 길로 울창한 숲과 농로로 이어져 있다.팔공산은 대구를 대표하는 산이다. 팔공산에는 그만큼 많은 이야기와 역사문화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팔공산에 새로이 역사문화생태길로 조성된 왕건 길을 따라 불로동 고분군을 둘러보고, 옛 전통마을의 모습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옻골마을에서 옛 선현들의 삶을 통해 제대로 살아갈 지혜를 물을 셈이다.팔공산 자락에 숨겨진 이야기길높이 1198m의 팔공산을 중심으로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산줄기는 이른바 팔공산맥이라 불린다. 이 산맥의 형세가 빙 둘러 대구의 분지 형태를 이룬다. 팔공산은 제1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봉(東峰)과 서봉(西峰)이 날개를 펼쳐 비상하는 형국이다. 이 팔공산은 대구 사람들이 가장 자랑으로 여기는 믿음직한 산으로, 1980년 경상북도 도립공...

    1072호2014.04.14 18:08

  • [길에서 만난 사람]꽃 피는 남녘, 매화향 그윽한 순천으로
    꽃 피는 남녘, 매화향 그윽한 순천으로

    한반도 남쪽부터 북상을 시작하는 꽃들은 3월 중순을 전후하여 꽃잔치를 시작한다. 순천 월등면 개월리를 찾으니 온 마을에 매화꽃향이 그윽하다.스멀스멀 봄의 기운이 대지와 들판으로 차오른다. 한반도 남쪽 꽃들은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이 릴레이로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동백,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벚꽃, 개나리, 진달래까지 봄꽃들이 색색의 무리로 피어 남쪽에서 북상을 시작한다. 그 꽃무리가 동서로 색띠를 이루고 다시 물결처럼 파동 치는 향기로 상춘객들을 불러 모은다. 남녘땅 순천. 봄 꽃피는 옛 고향마을만 같은 순천의 동리마다 꽃들이 한창이다.단비 내리는 봄날, 순천행 우중기행시골 장바닥 늙은 어미의 빈 소쿠리에 씀바귀며 냉이 향이 가득 담기면 비로소 봄이다. 여수 동백섬이 홍백으로 물들고, 섬진강 매화가 팝콘처럼 톡톡 터지면 꽃들의 경주가 시작된다. 한반도 남쪽부터 북상을 시작하는 꽃들은 3월 중순을 전후하여 4월과 5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아이들 봄철 운동...

    1070호2014.03.31 18:18

  • [길에서 만난 사람]한양의 좌청룡 낙산에서 서울을 바라보다
    한양의 좌청룡 낙산에서 서울을 바라보다

    낙산은 서울 남산, 인왕산, 북악산과 함께 서울을 둘러싼 능선을 형성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낙산의 능선을 따라 성곽이 만들어졌다.서울 도심을 빙 둘러 감싸고 있는 한양도성의 성곽길이 모두 한 둘레로 이어졌다. 동숭동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에는 모처럼 따스한 봄볕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광장 한편에 자리잡은 야외무대에서 마임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를 보는 이들은 즐거움이 가득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지켜보던 이들은 광장을 빠져나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골목길을 줄지어 오른다. 한양도성의 등줄기인 낙산(駱山)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의 뒷산이 바로 낙산이다. 대학로의 작은 골목길은 여러 갈래이나 어디로든 산을 바라보고 오르면 낙산이다. 젊은 연인들, 주말을 맞아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 외국인 관광객들의 무리가 골목골목에 설치된 조형물, 작은 카페를 기웃거리며 걸음을 멈추거나 길을 오른다. 동대문에 인접한 낙산...

    1068호2014.03.18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