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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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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만난 사람]삼세 판 장이 열리는 전주 남문시장
    삼세 판 장이 열리는 전주 남문시장

    한 판. 두 판. 세 판. 전주남부시장에서는 하루 삼세 판 장이 열린다. 남부시장은 중앙동 -풍남동 - 전동에 걸쳐 있는 전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새벽 4시 어슴푸레 여명이 트기도 전에 눈비빔을 하는 천변 번개장. 또 동이 터서 해질 무렵까지 온종일 시장을 여는 남부시장 본장. 그리고 전통 재래시장의 문전성시를 꿈꾸며 청년들이 열어가는 야시장, 청년문화장터. 삼세 판 장이 열리는 남부시장에서 장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희망을 묻는다.댓바람 같은 천변 새벽장전주천변 남부시장 맞은편. 전주, 완주, 김제, 익산, 군산, 멀리 진안에서까지 달려온 부지런한 장꾼들이 부나비처럼 모여들기 시작한다. 새벽 댓바람에 흔들리는 백열전구의 빛들 사이로 장꾼들이 판을 열기 시작하는 시간은 새벽 4시. 동이 트려면 두어 시간 남짓 남았지만, 새벽장사에 이력이 난 장꾼들의 판놀음은 일사불란하고 날렵하다. “군산 해망동 어판시장에서 새벽 2시에 물건을 받아가지고 오는데, 물건 깔면 얼...

    949호2011.11.01 16:52

  • [길에서 만난 사람]바람의 언덕에서 띄우는 희망연가
    바람의 언덕에서 띄우는 희망연가

    내내 그리운 건 언제나 바람이다. 그래 종일 바람이 한 자락도 불지 않는 가을날이면 지루하고 권태롭기만 하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바람에 온전히 몸을 맡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저 언덕에 바람이 분다. 팔랑팔랑 바람개비 돌아가고 바람의 언덕에 가을 하늘 높이곰 희망의 연이 떠올랐다.모진 바람이 불던 그 언덕에바람 부는 날이면 으레 그 언덕에 오르고 싶다. 그 땅의 바람은 모질고도 지독했고 바람 잦을 날이 없던 땅이기도 했다. 북녘땅을 마주한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다. 천둥소리만 같던 새벽의 폭음이 지축을 울리던 곳도 바로 저 언덕 너머였다. 남북분단의 그 폭풍만 같던 모진 바람은 60여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오래도록 아물지 못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저 너머에 그리움을 두고 온 이들은 해마다 언덕에 올라 통곡으로 사무친 울음을 참아내고, 내내 짝사랑만 같은 고백을 되뇌며 살아왔더랬다...

    948호2011.10.26 10:52

  • [길에서 만난 사람]서울 고궁, 가을의 밤
    서울 고궁, 가을의 밤

    짙어가는 가을밤, 서울 도심이 유난히 화사하게 빛난다. 빌딩의 숲에 고고히 숨어 있던 우리의 고궁들이 화사하고 아름다운 고유의 색을 뽐내며 가을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문화재청이 지난해와 올 봄에 이어 세 번째로 고궁을 일반에게 야간 개방했다. 세종로를 따라 조선 600년의 정궁이었던 경복궁으로 화려한 빛을 따라 걷는다.서울에는 5대 궁궐이 있다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의 모습에 반하는 것은 현대적 역동성과 전통의 어우러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의 한복판을 대표하는 사대문 안의 빌딩 숲속에 조선 600년의 왕궁이었던 5대궁이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다. 특히 경복궁과 덕수궁은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아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의 명소. 또 세계유산에 등재된 창덕궁을 비롯해 창경궁, 경희궁, 경원궁 역시 매력적인 명소로 손꼽는다.광화문 네거리에서부터 세종로를 따라 경복궁까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야간 개장 소식을 듣...

    947호2011.10.18 17:08

  • 외국며느리들 ‘한국의 멋’에 흠뻑

    푸른 하늘 아래 앞뜰은 이미 황금빛으로 물들고, 돌담 너머 감나무에도 붉은 단감이 매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완연한 가을. 우리네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경주 양동마을에 가을색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넘친다.윗마을 아랫마을 노랑 병아리 같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리고, 수학여행을 나온 학생들이 골목골목을 가득 메운다. 양동마을은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오늘은 먼 이국땅에서 이웃 울진으로 시집을 온 새색시와 며느리들이 가을나들이를 나섰다.삶이 그대로 배어있는 우리 옛마을경주의 양동마을(慶州 良洞)은 우리 옛 마을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다. 특히 전통이나 풍속이란 거창한 말로 포장할 것도 없이 그저 있는 살림살이 그대로, 현재까지도 주민들이 대부분 거주하며 살고 있다.해설사 심명희씨(47·경주 신라문화원)는 “저는 고향이 합천인데, 경주가 고향인 사람들은 참 복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선...

    946호2011.10.11 16:08

  • [길에서 만난 사람]빛바랜 흑백풍경의 추억
    빛바랜 흑백풍경의 추억

    해마다 축제가 열리는 때면 조용한 읍내가 사람으로 벅적대고 골목 골목이 주차장 꼴이 되지만, 멋쟁이 사진사 이씨 할아버지는 그때야말로 정말 신바람이 절로 난다. 흑백의 기억처럼 여전히 추억 속에 그대로 남아 평생을 살아온 멋쟁이 사진사 이씨 할아버지를 풍경 안에서 만났다.흑백의 기억으로 남은 사진사사진이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돌배기 잔치라도 하면 으레 읍내 사진관에서 기념사진을 한방 박아야 했고, 처녀 총각 혼사 치르고 신혼여행지에 도착하면 가는 곳곳마다 베레모 삐딱하게 비껴 쓴 잘 생긴 사진사들이 농을 걸 듯 ‘오늘 지대로 (사진)함 박을라요?’라며 신혼부부들 꽁무니를 줄창 쫓아다녔다.그러다 여행에서 돌아와 그 시간을 까마득히 잊어버릴 때쯤이면, 단칸 신혼집에 곱게 싸인 소포 뭉치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 봉투 안에는 다름 아닌 신랑 각시가 수줍게 웃고 있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백년가약(百年佳約)이란 멋드러진 글귀가 새겨진 그 사진은 한 가...

    945호2011.10.05 11:10

  • [길에서 만난 사람]햇살과 바람, 소금꽃의 고장
    햇살과 바람, 소금꽃의 고장

    영광은 햇빛과 바람, 그리고 짭쪼롬한 소금기가 배어 있는 땅이다. 갯벌을 바라보고 돌아앉은 갯마을 새악시의 붉은 댕기가 칠산도 앞바다의 붉은 노을과 잘도 어울린다. 이 땅에는 기다림의 애환이 여전하고 삶에 부대끼며 살아온 이들의 땀과 눈물이 진하게 배어 있다. 월령대 위로 달이 차오르니 법성포 다랑가지(多浪佳地)에 파도가 일렁인다. 밤새 바람이 잦아들면 다시 붉은 햇발에 소금꽃이 피어나겠지. 소금꽃 피고 지는 천일염의 고장, 영광으로의 길이다. 법성포의 짭쪼롬한 옛이야기비릿한 갯내음을 따라 법성포로 길을 잡는다. 영광의 역사에서 굴비를 빼놓을 수 없고, 법성포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굴비(屈非)는 한자 그대로 ‘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고려 인종 때 왕위를 찬탈하려고 반란을 일으킨 이자겸이 이곳으로 유배를 온 후, 조기를 먹어보고 그 맛이 좋아 임금에게 진상하기로 합니다. 허나 혹시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염려하여, 뜻을 굽히지 않...

    944호2011.09.27 15:52

  • [길에서 만난 사람]13시간의 항해, 느리게 가는 제주
    13시간의 항해, 느리게 가는 제주

    모두가 빠른 길을 선택하는 시대다. 꽉 막힌 도로에서 벗어나 가장 멀리, 가장 오랫동안 돌아가는 길을 택해 제주로 향한다. 제주까지 무려 13시간의 항해. 평택항에서 출발한 여객선은 가을 한낮의 땡볕이 사그라질 무렵, 뱃고동을 울리고 천천히 미끄러지듯 바다로 흘러든다. 항해 시간만 무려 왕복 26시간. 제주까지 가장 느리게 가는 여행길, 마치 꿈처럼 아득하기만 하다.바쁜 일상 벗어나 ‘새로운 여행의 시작’지난 3월부터 평택-제주간을 오가는 카페리호급 여객선(세창코델리아호, 대표전화 1577-4287) 노선이 정비되어 출항 7개월째에 접어 들었다. 봄철 행락객과 여름 바캉스 시즌까지 만선을 이룬 배는 이제 잠시 휴식 같은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출항 시간이 임박하자 승객들이 하나 둘 배에 올라선다. 가장 먼저 대형 화물차가 승선을 마치고 커다란 짐보따리를 든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왁자지껄하게 배에 오른다. 그리고 그리 급할 게 없는 여행객들은 커다란 배의 위용...

    943호2011.09.20 16:54

  • [길에서 만난 사람]보름달 차오른 고향의 풍성한 인심
    보름달 차오른 고향의 풍성한 인심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스토리텔러’ 이강씨의 ‘길에서 만난 사람’ 연재가 시작된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전해주는 웃음과 눈물어린 사연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의 멋을 전해 줄 예정이다. 그의 여행기는 사람들과 작고 소소한 풍경에 말을 거는 ‘스토리텔링’에 근거하기 때문에, 그는 스스로를 ‘콘텐츠 스토리텔러’라고 부른다. .추석 명절이다. 이내 고향집에 다니러 갈 채비로 마음이 분주해진다. 지난한 비의 계절에 고향집은 무탈했을까? 고향마을 어른들은 시름 많은 여름을 보냈다고들 했다. 긴 장마 끝에 물기를 머금은 초가 지붕이 혹여 내려앉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또 조상을 모신 선산에 별고는 없나하는 근심에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하늘의 순리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별로 손 쓸 여력도 없이 계절이 바뀌고 ‘한가위’가 다가왔다. 마을 어른들은 이제야 제 빛깔을 내는 가을볕으로 저 들판에 황금물결 일렁이고 풍년가가 드높아지길 소원할...

    942호2011.09.07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