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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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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에서 만난 사람]국경없는 마을, 그 경계를 넘어
    국경없는 마을, 그 경계를 넘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은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린다.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내려 평일 인적이 드문 지하도를 건너 ‘국경 없는 마을’의 경계를 넘어선다.새해 초에 어디로 길을 잡을까 고민하던 차에 떠오른 곳이 바로 안산시 원곡동이다. 원곡동을 찾아가고자 했던 속내는 무엇일까. 어쩌면 새해 벽두의 조간신문에서 몇몇 대기업들이 지난해 연말 보너스로 ‘지들만의 돈잔치’를 했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연말연시를 내내 잔업에 매달려 밤샘작업을 하던 친구의 푸석푸석한 얼굴을 보고 나서였을지도. 그리고 문득 한국인이 기피하는 생산현장에서 밤을 새우며 새해를 맞이했을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고단한 얼굴이 불현듯 떠올랐다. 새해 첫날, 그들은 누군가 내미는 따스한 떡국 한 그릇으로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기는 했을까? 조금은 쓸쓸했을 그들을 찾아가 안부를 묻고 새해의 소망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동하여 선뜻 ‘국경 없는 마을’을 찾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

    959호2012.01.10 16:12

  • [길에서 만난 사람]서울 남산서 임진년 해맞이
    서울 남산서 임진년 해맞이

    2012년 임진년은 흑룡의 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설렘으로 두 손을 모아 소원의 자리를 찾고 있다. 그 중 새해 첫날 전국의 일출 명소를 모두 제치고 서울 남산의 팔각정 일출이 단연 으뜸이라며 많은 이들이 찾아나섰다. 대한민국의 기운은 어떠할까? 아무쪼록 상승의 기운으로 그 어디에서건 ‘대한민국 만세’의 삼창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 기운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퍼지길 간절히 기원한다.서울 남산 팔각정에 올라다사다난했던 2011년의 여파 때문인지 올 한해에 거는 기대와 우려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꿈틀거리는 여의주를 문 흑룡의 기운을 받으러 해를 쫓아 일출의 명소를 찾아 산을 오르고, 동해바다 저편 수평선 위로 솟구치듯 떠오르는 붉은 해를 기다린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이런 저런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닌 것도 이런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다.서울의 대표적인 일출 명소 중 한 곳인 남산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은 올...

    958호2012.01.04 09:54

  • [길에서 만난 사람]본래 순하디 순한 땅, 순천
    본래 순하디 순한 땅, 순천

    삶은 그 터의 기운을 받는다고 했다. 그래 순천 사람들은 때 묻지 않고 순박한 인상이 푸근하고 천연스럽다. 욕심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살림살이 그대로, 자연이 준 그대로의 소박한 심사로 그저 그렇게 천연스럽게 살아온 것이다. 그 덕택인지 순천의 땅은 손을 많이 타지 않았다. 우리 땅 어디 어디의 강을 막고 큰 둑을 쌓고, 굴뚝이 높은 공장을 세울 때에도 순천 사람들은 일 없다는 듯이 있는 그대로에 만족하며 살아왔다.영 순한 하늘 아래 터에, 그렇게 천연스러운 사람들이 순박한 심사로 욕심 없이 살아가는 땅이 바로 순천(順天)이다. 순천역 앞 아랫장에서 만난 순천 토박이 김씨 할배는 순천의 한자풀이를 ‘하늘의 거스름 없이 순하게 살아간다’는 순리의 의미로 풀이한다. “딴 디는 지명에 내 천(川)자를 쓰잖어. 우리 순천은 하늘 천(天)자를 쓰제. 늘 하늘 아래 편하게 살라는 뜻이여. 그래서 사람들이 순하고 편하게 살제. 영 억지 쓰면서 살아봤자 허당잉게 맹 순리대로 살라...

    957호2011.12.27 17:37

  • [길에서 만난 사람]석탄의 추억 태백, 새 희망찾기
    석탄의 추억 태백, 새 희망찾기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겨울만 되면 태백이 떠올랐다. 그리고 태백을 떠올리면 내내 그리운 건 언제나 아버지였다. 유난히 칼바람이 부는 겨울밤이면 아버지는 찐빵을 식구 수대로 사서 외투 안쪽에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눈이 내린 강원도 태백의 상장마을은 광부 아버지들의 마을이다. 눈이 내리던 날. 태백에서 오래도록 그리워하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았다.태백은 본래 솟구치고 뻗는 자리다. 태백의 산이 남성적인 기백이 넘치는 아버지의 기운을 가졌다면, 태백의 물줄기는 생명을 잉태하고 대지를 감싸안고 흐르는 어머니의 한없는 베풂으로 남으로 남으로 흘러 온 국토를 적신다. 백두대간과 한강, 낙동강이 모두 태백에서 솟구쳐 아래로 아래로 그 기운을 뻗쳐나가는 것이다.솟구치는 기운이 넘치는 땅, 태백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1567m의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추로 남쪽으로 남쪽으로 그 힘찬 기운을 뻗어내린다. 본래 태백은 이름처럼 크게 밝다는 의미. 하늘에 제사를 지...

    956호2011.12.20 15:51

  • [길에서 만난 사람]돌고 도는 세상, 돌뱅이들의 시대유감
    돌고 도는 세상, 돌뱅이들의 시대유감

    근근이 명맥만 이어가던 5일장이 요즘 때아닌 호황이다. 한동안 한산하던 골목길 어귀마다 장꾼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찌 할까 어찌 할까 이 시대의 유감을. 잔뜩 먹구름이 낀 하늘이 마치 이즈음의 세상살이마냥 섭섭하기가 짝이 없다. 중산층 서민들이 살아가는 수도권 신도시의 일산역 근방에는 아직도 100년 전통의 5일장이 선다. 돌고도는 세상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신(新)장돌뱅이들. 그들의 봇짐에 담긴 시대의 근심과 희망을 들어본다.어이쿠 하니, 돌뱅이 돌뱅이 장꾼 신세고양 일산장은 성남 모란장과 함께 수도권 신도시에 남아 있는 대표적 5일장 중 하나로 3일, 8일에 장이 선다. 경의선 국철 일산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역사를 빠져나오니 벌써 구일산역(등록문화재 제294호) 앞 작은 광장에서부터 장터 분위기가 왁자지껄하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뿡짝뿡짝 장단이 그러하고, 검은 ‘봉다리’ 하나씩을 뒤춤에 든 노인들의 걸음걸이가 얼씨구 절씨구 가볍다....

    955호2011.12.13 18:09

  • [길에서 만난 사람]풍랑이 일렁이는 바람의 바다
    풍랑이 일렁이는 바람의 바다

    원자력발전소란 이름으로 기억되는 곳. 워낙에 교통편이 좋지 않아 해남의 땅끝마을보다 더 멀게만 느껴지는 그 먼 땅. 등 뒤로 양손을 아무리 맞잡으려 해도 두 손끝이 닿지 않을 만큼 ‘가려운 땅’이 바로 울진이다. 하지만 머나먼 그 땅에 오래도록 비밀스럽게 감춰진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동해에 잠겨있는 왕돌짬태백산맥이 뻗어내린 줄기를 경계로 긴 동해안이 누워 있고, 그 긴 줄기의 중간에 자리한 땅이 바로 울진이다. 남한에서는 가장 고도가 높은 산간지대로 경상북도의 북부, 강원도 남부, 충청북도 동부의 경계지대에 위치한다. 그리하여 울진은 산맥의 줄기를 따라 수백년을 산 금강송이 깊은 숲을 이루고, 동쪽으로는 바람 부는 동해바다와 맞닿아 있다.그 울진의 첫 번째 숨겨진 이야기는 후포 앞바다에 잠겨 있다. 울진대게로 관광객을 끄는 후포항 앞바다에 마을주민들이 ‘왕돌짬’이라 부르는 전설의 섬이 있는 것이다. 후포면 후포등대를 기점으로 80도 방향 약 24㎞ ...

    954호2011.12.06 17:02

  • [길에서 만난 사람]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두물머리
    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두물머리

    두물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운길산 수종사(水鐘寺)에 오른다. 새벽 물안개가 산을 내려와 밤새 얼어붙은 두물머리의 아침을 깨운다. 이 땅의 아침을 깨우는 것은 저기 굽이치는 두 줄기의 물줄기다. 천릿길을 달려온 두 물줄기가 한데 어우러져 비로소 하나의 소리가 되어 새벽을 깨운다. 어울렁 더울렁 둘이 하나 되는 새벽의 소리가 들려온다. 마음을 열어둘 일이다.한강 물길 굽어보는 운길산 수종사청평 방향 45번 국도에서 벗어나 운길산 방향으로 1시간 남짓 걸어 오르면 수종사가 살포시 숨겨진 모습을 드러낸다.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종사는 세속에 찌든 심신을 달래기에 더할나위 없는 절집이다. 절로 오르는 입구부터 수종사까지는 1.1㎞. 일주문을 지나 완만한 흙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절벽 위에 앉아 있는 새벽 사찰의 고요함이 운치가 있다. 한강 제1경인 두물머리를 조망할 수 있는 수종사는 사진애호가들이 제일 손꼽는 출사포인트. 일교차가 심한 요즘이면 잔...

    953호2011.11.29 18:18

  • [길에서 만난 사람]때 묻지 않은 풍광, 고즈넉한 여유
    때 묻지 않은 풍광, 고즈넉한 여유

    경북 북동부에 자리하고 있는 경북 영양은 태백산맥의 남쪽단에 위치해 있다. 면적(815.1㎢)이 서울의 1.3배에 이르지만 인구는 고작 1만8500여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릴 만큼 고요하며 고독하다. 첩첩의 산자락에 둘러싸여 고독한 땅의 품성이 오랜 세월 속에 묻히고, 그 땅의 삶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때 묻지 않은 흙과 바람, 하늘, 맑은 강의 기운이 이제 그 땅을 북돋운다.첩첩이 산을 두르고 오롯이영양으로 드는 길목. 제일 먼저 객을 맞이하는 것은 점잖은 선비처럼 오롯이 서 있는 선바위다. 청송 진보면 쪽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영양군으로 들어서 입암면에 다다르면 절벽과 강을 사이에 두고 거대한 촛대를 세워놓은 것 같은 선바위가 나타난다.선바위는 석벽과 절벽을 끼고 흐르는 두 물줄기가 합류하여 큰 강을 이루는 남이포의 정점으로 산의 기운과 강의 기운이 합일되는 곳에 흔들림 없이 서 있다. 석양이 질 무렵, 선바위에 올라서면...

    952호2011.11.22 16:29

  • [길에서 만난 사람]서울 홍제동 개미마을 찾은 젊은 청년들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 찾은 젊은 청년들

    하루 품을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개미집처럼 다닥다닥 뒤엉켜 사는 동네거니 해서 개미마을. 평생을 개미처럼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해서 개미마을이라 불리던 동네. ‘개미처럼 부지런히 살았으니, 잘 살아야 되는 것이 아닌가?’ 가파른 언덕배기를 오르며 드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노랑 은행잎이 처마 밑에 뒹굴고, 붉은 단풍이 낡은 창가에 어리는 바람 부는 가을날. 이 시대의 마지막 달동네, 그 서러운 기억을 찾아간다.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내려 천천히 가파른 언덕배기를 따라 오른다. 개미마을은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 중 한 곳이다. 행정구역상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3동 산 8번지에서 91번지까지를 일컫는다. 마을버스는 홍제역에서 출발하여 종점인 인왕산 등산로 입구까지 오르내리는데, 하늘과 맞닿은 동네는 모든 게 하늘의 끝자락에 닿아 있다. 가을색이 짙어진 인왕산 자락 아래 마치 판이 끝난 화투장을 펼쳐놓은 듯 네 집 내 집 없이 지붕...

    951호2011.11.15 16:50

  • [길에서 만난 사람]토종와인과 국악의 어울림
    토종와인과 국악의 어울림

    낙엽이 후두둑 후두둑 다 떨어지기 전에, 계절이 다 저물기 전에 열차에 오른다. 가을을 타는 것이 그리 흉이 될 것도 아니어서, 잠시 콧노래 흥얼거리며 지난 시절의 가을을 추억하며 낭만열차에 올라선다. 알록달록 단풍처럼 곱디곱게 멋 부리고, 옛 시절 꽃띠 여고생처럼 떠들썩한 아주머니들을 따라 기차를 타고 낭만 가득한 가을로 떠난다.낭만 싣고 가을 풍경 속으로오전 9시쯤 서울역. 나들이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종종걸음으로 플랫폼으로 달린다. 열차는 맛과 멋의 고장인 충북 영동까지 달리는 테마열차다. 지역을 대표하는 대표적 특산물이 된 와인과 우리 국악의 가락을 기본 테마로 하여, 만추의 가을단풍까지 한 꾸러미로 묶은 열차다.서로의 손을 꼭 잡은 연인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친구와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까지 모두 열차에 오르자 드디어 기차가 출발한다. 서울역을 떠난 기차는 이내 도심을 뒤로 하고 짙어진 가을의 풍경 속으로 달린다. ‘삶은 계란에 사이다’를 넣고 소...

    950호2011.11.08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