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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내시경]매번 흥미진진한 ‘맨 오브 라 만차’
    매번 흥미진진한 ‘맨 오브 라 만차’

    관객들도 그런 것처럼, 배우가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 특히 뮤지컬 무대에 서는 남자배우라면 늘 손에 꼽는 작품이 있다. 바로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 만차’다. 상반된 두 가지 캐릭터를 모두 소화해내야 하는 어려움이 오히려 배우가 가진 역량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제대로 된 한 방을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의 성격이 은근한 도전의식을 불러낸다.최근 ‘맨 오브 라 만차’가 앙코르 무대를 꾸미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진지한 주제와 연극적인 구성, 묵직한 교훈이 있는 이 작품은 온갖 자극적인 볼거리와 퍼포먼스가 넘쳐나는 대중문화 시장에서 오히려 각광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문화산업에서는 ‘대세’ 못지않게 ‘참신한 발상의 전환’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흥행 공식이 다시 한 번 증명된 것이다.배우들이...

    1279호2018.05.28 14:01

  • [문화내시경]어른들 허를 찌르는
    어른들 허를 찌르는 <바람직한 청소년>

    이오진 작, 문삼화 연출의 <바람직한 청소년>에는 통상적인 의미의 ‘바람직한’ 청소년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전교 1등의 모범생으로 선생님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레는 학교 측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동성애자이고, 이레와 함께 반성문을 쓰게 된 현신은 가정문제로 말썽만 피우고 다니는 문제학생이다. 또한, 이레의 짝꿍인 지훈은 엄격한 아버지 아래 기가 죽어 사는 친구이고, 이레와 지훈을 강제로 커밍아웃하게 만든 봉수 역시 평소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다. 이처럼 제목이 주는 이미지에 정면으로 맞서 관객과 극중 어른들의 허를 찌르는 것이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의 첫인상이다.얼핏 보면 이 작품은 한 인문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일상과 고민을 그리는 청춘물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앞뒤로 꽉 막혀 있는 직장과 폭력적인 상하관계, 기존의 가치관을 억지로 주입하는 기성세대 등 우리...

    1278호2018.05.21 16:07

  • [문화내시경]숨겨진 여성의 노동  ‘히든 워커스’
    숨겨진 여성의 노동 ‘히든 워커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 2017년 <여성신문>의 ‘가사노동 불평등 보고서’를 보면, 전업주부 연봉은 3745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법원이 전업주부의 교통사고 피해보상금을 계산할 때 일용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인 ‘일용노임(10만2628원)’을 기준 삼고 있는 것을 토대로 계산한 수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주부의 일은 여전히 노동으로 인정 받지 못한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공식 통계조차 없어 현재 통계청이 이를 연구 중이다.지금보다 반세기 앞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예술’의 영역으로 가져와 비판한 예술가가 있다. 미국 예술가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79)다. 그는 1969년 “이 사회는 ‘메인터넌스(유지) 직업=최저임금’ ‘가사노동=무보수’라는 등식으로 하찮은 지위를 부여한다&r...

    1277호2018.05.14 13:52

  • [문화내시경]풋풋했던 20년 전 가요계 풍경
    풋풋했던 20년 전 가요계 풍경

    역사는 반복된다. 요즘 가요계를 보면 이 명제가 떠오른다. 아이돌 그룹의 득세가 공고한 가운데 10명 이상의 멤버를 둔 대규모 그룹이 잇따라 출현하는 경향이 20년 전과 똑 닮았다. 비속어와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힙합 신의 모습 또한 그 무렵과 비슷하다. 작금의 윤곽은 1998년을 돌아보게 만든다.1997년 에스이에스(S.E.S.)가 데뷔한 데 이어 1998년에는 핑클이 나와 두 걸그룹의 경쟁 구도가 연출됐다. 에스이에스는 ‘오 마이 러브’(Oh, My Love)로, 핑클은 ‘블루 레인’(Blue Rain)과 ‘루비(淚悲): 슬픈 눈물’로 많은 남성을 사로잡았다. 에이치오티(H.O.T.)와 젝스키스가 10대 소녀들의 열띤 지지를 받아 히트를 거듭하는 중에 신화의 데뷔로 아이돌 시장은 한층 팽창하게 됐다.아이돌 그룹이 늘어나면서 각 팀의 구성원들이 증가하는 추세도 나타났다. 젝스키스를 비롯해 보이 밴...

    1276호2018.05.08 10:18

  • [문화내시경]젊음의 행진, 1980~90년대 향수 ‘추억의 행진’
    젊음의 행진, 1980~90년대 향수 ‘추억의 행진’

    왕경태는 오영심에게 일편단심이다. 배금택 원작의 만화 <영심이>다. TV 만화로도 만들어져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리고 지금은 뮤지컬로 환생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창작 뮤지컬 <젊음의 행진>이다.제목부터 귀에 익숙하다. 바로 KBS에서 만들어져 장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누렸던 예능물이다. 진행자였던 송승환·최수종·하희라 등은 골목길 문방구에서 미소 띤 얼굴의 책받침으로 불티나게 팔렸고, 대학가요제 출신의 ‘대학생’ 가수들이 나와 노래와 꽁트를 선보여 사랑 받았다. ‘짝꿍들’도 빼놓을 수 없다. 가수 뒤에서 춤추고 노래했던 그들은 훗날 소방차가 됐고, 전인화나 황신혜 같은 걸출한 스타로 자랐다.뮤지컬은 그 시절을 재연한다. 80~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가요들을 총망라해 이야기를 꾸몄다. 단순한 옛것의 재연만을 떠올린다면 착각이다. 노래는 추억의 K팝이지만, 요즘 감각에 맞게 ...

    1275호2018.04.30 14:32

  • [문화내시경]시니컬한 중년이 되어버린 ‘동교’
    시니컬한 중년이 되어버린 ‘동교’

    장우재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동교’란 이름의 인물을 자주 등장시킨다. <여기가 집이다>에서 고시원을 진짜 ‘집’으로 만들겠다며 엉뚱한 제안을 하는 고등학생의 이름도 동교였고, <햇빛샤워>에서 연탄 나눔을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하숙집 아들의 이름도 동교였다.두 작품의 동교는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현실적이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꿈을 꾸는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분명 서로 이어져 있었다. 장우재 작가 역시 <햇빛샤워> 공연 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근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 친구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기존의 가치체계에 질문을 던지는 미성숙한 청년들에게 ‘동교’라는 이름을 붙여 꾸준히 등장시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4월22일까지 공연된 장우재 작, 김광보 연출의 <옥상 밭 고추는 왜>에서도 역시 동교가 등장한다....

    1274호2018.04.23 14:37

  • [문화내시경]한국 최초 여성 추상화가 ‘마담 리’
    한국 최초 여성 추상화가 ‘마담 리’

    ‘마담 리’로 불린 여성 화가가 있었다. 195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이성자 화백(1918~2009)을 만난 한국 남성 작가들은 그를 화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여성’이라 받은 차별과 무시였다. 한국 최초 여성 추상화가인 그가 한국이 아닌, 프랑스 미술계에 먼저 이름을 알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이 화백은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등 대립적인 요소를 조화시킨 작품으로 한국 추상회화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7월 29일까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이성자: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전시는 작가의 행적과 작품세계를 담는다.그의 작품은 굴곡진 삶에서 움텄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 후 결혼했고, 아들 셋을 낳았다. 평탄한 가정생활을 하는 듯했지만 남편의 외도는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1950년 이혼 후 자녀와도 생이별한 그가 선택한 건 프...

    1273호2018.04.16 14:44

  • 짧지만 강한 인상 남긴 듀스 25주년

    역동성과 신선함을 겸비한 춤부터 듀스는 남달랐다. 당시 활동했던 여느 댄서 출신 가수들처럼 이들의 무대 역시 무척 현란했다. 그러나 군무만 지속하지 않고 멤버 개인이 따로따로 춤을 추는 파트를 마련해 자유로운 분위기도 내보였다. 덕분에 시청자들로서는 마치 미국 흑인들의 거리를 브라운관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들 만했다. 독특한 의상도 음악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좋았다. 3개의 동그라미를 방사형으로 나열한 자신들의 로고를 옷에 새겨 개성을 확보했다. 그룹의 장기는 볼거리에 그치지 않았다.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을 전담한 이현도는 데뷔 앨범에 뉴 잭 스윙(‘나를 돌아봐’), 컨템포러리 R&B(‘알고 있었어’), 팝 랩(‘매일 항상 언제나’), 힙 하우스(‘세상 속에서 그댄’) 등 흑인음악의 다양한 장르를 구비해 놓음으로써 감상의 재미도 충족했다. 노래들은 스타일리시했을 뿐만 아니라 구성도 알찼...

    1272호2018.04.09 16:49

  • [문화내시경]음악적 재미 살린 뮤지컬  ‘존 도우’
    음악적 재미 살린 뮤지컬 ‘존 도우’

    1930년대 미국. 경기침체와 대량실직이 사회를 휩쓴다. 대공황이다. 인건비 절감정책으로 신문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여기자 앤 미첼은 홧김에 세상에 대한 분노로 공개투신을 선언하는 가짜 인물 존 도우의 편지를 지면에 다룬다.그런데 일이 커졌다. 이름 없는 보통시민 ‘존 도우’의 분노에 열광하는 시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제 꼼짝없이 가짜 존 도우를 만들어내야 한다. 뮤지컬 ‘존 도우’의 줄거리다.모티브가 된 것은 1941년작 흑백영화 ‘존 도우 만나기(Meet John Doe)’다. 거장 프랑크 로버트 카프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 주연으로 나왔던 게리 쿠퍼와 바바라 스태닉의 강렬한 연기 탓에 우리말로는 ‘게리 쿠퍼의 재회’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사실 원제목에서 사용된 존 도우라는 이름은 불특정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우리로 치자면 ‘철수&r...

    1271호2018.04.02 15:17

  • [문화내시경]제목이 지닌 두 가지 역설
    제목이 지닌 두 가지 역설

    연극의 제목은 작품의 정보를 가장 먼저 전달하고 관객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장치이지만, 때로는 일차적인 정보를 넘어 작품의 심층적인 의미와 주제를 암시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피터 셰퍼 작, 이지나 연출의 연극 <아마데우스> 역시 단순해 보이는 제목 안에 의미심장한 주제를 담고 있다. 작가 피터 셰퍼는 두 가지 역설적인 의미를 집어넣었다.<아마데우스>라는 제목이 지닌 첫 번째 역설적 의미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살리에리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모차르트의 이름을 제목에 내세웠다는 데 있다. 젊은 시절,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남다른 재능을 지녔던 살리에리는 차근차근 성실하게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가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를 만나면서 평생 동안 시기와 질투, 열등감과 좌절감에 시달리게 된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죽음을 앞둔 살리에리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삶과 처절한 복수에 대해 고백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1270호2018.03.26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