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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내시경]창문너머 어렴풋이
    창문너머 어렴풋이

    <맘마미아!>의 흥행 이후 수많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등장하고 있다. 동전을 넣으면 왕년의 인기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상자인 주크박스처럼 무대가 흘러간 옛 추억의 대중음악들을 극적인 얼개에 맞춰 재연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뮤지컬을 즐기는 공연 관객뿐 아니라 원래 그 음악을 좋아했던 팬들도 즐긴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이자 배경이다.우리나라 대중들의 추억이 얽힌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 작품이 최근 대학로에서 막을 올렸다. <창문너머 어렴풋이>라는 제목만 봐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밴드 산울림의 노래들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아니 벌써’ ‘너의 의미’ ‘개구쟁이’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무대에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고 노...

    1299호2018.10.22 14:14

  • [문화내시경]1930년대 경성의 하루
    1930년대 경성의 하루

    구보는 소설가 박태원의 호다. 그의 대표작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그는 서울 토박이로 경성제일고보를 졸업하고 도쿄에서 유학한 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던 당시의 경성 풍경과 도시인의 내면을 독특한 문장과 실험적 형식으로 담아낸 모더니스트 작가다. 그의 대표작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신출내기 소설가 구보가 청계천변 집을 나서 시내를 돌아다니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기법과 이 땅을 살아가는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이 작품은 근대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된다.성기웅 작, 연출의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 사람들>은 바로 이 구보 박태원의 시선으로 1930년대 경성의 일상적 풍경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이는 연극이다.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창단 12주년을 맞이해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07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됐다. 특히 이 작품은 성기웅이 지난 10...

    1298호2018.10.15 14:17

  • [문화내시경]한국 실험미술 대표작가 이강소
    한국 실험미술 대표작가 이강소

    미술관 한가운데 묶인 닭, 1970년대 선술집, 줄에 엮인 굴비…. 이 모든 게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지금도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40여년 전, 세계 미술계에 던진 예술가가 있다. 한국 실험미술 대표작가 이강소(75)다.이 작가는 오리·사슴·집 등 알아보기 쉽고 색 또한 편안한 ‘쉬운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하지만 이에 앞서 1970년대 실험적인 미술로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1975년 파리 비엔날레에서 전시관에 닭을 풀어놓고 그 흔적을 선보인 작품은 당시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40년 전 선구적인 질문을 던진 작가의 작품이 다시 한국에서 선을 보인다. 오는 10월 14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이강소 개인전 <소멸>이다.<소멸>은 1973년 작가의 첫 개인전에 소개됐던 작품명이기도 하다. 작가는 1973년 주점의 모든 탁자와 의자를 구...

    1297호2018.10.08 14:47

  • [문화내시경]서울올림픽 30년, 주제가에 얽힌 사연
    서울올림픽 30년, 주제가에 얽힌 사연

    올해로 1988 서울 올림픽이 3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가 처음 개최한 올림픽이었기에 그 의의나 그 시절 풍경을 되새기는 움직임이 각계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올림픽 비화를 엮은 단행본을 발간했으며, 서울역사박물관, 소마미술관은 올림픽과 관련한 전시를 진행 중이다. 9월 16일 KBS는 서울 올림픽의 명과 암을 진솔하게 조명한 특집 다큐멘터리 <88/18>을 방영했다. 올림픽이 다시 찾아온 듯하다.올림픽은 스포츠 축제로 그치지 않았다. 공식 주제가와 개막을 앞두고 열기를 지핀 노래들 덕에 일반 대중도 일상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올림픽은 대중음악에도 재미있는 흔적을 남겼다. 1980년대를 경험한 팝송 애호가들은 독일 댄스 그룹 징기스칸에서 활동한 헝가리 뮤지션 레슬리 만도키와 헝가리 댄스 그룹 뉴턴 패밀리의 에바 선이 부른 ‘코리아’(Korea)를 들어 봤을 것이다. 둘은 1986년 열린 제8회 <서울...

    1296호2018.10.01 14:15

  • [문화내시경]뮤지컬 버전
    뮤지컬 버전 <바넘 위대한 쇼맨>

    쇼 비즈니스에서 어느 정도의 과장이 허용될까? 뮤지컬을 통해 이 재미난 논쟁을 보여주는 작품이 막을 올려 화제다. <바넘 위대한 쇼맨>이다.공연이 시작되면 그곳은 19세기 중반의 미국, ‘서커스’와 ‘쇼’가 인생의 전부인 사나이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이 등장한다. 그는 스스로 떳떳한 사기꾼이라 부르는데,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적당한 속임수는 필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난쟁이인 톰 썸을 섭외해 나폴레옹을 연상시키는 제복을 입혀 장군이라 부르는가 하면, 스웨덴 출신의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를 나이팅게일이라 포장해 큰 돈벌이를 이뤄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커리어의 절정에서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가족을 위해 남은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후 정치인이 되며 꿈을 좇기도 하지만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결국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곳, 쇼 비즈니스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매혹적인 모순으로 가득했던 ...

    1295호2018.09.17 14:22

  • [문화내시경]한국 첫 무대 오른
    한국 첫 무대 오른 <생쥐와 인간>

    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생쥐와 인간>의 원제는 <Of Mice and Men>으로, 굳이 직역하자면 ‘생쥐와 인간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작가 스타인벡이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의 시 <생쥐에게>의 한 구절 ‘The best laid schemes of mice and men go often awry’에서 따온 문장이다. 우리말로는 ‘생쥐와 인간이 아무리 정교하게 계획을 세워도 그 계획은 자주 빗나가기 일쑤다’로 번역되어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생쥐’와 ‘인간’으로 대표되는 서로 다른 두 존재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들이 꿈꾸는 계획과 그 결과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실제로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작지만 절실한 꿈을 가지고 있다. 조지는 작은 농장을 사서 레니와 함께 운...

    1294호2018.09.10 15:22

  • [문화내시경]‘침묵의 화가’ 윤형근 회고전
    ‘침묵의 화가’ 윤형근 회고전

    역사는 때론 한 개인에게 가혹한 발자취를 남긴다. ‘단색화 거목’ 윤형근(1928~2007)도 한국 근현대사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못했다. 1928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참혹했던 역사적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다.1947년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안’ 반대 시위에 참가해 제적당한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학창시절 시위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보도연맹’에 끌려가 학살당할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다.전쟁이 끝나고도 시대는 그의 편이 아니었다. 전쟁 중 피란을 가지 않고 서울에 남았다는 이유로 1956년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간 복역해야 했다. 다시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윤형근은 청주여고 교사가 됐지만, 4·19 이후 이승만 정권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가 부당한 발령을 받고 사직한다. 이후 숙명여고에서 미술교사로 일했지만 중앙정보부장의 지원...

    1293호2018.09.03 14:29

  • [문화내시경]세련된 단아함 지닌 장필순
    세련된 단아함 지닌 장필순

    젊은 세대에게 중견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은 낯선 인물이다. 음반은 비교적 꾸준히 발표하고 있지만 아이돌이 아니라서 10대·20대들의 레이더에 포착되는 일이 거의 없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작년에 방송된 JTBC <효리네 민박>에서 짤막하게 얼굴을 비친 것이 네댓 해 만에 처음 이뤄진 브라운관 나들이였다.중년 세대는 그녀를 잘 안다. 특히 주류 가요의 엇비슷함에 권태감을 느껴서 조금 다른 모습을 갈구하는 진취적인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팝, 서구풍 발라드, 재즈 퓨전, 포크 등을 두루 오가는 그녀의 음악은 매번 세련된 단아함을 나타냈다. 과하지 않은 고급스러움 덕에 계속해서 지지자를 늘려 갔다.늘 새로움을 모색하는 습성도 매력이었다. 그녀는 포크 가수로 인식되는 편이지만 1997년 출시돼 지금까지도 많이 애청되는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가 실린 5집에서는 모던 록을 주메뉴로 소화했고,...

    1292호2018.08.27 14:48

  • [문화내시경]초연 대박, 웃는 창작 뮤지컬
    초연 대박, 웃는 창작 뮤지컬

    초연되는 창작 뮤지컬이 한 달여 만에 10만 관객을 넘었다. 영화로 치면 삽시간에 수백만 관객을 돌파한 것과 같은 흥행이다. 뮤지컬이 영화보다 오래 공연되며 대중들을 만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지지 않을 수 없다. <웃는 남자>가 쓰고 있는 신기록이다.뮤지컬의 원작은 빅토르 위고가 1869년 발표한 소설이다. 영화광이라면 2012년 제라르 드 파르듀가 출연했던 프랑스 영화를 떠올릴 수도 있다.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의 탄생’이라는 조금은 엉뚱한 홍보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일부러 얼굴을 칼로 찢어 항상 웃는 모습을 만들었다는 극중 캐릭터로부터 모티브를 따왔다는 의미다. 사실 이야기의 배경이 된 17세기 유럽에서는 귀족들이 노예들의 얼굴을 망측하게 만들어 유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그 웃음에 담긴 비틀린 사회에 대한 조롱과 심지어 그런 시절을 살아내야 했던 민초들의 페이소스는 그...

    1291호2018.08.20 14:37

  • [문화내시경]여전히 떠돈다. 괴벨스 망령
    여전히 떠돈다. 괴벨스 망령

    <괴벨스 극장>은 독일 나치스 정권 시절, 선전 장관을 지내며 히틀러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삶을 그린 연극이다. 어릴 적 골수염에 걸려 평생 한쪽 다리를 절며 살아야 했고, 그 때문에 학교에서나 군대에서나 무시당했던 그가 교묘한 선전·선동을 통해 나치스의 주요 인물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매우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히틀러가 자살한 다음날, 총리관저에서 아내 및 자식들과 함께 자살한 괴벨스의 최후는 그 자체로 이야깃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괴벨스 자체가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인물이라 그의 삶의 궤적만 따라가도 재미있지만, 이 작품이 보다 의미를 갖는 지점은 실존 인물의 삶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절대권력이 어떻게 사람들을 선동하고 길들이는지, 또한 이를 위해 그들이 어떻게 검열 시스템을 사용하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어린 시절, 괴벨스의 선생님은 “국가는 우리의 절...

    1290호2018.08.13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