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신간 탐색
  • 전체 기사 470
  • [신간 탐색]고통의 과정 속 예기치 않은 희망
    고통의 과정 속 예기치 않은 희망

    사회학적 파상력김홍중 지음·문학동네·2만2000원현실을 바꾸는 일의 첫 단계는 현실에 없는 것을 상상하는 일이었다.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하지만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고 했고,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는 68혁명의 구호였다. 하지만 21세기 수많은 사람들이 상상보다 더 끔찍한 현실을 목도한다.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 3·11 동일본 대지진, 세월호 참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류가 상상과 낙관으로 이뤄낸 성취와 제도들이 한순간에 기능불능 상태에 빠져 무너져내리는 것을 본다.파상력(破像力). 무너져내리는 참혹한 현실을 직시하려는 힘이다. 사회학자인 김홍중 서울대 교수는 재난의 시대에 필요한 능력으로 상상력 대신 파상력을 제안한다. 상상력은 미래를 약속하는 힘이지만, 파상력은 어떤 미래도 약속하지 못한다. 예언하지도, 계몽하지도, 훈계하지도 못한다. 사회를 특정 관점에서 디자인, 통치, 조직하려 하지...

    1203호2016.11.22 10:57

  • [신간 탐색]‘진실’ 추적 과정에 대해 묻다
    ‘진실’ 추적 과정에 대해 묻다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오철우 지음·동아시아·2만5000원2010년 3월 26일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 해상에서 해군의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해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한 참사가 발생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한 다국적 민·군 합동조사단이 구성됐다. 5월 20일 합조단은 ‘1번 어뢰’를 비롯해 여러 증거를 제시하며 ‘북한 어뢰의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그러나 합조단의 발표는 시민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검증과정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왔다. 신문사 과학전문기자인 저자는 왜 대규모의 전문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과학적 조사’ 활동을 거쳐 제시된 합조단의 결과물이 폭넓은 신뢰를 받지 못했는지를 물으면서 출발한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다루기보다는 합조단의 조사과정에서 ‘증거’가 ‘과학적 사실’의 지위를 얻어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어떻게 증거에 대한 논쟁이 불거졌는지를 살핀다. 일종의 ‘블랙박스’처럼 합조단 조사 결...

    1202호2016.11.15 10:28

  • [신간 탐색]잘 살고 있는 군산의 청춘들
    잘 살고 있는 군산의 청춘들

    우리, 독립청춘배지영 지음·북노마드·1만6800원지은이 배지영은 글쓰기를 좋아했다. 초창기인 2001년 11월부터 그는 ‘시민기자’의 자격으로 10년 넘게 꾸준히 기사를 썼다. 여행기, 영화평, 서평, 일상 이야기 등 분야도 다양했다. 쉼없이 이어지던 지은이의 기사가 갑자기 끊겼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나서부터다. 참사 이후 한 글자도 쓰지 못하던 지은이에게 알고 지내던 언니가 찾아왔다. 군산여고 2학년 담임선생님이 너무 예쁘고, 학생들도 다 예쁘다며 지은이에게 심은정 교사의 전화번호를 건넸다. 지은이는 ‘예쁜 선생님’, ‘예쁜 학생들’이라는 말에 이끌리듯 심 교사와 만났다. 2014년 스승의날에 오랜만에 배씨의 기사가 올라왔다. 심 교사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지각했다고 뺨 맞은 학생, 지금 이렇게 됐다’는 2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지은이는 군산에서 삶을 살아가는 청년을 다룬 릴레이 인터뷰 기사를 썼다.2년간 쌓인 43명의 ...

    1201호2016.11.09 09:16

  • [신간 탐색]현대인이 기본으로 하는 일들
    현대인이 기본으로 하는 일들

    그림자 노동의 역습크레이그 램버트 지음·이현주 옮김 민음사·1만6000원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편리해졌다지만, 바쁜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생활은 점점 더 분주해져 간다.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현대인이 바쁜 이유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그림자 노동’을 지목한다. 오스트리아 사회사상가 이반 일리치가 주창한 ‘그림자 노동’ 개념에 착안했다. 보수는 없지만 현대인들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들이 ‘그림자 노동’이다.기술이 발달하면서 노동의 양은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늘었다. 정보 혁명과 자동화의 틈새에서 많은 일이 교묘하게 개인과 소비자에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직접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검색하고 비교하고 예약한다. 과거에는 여행사 직원이 해주었던 일이다.기업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FAQ(자주 묻는 질문들) 목록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직원에게 답을 구하지 않는다. 웹사이트를 검색해 ...

    1200호2016.11.01 14:29

  • [신간 탐색]통근은 우리 삶의 긍정적 부분
    통근은 우리 삶의 긍정적 부분

    출퇴근의 역사이언 게이틀리 지음·박중서 옮김 책세상·1만9800원직장인의 하루를 전쟁에 비유한다면 첫 전장은 버스나 지하철이다. 이른 아침 지하철에서 잠을 청하고 화장을 하는 직장인들은 ‘출근시간 사수’라는 첫 번째 전투를 잘 치르기 위해 애쓰는 전략가들일 것이다. ‘대체 먹고사는 것이 뭔지’라는 푸념으로 가득 차 있을 전략가들과 그들이 바꾼 세상을 다룬 책이 나왔다.출퇴근은 1830년대 영국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시기 출퇴근이라는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대다수 통근자들은 열차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객실에서 음식을 먹으며 불안을 해소했으며, 역에서 파는 샌드위치가 맛없다고 투덜거렸다. 사람들은 ‘정확한 시간’이라는 관념을 갖게 됐고, 점심을 사 먹는 문화가 생겨났다. 도시구조와 생활패턴만 바꾼 게 아니다. 20세기 초 스위스 베른의 특허국 사무원으로 출퇴근하던 한 물리학도는 지루한 통근시간 ‘전차가 시계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란 상상을 했다. ‘...

    1199호2016.10.24 14:30

  • [신간 탐색]인간적이고 살기 좋은 공동체들
    인간적이고 살기 좋은 공동체들

    이 도시에 살고 싶다경향신문 기획취재팀 지음·시대의창·1만8000원기자들이 석 달에 걸쳐 오로빌, 포르투알레그리, 빌바오, 포플라, 하우턴, 톨비악, 함부르크, 볼로냐, 트렌토, 포르탈렌자 등 세계 각국의 도시들을 취재한 기록이다. ‘어떻게 하면 도시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황폐한 도시를 재구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찾았다.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의 오로빌은 49개국에서 온 주민 2300여명이 살아가는 마을이다. ‘모든 인류가 함께 사는 공동체’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 도시에서 주민들은 국적과 인종·민족·종교·성별에 관계없이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오로빌은 유네스코의 지원과 국제적인 관심 속에 1968년 세워진 ‘계획도시’로, 오로빌이 목표로 삼은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계의 도시’였다. 설립 이후 50년이 다 돼가도록 오로빌은 ‘세계의 도시’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가는 다양한 ...

    1198호2016.10.17 17:06

  • [신간 탐색]콩글리시는 풍부한 문명의 산물
    콩글리시는 풍부한 문명의 산물

    언어괴물 신견식의 콩글리시 찬가신견식 지음·뿌리와 이파리·1만5000원핸드폰, 사라다, 빼박캔트…. ‘콩글리시’로 불리는 말들이다. 문자(한글)와 언어(한국어)의 혼동에서 온 소동이지만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국적 불명 외래어를 지양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콩글리시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못 면한다.” 순수한 한국어를 망치는 주범이자, 원어민처럼 세련되게 영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열등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두 가지 감정 모두 느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입에 착착 붙는 콩글리시들은 이유가 있다. ‘핸드폰’이라는 표현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도 쓴다. 중국과 몽골은 ‘손전화’라는 의미의 고유어를 쓴다. 보편적으로 사물의 속성을 잘 나타내는 괜찮은 말이기 때문이다. 영어 표현에 대응되지 않는다고 콩글리시로 오해받는 단어도 있다. ‘알레르기’는 독일어, ‘핸드볼’은 북유럽, ‘초콜릿 복근’은 프랑스, ‘모르모트’는 네덜란드에서 왔다고 한다...

    1197호2016.10.11 10:16

  • [신간 탐색]불평등이 클수록 부패도 심하다
    불평등이 클수록 부패도 심하다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유종성 지음·김재중 옮김·동아시아·2만3000원한국, 타이완, 필리핀의 부패 역사를 비교했다. 지은이는 1980~90년대 경실련 정책연구실장과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금융실명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치자금 투명화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시민사회 활동을 했다. 현재는 호주 국립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 책은 지은이의 하버드대 박사학위 논문이다.한국, 타이완, 필리핀 이들 세 나라의 부패지수는 각각 다르다. 매년 공표되는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는 0부터 10까지 숫자로 표기되는데, 숫자가 클수록 덜 부패했다. 한국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보다 부패가 덜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보다는 부패 수준이 높은 편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CPI는 5.4, 필리핀의 CPI는 2.6, 타이완의 CPI는 6.1이었다. 세 국가는 모두 1945년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돼 독립을 맞았고 당시 비슷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

    1196호2016.10.04 15:02

  • [신간 탐색]세계 역사 속 흥미로운 장편들
    세계 역사 속 흥미로운 장편들

    카페에서 읽는 세계사구정은·장은교·남지원 지음, 인물과 사상사, 1만5000원적외선의 존재를 예측한 18세기 프랑스의 여성 물리학자 에밀리 뒤 샤를레는 때때로 남장을 했다. 커피하우스에 가기 위해서다. 1475년 오스만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 세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유럽에 커피하우스가 상륙한 것은 17세기 무렵이다. 커피는 사람을 모았고, 사람이 모이면 이야기가 시작됐으며, 여러 사람의 이야기는 새로운 문화로 나타나곤 했다. 그렇게 남성 지식인들이 커피하우스에서 계몽주의 사상을 발전시키던 18세기 유럽에서 여성은 커피하우스 출입이 금지됐다. 오늘날 남녀노소 모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즐긴다. 200년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사고는 탐욕에서 시작한다. 1100년 자유헌장을 선포한 잉글랜드 노르만 왕조의 헨리 1세는 아들 윌리엄에게 ‘하얀 배’라는 멋진 배 한 척을 선물했다. 배의 속도를 자랑하고 싶었던 선장과 선원들은 전속력으로 ...

    1195호2016.09.27 10:10

  • [신간 탐색]치열한 권력투쟁의 수단
    치열한 권력투쟁의 수단

    조선 궁궐 저주 사건유승훈 지음·글항아리·1만6000원연산군의 폭정을 잉태한 것은 저주상자였다. 연산군의 아버지 성종은 여러 명의 후궁을 두었다. 왕비와 후궁들 간의 권력투쟁은 끊이지 않았다. 성종 8년인 1477년 성종의 부친 덕종의 후궁이었던 권숙의에게 의문의 상자가 하나 배달됐다.상자에는 성종의 후궁인 엄숙의와 정소용이 저주로 중궁(왕비 윤씨)과 원자(훗날 연산군)를 해치려 한다는 내용의 편지와 비상(독약) 등이 들어 있었다. 정희왕후(성종의 할머니)는 이 사건의 배후로 정소용을 의심했지만, 윤씨가 스스로 꾸민 일이라는 게 드러났다. 이 일을 시작으로 성종의 눈밖에 난 윤씨는 결국 사약을 받는다. 시간이 지나 윤씨의 죽음은 연산군의 피의 숙청으로 되돌아왔다. 윤씨가 사약을 받은 일에 연관된 신하들은 대역죄인이 되어 숙청됐다. 갑자사화다.갑자사화 외에도 조선에서는 나라를 뒤흔드는 저주 사건이 줄곧 이어졌다. 역사학자인 지은이는 을 비롯해 여러 문헌을 검토...

    1194호2016.09.12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