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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탐색]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
    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

    임미리 지음·오월의 봄 펴냄·2만2000원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지금도 거의 모든 집회현장에서 불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이 노랫말은 한국 저항운동에서 ‘열사’가 가지는 상징성과 의미를 그대로 담고 있다. 9년 만에 이 노래가 제창된 지난 5·18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 도중 4명의 ‘5월의 열사’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5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 했던” 많은 죽음들이 있었고, 그 죽음이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슬픔과 분노, 부채감으로 새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열사’라는 호명조차 이제는 낯선 시대다.책은 한국 저항운동사의 한 열쇳말이기도 한 ‘열사’와 그 호명 구조를 분석하며 열사 호명을 둘러싼 저항세력의 전략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저자는 열사 호명이 ‘선택과 배제’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전개돼 왔음에 주목한다. 저자는 저항적 자살을 ‘당위형 자살’과 ‘실존형 자살...

    1233호2017.06.26 18:11

  • [신간 탐색]‘1969년생 철호들’의 어린시절
    ‘1969년생 철호들’의 어린시절

    도련님 아프면 수프라도 좀 드세요최철호 지음·이매진·1만2500원서울 봉천동 산 42번지에는 말썽쟁이 철호가 살았다. 직업군인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누나 둘과 형 하나, 철호 여섯 식구다. 철호의 단짝 정민이는 호떡장사하는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살고 있고, 기성이의 아버지는 폐병을 앓고 있다. 셋은 봉천동을 휘젓고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연탄재로 골목길 야구를 하고, 흑백 텔레비전으로 를 보고, 버스 회수권 10장으로 11장을 만드는 마법을 배운다. 우연히 놀러간 부잣집에서 ‘수프’라는 걸 알게 되고, 라면 수프를 물에 섞어 우아하게 따라해 보다가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1969년생 철호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강남에는 아파트가 들어섰고 ‘사모님’들이 활보했다. 학교에 가면 한 반에 80명이고 한 학년은 20반이었다. 시기적으로는 유신시절이었다. 이런 시대를 재현하는 데 가난에 대한 슬픔이나 쥐어짜낸 사회비판적 시선도, 회한도 없다. 모두가 가난해서 아...

    1232호2017.06.19 15:45

  • [신간 탐색]분단 경계지대 역사의 질곡
    분단 경계지대 역사의 질곡

    한국전쟁과 수복지구한모니까 지음·푸른역사 펴냄·3만5000원한반도를 두 동강 낸 선은 1945년 해방 당시 38선에서 한국전쟁 이후엔 휴전선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38선 이북이면서 휴전선 남쪽’인 지역이 생겼다. 분단과 한국전쟁이 낳은 매우 독특한 지역, 바로 ‘수복지구’다.책은 1945년부터 1960년 사이, 수복지구 거주민들이 겪은 남·북한 체제를 다뤘다. 수복지구 주민들은 1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일제, 북한, 유엔군사령부, 남한의 통치를 차례로 받았다. 주민들도 그때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해방 전엔 일제의 ‘신민’이었고, 해방 이후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인민’이 되었으며, 이후 유엔 군정의 ‘주민’을 거쳐,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분단의 경계지대였던 수복지구 주민들의 삶에 우리 근·현대사의 질곡과 모순이 고스란히 응축돼 있는 것이다. 이곳 주민들의 삶도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남·북한 두 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갈등의 ...

    1231호2017.06.12 16:44

  • [신간 탐색]일에 치여 황폐화되는 삶
    일에 치여 황폐화되는 삶

    일하지 않을 권리데이비드 프레인 지음·장상미 옮김 동녘 펴냄·1만6000원책의 제목부터 시선을 끌어당긴다.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높은 청년실업률의 나라 한국에서 영국 작가의 이 도발적인 주장은 다소 ‘먼 나라’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실업자조차도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역시 현실일 터.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과 반대로 자신의 노동력을 쓰지 못해 고달픈 이들로 나뉜다. 고통 받기는 매한가지다. 누군가는 과로에 시달리고, 다른 누군가는 불안정한 노동에 불안해하며 이를 잃으면 실업자라고 비난받는다.사회학 연구자인 저자 데이비드 프레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점점 커지는 일의 지배력에 우리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져 있는지 생각해 보면 일이 갖고 있는 교리적 지위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일하고, 일하기 위해 회복하고, 일해서 번 돈을 쓰고, 일하기 위한 고용 가능성을 키우라는 사회의 요구가 개인의 나머지 삶의 ...

    1230호2017.06.05 16:12

  • [신간 탐색]전쟁에 관한 고통의 증언들
    전쟁에 관한 고통의 증언들

    아연 소년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박은정 옮김 문학동네 펴냄·1만6000원‘목소리 소설’이란 독특한 문학 장르를 개척한 벨라루스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법정 위에 서게 한 문제작이다.이 책 을 구성하는 한 문장 한 문장도 전쟁에 관한 고통의 증언들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4년간 아프가니스탄 곳곳을 돌며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참전군과 ‘아연 소년들’로 불린 전사자들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500건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연 소년’이란 소년병들의 유해가 아연으로 만들어진 차디찬 관에 담겨 돌아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아들이 전쟁에서 전사해도, 살아서 돌아와도 어머니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는 없었다. 최근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저자는 “평생 역사를 사람의 크기로 작게 만드는 작업 하나에만 매달려 왔다”면서 “이 ‘작은 사람들’이 국가의 이용 대상이었...

    1229호2017.05.29 14:50

  • [신간 탐색]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호모 데우스유발 하라리 지음·김명주 옮김 김영사 펴냄·2만2000원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돌아왔다. 전 세계 45개국에서 출간돼 500만부 이상 팔린 의 후속작인 이 책은 7만년의 역사를 거쳐 마침내 지구를 정복한 영장류 호모 사피엔스가 이제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나아가는지를 다룬다.21세기는 인간이 경제성장과 과학기술 발전 등으로 기아와 역병, 전쟁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시기였다. 하라리는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시기 인류를 괴롭혔던 역병이나 기아를 보기 좋게 제압한 인류는 이제 다음 수순으로 이제껏 신의 영역이었던 불멸과 행복, 그리고 신성을 꿈꾼다는 것이다.그것이 바로 하라리가 말하는 ‘호모 데우스’다. 데우스(Deus)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신’을 의미하는데, 번역하면 ‘신이 된 인간’쯤 된다. 그러나 그가 내...

    1228호2017.05.22 15:58

  • [신간 탐색]직원들에게 전적인 자유를 주라
    직원들에게 전적인 자유를 주라

    자유주식회사브라이언 M 카니·아이작 게츠 지음 조성숙 지음·자음과 모음·1만6000원갤럽은 미국 직장인의 몰입도에 대해 매년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하는데 결과는 언제나 비슷하다. 2013년 설문에서는 10명 중 3명만이 일에 몰입하며, 5명은 몰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심지어 2명은 적극적으로 업무에서 이탈한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한단 말인가. 이 책은 회사의 ‘통제’를 몰입을 방해하는 제일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직원들이 일을 하게 만들려면? 직원들에게 전적인 자유를 주어라.기업 자율화 운동을 하던 황동주조회사 파비(FAVI)에서 야간 청소 담당자 크리스틴은 사무실을 정리하던 중 전화를 받는다. 파비에 방문하기로 돼 있으니 태워다 달라고 한다. 크리스틴은 그가 누군지도 모르고 왕복 300㎞를 운전해 이 사람을 공항에서 호텔로 데려다준 다음 사무실로 돌아와 청소를 마무리한다. 알고 보니 고객 피아트의 감사였는데 만나기로 돼 있...

    1227호2017.05.15 15:59

  • [신간 탐색]보통의 가족, 우리 이웃의 이야기
    보통의 가족, 우리 이웃의 이야기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이기호 지음·마음산책 펴냄·1만2500원“누운 자리는 좁았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가까이 있었다.”소설가 이기호가 유쾌한 ‘가족 소설’로 돌아왔다. 40여편의 짧은 에피소드가 묶인 소설은 ‘발탄강아지’처럼 우다다다 뛰어다니기 바쁜 세 아이와 터프한 엄마, 갈팡질팡과 조삼모사를 들락거리는 소심한 아빠의 일상 이야기다.“엄마 몸에 코코몽이 들어왔거든…. 코코몽이 아직 너무 작아서… 그래서 우리가 잘 지켜줘야 해.” “엄마가 코코몽이 됐대!”셋째아이의 탄생을 알리며 시작된 이야기는 그 셋째가 아빠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얼쑤!”라고 장단을 맞추는 아기에서 시끄럽고 정신 없는 꼬마로 자라날 때까지 이어지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아이들만 자란 것은 아니다. 아빠도 엄마도 온 식구가 함께 컸다. 이기호 소설 특유의 허를 찌르는 유머와 위트가 군데군데 숨어 있지만, 웃다가도 어느새 코 끝이 찡해지는 보통의 식구, 그리고 가까운 이웃의 ...

    1226호2017.05.08 15:42

  • [신간 탐색]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의 기억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의 기억

    릴리트프리모 레비 지음·한리나 옮김 돌베개 펴냄·1만3000원현대 증언문학의 대표 작가이자 국내에선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로 잘 알려진 프리모 레비(1919~1987)의 단편 소설집 가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됐다.36편의 짧은 단편이 수록된 이 책은 소설가로서의 프리모 레비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책은 ‘가까운 과거’, ‘가까운 미래’, ‘현재’로 이름 붙은 3개의 부로 구성돼 있다. 표제작 ‘릴리트’가 수록된 1부에는 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경험이 담겼다. 그의 전작에서 일관되게 다뤄온 주제이자 작가 자신이 천착해온 화두인 인간과 인간성, 선과 악, 폭력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1부의 제목이 ‘가까운 과거’라는 점에서, 레비에게 아우슈비츠란 언제든 새로 쓰일 수 있고 상기될 수 있는 현재에 밀착한 시간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라고 이름 붙인 2부에는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환상적인 성격의 이야기들이 실렸고, 3부 ...

    1225호2017.05.02 11:12

  • [신간 탐색]문명 발달할수록 불평등 늘었다
    문명 발달할수록 불평등 늘었다

    숲속의 평등크리스토퍼 보엠 지음·김성동 옮김 토러스북·1만7000원‘평등’은 가치일까, 사실일까. 시대에 따라 바뀌는 이상 중 하나일 뿐일까, 아니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에 따르더라도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현상일까. 유사 이래 줄곧 논쟁을 거듭했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은 이 주제에 대해 저자는 인류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생각의 실마리 하나를 던져준다. 그간의 논쟁에선 저마다 생긴 모습과 능력이 ‘다르게’ 태어난 것 자체가 불평등의 생물학적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쪽과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선언적 명제에서 출발해 개체의 차이보다는 억압의 구조가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맞서 왔다.이 책은 인류를 포함한 유인원들의 사회·문화적 진화사를 들여다보며 평등주의가 실현되었던 특정한 시기에 대해 언급한다. 부족사회와 추장제가 들어서기 전인 1만2000년 전까지의 수렵채집 시대에 인류 사회는 평등주의를 지켰다. 저자에 따르면 이 시기 평등주의는 약자가 힘을 합해 적...

    1224호2017.04.25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