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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탐색]시대의 증상에 대한 독한 비판
    시대의 증상에 대한 독한 비판

    인간의 문제로맹 가리 지음·이재룡 옮김·마음산책·1만3000원소설가 로맹 가리의 산문집이다. 그는 자신의 시대가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산문은 시대와 불화했던 소설가의 한바탕 쏘아붙임이다. 문장의 속도는 숨가쁘고 그가 골라낸 표현들은 종종 극단적이다. 그는 무엇보다 이데올로기가 품고 있는 폭력성을 혐오했다. 교조적 이데올로기에 대항해 그가 옹호했던 것은 ‘인간적 여지’다. 이데올로기는 과학과 객관화라는 명분으로 인간적 여지를 박탈했다. 전체주의를 비롯해 마르크스주의도 프로이트주의도 모든 현상을 자신의 이데올로기로 환원하려 했다. 그는 이들에 대해 “각자의 지적 왕국은 제각기 인간 정신에 대한 총체적 제국이 되기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사실주의, 탈신비화, 환상의 실종도 ‘인간적 여지’를 없애버렸다. 이 또한 그가 통탄해 마지않는 시대의 증상들이었다. 그 중 그가 못내 애석해 했던 것은 여성의 탈신비화다. 그런 맥락에서 양성 평등에 대한 그의 입장은 일...

    1103호2014.11.24 15:31

  • 영국 ‘복지 식객’은 정치 탓

    차브오언 존스 지음·이세영, 안병률 옮김·북인더갭·1만7500원영국 하층계급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불리는 ‘차브’ 현상을 규명한 책이다. 영국의 언론과 미디어에서 정의하는 차브는 대체로 더러운 공영주택에 살면서 정부의 복지예산이나 축내는 소비적인 하층계급과 그들의 폭력적인 자녀들을 뜻한다. 하층계급에 부여된 이러한 혐오스런 ‘식객’ 이미지의 이면에는 제조업의 몰락, 불평등의 심화, 노동조합 약화와 같은 정치·경제적인 이슈들이 숨어 있다. 지은이는 이를 파헤쳐 들어가면서 차브 혐오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노동계급이 어떻게 악마화되어 그려지는지를 밝혀낸다.영국의 헬스클럽 체인 짐박스는 ‘차브 파이팅’이라는 수업을 개설하여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차브를 향한 공개적 폭력을 선동한다. 액티버티즈 어브로드라는 여행사는 쾌적한 해외여행을 위해 되도록 차브와 마주치지 않는 루트를 여행상품으로 만든다. 또한 섀넌 매튜스의 사례는 오늘날 영국에서 차브가 어떻게 언론과 정치인들의 먹잇...

    1102호2014.11.18 11:02

  • [신간 탐색]123개 잡지 창간사로 본 시대상
    123개 잡지 창간사로 본 시대상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천정환 지음·마음산책·3만5000원“잡지를 창간하는 일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퍼뜨리고 싶은 욕망, 그리고 잡지를 중심으로 앎과 삶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이 관여한다. 이 욕망은 권력욕이나 인정 욕망과 다르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먹물’들에게 그렇다. 그래서 창간사에서는 어떻게 세상을 ‘취재’ ‘편집’해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창간 주체들의 방향이 천명된다. 고로 대개 창간사는 ‘선언’이다.”1945년부터 해방부터 2000년대까지 나온 우리 잡지의 창간사 123개를 모아 이를 시대별로 분류, 분석했다. 1945년 12월 1일 발간된 을 시작으로 등 민족지, 정론지, 문학지, 노동지, 오락지, 예술지, 만화잡지 등 다양한 잡지의 창간사를 담았다.잡지의 창간사에는 한 시대의 좌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해방기 잡지의 창간사에는 해방 뒤 찾아온 자유와 다...

    1101호2014.11.10 17:06

  • [신간 탐색]장애청소년의 삶 어떻게 변했나
    장애청소년의 삶 어떻게 변했나

    장애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소날리 샤, 마크 프리슬리 지음·이지수 옮김·그린비·2만3000원세 세대의 장애청소년들의 생애사를 통해 1940년대 이후 영국의 공공정책과 제도 변화가 장애를 가진 젊은이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뤘다.첫 번째 세대는 194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영국의 장애정책이 처음 형성되고 확대되던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다. 국가 차원의 제도와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지만, 이는 장애인의 사회 통합보다는 분리를 조장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앞서 장애인에 대한 배제를 조장하는 서비스는 이 시기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다. 이 두 번째 세대는 사회적 분리를 겪으면서도 자신들의 연대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맛본 세대다. 세 번째 세대는 1980년대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장애차별금지법’과 장애인 인권이 강조되는 현재에 성인기를 맞이했다. 차별금지와 인권을 중심으로 서비스는...

    1100호2014.11.04 14:07

  • [신간 탐색]큰바우어새는 예술가다
    큰바우어새는 예술가다

    동물을 깨닫는다버지니아 모렐 지음·곽성혜 옮김·1만6000원·추수밭동물에게도 생각과 감정이 있을까.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지은이는 6년간 전 세계 11개 나라를 돌며 동물의 마음을 연구하는 현장을 찾아다녔다. 오랜 취재 끝에 지은이가 내린 결론은 동물들 또한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라는 것이다.지은이가 만난 동물행동학자와 생태학자들은 동물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사람들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큰바우어새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수컷 큰바우어새가 정자 같은 둥지를 짓고 장식하는 데 쓰는 수천개의 돌과 유리조각들과 기타 재료들을 일일이 조사하고 도표로 만들었다. 따분하고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이 작업은 바우어새에 관한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냈다. 과학자들은 바우어새가 둥지를 장식할 때 재료들을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원근법의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배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착시를 위해 수컷들은 잔가지로 꾸며놓은 둥지 입구 바로 앞에 크기가 제일 작...

    1099호2014.10.27 17:18

  • [신간 탐색]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정희진처럼 읽기정희진 지음·교양인·1만5000원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 맞닿아 있다. 정희진은 독서를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독서는 일상을 이어가는 취미라기보다는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에 가깝다. 책을 만남으로써 생각이 바뀌고 몸이 바뀌고 삶이 바뀌는,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좋은 책이란 오래도록 쓰라린 책,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책이다. “여운이 남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괴롭고, 슬프고, 마침내 사고방식에 변화가 오거나 인생관이 바뀌는 책이 있다. 즉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이 있다.”좋은 책을 만나면 그의 독서는 노동이 된다.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기 위해서’ 부단히 새겨넣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은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그렇다. 여러 번 읽고 필사를 한다. 번역서인 경우에는 원서를 구해서 역시 필사한다.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내 몸의 일부로 만...

    1098호2014.10.21 14:23

  • [신간 탐색]한·중·일 3국의 가옥 문화
    한·중·일 3국의 가옥 문화

    집, 인간이 만든 자연김경은 지음·책보세·1만8000원집은 한 지역의 문화를 종합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한 나라의 지리와 기후, 한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 한 사회의 생활양식과 가치관, 한 민족의 미의식, 한 지역의 가족제도와 가족의식을 포괄한다. 지은이는 집은 그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 말한다.이 책은 18세기 중엽 한·중·일 3국의 수도에 편재돼 있던 가옥을 분석한다. 시대를 18세기로 잡은 이유는 18세기에 세 나라 모두 문화 정체성이 확립됐기 때문이다.대륙과 반도,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대륙기질, 반도기질, 시마곤조(島根性)라는 지형적 특성이 빚어낸 자연의 미학은 그 독특한 가옥양식에 그대로 반영됐다.세 나라 가옥문화의 공통점은 그 철학적 토대가 모두 ‘기’와 ‘터’라는 것이다. 한·중·일은 만물의 변화를 기의 변화라고 본다. 가옥에서 기의 기반은 곧 터다. 터와 그 터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끊임없이 기를 교환한다.하지만 터...

    1097호2014.10.13 16:47

  • [신간 탐색]‘줄기세포’ 제보자가 치른 대가는
    ‘줄기세포’ 제보자가 치른 대가는

    진실, 그것을 믿었다한학수 지음·사회평론·1만9800원황우석 사태가 발생한 지 9년이 지났다. 2005년 5월 황우석 박사는 에 체세포 핵이식을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체세포 핵이식 줄기세포는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은 것이었다. 한국 사회는 열광했다. 난치병이 치유되고 줄기세포가 막대한 부를 가져올 것이라는 환상에 젖었다. 무조건적인 지지였다. 그러나 그해 12월 MBC 「PD수첩」은 줄기세포는 없고 논문의 데이터는 조작됐음을 밝히는 보도를 한다.게시판에 올라온 한 통의 제보로 시작한 취재는 난자를 모으는 비윤리적 연구과정까지 파헤쳤다. 그러나 방송이 보도되고 궁지에 몰린 것은 황우석 박사가 아니라 담당 PD였던 한학수 PD와 「PD수첩」이었다. 황우석 지지자들은 MBC를 항의방문했고 「PD수첩」의 광고는 전면 철회됐다.그러나 결국 취재 결과 줄기세포가 가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듬해 황우석 박사는 연구비 ...

    1096호2014.10.07 11:20

  • [신간 탐색]선택만능론 개인 행복 높여줄까
    선택만능론 개인 행복 높여줄까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레나타 살레츨 지음·박광호 옮김·후마니타스·1만6000원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우리 삶은 결국 이런 수많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고 가르친다. 이는 비단 상품 선택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상품을 선택하듯 직업과 배우자, 자기정체성까지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세심히 계획하고 합리적으로 계산해본 뒤 결정한다. 그렇게 하면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은이는 이러한 ‘선택 만능론’을 선택 이데올로기라고 말한다.그러나 선택 이데올로기가 과연 개인의 행복도를 높여줄까. 지은이는 선택 이데올로기가 끊임없이 더 나은 선택을 부추기면서 각자의 선택과 그 결과에 엄청난 무게를 지운다고 말한다. 개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을 떠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강박과 불안은 현실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 잘못으로 치부하게 만든다.자연스럽게 선택 이데올로기는 방대...

    1095호2014.09.30 11:31

  • [신간 탐색]논문의 ‘진실’이 변하는 시간은
    논문의 ‘진실’이 변하는 시간은

    지식의 반감기새뮤얼 아브스만 지음·이창희 옮김·책읽는수요일·1만6000원“의학에서 잘못된 지식을 몰아내는 데는 50년이 걸리고, 올바른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는 100년이 걸린다.”19~20세기 초에 활동한 영국의 신경과학자 존 휼링스 잭슨이 남긴 격언이다. 지은이는 이 격언을 인용하며 지식이 방사능처럼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라늄 원자 하나만 놓고 보면 이 원자가 붕괴할지 아닐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몇 조의 몇 조 배나 되는 우라늄 원자가 모인 덩어리는 예측이 가능하다. 원자의 모임으로서 우라늄은 규칙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라늄의 반감기는 44억7000만년. 다시 말해 44억7000만년 후에는 크든 작든 우라늄 덩어리 속의 원자 중 절반은 붕괴한 상태가 된다. 지은이는 ‘집단으로서의 지식’ 또한 반감기를 갖는다고 말한다. 낱낱의 지식들은 예측 불가하지만, 집단으로서의 지식은 어떻게 성장하고 변하는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

    1094호2014.09.23 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