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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재천의 책갈피]잡스도 신이 아니었다
    잡스도 신이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예닐곱 살 때 알았다. “그러니까 너네 진짜 부모님은 널 원하지 않았다는 얘기야?” 여자아이가 물었다. “집으로 뛰어들어갔던 기억이 나요. 울면서 말이죠. 그러자 부모님이 말씀하셨어요. ‘아니야, 그게 아니란다.’ 부모님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씀했지요. ‘우리가 너를 특별히 선택한 거란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다 그렇게 말씀하셨고, 천천히 반복해서 말해 주셨어요. 단어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가면서 말이죠.” 잡스는 누군가 자신의 부모를 ‘양부모’라고 부르거나 ‘진짜’ 부모가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다. “그들은 1000% 제 부모님입니다.” 반면 생부모에 대해 얘기할 때는 퉁명스러웠다. “그...

    949호2011.11.01 15:09

  • [최재천의 책갈피]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재앙의 씨앗은 30여년 전,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MBS)이라는 금융상품이 개발됐을 때 뿌려졌다. MBS는 주택저당권을 한데 모아 채권으로 증권화한 것. 당시 MBS가 혁신이었던 이유는 비유동자산을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유동자산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실제 MBS는 모든 이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가정은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고, 주택저당권 대출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상환되기까지 30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주택저당권을 바로 현금화해 다른 주택구입자에게 대출해줄 수 있었으며, MBS 발행기관들은 채권을 투자자에게 팔아 수익을 올리고 위험을 전가할 수 있었고, 채권을 구입한 투자자는 주택소유자가 대출을 갚게 되면서 장기의 안정적인 고정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마침내 모든 이들의 주택 소유라는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될 것만 같은 순간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어느 누구도 장차 MBS 때문에 벌어질 일들, 서브프라임 산업 급성장, 전례 없는 구조적 위험...

    948호2011.10.25 18:42

  • [최재천의 책갈피]당신의 생각을 누가 조종한다면
    당신의 생각을 누가 조종한다면

    정보에 대한 인간의 자율권은 확대되며 강화되고 있을까? 내 생각을 스스로 사색하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이 존재한다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인터넷 필터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들여다본다. 실제로 무슨 일을 했는지 살펴보고 추론한다. 예측 엔진들은 끊임없이 당신이 누구인지, 이제 무엇을 하려고 하고 또 할 것인지에 대한 이론을 다듬는다. 이를 통해 각각에 대한 정보의 바다를 만든다. 온라인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맞닥뜨리는 방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현상, 엘리 프레이저는 이를 ‘필터 버블’이라 부르기로 했다.프레이저는 2008년 미 대선에서 오바마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온라인 정치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이자 세계 최대의 시민단체 중 하나인 아바즈의 공동창립자다. 일찍이 인터넷의 무한 가능성에 주목했고 인터넷 시민 여론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그가 왜 필터 버블에 주목했을까? 필터 버블은 네티즌을 외톨이로 만든다. ...

    947호2011.10.18 17:08

  • [최재천의 책갈피]두뇌를 200% 활용하는 방법
    두뇌를 200% 활용하는 방법

    어떤 사람이 건물의 10층에 살고 있다. 그는 출근하거나 장을 보러 갈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간다. 돌아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서 내려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간다. 그는 걷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인데도 왜 중간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계단으로 걸어 올라갈까?‘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가 필요하다. 창의성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드워드 드 보노는 1970년대 초 전통적 사고 혹은 수직적 사고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수평적 사고를 창안했다. 수직적 사고가 예측 가능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사고하는 데 비해, 수평적 사고는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하되 말 그대로 옆에서 나란히 접근하는 사고방식이다. 정답은? 그는 난쟁이다. 엘리베이터 1층 버튼에는 손이 닿지만 7층 이상의 버튼에는 손이 닿지 않는다. 그저 그런 난센스 퀴즈의 하나였을까.수평적 사고 퍼즐에 대한 베스트셀러 작가 폴 슬론(Paul Sloane)이 에서 사람의 두뇌를 200% 활용하는 ...

    946호2011.10.11 15:36

  • [최재천의 책갈피]100년 정당 외친 열린우리당의 성패
    100년 정당 외친 열린우리당의 성패

    한국 정치에는 다섯 얼굴이 있다. 첫째, ‘약자의 원한’으로서의 정치다. 공적으로 좋은 목적을 위해 정치를 이용하려는 경우에 나타나기 쉬운 얼굴이다. 논리적 설명이 필요하다. 니체의 논리에서 출발한다. “현대 사회의 개인들은 자신의 약점은 결함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거기에서 생기는 차별은 비판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강점에서 오는 이로움이나 명예는 그대로 누리면서 차별을 인정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김진석). 이중적 태도는 ‘강약’이 상대적이며 연속선상에 놓여 있는 개념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지방의 도시 거주자가 서울 패권주의를 비난하면서도 지방 도시의 농촌에 대한 패권주의에는 눈을 감는다. 약자의 원한이 드러내는 한계이자 모순이다. 한풀이 정치이자 한국 정치의 이중성이다.둘째, 혐오와 저주의 대상으로서의 정치다. 주로 삶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정치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분노가 참여와 자기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냉소와 무관심이...

    945호2011.10.05 10:45

  • 인간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단련되는가

    “우리는 정부가 탄압하고 있는 자유로운 삶을 요구한다. 더 이상 두렵지도 않고 쥐 죽은 듯이 살며 감시당하고 싶지 않다….” “이게 지나친 바람인가?” 그렇지 않다. 소녀 마르지의 바람은 온당하다. 는 역사적 인물도 스타도 아니다. 이웃 나라의 어린 소녀다. 만화의 실제 주인공 마르제나 소바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공산주의 체제의 마지막 시기에 유년기를 보냈다. 2001년 프랑스로 건너와 현대 문학을 공부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 실뱅 사부아와 함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일상적이면서도 재밌는 역사 만화로 풀어냈다.폴란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며칠 전 살아있는 잉어를 사다 욕조에 풀어둔다. 어린 마르지에게는 욕실을 사용하기 싫어지는 때가 온 것이다. 작년에 마르지는 ‘어떻게 되나’ 하고 욕조에 치약을 조금 뱉어보기도 했다. 그때 먹은 잉어에서 치약 냄새가 나진 않았다. 마르지가 살고 있는 서민 임대 아파트에는 집집마다 잉어 한 두 마리가 살고 있는 셈인데, 1년에 한 번 아파트는 소리 없...

    944호2011.09.27 15:22

  • 당대 지식인의 사상적 갈등

    사르트르와 카뮈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에 만났다. 우정의 초창기, 둘은 종종 아침에 카페 드 마고에서 만나곤 했다. “카뮈의 은 부조리에 대해, 부조리에 반대해 창작된 고전적 작품, 질서 있는 작품이다”(사르트르). “우리가 사르트르의 를 독특하고 거침없는 한 정신의 첫 호소와도 같은 것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카뮈). 이때까지는 좋았다. 1951년 10월, 먼저 이 출간됐다. 카뮈는 이 책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공산주의적 대의명분을 껴안도록 하는 일종의 문명병에 대해 상세히 적었다. 1952년 4월, 장송(jeanson)은 이 책에 대해 혹평을 안겼다. 7월, 사르트르는 공산주의적 대의명분에 대한 자신의 동의를 천명했다. 거기에는 대의명분으로 인해 야기된 폭력 사용에 대한 승인이 포함돼 있었다. 8월, 카뮈는 장송에 대해 응수했다. 사르트르와 장송의 반격이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카뮈와 사르트르 사이의 개인적이고 정치적이며 철학적인...

    943호2011.09.20 16:14

  • [최재천의 책갈피]몸과 사물에 대한 강박
    몸과 사물에 대한 강박

    남태평양 피지에는 1995년에야 텔레비전이 도입됐다. 그로부터 3년 만에 피지 10대 소녀들의 11.9%가 음식을 토하게 됐다. 아이들은 제 몸을 텔레비전 속 서양 사람들과 닮게 만들려 애썼다.브라질에서 가슴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됐다. 가슴 확대는 엉덩이와 얼굴을 통통하게 부풀리고 바짝 끌어올리는 수술과 더불어 꼭 해야 하는 시술이 됐다. 브라질 여성들은 시각문화가 창조하여 유포한 서구적 미의 규범에 제 몸을 맞추려고 애쓴다.오늘날 상담실은 신체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로 늘 붐빈다.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식이장애, 비만, 멀쩡한 몸을 스스로는 흉하다고 인식하여 변형시키려고 하는 신체이형증, 성형중독, 섹스와 섹슈얼리티 문제, 사이버 공간에서 가상의 육체를 얻는 것을 현실 육체의 어려움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하는 경향 등 ….이런 새로운 현상은 몸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문화와 함께 등장했다. 그리고 그 주장의 바탕에는 있는 그대로의...

    942호2011.09.07 10:34

  • 모범 임금은 세종과 성종

    조선 명종 19년(1564) 2월 13일, 왕의 공부시간 ‘경연’(經筵). 선생님은 기대승, 학생은 명종. “(기대승) 언로(言路)는 국가에서 매우 중대한 것입니다. 언로가 열리면 국가가 편안하고, 언로가 막히면 국가가 위태로워집니다. 그러나 지금 언로가 크게 열려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 행여 성급하고 경솔한 말이 있더라도 심상하게 여기고 용납하여서 자기의 소회를 반드시 아뢸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명종) 언로가 통하고 막힘은 진실로 국가와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헌부에서 올린 소장은 미진한 뜻이 있어서 내가 따져서 물었으니, 특별히 언로에 해로울 것은 없다.”“(기대승) 성상의 뜻은 이와 같더라도 옛사람의 말에 ‘가가호호마다 찾아가서 설명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말한 근거를 지금 거듭거듭 따져 물으시니 듣고 보기에 매우 편안치 못합니다.”고봉 기대승은 경연에 참석하여 강학한 내용을 에 기록했다. 경연이란 철학과 역사를 중심으로 한 인...

    941호2011.08.30 14:54

  • [최재천의 책갈피]무신론자의 ‘변심’
    무신론자의 ‘변심’

    “반세기가 넘도록 무신론의 대표적인 옹호자로 활동했던 영국의 철학 교수가 마음을 바꾸었다. 신을 믿게 됐다.”(2004년 12월 9일 AP통신). 무신론 사상가들은 경악했다. 충격을 가라앉힌 후 그들은 주로 고령을 원인으로 주목했다. 죽을 때가 다가오니 천국에 가고 싶은가 보다 하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젊은 시절 무신론자 앤터니 플루는 ‘어디건 증거가 있다는 곳으로 따라간다’는 소크라테스의 원리를 충실히 따랐다. 1950년 그는 ‘신학과 위증성’이란 논문을 통해 현대 무신론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이는 훗날 그가 ‘젊은 날의 고집’이라 이름 붙인 두 가지 주장에 기반해 있다. 악의 문제는 전능하고 완전히 선한 신의 존재에 대한 결정적인 방증이며, ‘자유의지 변론’은 세상의 명백한 불행에 대한 창조주의 책임을 면제해주지 않는다는 것. 이후 그는 신에 대한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신론을 전제해야 한다는 ‘무신론 추정’을 주장해 명성을 쌓았다.그의 ‘회심’(무신론자들에게는...

    940호2011.08.23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