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져버린 ‘인민의 고무래’ 박헌영 ①
약관의 21세 조선 최초 공산주의자 되다 이게 자네의 얼굴인가?여보게 박군, 이게 정말 자네의 얼굴인가?알코올 병에 담가논 죽은 사람의 얼굴처럼마르다 못해 해면같이 부풀어 오른 두 뺨두개골이 드러나도록 바싹 말라버린 머리털아아 이것이 과연 자네의 얼굴이던가‘상록수’의 작가로 유명한 심훈(沈薰, 1901~1936)이 1927년 12월 2일에 쓴 시다. ‘박군의 얼굴’이라는 제목인데, 심훈의 슬픔과 노여움은 격렬하게 이어진다. 4년 동안이나 같은 책상에서벤또 반찬을 다투던 한 사람의 박은 교수대 곁에서 목숨을 생으로 말리고 있고C사에 마주앉아 붓을 잡을 때황소처럼 튼튼하던 한 사람의 박은 모진 매에 창자가 꿰어서 까마귀 밥이 되었거니.이제 또 한 사람의 박은음습한 비바람이 스며드는 상해의 깊은 밤어느 지하실에서 함께 주먹을 부르쥐던 이 박군은눈을 뜬 채 등골을 뽑히고 나서 산송장이 되어 옥문을 나섰구나.시...
792호2008.09.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