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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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
  • 전체 기사 29
  • 주인공으로 공연을 즐기자

    공연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공연장의 관객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 중 하나는 ‘도대체 사람들은 왜 공연장에 올까’ 하는 것이다.음악을 들으려고 공연장에 온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실 공연장의 음향은 집에서 편안하게 Hi-Fi로 듣는 것만 못하다. 스테레오인 공연장 사운드 역시 5.1채널과 첨단의 음향기기로 무장된 거실보다 확연히 질이 떨어진다.좋아하는 가수를 보러 공연장에 온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육안으로 가수의 풀샷을 볼 수 있는 자리는 아주 비싸며, 몇 사람 앉지도 못한다. 차라리 자세 나오는 그림들로만 엄선해 편집한 실황 DVD를 보는 편이 공연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꽉꽉 막히는 주말 저녁, 저녁식사 시간에 어중간하게 걸쳐 허기지는 공연시간에 1인당 10만 원에 육박하는 돈을 써가며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토고전의 승리를 지켜보며 광화문에서, 시청 앞에서 그리고 독일 현지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을 보며...

    681호2006.07.04 00:00

  • 전문공연장은 잔디구장과 같다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에 대한 음악인들의 열망은 축구 선수들이 천연 잔디구장에 목매는 것과 같다.극장에 최적화된 음향과 조명, 악기만 갖다 놓으면 바로 공연이 가능하도록 완전히 갖추어진 무대, 거기에 영상장비, 충분한 전기와 진행시스템이 갖추어진 공연장을 얼마나 꿈꾸어왔는지 모른다.언제쯤 제대로 된 전문공연장이 생길까 고대하였는데 이번에 드디어 2000석 규모의 전문공연장 ‘AX’가 개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 공연장은 일본에 있는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 ‘AX-japan’과 같은 스펙(제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200~300석 소규모 극장과 3000석 이상의 클래식 전문공연장, 그리고 5000석 이상의 체육시설로 나뉘어 있는 우리나라 공연장 현실에서 이정도 규모의 대중음악 공연장이 생긴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다.음향, 조명, 전기, 무대 등 기본적인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다는 것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공연장에는 외부장비팀 없이...

    679호2006.06.20 00:00

  • 발전차 ‘삼촌’의 철학

    발전차를 담당하는 일은 사실 좀 따분한 직업일 수도 있다. 공연장에 도착해 모터를 돌리고 음향이나 조명에 필요한 전기선을 연결해 주는 것으로 일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발전차는 공연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킨다.배선이 끝나면 그때부터 발전차의 일은 기름이 떨어지지만 않게 제때 확인만 해주면 된다. 하지만 발전차에 기름이 떨어져 전기가 나갈 확률은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질 확률과 비슷한 정도다.지금의 발전차 ‘삼촌’과 일하기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 공연 중에 발전차 기름이 떨어져버린 사상초유의 사건이 있었던 날이라 똑똑히 기억한다. 그는 옆 공연장에서 다른 가수 공연에 스태프로 일하고 있었는데, 우리 발전차 관계자가 술에 취해 기름이 떨어진 것도 모르고 있던 참에 우리 발전차에 기름을 붓고 모터를 돌려서 가까스로 공연이 시작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그 사건 이후 지금까지 발전차 삼촌은 항상 우리 공연의 전기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

    678호2006.06.13 00:00

  • 공연취소 ‘사기’ 이제 그만

    엄밀히 말하자면 일부 취소, 일부 장소변경이지만 그렇게 쓰면 구차해 보이니 그냥 공연취소라 하자. 벌써 두 번째다. 작년 이맘때는 윤도현밴드, 동방신기, 김영임+로열필이라는 어안이 벙벙한 기획으로 밀어붙이다가 전면 취소를 하더니 이번에는 또 예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장소를 바꾸고 일부 공연은 취소하기에 이르렀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명백한 사기다. 관객에 대한 ‘배려’는커녕 관객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도대체 티켓이 안 팔린다고 공연을 취소하는 것이 어떻게 이해되고 또 용인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이는 음식점에서 주문 받아놓고서는, 손님들 별로 없으니 장사 안 하고 문 닫겠다는 말과 같다. 쌍욕과 드잡이질이라도 벌여야 할 판국이라는 것이다. 공연 구성의 어이없음이나 기획단계에서의 문제는 그래, 전적으로 기획주체의 문제이고 그들의 선택이니 뭐라 할 문제가 아니라 치자. 하지만 장소변경과 공연취소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677호2006.06.06 00:00

  • 무대보다 뜨거운 객석의 열정

    ‘공연은 가수와 연출가와 관객이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관객은 가볍게 여기기가 쉽다.말이 좋아 관객이지 결국 내가 만든 공연을 보는, 지극히 수동적이며 연출 불가능한 부분일 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량한 관람태도와 공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과 맞닥뜨리게 되면 ‘이따위 사람들 보라고 공연준비를 했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쯤되면 관객은 정말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 좋은 공연을 만드는 한 축이라는 생각은 정말 개 풀 뜯어먹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하지만 좋은 공연은 가수와 연출가와 관객이 만들어 내는 것이 맞기는 맞다. 같은 컨셉트의 공연을 반복해서 하다보면 똑같은 가수로 똑같이 연출해도 서울과 대전과 부산의 공연이 분명하게 다른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지난 주 서울 숙명여중·고의 100주년 기념공연은 관객들이 만들어 낸 성공적인 공연이라 할 만하다. 물론 여느 고등학교 축제와는 다른 출연진의 면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676호2006.05.30 00:00

  • 연예인 홍보대사 ‘인기보다 참여’

    홍보대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대부분 비영리 단체다. 물론 비영리단체들도 빈부의 차가 커서 운영비만으로도 족히 홍보를 하고 남을 것 같은 단체도 있고 홍보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할 단체도 있다. 문제는 돈 들여 홍보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 열악한 단체들이야말로 홍보대사가 꼭 필요한 곳인데, 공익사업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인지, 국가기관이나 메이저급 자선단체에만 쟁쟁한 연예인 홍보대사들이 몰리고, 정작 필요한 곳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운영도 빡빡하고, 다루는 사안들도 어렵거나 생소한 군소(群小) 비영리단체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알리지 못하니 운영난을 겪게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한편으로 생각하면 외형도 초라하고 사안도 생소한 일에 소매 걷어붙이고 돕겠다고 나서는 연예인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더구나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선활동을 제외한 연예인들의 사회활동을 못마땅해 하는 우리사회의 기형적인 의...

    675호2006.05.23 00:00

  • 로고송도 ‘정품’ 쓰세요

    바야흐로 선거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선거의 규모나 중요성으로 따지자면 단연 대통령선거가 가장 앞자리에 놓여야겠지만 대중음악판 입장에서는 역시 지방선거가 가장 중요한 선거라 할 수 있다.지방선거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방선거에 쓰이는 ‘선거 로고송’ 때문이다. 솔직히 로고송 때문에 선거의 승패가 갈리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선거시즌만 되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음원사용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노래 듣고 찍어주는 사람들이 적잖은 모양이다.그래서 선거 때면 로고송을 전문적으로 제작, 판매하는 업자도 있다. 이들은 저작권 사용허가를 받고 노래를 개사하고, 가수들을 물색해 녹음을 해서 데모CD를 만들어 각 후보의 캠프에 파는 것이다.일전에 본 한 업자는 거의 20곡 가까이 로고송을 만들어 가지고 있기도 했다. 판매업자가 말하길 ‘로고송 판매에도 상도가 있어 같은 지역구의 후보들에게 같은 곡을 팔지는 않는다’고 한다.개조한 트럭에 간단한 음...

    674호2006.05.16 00:00

  • 라이브콘서트 열기 어디로?

    2006년 상반기, 라이브콘서트 흥행 성적이 초라하다. 새로운 공연이 줄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기획된 공연들도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새 처음 있는 일이라 기획자들도 가수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더구나 작금의 상황은 소위 잘나가는 가수나 신인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특히 공연의 스테디셀러라 불리던 라이브형 가수(?)들의 흥행성적은 참혹할 정도다.혹자는 월드컵이 공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과 문화생활의 패턴이 공연보다는 월드컵에 맞추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그러나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2002년, 그때도 적지 않은 무료이벤트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다. 게다가 근간에는 이효리 립싱크 표절 논쟁이 상대적으로 라이브공연과 창작의 중요성을 강화시키기도 했고 월드컵시즌을 피해 새 앨범들이 쏟아져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콘텐츠가 확보되었다. ‘오아시스’를 위시한 볼 ...

    673호2006.05.09 00:00

  • 대중음악의 위기

    대중음악을 단순히 가요에만 국한하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듣는 우리 시대의 모든 음악이라 해도 우울한 기분은 여전하다. 대중음악의 우울함.한때 문단에선 시(詩)의 위기가 대두되고, 시의 시대가 죽었다는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가요의 위기, 대중음악의 위기라는 말은 많아도 그것으로 논쟁을 한다거나 분석한다거나 하는 노력은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음악의 위기는 사회의 위기다. 비록 오늘날의 음악이 단순한 상품처럼 생산되고, 소비되고, 유통되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음악을 들어봐야 정서적으로 더욱 피로해지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여전히 음악은 우리 시대의 감성을 깨우고 위로가 되어야 한다. 감성이 없는 사회, 위로가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사실. 이 명명백백한 사실이 바로 대중음악이 여전히, 앞으로도 불리고, 감상되어야 하는 이유라는 말이다. 그런 존재의 이유 때문이라도 이 위기의 시대에 대중음악은, 만들어지는 단계에서부터 자기반성을 할 필요가 있...

    672호2006.05.02 00:00

  • 섭외의 룰

    공연기획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단연 섭외다. 공연의 성공을 위해서는 스타를 출연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말 그대로 스타를 ‘모시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스타는 찾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시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대중음악의 스타들을 수식하는 말들로는 라이브의 황제, 라이브의 여왕, 한국 록의 대부 또는 자존심, 황태자, 지존 등이 있는데 이들의 스타성을 수식하는 말들이 너무도 적절하여, 섭외를 위해 (라이브의) 황제나 여왕, (한국 록의) 대부를 만날 때면 기획자는 어쩔 수없이 주눅이 들곤 한다.그러나 결과를 놓고 생각할 때, 섭외가 어려울수록-그러니까 잘나가는 가수를 섭외할수록-공연의 성공은 확실해지기 때문에 기획자는 돈이든, 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숨을 걸고 섭외에 나서게 마련이다.하지만 여기에는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가수의 출연료는 섭외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원하는 가수를 얻기 위해 무조건 가수들이 원하는 금액을...

    671호2006.04.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