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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슈퍼 리치’는 폭염만큼 해롭다
    ‘슈퍼 리치’는 폭염만큼 해롭다

    부의 제한선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김승진 옮김·세종서적·2만2000원2011년 9월 미국 뉴욕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는 “우리가 99%”라고 외치며, 1%에 부가 과도하게 쏠려 있음을 지적했다. 10여 년이 흘렀지만 세계의 경제적 불평등은 여전하다.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상위 10%가 전체 부의 53.5%를 가지고 있다(<세계 부 데이터북>(202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27개국 시민들에게 ‘자국 내 불평등을 더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인은 10명 중 8명이 ‘그렇다’고 답했다.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저자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개인의 부에 상한선을 긋는 ‘부의 제한주의’를 제시한다. 각 사회가 빈곤 타파, 차별 철폐 등을 이상으로 삼고 여러 정책을 개발·추진해온 것처럼 부의 집중을 제한하는 것도 이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자 되기에 열심인 한국사회니까, ‘남보다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해 더 많은 부를 쌓는 것을...

    1601호2024.10.30 06:00

  • [신간] 뼈아픈 우생학의 흔적, 차별과 배제
    뼈아픈 우생학의 흔적, 차별과 배제

    우리 안의 우생학김재형 외 지음·돌베개·1만9000원경성제국대학 위생학자들은 1931년부터 11년에 걸쳐 ‘조선인 발육 표준 연구’를 진행한다. 조선인의 발육 상태는 일본인과 ‘비교’해 열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 전쟁 동원 인력으로서 조선인 아동의 건강이 중요해지자 일제는 1939년 중등학교 입학시험 제도에 신체검사 비중을 늘린다. 결핵, 정신질환, 한센병, 중증 시력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 조선 위생학자들의 관심은 그런 ‘배제되는 사람들’에 있지 않았고, 민족의 체질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있었다. ‘민족개조론’의 사례다.사학자, 의사, 문학자, 과학사 연구자 등이 집필한 이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사회에 뿌리 내린 ‘우생학’의 역사를 추적한다. 민족개조론, 한센인 강제 단종수술, 산아제한, 장애인 강제불임시술, 혼혈아 해외입양 등의 역사는 우생학과 닿아 있다. 다만 저자들은 이 책을 쓰는 이유가 한국 역사의 어떤 부분을 우생학이라고 악마화...

    1600호2024.10.23 06:00

  • [신간] 새로 쓰는 ‘고래의 역사’
    새로 쓰는 ‘고래의 역사’

    다정한 거인남종영 지음·곰출판·2만9000원‘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간 포유류’인 고래는 16세기 후반까지도 사람들에게 신비로우면서 두려운 존재였다. 11세기 유럽 바스크족이 문을 연 ‘상업 포경’은 고래 개체 수가 급감하는 결과를 낳았고, 1986년에야 금지됐다. 20세기 고래들은 동물원쇼를 위해서도 착취당했다. 그러다 점점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고래는 ‘다정한 거인’으로 재조명됐다. 특히 2010년대를 전후해 큰 변화를 맞는다. 한국에선 2013년 돌고래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제주 앞바다에 방사됐다. 최근엔 고래가 법적 권리의 주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환경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최근 10여 년간의 변화를 지켜보며 ‘고래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고래의 역사, 고래와 인간관계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풀어썼다. 고래에 관한 최근의 과학적 담론과 사회운동도 다뤘다. 고래가 바닷가에서 죽는 ‘좌초’ 현상은 왜 일어나고 고래가 사회적...

    1599호2024.10.16 06:00

  • [신간] 새들에 띄운 소수자의 꿈과 사랑
    새들에 띄운 소수자의 꿈과 사랑

    블랙버드의 노래크리스천 쿠퍼 지음·김숲 옮김·동녘·1만8500원크리스천 쿠퍼는 자신을 흑인이고 게이이며 SF와 판타지를 사랑하는 ‘괴짜’라고 소개한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마블 코믹스에서 작가이자 편집자로 일하면서 마블 작품에 퀴어 캐릭터를 만들어낸 그의 취미는 ‘탐조’, 즉 새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이다. 쿠퍼는 인종적 정체성은 숨길 수 없어도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 안에서는 안전했던 반면 성적 지향은 숨길 수 있는 대신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그런 쿠퍼에게 어디에서나 자기 방식대로 날아오르며, 거리낌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새들의 세계는 도피처였다. 새 한 마리를 온전히 이해하기까지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하듯,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쿠퍼는 말한다.이 에세이는 탐조하던 많은 날 속에 쿠퍼 자신이 경험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고발한 기록이자, 소수자로 살아온 생존자의 일대기다. 쿠퍼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만난 다양한 새를 소...

    1598호2024.10.09 06:00

  • [신간] 우린, 우리가 버린 것 위에 산다
    우린, 우리가 버린 것 위에 산다

    쓰레기의 세계사 로만 쾨스터 지음·김지현 옮김·흐름출판·2만6000원기후위기의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쓰레기 연구서’다. 쓰레기 경제 전문가인 저자는 자본주의와 긴밀하게 연결된 쓰레기 생산과 처리 방식을 중심으로 “우리가 쓰고 버린 부작용의 역사”를 풀어낸다. 인류 문명의 거울로서 쓰레기 고고학부터 가난한 나라로 쓰레기를 밀어내는 쓰레기 식민지의 현대까지 살펴본다. 쓰레기는 점차 복잡해지고 처리도 그만큼 어렵게 꼬여간다. 20년 전부터는 전자폐기물이 환경오염의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복잡한 화합물로 만들어진 쓰레기는 특수폐기물로 쓰레기장에 버려지거나 아프리카 가나의 한 도시에 묻힌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도 전에 ‘하이테크 오염’이 추가되고 있다. 생활 방식을 바꾸어 줄일 수 있는 쓰레기의 양은 20% 정도다. 이 20%를 위해 일상에서 더 많은 제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점까지는 이제 5...

    1597호2024.10.02 06:00

  • [신간] 기술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꿨나
    기술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바꿨나

    테크노퓨달리즘 야니스 바루파키스 지음·노정태 옮김·21세기북스·2만4000원빅테크 기업의 기술은 편의를 제공하는 혁신, 인공지능(AI)은 충직한 비서라고 광고한다. 하지만 빅테크와 그들이 만든 디지털 혁명이 정말 편의만 제공할까? 저자인 전 그리스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빅테크는 플랫폼으로 봉건제의 영지를 꾸리고 알고리즘으로 우리를 자발적 데이터 농노로 만들어 새로운 봉건주의 시대의 영주가 되었다”고 말한다. 책 제목 <테크노퓨달리즘>(Technofeudalism)은 기술을 뜻하는 테크(Tech)와 봉건제도(feudalism)를 합친 말이다.페이스북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사람들이 생각 없이 쓴 온갖 의견을 모두 알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누구를 어디서 만나는지 등 개인정보를 우리보다 더 자세히 기억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기업들이 시민의 정보를 모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정체성의 일면을 훔치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놀이...

    1595호2024.09.11 06:00

  • [신간]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기후재앙을 팔아넘기는 위선

    재앙의 지리학로리 파슨스 지음·추선영 옮김·오월의봄·1만9800원표지 사진은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해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옷 쓰레기 모습이다. 세계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패스트패션’ 기업들이 생산한 옷들이 이렇게 한 지역을 오염시킨다. 패스트패션 기업의 옷을 저렴하게 구입해 입는 사람들, 거기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은 이 장소로부터 ‘지리적’으로 먼 곳에 있다.기후변화와 연관된 불평등·노동환경 등을 연구하는 저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가난한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환경오염과 기후붕괴를 함께 팔아넘겼다고 지적한다. 부유한 국가들은 자국 내 ‘탄소 감축’ 성과를 내놓는데 실상은 가난한 나라로 ‘탄소 생산’을 밀어냈을 뿐이다. 저자는 전 세계 공급망 안에서 ‘지속가능성’이 있는 ‘친환경 제품’은 왜 허상일 수밖에 없는지, 그 안의 피해는 얼마나 불평등하게 일어나는지 파헤친다.저자는 캄보디아 벽돌공장·의류공장에서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이곳 노동자들의 삶을 전한다...

    1595호2024.09.11 06:00

  • [신간] ‘태어났기에 산’ 무명씨의 현대사
    ‘태어났기에 산’ 무명씨의 현대사

    단 한 사람의 한국 현대사이동해 지음·푸른역사·1만7900원1935년 5월 21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허홍무. 여느 역사책에 등장한 적 없는 이름이지만, 그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현대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허홍무의 구술을 토대로 ‘한 개인의 현대사’를 쓴다. 그는 “일제강점기, 해방공간,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걸쳐 독립운동가 혹은 구국 영웅처럼 거대한 사명을 지닌 사람들 말고, 말 그대로 ‘태어났기에 살아가는’ 이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보고자 했다”고 말한다.허홍무의 유년기 기억은 일제강점기 농촌사회와 당시 지주 집안이 겪었던 일들을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 허홍무의 청년기는 한국전쟁을 지나 도시화에 휩쓸리기 시작한 때. 그가 눈앞에서 목격한 민간인 학살, 폭력적인 군대생활, 서울로 상경해 운전을 배운 일화 등이 담겨 있다. 당시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저자는 마을지, 총독부 관보, 학교 생활기록부,...

    1594호2024.09.04 06:00

  • [신간]얘들아, 인권이 무엇인지 아니?
    얘들아, 인권이 무엇인지 아니?

    창비 인권만화 세트 손문상 외 지음·국가인권위원회 기획·창비·세트 49000원“우와~ 할아버지는 이 많은 장난감을 어떻게 다 만드세요?”산타 할아버지로부터 여러 개의 장난감 선물을 받은 아이가 묻는다. 산타 할아버지는 대답한다. “간단하단다! 외국인 노동자를 시키지. 하루 12시간씩 휴일 하루 없이 월급 60만~70만원으로 부려먹을 수 있단다.”(창비 인권만화 <십시일反> 중 ‘산타 할아버지와의 대화’)한국을 대표하는 20명의 만화가와 국가인권위원회, 창비가 함께 펴낸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개정판(전 3권)이 20여 년 만에 출간됐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십시일反>이 나온 2003년만 해도 한국사회에서 인권은 낯선 단어였다. 6년 전인 1997년 첫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군사독재 정권의 그림자가 걷혔지만, 일상에선 여전히 폭력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인권이 무엇인지를 만화를 통해 친근하게...

    1593호2024.08.28 06:00

  • [신간] 여성 노동자 고공농성 투쟁사
    여성 노동자 고공농성 투쟁사

    체공녀 연대기, 1931~2011남화숙 지음·남관숙 옮김·후마니타스·2만원1931년 5월 29일 평양 평원고무농장 노동자 강주룡은 임금 삭감에 항의해 파업을 주도하다 일제 경찰이 파업 노동자들을 해산시키자 12m 을밀대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다. ‘체공(滯空)’. 공중에 머물러 있음을 뜻하는 단어가 강주룡이란 이름 앞에 붙은 까닭이다.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항의하며 영도조선소 내 크레인 위에서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전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모습과 겹친다. 그사이 1970년대엔 수많은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한국의 노동사·여성사를 오래 연구해온 저자가 한 세기에 걸쳐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사를 쓴다. 여성 노동자들을 노동운동의 주체로서 소환한다. ‘온순한 존재’인 여성 공장 노동자들이 전투적 행동에 나서게 되는 것이 그들의 순진함과 무지를 이용한 외부세력의 조정 때문이라는, 바로 그 ‘통...

    1593호2024.08.2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