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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외교 잘하면 막을 수 있는, 전쟁
    외교 잘하면 막을 수 있는, 전쟁

    분쟁 지역을 읽으면 세계가 보인다김준형 지음·날·1만7500원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제 분쟁에 관한 책을 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시리아 내전 등 최근의 분쟁 열 가지를 선정해 이들 분쟁이 어떤 배경에서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됐으며, 무엇을 남겼는지 살폈다.인류는 자주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전쟁도 깔끔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예컨대 2011년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와 알아사드 정부의 강경 탄압에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이후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종파 분쟁으로 번졌다. 여기에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북동부를 점령하고 러시아, 튀르키예, 이스라엘, 미국, 서유럽 등이 얽히면서 장기전이 됐다. 지난해 12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했다. 알아사드는 러시아로 달아났지만, H...

    1626호2025.04.30 06:00

  • [신간]고용의 양이 아닌, 질을 말할 때다
    고용의 양이 아닌, 질을 말할 때다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이상헌 지음·생각의힘·1만9800원국제노동기구(ILO)에서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는 저자가 ‘일’의 본질과 가치를 짚고, 왜 현실에서 좋은 일자리가 적은지를 써내려간 책이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됐다. 경제학이 ‘실업’을 다루는 한계와 역사적 논쟁을 짚는 1장, 일의 질에 주목하는 2장, 사회적 기여로 일자리의 가치를 정의하는 3장 등 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총체적으로 담겼다. 마지막 9장에서는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에서 시도된 일자리 보장 시범사업을 다루며 마치 아이를 키우듯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온 동네가 함께 힘을 모았던 사례도 소개한다.이 책에는 대한민국에서 일에 대한 논쟁과 정책이 부족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헌법 제32조에 ‘근로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을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근로 권리가 실현되지 않는다. 저자는 일자리를 바라보는 통상의 개념인 고용·실업·노동 개...

    1626호2025.04.30 06:00

  • [신간] 혼란한 미래 속에서 모색하는 ‘길’
    혼란한 미래 속에서 모색하는 ‘길’

    10년 후 세계사 : 미래의 역습구정은, 이지선 지음·추수밭·2만2000원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유전자편집···. 이미 우리 삶을 바꾸기 시작한 혁신 기술은 10년 후 미래에는 일상이 될지 모른다. 기술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기술이 만들어낼 변화와 충격파에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다. 저자들은 “(낙관론과 비관론 중에서) 정답을 골라야 하는 건 아니다. 가야 할 길은 ‘갈지(之)’ 자가 될 수밖에 없고 혼란 속에서 모색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예컨대 챗GPT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지브리 스튜디오’ 화풍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된 시대지만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창작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도 받는다. AI로 제작한 딥페이크 성착취물과 허위 정보가 담긴 선동물이 유포돼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냉각수를 사용하는데, 기후변...

    1624호2025.04.16 06:00

  • [신간] ‘허기와 비슷한’ 외로움에 대하여
    ‘허기와 비슷한’ 외로움에 대하여

    ▲외로움의 책다이앤 엔스 지음·박아람 옮김·책사람집·1만9800원우리 주변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곳곳에 널려 있다. 클릭 몇 번만으로 순식간에 주의를 빼앗아버리는 짤방, 매혹적인 쇼핑 아이템, 요리·운동과 같은 온갖 취미 활동이 그렇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외롭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책은 외로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외로움과 관계의 의미를 오랜 기간 탐구해온 캐나다 철학자다. 책은 외로움이 무엇인지, 왜 외로울 수밖에 없는지, 외로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외로움은 모순적’이라고 정의한 대목에서 “(외로움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완전히 노출돼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 외로움은 “감정이 아닌 욕구에서 비롯되는 갈망”이자 “허기와 비슷”하다고도...

    1624호2025.04.16 06:00

  • [신간] ‘경복궁 동물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
    ‘경복궁 동물들’이 들려주는 옛이야기

    경복궁 환상 여행 유물시선 지음·위즈덤하우스·1만8000원서울 광화문 앞에는 한 쌍의 해치가 서 있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 상상 속 동물이다. 옛 중국의 문헌은 “해치는 바르지 못한 사람을 뿔로 받고 사람이 다툴 때는 옳지 않은 사람을 깨문다”고 했다. 불기운을 막는 의미도 있다.경복궁에는 또 어떤 동물이 숨어 있을까. 광화문에서 근정전으로 향하는 길목에 놓인 다리 영제교에는 천록 네 마리가 산다. 갈기가 있는 사자의 얼굴인데 이마에 기다란 뿔이 달렸고 몸은 비늘로 덮였다.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능력을 지녔다. 근정전 월대에는 용의 아홉 자식 중 둘째로, 불 끄는 능력이 있는 ‘이문’이 서 있고, 월대 양쪽에 놓인 향로에는 불과 연기를 좋아하는 용의 여덟째 아들 ‘산예’가 새겨져 있다. 경회루로 넘어가면 왕이 바른 정치를 할 때 나타난다고 전해지는 ‘추우’를 만날 수 있다.경복궁 주요 전각 지붕 위에는 자그마한 ‘잡상’들이 장식돼 있다. 앞쪽부터 ...

    1620호2025.03.19 06:00

  • [신간] 탈진실 시대,  내게 필요한 건 뭘까
    탈진실 시대, 내게 필요한 건 뭘까

    생각을 잃어버린 사회버트런드 러셀 지음·장석봉 옮김·21세기북스·1만9800원노벨문학상 수상자 버트런드 러셀의 철학 에세이 모음집이다. 그는 책에서 “맹목적 믿음은 광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러셀의 통렬한 비판은 특정 정치집단이나 엘리트층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는 책에서 현대 사회의 인간은 이성이 마비됐다고 말한다.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믿는 인간은 감정과 선입견, 사회적 압력에 휩쓸려 행동하는 경우가 더 잦다. 이 대목에선 12·3 비상계엄을 선언한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맹목적 지지자들이 떠오른다. 책에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적십자사가 ‘흑인의 피를 백인에게 수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등이 예로 제시됐다.러셀은 자기 신념의 확신에 찬 교조주의자들이 사회를 경직시키고, 다양성을 억압하며,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교조주의에서 벗어날 해법이 있을까. 러셀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1950년 출...

    1620호2025.03.19 06:00

  • [신간] 세상은 소신 있는 이들이 지킨다
    세상은 소신 있는 이들이 지킨다

    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공석진 지음·수오서재·1만7000원저자가 운영하는 ‘공씨아저씨네’는 과일을 전문으로 다루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사이트에 접속하니 지금이 딱 제철인 ‘천혜향’ 사진이 나타났다. 껍질 표면에 상처 자국이 있는 ‘못생긴’ 천혜향이다. 사진에는 가격표 대신 이런 문구가 붙었다. ‘이기철 농민 작(作)’과일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로 나오는 공산품이 아니다. “땅과 자연환경, 농민의 땀이 어우러진 합작품”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일정한 크기와 모양의 ‘예쁜’ 과일을 생산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예쁜 과일만 찾는다. 울퉁불퉁하거나 흠집 난 과일은 ‘B급’ ‘못난이’ ‘흠과’ 따위로 불리며 싼값에 팔린다.‘외모 차별주의’가 판치는 과일 시장에서 공씨아저씨네는 과일을 차별 없이 판매한다. 몇 년 전에는 봄철 냉해로 전북 장수의 농부가 키운 사과에 동록(사과 껍질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이 심했지만 판...

    1619호2025.03.12 06:00

  • [신간] ‘트럼프의 미국’ 향한 날 선 질문들
    ‘트럼프의 미국’ 향한 날 선 질문들

    홈랜드 엘레지아야드 악타르 지음·민승남 옮김·열린책들·1만9800원미국 극작가 아야드 악타르의 자전적 소설이다. 작가 자신의 아버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장 주치의였다는 설정과 함께 소설은 시작된다. 파키스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아버지는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2016년 트럼프가 반이민 정책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했을 때 그에게 표를 주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악타르 자신은 9·11 테러 이후 무슬림으로서 겪는 차별과 미국인이라는 정체성 가운데서 딜레마와 고통을 갖고 살아간다. 저자는 이 과정을 따라가며 미국적 삶의 이면을 드러냄과 동시에 무슬림으로서 저자가 미국에 대해 갖는 분노와 애증을 낱낱이 드러낸다. 트럼프 시대를 다시 한번 살게 된 우리에게 ‘왜’ 다시 이 세상이 돌아왔는지, ‘어떻게’ 앞으로를 살아내야 할지 자문하도록 돕는다. 아메리칸 북 어워드 수상작이다. 유쾌한 문체가 읽는 재미를 더하는 블랙코미디다.특권...

    1619호2025.03.12 06:00

  • [신간] 페미니즘이 학교 필수 교과라면?
    페미니즘이 학교 필수 교과라면?

    국어, 수학, 페미니즘!이임주 지음·봄알람·1만7000원제주의 대안교육기관 ‘동백작은학교’의 교장인 저자가 페미니즘을 필수 교과로 가르치며 느끼게 된 경험담을 담은 책이다. 동백작은학교는 나의 언어, 내 몸, 나다운 페미니즘, 피임·임신·양육, 연애, 성폭력, 성 상품화 등의 주제로 주 1회 약 2시간씩 1년간 18차례에 걸쳐 페미니즘 수업을 진행한다.저자는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페미니즘을 국어, 수학처럼 당연한 교과목으로 배운다면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페미니즘이 주요 교과가 될 때 이 교육이 학교 환경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학교 공동체 구성원인 교사, 학생, 양육자들의 삶이 성평등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말한다.이 책의 장점은 ‘페미니즘 수업’을 접한 학교 구성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는 점이다. 16세 여성인 학생 희수는 “되게 겁나고 만지면 안 될 것 같았던” 콘돔 사용법을 배운 뒤 “콘돔이 안전하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1618호2025.03.05 06:00

  • [신간] 이 시대에 날 일으키는 자기 대화의 힘
    이 시대에 날 일으키는 자기 대화의 힘

    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다니가와 요시히로 지음·지소연 옮김·RHK·2만1000원우리는 늘 분주하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휴대전화를 스크롤링하며 단 한 순간도 쉼 없이 보내기 일쑤다. 말 그대로 ‘상시 접속 사회’인데 이 속에 사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외롭다.일본 교토에 사는 젊은 철학자인 저자는 고립과 고독할 시간을 잃어버리면서 사람들이 외로워졌다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다른 사람과 분리돼 무언가 집중하고,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상태를 잃어버린 것이다. 따분함을 견디지 못하고 자극에 끌려다니는 우리는 홀로 보내야만 알 수 있는 ‘자기 대화’를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저자는 프리드리히 니체, 오르테가, 한나 아렌트 같은 철학자의 입을 빌려 우리 상태를 진단한다. 니체는 ‘그대들은 자신을 제대로 견디지 못한다’고 쓴소리했고, 아렌트는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고는 나와 나 자신의 대화라며 그 길로 초대했다. 결국 필요한 건 고독과 철학...

    1618호2025.03.05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