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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이야기

    적당한 실례양다솔 지음·은행나무·1만7000원비건(채식주의의 한 종류)인 딸이 출가한 아빠와 점심을 같이한다. 식당에서 고기를 먹는 스님에게 딸이 묻는다. 왜 고기를 먹느냐고. 아빠인 스님은 말한다. 현상에 집착하지 말라고. 직장 생활에 시달린 딸이 뇌척수막염으로 입원하자 엄마가 손을 붙잡고 청혼하듯 말한다. “고기 먹자.” 딸은 엄마의 손을 붙잡고, 카페로 가 티라미수 케이크를 사주며 화답한다. “엄마 많이 먹어.” 연재 노동자, 스탠드업 코미디언, 글방지기, 메이크업 아티스트, 행사 사회자, 모자 장수…. 한때 출가했다가 속세로 나온 지 10년 차인 작가가 벌여온 일들이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낸 후 3년간 써온 글을 하나로 묶었다. 누구와도 닮지 않은 글이다. 분명 많은 책을 읽으며 ‘학습’했을 텐데, 그런 흔적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웃기지 않는 이야기를 웃기게 만드는, ‘코미디력’은 한층 세졌다. 범상한 경로를 벗어나 얻은 반짝이는 통찰...

    1570호2024.03.20 06:00

  • [신간]돌봄과 자유가 공존하려면…
    돌봄과 자유가 공존하려면…

    ■돌봄, 동기화, 자유무라세 다카오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1만8000원돌봄과 자유는 공존할 수 있을까. 일본의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에서는 일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원하는 시간에 먹고 잘 수 있다. 음식은 식판이 아닌 그릇에 담겨 나온다. 격리하지도 않고 원한다면 언제든 외출할 수 있다. ‘시스템’보다는 ‘사람’, 즉 당사자들의 자유와 인권을 우선한다. 당사자는 기존 생활 리듬대로 지낼 수 있다.저자는 이 시설을 총괄하는 소장이다. 인지 저하증(치매)을 병이 아닌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인지 저하증으로 겪는 혼란에 ‘동기화’를 시도한다. 동기화가 성공하면 돌봄을 하는 이도, 받는 이도 편해진다. 다만 동기화만을 목표로 하면 상대를 지배하고 통제하게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외려 동기화에 실패하면 더 자유롭게 해방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동기화하기 위해 두 사람이 노력하는 시도 자체에 돌봄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뜻이다. 동기화와 어긋남이 반...

    1569호2024.03.13 06:00

  • [신간]불로소득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불로소득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브렛 크리스토퍼스 지음·이병천 외 옮김·여문책·4만5000원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불로소득(不勞所得)’을 ‘직접 일을 하지 아니하고 얻는 수익. 이자, 배당금, 지대(地代)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설명한다. 금융자본의 지배력과 대기업의 독과점이 강화되면서 불로소득의 개념은 점점 확장하는 추세다. 이 책은 불로소득이 만연한 자본주의의 모습과 역사적 기원을 추적하고,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일련의 정책에 따라 불로소득 자본주의가 어떻게 가속화되고 공고해졌는지를 증명한다.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자본 개념에 물적 자본, 유·무형 자산 일체는 물론 임대료, 이자, 배당금, 특허권료, 이윤 등을 포함했다. 피케티는 자본의 소유와 통제를 기반으로 자본주의 문제를 해석했는데 이 책의 저자인 브렛 크리스토퍼스는 ‘불로소득자 자본’의 근간이 되는 시장...

    1569호2024.03.13 06:00

  • [신간]한·일 역사인식 차이의 이유
    한·일 역사인식 차이의 이유

    한국 병합모리 마유코 지음·최덕수 옮김·열린책들·2만2000원일본에서 한·일 병합을 다룬 2000년대 이전 저서들은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한국 근대사를 연구한 저자는 이런 의식을 당시 독자도 공유했다고 본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한류가 세계적인 영향력을 얻은 뒤 일본의 속죄의식은 옅어졌다. 오히려 한국인이 과도하게 애국적이고, 반일 감정에 치우쳐 있다고 본다. 반면 한국에선 사회의식 성장으로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저자는 틈을 좁히려면 양국 역사인식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 근대사 입문서를 썼다. 일본은 국제법적으로 해소된 사안을 한국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고, 한국은 조약 체결의 불법성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증거를 제시하며 반성을 요구한다. 저자는 적어도 대한제국 사료에선 한국인 절대다수가 일본 지배에 합의도, 환영도 하지 않았다는 점, 일본 사료에선 일본이 한국인...

    1568호2024.03.06 06:00

  • [신간]인종·젠더혐오를 비틀다
    인종·젠더혐오를 비틀다

    경계 짓기와 경계 넘기김경옥 외 지음·한울아카데미·4만6000원‘혐오’는 분명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단어다. 젠더혐오, 노인혐오, 아동혐오, 지역혐오. 지난 대선은 정치판에도 ‘혐오’가 매표수단으로 자리 잡은 해였다. ‘갈라치기’란 말은 상대방에 대한 혐오라는 말과 다름없다. 사실 가장 멀리해야 할 이 말이 성행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꾸준히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책은 제도와 관습 속에 숨어 작동하는 인종과 젠더 위계에 기반한 혐오의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오늘날 혐오는 노골적이고 단순한 ‘증오’로만 표출되지 않는다. 걱정으로 포장되거나 관습에 숨어 작동한다. 사회의 승인과 방조가 뒷받침돼 교묘히 증식한다. 연구진들은 이런 현상이 잘 드러나지도, 잘 포착되지도 않는 데 주목한다. 혐오를 드러내고도 “그럴 의도가 없었다”, “단순한 실수였다”는 변명으로 가려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차별과 혐오는 없다”라는 ‘정상성 신화’가 강화된다. 혐오 현상의 복잡함...

    1568호2024.03.06 06:00

  • [신간]혐오를 불평하는 눈송이 세대
    혐오를 불평하는 눈송이 세대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해나 주얼 지음·이지원 옮김·뿌리와이파리·2만2000원한국에서 청년세대를 일컫는 용어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MZ세대’다. 이런 세대 구분을 두고 단순히 태어난 시점을 기준 삼아 개인을 하나의 집단에 가둬놓고 평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많다. ‘눈송이’는 영미권에서 청년을 일컫는 ‘멸칭’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비디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눈송이 세대’를 분석하면서 세대론의 문제를 풀어간다. 주류 기득권은 눈송이 세대를 ‘강인하고 참을성 많은 기성세대와 달리 나약하고 예민하고 불평 많은 철부지 세대’로 정의한다. 저자는 묻는다. “왜 예민하고 불평하면 안 되는가?”저자는 눈송이의 어원을 찾아 용어에 숨은 기득권의 문화와 정치 이데올로기를 폭로한다. 눈송이란 용어는 백인우월주의와 반페미니즘을 표방하는 대안 우파 진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나 중도·진보주의자들도 눈송이를 혐오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극우의 인터...

    1567호2024.02.28 06:00

  • [신간]북한은 왜 두음법칙을 안 쓸까
    북한은 왜 두음법칙을 안 쓸까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이타가키 류타 지음·고영진, 임경화 옮김·푸른역사·3만원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해온 일본인 학자가 언어학자 김수경을 소개한다. 로동당(노동당), 력사(역사), 리론(이론) 등의 북한 말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김수경은 이런 북한 철자법의 기초가 된 ‘조선어 철자법’의 초안을 만든 사람이다. 두음법칙을 폐지하는 게 언어생활에 더 유익하다는 형태주의 이론을 주장했다. 김수경은 해방 직후부터 1960년대까지 북한 언어학의 모든 분야에서 활약한 언어학자, 언어정책의 설계자였다. 책은 김수경의 학문사를 개인사와 맞물려 서술한다. 저자는 과거 경북 상주 지역에 초점을 두고 식민지 조선의 사회 변화 실태를 살핀 연구로 주목을 받았다. 주류 연구와 정반대로 마을과 개인, 지방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로 국가, 제국, 세계사적 사건을 연결지었기 때문이다. 이번 책에서도 김수경 개인사를 북한사, 한반도사, 세계사로 확장하는 시도를 했다. 책에 대한 일본 학계의 ...

    1566호2024.02.21 05:30

  • [신간]여전히 남은 이들의 이야기
    여전히 남은 이들의 이야기

    뒷자리희정 지음·포도밭출판사·1만6000원뒷자리란 ‘어떤 일을 한 뒤의 흔적’을 의미한다.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2011),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2023) 등 사회의 아픈 이면을 기록해온 ‘기록노동자’ 희정 작가의 신간이다.싸움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떠난 곳에 여전히 남아 문제와 맞서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뒷자리에서도 더욱 그늘진 자리에서보다 치열하게 싸웠던 사람들, 목소리를 무시당한 채 그림자처럼 대우받는 사람들. 작가가 이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1, 2, 3부에 각각 담았다.1부는 ‘여전히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송전탑이 세워진 밀양, 50년간 군의 폭격 훈련장으로 쓰이다 반환된 매향리, 월성원전과 맞닿아 있는 마을 나아리. 작가는 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싸움이 끝난 뒤 흔적을 더듬고, 남아 있는 이들이 과연 무엇을 지키고 또 여전히 이루려고 하는지 들어본다.2부는 ‘...

    1566호2024.02.21 05:30

  • [신간]의사가 밝힌 ‘의료 조력 사망’의 과정
    의사가 밝힌 ‘의료 조력 사망’의 과정

    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진 마모레오, 조해나 슈넬러 지음·김희정 옮김·위즈덤하우스·1만9800원캐나다에서 최초로 ‘의료 조력 사망’을 시행한 의사이자 작가인 저자가 의료 조력 사망에 관해 밝힌 책이다. 의료 조력 사망은 ‘안락사’ 혹은 ‘존엄사’로도 불린다. 숱한 논쟁이 있었고, 여전히 찬·반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제다. 캐나다는 2016년 알츠하이머 등과 같은 말기 중증환자만 의료 조력 사망을 법으로 허용했다. 2021년에는 허용 대상을 불치병 환자까지 확대해 가장 ‘급진적인’ 의료 조력 사망을 시행하는 국가가 됐다.본래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하던 저자는 의료 조력 사망이 법으로 허용된 이후 7년여 동안 많은 환자가 생을 마감하는 일을 ‘조력’해왔다. 책에서는 의료 조력 사망을 택하는 환자들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고 있는지, 조력 행위가 시행될 때는 어떤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는지 등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묘사하고 전달한다.하루는...

    1565호2024.02.09 05:30

  • [신간]밀양 할매들 싸움은 진 걸까
    밀양 할매들 싸움은 진 걸까

    전기, 밀양 - 서울김영희 지음·교육공동체벗·2만2000원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경남 밀양을 거쳐 서울로 옮기는 중에 거대한 송전탑이 등장한다. 밀양 송전탑 건설에 저항했던 ‘밀양 할매’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의 표지가 형상화한 이미지다. 국문과 교수로 구술 서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1993년 밀양에서 구술 청취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 탈송전탑·탈핵 운동의 이야기를 들었다. 2014년 행정대집행으로 송전탑이 다 들어선 지 10년이 지났다. 세상은 밀양의 싸움을 졌다고 기억하지만, 몸과 몸에 쇠사슬을 잇고 공사를 막아섰던 이들 할매들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느그가 할 거잖아. 나는 걱정 안 한다. 그라이 지는 싸움도 아니지.” 저자와 구술자로 참여한 이들은 탈송전탑·탈핵 이야기가 과거 회상에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송전탑 건설을 위해 한국전력과 공권력이 어떤 폭력과 기만을 저질렀는지, 오랜 역사와 관계를 이어온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낱낱이 기록했...

    1564호2024.01.31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