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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작업복으로 가늠한 노동좌표
    작업복으로 가늠한 노동좌표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오월의봄·1만9800원작업복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이 쓰레기 소각장, 건설 현장, 산불 현장 등 10곳의 일터를 찾아 기록한 이야기는 작업복이 노동환경과 안전, 차별과 깊이 얽혀 있음을 알려 준다. 작업복은 사고 위험에서 노동자를 보호해주고, 작업 편의를 높여주는 것이어야 하는 데 오히려 불편하고 위험하게 하고, 심지어 차별적이다. 서울의 한 자원순환센터의 경우 재활용품 선별위원들이 뜨겁고, 날카로운 물건이 섞인 쓰레기 더미를 뒤져야 하는데 회사는 용도에 맞지도 않는 장갑을 턱없이 적은 수량을 지급했다. 피복비로 책정된 예산을 가로채는 회사도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남성 신체를 기준으로 제작된 작업복을 스스로 수선해 입어야 한다. 그나마 용접 장갑이나 보호구는 수선도 불가능하다. 여객기 여성 승무원의 몸에 꽉 끼는 유니폼은 성 상품화된 이미지를 강요할 뿐만 아니라 업무에도...

    1577호2024.05.08 18:00

  • [신간]페미 노무사가 페미 노동자에게
    페미 노무사가 페미 노동자에게

    일터에서 지지 않는 법이슬아 외 지음·숨쉬는책공장·1만8000원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여성 노무사 4명의 실전 현장 코칭을 담았다.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스트에게 알려주는 노동법’ 모임에 속한 4명의 여성 노무사가 함께 쓴 첫 책이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권리를 모르거나 알고도 당하는 다양한 여성을 만났다.혹자는 고용돼서 일하는 사람이 법을 안다고 무엇이 달라지냐고 묻는다. 아울러 여성을 위한 노동법과 남성을 위한 노동법이 따로 있냐고도 묻는다. 이들은 체념 섞인 질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답한다. 노동법을 아는 만큼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다른 노동법 책들과 구분되는 것은 저자인 4명의 여성 노무사가 ‘여자 됨’과 ‘노동자 됨’ 그리고 ‘노무사 됨’을 교차해 가감 없이 풀어내는 점이다. 노무사이기 전에 여성이자 노동자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많은 고충을 함께 겪은 사람으로서 동시에 노동자를 대변하는 법 전문가로...

    1576호2024.05.01 06:00

  • [신간] 통설 너머 중국 정치의 역설
    통설 너머 중국 정치의 역설

    당과 인민브루스 J. 딕슨 지음·박우 옮김·사계절·2만6000원중국공산당은 올해 집권 75년째를 맞는다. 세계 공산당 중 최장수 기록이다. 서방은 경제가 발전하면,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중국공산당도 민주화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는 수십 년째 실현되지 않고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중국 정치를 가장 중립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평가받는 저자는 중국공산당 지배체제가 굳건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핵심은 당과 인민 중 누구도 아직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과 정치적 안정에 반드시 더 유리하지는 않고, 중국인은 통치의 개선, 삶의 질 향상을 민주주의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통치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미 마오쩌둥 이후 민주화의 길을 겪고 있다고 인식한다. 저자는 통설에 갇혀 중국 없는 미래를 기대하기보다 중국을 다양한 가치와 생...

    1576호2024.05.01 06:00

  • [신간] 차이를 넘어서는 첫걸음, 질문
    차이를 넘어서는 첫걸음, 질문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이가라시 다이 지음·노수경 옮김·사계절·1만6000원일본의 코다(CODA·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인 자녀) 작가 이가라시 다이가 청각장애인 어머니의 삶을 취재해 쓴 에세이다. 1950년대에 가족 중 홀로 장애인으로 태어난 어머니가 언어를 갖지 못한 채 보낸 유년 시절부터 수어를 배워 소통의 즐거움을 알게 된 학창 시절, 아버지 고지와 결혼해 주변의 우려 속에서 자신을 낳기까지 30여 년에 걸친 시간을 사회 현실과 엮어 복원한다.‘들리지 않는 사람들’과 ‘들리는 사람들’이 차이에 갈등하면서도 공생의 방법을 모색하고, 장애인의 출생을 막는 우생보호법이 존재하던 시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이어가는 이야기도 펼쳐진다.아울러 이 책은 청각장애인 부모의 언어인 수어를 충분히 익히지 못해 자라는 내내 외로웠던 아이가 성인이 돼 수어를 다시 배우며 어머니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정도 담았다. ‘차이’를 ...

    1575호2024.04.24 06:00

  • [신간] 보이지 않는 가정폭력 ‘경고’
    보이지 않는 가정폭력 ‘경고’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필리프 베송 지음·이슬아 옮김·레모출판사·1만7500원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던 ‘나’는 어느 날 여동생의 전화를 받는다. 동생은 침묵 끝에 “아빠가 엄마를 죽였다”고 말한다. 사랑하던 어머니가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세상을 떠난 날, 두 사람의 삶도 끝났다. 현장을 목격한 동생은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난 이웃의 수군거림과 아버지와의 대질신문에 고통스럽다. 가장 괴로운 건 나 자신이 가해자이기도 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미소를 잃어가는 어머니, 점점 심해지는 아버지의 집착과 폭력성이라는 위험한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견디다 못해 신고했지만, 공권력은 외면했다. 결국 떠나기로 한 어머니를 향해 아버지는 흉기를 들었다. 작가는 어머니를 잃은, 절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치유하려 애쓰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2021년 한국에서는 최소 83명의 여성이 남편과 애인의 손에 살해당했다. 작가는 ‘종종 있는 일’로 치부되는 가정폭력을 아이...

    1574호2024.04.17 06:00

  • [신간]열망한다, 젠더의 ‘재활력화’
    열망한다, 젠더의 ‘재활력화’

    젠더 스터디캐럴 스미스-로젠버그 외 지음·김보명 외 옮김·후마니타스·4만2000원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요 주제와 개념을 놓고 전통적 접근 방식이 가진 한계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다. 젠더 연구에서 다루는 핵심 용어들을 설명하면서도, 그 설명이 현실적으로 적절하며 성찰적인지 독자들 스스로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예컨대 신체와 문화, 인권, 정의, 신화, 권력, 규제, 종교와 같은 각각의 개념어를 소개하며, 이들이 그간 어떻게 젠더를 무시했는지, 또 어떻게 이를 은밀하게 재생산해 왔는지 치밀하게 파고든다.모든 개념 속 젠더 사유의 우선권을 부여하면 지적이고 정치적인 세계가 무한히 확장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개별적인 장을 독자적으로 집필해 순서에 상관없이 읽을 수 있도록 그 자체로 완결적인 내용을 목표로 작성됐다. 독자들은 자신의 관심이 가는 대로 손에서 펼쳐지는 곳부터 어디든 읽어나갈 수 있다.나아가 오늘날 각각의 개념이 젠더와...

    1574호2024.04.17 06:00

  • [신간] ‘빈곤 청소’란 국가범죄의 진실
    ‘빈곤 청소’란 국가범죄의 진실

    고립된 빈곤박유리 지음·시대의창·1만8000원우리는 열심히 빈곤을 청소했다. 달동네를 밀고 아파트를 지었다. 남루한 동네가 번듯해지면 빈곤이 사라진 듯했다. 1987년까지 또 다른 방법도 동원했다. 군사정권은 거리에서 빈곤해 보이는 이들을 붙잡아 수용시설로 보냈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1년부터 도시정화를 목적으로 부랑인 단속을 강화하자 형제복지원은 거리에서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붙잡아왔다. 정부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복을 입고 아빠 심부름을 나간 소녀가, 술에 취해 거리에서 잠을 자던 아빠가, 여관비를 아끼려 역에서 밤을 지새우던 사람이 끌려와 하루아침에 수용자가 됐다. 나가게 해달라고 하면 매타작이 시작됐고, 탈출하다 붙잡히면 죽을 듯이 맞았고, 죽었다. 서로 때리고 구경하게 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이곳에 5만명 넘게 감금당했고, 그중 657명이 숨졌다. 언론인 출신의 작가는 피해자, 생존자를 10년 넘게 인터뷰해 사건의 진상을 기록했다. ...

    1573호2024.04.10 06:00

  • [신간] ‘모래 뺏기 놀이’ 세월호 복기
    ‘모래 뺏기 놀이’ 세월호 복기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진실의힘·3만5000원“승객의 생명을 걸고 하는 모래 뺏기 놀이와 같았다.” 2016년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쓴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기록팀)은 세월호 참사를 ‘모래 뺏기 놀이’에 비유했다. 수백 명이 타는 배를 가운데 두고 모래를 빼내듯,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장치들을 하나씩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은 18년 된 낡은 배를 일본에서 들여와 서류를 조작하고, 무리하게 증·개축했다. 운항할 때마다 해야 하는 복원성 계산, 화물량 확인, 고박 상태 검사는 배 바깥에서 흘수선만 확인하는 형태로 이뤄졌다.무리하게 증·개축한 배는 조타 장비의 작은 고장을 견디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빠르게 선회하면서 왼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졌다. 부실하게 묶어 놓은 화물이 한데 쏠리면서 복원성을 상실했다. 기관실 각 구역을 열어놓고 운항하던 선원들은 그 상태를 방치하고 빠져나가 침수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

    1573호2024.04.10 06:00

  • [신간]오늘도 ‘좋아요’를 눌렀나요?
    오늘도 ‘좋아요’를 눌렀나요?

    좋아요의 함정이사벨 메이라 지음·김파비오 옮김·북극곰·1만6700원오늘도 무심코 ‘좋아요’와 ‘공유’를 누르는 이들을 위한 지혜로운 인터넷 생활 지침서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인터넷 세상에서 하루를 보낸다. 특히 청소년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말하는 법보다 휴대전화 다루는 법을 먼저 깨친 디지털 원주민이다.우리는 휴대전화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소셜 네트워크의 시민으로 활동한다. ‘좋아요’와 ‘공유’를 누르며 현실의 나를 잊을 때도 적지 않다. 이제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작가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평등하고 안전하게 인권을 보호받으며 디지털 세상의 주인으로 살고 있을까? 왜 디지털 세상에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메시지, 가짜 뉴스가 넘쳐날까? 광활한 인터넷 세상을 누가 어떻게 지배하는 것일까?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떠돌면 디지털 발자국이 남는다. 오래 머무를수록 개인정보는 구체적이고 다양해진다. 축적된 정보는...

    1572호2024.04.03 10:56

  • [신간]울산 너마저, 짙어지는 그늘
    울산 너마저, 짙어지는 그늘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양승훈 지음·부키·1만9800원‘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최대 생산기지, 울산.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라는 ‘3대 산업’을 축으로 1인당 지역내총생산과 총소득 모두에서 전국 1위를 달려왔다. 그런데 이 도시에 쇠락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울산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중화학공업 위주의 수출주도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기술 혁신을 담당할 연구소는 천안 이북의 수도권으로 떠났다. 고임금의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저임금의 하청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분절은 골이 깊다. ‘가방끈’의 길이와 무관하게 성실하고 근면하다면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던 ‘노동 계급 중산층’ 신화도 무너지고 있다. 그 신화는 산업 가부장인 아버지들의 일자리는 지켰지만, 역설적으로 청년과 여성이 들어갈 일자리를 위축시켰다. 울산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한국의 산업도시, 한국 제조업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다. 거제조선소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2019년 <...

    1572호2024.04.03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