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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동물들도 살 만한 세상을 꿈꾸다
    동물들도 살 만한 세상을 꿈꾸다

    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김정호 지음·어크로스·1만7500원좁은 실내 동물원에서 갈비뼈를 드러낸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갈비 사자’를 구조해 화제가 된 김정호 청주동물원 수의사의 에세이다. ‘동물 관람’을 위해 만들어진 청주동물원이 어떻게 늙고 아픈 사육 동물들의 보호소로 거듭나게 됐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저자와 동물권 단체들이 농가에서 구조한 ‘웅담 채취용’ 반달가슴곰은 청주동물원에서 생애 처음 땅을 밟았다. 낙엽을 모아 곰사에 넣어주니 반달가슴곰들이 낙엽을 한 아름 안아서 자기 자리에 깐다. 인공 횃대 위에 박제처럼 서 있던 올빼미를 소나무가 많은 사육장에 풀어놓자, 소나무 가지 사이로 날아가 몸을 숨긴다. 좁은 욕조 같은 수조에 살며 곰팡이 피부병에 시달리던 수달에게 볕 잘 드는 넓은 공간을 마련해주자 햇볕을 쬐며 털을 말린다.올빼미가 소리에 예민하다는 사실을 배운 한 어린 방문객은 올빼미 사육장 앞에서 목소리를 작게 낮췄다. 어떤 학생들은 ‘동물을 위...

    1663호2026.01.21 06:00

  • [신간] ‘우리’가 경험한 또 하나의 냉전
    ‘우리’가 경험한 또 하나의 냉전

    자카르타가 온다빈센트 베빈스 지음·박소현 옮김·두번째테제·2만7000원1965~1966년 인도네시아에서 50만명 이상이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학살당했다. 심지어 희생자가 수백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 학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희생자 수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학살 이후 수십년이 지나는 동안 정확히 그 시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하려는 모든 시도를 막았고, “지구상 누구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 특파원 등을 역임한 미국 기자 빈센트 베빈스는 자카르타에서 일어난 진상과 그 맥락을 밝히기 위해 12개국을 방문해 100명이 넘는 당사자, 관계자 등을 인터뷰해 이 책을 썼다.1965년 당시 소련과 중국 다음으로 큰 공산당은 인도네시아에 있었다. “인도네시아가 이토록 완벽하게 잊힌 이유는 1965~1966년에 벌어진 사건이 너무 완벽한 미국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자행된 학살을 ...

    1663호2026.01.21 06:00

  • [신간] 빠른 비판보다 느린 대화가 필요해
    빠른 비판보다 느린 대화가 필요해

    동료에게 말 걸기박동수 지음·민음사·1만8000원‘동료’란 무엇인가? 동료란 같은 뜻을 품은 동지와는 달리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말 걸기’ 위해선 “잘” 말해야 한다. 이는 단지 솜씨의 차원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의 말에 일단 귀를 기울이는 일이자 “타인의 말을 제대로 듣기 위해 나를 바꾸는 노력”이다.16년 차 편집자이자 철학책, 독서 모임 등을 통해 대중·연구자 등과 소통해온 저자는 <동료에게 말 걸기>에서 본격적으로 말 걸기의 ‘태도’에 주목한다. 어쩌면 우리는 발화되는 내용보다 태도에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거창한 담론이나 무결해 보이는 주장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누군가를 당연하다는 듯 배제한다면 진정한 앎이 아니라 단지 앎의 포즈와 자기만족만을 남길 뿐인 것이 아닐까?AI가 누군가를 대체한다고 할 때, 돌봄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이 될 때 저자는 쉽게 문제를 재단하는 대신 책을 경유해 동료들에...

    1653호2025.11.12 06:00

  • [신간] 사랑이라는 전문성을 길어올리다
    사랑이라는 전문성을 길어올리다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최현희 지음·위고·1만9000원초등학생인 아이가 친구들과 주고받는 말을 듣다 보면 아찔해질 때가 있다. 남자아이들은 욕을 일상어처럼 쓰고, 때론 뜻도 모른 채 혐오 표현을 내뱉기도 한다. 아이와 친구들을 붙들고 “그런 말은 절대 쓰면 안 된다”고 혼을 내고, “욕 안 할게요”라는 다짐까지 받아내지만 그때뿐이다. 아이들은 마냥 순수하거나 착하지 않다. 욕심도 많고 누군가를 질투하고 다투고 사랑을 갈구하기도 한다. 그 마음이 서로 부딪히는 교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우리 학교엔 페미니스트 교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인터뷰 영상으로 잘 알려진 ‘마중물샘’ 최현희 교사가 지난 4년간의 교단 일기를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책에서는 저자가 학생들의 말과 행동을 살피며 수업에 초대하기까지의 ‘고군분투’가 생생하게 담겼다. 그는 “그렇게 수업 중에 학생과 연결되는 것. 나는 이것이 교사의 사랑이고 교사의 전문성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최 교사가 ...

    1653호2025.11.12 06:00

  • [신간] 중독에 대한 색다른 생각
    중독에 대한 색다른 생각

    우리가 기댄 모든 것마쓰모토 도시히코, 요코미치 마코토 지음·송태욱 옮김·김영사·1만8800원알코올, 니코틴, 음식, 스마트폰… 우리는 수많은 중독의 위험 속에 살아간다. 통상 모든 중독을 ‘뚝’ 끊는 것을 ‘중독 치료’의 목표로 두곤 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알코올, 음식 등 수많은 의존증과 함께 살아온 문학평론가와 중독 전문 정신과 의사는 중독에 대한 통념에 문제를 제기한다. 문학평론가 요코미치는 책에서 ‘중독’은 쾌락을 얻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고통을 회피하려는 몸짓이라고 말한다. 이때 무조건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해봤자 근원적인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다른 중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마쓰모토는 중독인 채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의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며 중독을 터부시하는 시선 자체가 회복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우리가 중독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1650호2025.10.22 06:00

  • [신간] 성장 과정과 같은 사물 만들기
    성장 과정과 같은 사물 만들기

    만들기팀 잉골드 지음·차은정 외 옮김·포도밭·2만5000원영국 인류학자 팀 잉골드가 집필한 ‘선의 인류학 3부작’(<라인스>·<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중 두 번째 저술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네 개의 A’(Anthropology(인류학)·Archaeology(고고학)·Art(예술)·Architecture(건축))를 통해 만들기, 앎, 실천, 관찰 등에 대한 본질적인 사유에 착수한다. 과연 만들기란 ‘재료’를 가지고 ‘주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방적인 과정일까? 저자는 이러한 아이디어에 반대한다. 그는 “사물의 만들기는 성장의 과정과 같다”고 주장한다. 쓰기, 관찰, 배움도 마찬가지라서 한 책을 써내는 일은 곧 저자가 관찰의 대상, 질료‘와 함께’ 존재하고,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계획된 결과로서의 인공물 역시 어느 정도 허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저자는 ‘네 개의 A’라는 강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

    1642호2025.08.20 06:00

  • [신간] 더 큰 문제는 청년 극우다
    더 큰 문제는 청년 극우다

    내란 예방 경제학원승연 외 지음·생각의힘·1만9800원12·3 불법 계엄에 대한 책임은 내란 수괴와 그 일당에게 묻는다고 치자. 더 큰 문제는 탄핵과 대선을 거치며 드러난 청년 극우의 존재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집회에 대규모 인파가 결집하고, 법원을 습격해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한국사회가 심각한 병리 현상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저자로 참여한 13명의 경제학자는 “(극우 세력의 위협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근저의 구조적 원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들은 극우 세력의 확산에 경제적 요인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국 경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살폈다.책은 극우가 부상한 원인으로 저성장과 역동성 상실, 능력주의의 확산과 양극화 등을 꼽는다. 역동성의 상실을 짚은 대목은 인상적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단순히 성장률이 떨어진 것이 문제가 아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도전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

    1642호2025.08.20 06:00

  • [신간] 비껴지고 어긋나게 복원한 8·15
    비껴지고 어긋나게 복원한 8·15

    해방의 기억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지음·지식의날개·1만9000원당신에게 8·15는 어떤 의미인가. 해방 한참 뒤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날은 ‘대한민국이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난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집과 거리에 걸린 태극기,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발표되는 대통령의 경축사, 방송사들의 특집 프로그램 등 8·15 즈음에 마주하게 되는 광경은 이런 인식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국가는 ‘상징 자본의 독점체’로, “그가 제시한 것만을 진리로 고집하기 때문에 모든 탐구와 배움을 봉쇄한다”며 “국경일이 반복되고 국가적 상징으로 추앙될수록 그것은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사유의 대상으로 초점화되지 않는다”고 말한다.이 책은 해방 공간에서 쓰인 한국 소설, 중국 동북 지역 조선인과 재일 조선인의 문학 작품 등을 소개하며 서로 다른 지역에서 해방을 경험한 다양한 사람을 복원한다. 예컨대 해방 직후 소련군이 점령한 중국 동북 지역에 살았던 ...

    1641호2025.08.13 06:00

  • [신간] 남성 서사의 ‘그림자’로 묻힌 여성
    남성 서사의 ‘그림자’로 묻힌 여성

    조지 오웰 뒤에서애나 펀더 지음·서제인 옮김·생각의힘·2만4000원<위건부두로 가는 길> 같은 생생한 르포부터 에세이,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 <1984>까지 건조하면서도 과감하게 본질을 꿰뚫는 문체로 유명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에게는 ‘유력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보조자’, ‘섬세한 비서’가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첫째 아내 아일린이다.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사교적이지 못한 남편을 대신해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스페인 내전 당시 POUM(통합 마르크스주의 노동자당)의 핵심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또 <동물농장>을 우화로 써보자고 제안하고, 대신 타자를 하고 교열을 보고, 남편이 ‘사소한 문제들’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도록 보조했다.저자는 이 책에서 아일린이 쓴 서간문을 바탕으로 픽션적 상상력을 더해 지워진 존재의 모습을 조심스레 떠올린다. 오웰과 아일린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자 본...

    1641호2025.08.13 06:00

  • [신간] 당신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당신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내가 죽는 날애니타 해닉 지음·신소희 옮김·수오서재·2만원문화인류학자인 저자가 조력 사망의 현장을 직접 동행해 써낸 기록이다. 조력 사망은 환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도록 돕는 행위를 말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연명의료 중단보다 더 적극적 죽음 행위다. 책은 미국 오리건주 등 조력 사망이 합법화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는지를 그려낸다. 조력 사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법적 요건, 경제적 제약, 문화적 낙인 등 복잡한 현실도 따라간다.결국 책은 우리 사회에는 죽음에 대한 더 많은 언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료가 끝내 해결해줄 수 없는 고통이 있을 때, 그 고통을 무조건 환자가 겪어야 한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죽음을 선택한다는 건 죄인가 존엄인가.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마땅한가. 한국은 본인 또는 가족의 동의로 연명의료 중단을 할 수 있다. 다만 의사의 도움을 받는 자살로 알려진 존...

    1640호2025.08.0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