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있던 날, 언론에 보도된 춘추관의 사진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자리를 채우고 가만히 앉아 대통령의 훈시성 담화를 경청하고 있던 사람들은 청와대 직원이 아니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었다. 그들은 노트북도 갖고 오지 않았고 대통령의 담화가 끝나도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자들은 왜 병풍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일까. 물론 그들만 탓할 세상은 아니다. 권력에 길들여진 언론인들의 모습은 도처에 깔려 있다. 어디 할 것 없이, 주군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방송사가 채워진 지 오래다. 극우적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는 인사의 ‘공영방송 이사직 3연임’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도는 무너져버린 공영방송의 욕된 현실이었다. 종편방송이고 보도채널이고 편파와 선정이 판을 쳐도 자성의 목소리는 더 이상 그들의 내부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저마다 보신(保身)의 숨을 쉬기 위해 자존의 숨을 죽였다. 우리 언론이 지켰어야 할 독립의 성(城)은 권력에 ...
1140호2015.08.17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