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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창선의 눈]권력 앞에 숨죽인 시대의 자화상
    권력 앞에 숨죽인 시대의 자화상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있던 날, 언론에 보도된 춘추관의 사진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자리를 채우고 가만히 앉아 대통령의 훈시성 담화를 경청하고 있던 사람들은 청와대 직원이 아니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었다. 그들은 노트북도 갖고 오지 않았고 대통령의 담화가 끝나도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자들은 왜 병풍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일까. 물론 그들만 탓할 세상은 아니다. 권력에 길들여진 언론인들의 모습은 도처에 깔려 있다. 어디 할 것 없이, 주군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방송사가 채워진 지 오래다. 극우적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는 인사의 ‘공영방송 이사직 3연임’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도는 무너져버린 공영방송의 욕된 현실이었다. 종편방송이고 보도채널이고 편파와 선정이 판을 쳐도 자성의 목소리는 더 이상 그들의 내부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저마다 보신(保身)의 숨을 쉬기 위해 자존의 숨을 죽였다. 우리 언론이 지켰어야 할 독립의 성(城)은 권력에 ...

    1140호2015.08.17 18:30

  • [유승찬의 눈]‘딸과 아들을 위해’ 재벌개혁부터
    ‘딸과 아들을 위해’ 재벌개혁부터

    대통령이 사납다. 8월 6일 담화에서 대통령은 경제를 37번 말했다. 대통령이 경제를 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만을 강조하는 것은 골목길 행인을 위협하며 질주하는 출근길 차량처럼 사나워 보인다. 누구를 위한 경제인가.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딸과 아들을 위해’ ‘엄마 아빠가 가진 것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 딸과 아들들을 위해 인생을 다 바친 어른들에게 대통령이 기득권자라는 낙인을 찍는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임금은 깎고 해고의 자유를 약속하란다. 왜곡된 경제구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없고 세대갈등을 부추긴다.사나운 이야기다. 담화의 요지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 결국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딸과 아들을 호명하며 간곡함을 호소할 때 나는 멀게는 세월호 참사로 스러진 젊은 아들딸들을, 가깝게는 정부의 잘못된 ...

    1139호2015.08.10 16:10

  • [백가흠의 눈]그리스가 지키고자 하는 것
    그리스가 지키고자 하는 것

    몇 해 전 문화예술위원회의 배려로 그리스에 몇 달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그리스는 1차 구제금융 이후 2차 구제방안을 놓고 정부와 국민이 극렬한 대치를 이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긴축재정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로 거리엔 화염병이 넘쳐났고, 은행과 정부 건물에 방화를 해서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독일을 위시로 한 채권국의 긴축재정, 개혁규제 요구에 정부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이후 국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스는 이미 1차 구제금융 당시 국가 기간산업 전반이 주요 채무국인 독일 등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넘어간 상태였고, 2차 구제를 앞두고 교육, 의료, 교통 등 사회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기본적 권리에 대한 긴축을 약속하길 요구받던 상황이었다. 국민들은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채무국의 요구대로 정부는 이행을 약속하고서 2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3차 구제금융 협상 중이다. 상황은 1·2차 구제금융 당시...

    1138호2015.08.04 15:27

  • [선대인의 눈]‘차등의결권’ 도입 안 된다
    ‘차등의결권’ 도입 안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의 경우 결국 두 회사 주주총회에서 합병결의안이 통과된 뒤에도 기득권 언론들의 삼성재벌 호위 역할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참에 경영권 방어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차등의결권이다.차등의결권은 특정한 주식에 대해서 다른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모두 1주에 1표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어떤 회사는 특정한 주식에 1주에 5표, 10표와 같이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주식은 경영권을 가진 측에서 주로 보유하게 되므로 적은 주식으로도 다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차등의결권이 허용된 나라에서 이를 실제 활용하는 기업은 대부분 벤처기업들이다. 벤처기업들은 초기에 아주 적은 자본으로 기업을 꾸리다가 빠른 성장가도를 걷게 되면 상장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때 창업자를 비롯한 기존의...

    1137호2015.07.27 15:38

  • [유창선의 눈]국정원의 감시 본능
    국정원의 감시 본능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발신자 표시는 돼 있지만 링크가 포함돼 있는 내용이라 신경이 곤두선다. 이게 국정원이 심는다는 피싱 파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지나간다. 국정원이 구입했다는 해킹 프로그램의 가공할 위력을 뉴스를 통해 접한 터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과 동작이 휴대폰을 통해 전송돼 감시자가 PC 모니터를 통해 들여다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은 전율 그 자체이다.이 불안은 18세기 말 벤담이 제안했던 판옵티콘(panopticon)의 독방 안에 갇혀 있는 것이 바로 나였다는 탄식으로 이어진다. 판옵티콘 중심에 설치된 탑이 해킹 프로그램이 깔린 PC로 바뀌고, 수감자의 독방이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뿐, 감시자를 볼 수 없는 수감자가 끊임없이 감시당하게 된 상황은 마찬가지다. 물론 국정원은 국민들 상대로 해킹을 한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한다. 그러나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누구의 휴대폰이라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국정원...

    1136호2015.07.21 11:30

  • [유승찬의 눈]유승민의 뒤집기
    유승민의 뒤집기

    “규칙은 하나뿐이야, 사냥하든지 사냥당하든지.”미국 정치 드라마 의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가 독백처럼 던진 말이다. ‘정치와 조폭’의 참을 수 없는 가까움을 그린 정치 누아르인 이 드라마는 워싱턴 정가의 가차 없는 권모술수를 다룬다. 혹자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힘겨루기를 조폭 세계의 배신과 의리를 다룬 영화 에 비유하기도 했다. 또 영화평론가 강소원씨는 한 칼럼에서 “한국 사회를 영화 장르로 비유하자면 공포영화와 조폭영화가 동시상영되는 영화관 같다”고 했다. 메르스발 재난 공포영화에서부터 대통령발 조폭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조폭과 정치는 닮은 데가 많다. 음험한 뒷거래가 횡행하고 겉과 속이 다르며, 이익 앞에선 물불을 안 가리지만 배신에 대해선 가혹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배신을 다루는 방식이다.조폭이 총칼을 동원한 물리적 힘에 의존한다면, 정치는 세력관계에 기반한 말의 힘에 기댄다. 프랭크 언더우드가 극중에서 ...

    1135호2015.07.13 15:20

  • [백가흠의 눈]작가에게 미문이란
    작가에게 미문이란

    “한 것은 한 것이고 안 한 것은 분명히 안 한 것이다.” 나스메 소세키의 소설 에 나오는 한 문장이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문장인데, 저 한 문장이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다. 나는 작가가 소설에 쓰는 문장을 지어내고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인식의 발견이고 고유한 서정의 발현이다. 문장은 자기 자신의 근원을 찾는 과정이고 감성을 발굴하는 시간의 응축인 셈이다.좋은 문장을 가지기 위해 흔히 필사를 하는데, 나는 문창과 출신이지만 필사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내 문장이 이 모양 이 꼴로 어두운 장막 근처에서만 맴도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남의 글을 옮겨 적는 필사가 문학적 감수성을 높여준다고는 믿지 않는다. 어쭙잖게 몇몇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나는 학생들에게 필사 대신 큰소리로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문장의 수준을 높이는 데 소리 내어 읽는 것만큼 더 좋은 방도가 없다고 믿는다. 소설은 글...

    1134호2015.07.06 16:29

  • [선대인의 눈]‘삼성 대 엘리엇’ 진정한 국익은
    ‘삼성 대 엘리엇’ 진정한 국익은

    삼성 대 엘리엇 사태에 대해 최근 뉴라이트 계열의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토론회에 참여한 학자들이 마치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을 찬성하는 것이 국익이라는 것처럼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헤지펀드인 엘리엇도 당연히 투자이익 극대화라는 속내가 따로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편법을 동원한 삼성 3세 승계 행태를 눈감아주면서 “국내 우량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경제정의”라고 부르짖는 건 기만적인 프레임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룹 지배권을 몰아주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현저히 낮게 평가한 합병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우량기업을 보호하는 것일까? 삼성물산이라는 우량기업을 보호하고 싶다면 오히려 삼성그룹 차원의 작전(?)을 통해 삼성물산의 주가를 현저히 낮게 평가한 합병 결의안을 무산시키는 것이 더 맞는 방법 아닐까 싶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의도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수주를 포기했고, 이에 따라 합병 추진 전 삼성물산 주가는 상당히 낮...

    1133호2015.06.29 18:02

  • [유창선의 눈]메르스와 싸우는 성실한 영웅들
    메르스와 싸우는 성실한 영웅들

    보카치오의 첫날 얘기는 페스트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환자를 피하고 환자에게서 달아났으며, 그리하면 자기만은 살 수 있다는 잔인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병에 걸리면 버림받고, 돌보는 사람이 없어지는 형편이었습니다.” 필립 지글러의 도 그 무렵 사람들의 모습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귀족이나 성직자, 부유한 상인들은 시에서 피신했고, 남은 자들은 취향에 따라 술에 취하거나 간음하거나 지하실에 숨어들었다. 기다릴 미래가 없고 자신이 관여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위협에 처한 상황에서 중세인이 어떻게 책임감 있게 행동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페스트를 겪으며 자신이 사는 세계, 자신의 운명을 조금도 알 수 없음을 자각한 중세인들은 비관주의에 빠져들거나 삶을 포기하는 방탕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희생시킨 페스트는 이렇게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인간들을 파괴시켜 버렸다. 역사를 돌아보면 전염병의 공포는 인간 사이의 유대를...

    1132호2015.06.22 16:17

  • [유승찬의 눈]새정치연합 혁신위, 사고 쳐라
    새정치연합 혁신위, 사고 쳐라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책 에서 한 말이다. 미래는 더 나빠질 수도 있고 더 좋아질 수도 있다. 망할 수도 있고 흥할 수도 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까닭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름은 ‘당권재민혁신위원회’로 정했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왜 혁신을 하는데 당권재민 같은 말이 필요한지 와 닿지 않는다.야당은 지금까지 혁신은 하지 않고 수식어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직전의 이름은 ‘국민공감혁신위원회’였다. 왜 수식어에 집착할까. 대체로 혁신의 방법을 갖고 있지 않거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지 않을까. 수사 뒤에 숨으려는 것은 지식인의 태도이지 혁신가의 자세는 아니다. 지금 새정치연합의 혁신위는 존재의 거처 자체가 매우 불분명한 하나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선출직 당대표가 하지 못한 일을 외부인사가 할 수...

    1131호2015.06.15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