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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의 시민을 위한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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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연의 시민을 위한 데이터](4)한국 정부도 데이터 과학자가 필요하다
    (4)한국 정부도 데이터 과학자가 필요하다

    한국의 정부기관은 새로운 문제 해결법을 찾겠다는 목표하에 종종 혁신위원회를 만든다. 디지털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대신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설립했다.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하다.그러나 공공 서비스 혁신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낡았다. 밀실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여 정기회의를 한다고 기발한 문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문제 정의가 잘못됐다.앤드류 그로브는 반도체 산업의 종주 기업인 인텔의 전성기를 이끈 경영인이다.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이라고도 불리는 그의 결과 중심 목표관리 경영기법은 인텔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 투자자가 된 존 도어를 통해 구글 등 수많은 후발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쳤다.그로브는 1988년에 출판한 책 <편집광만이 ...

    1544호2023.09.01 10:56

  • [김재연의 시민을 위한 데이터](3)민주주의를 살리는 빅데이터
    (3)민주주의를 살리는 빅데이터

    프랑스 정치철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1831년 프랑스 정부의 후원을 받아 미국에서 약 1년간 체류한다. 프랑스 정부는 토크빌을 파견해 미국의 형사교정 제도를 연구하고자 했다. 토크빌의 생각은 프랑스 정부의 계획과 달랐다. 18세기 말 프랑스 시민혁명은 왕정을 전복했고, 이 시기에 성장한 토크빌은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제도의 미래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프로젝트의 스케일을 키워 미국의 형사교정 제도가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대작을 썼다.그가 쓴 <미국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국립도서관격인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에 소장돼 오늘날에도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책으로 남아 있다. 이 책에서 토크빌이 강조한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이자 성공 비결은 바로 시민사회다.튼튼한 민주주의는 튼튼한 시민사회를 필요로 한다. 튼튼한 시민사회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을 수 있는 단체들, 이른바 자발적 결사체가 많고 활발하다. 바로 이곳...

    1543호2023.08.25 10:54

  • [김재연의 시민을 위한 데이터](2)정부 빅데이터는 왜 시민 불편 못 줄이나
    (2)정부 빅데이터는 왜 시민 불편 못 줄이나

    고대 그리스 희곡에서는 극의 전개가 꼬이면 갑자기 신이 등장해 갈등을 해결한다. 이를 일명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 한다.고대 그리스와 오늘날에는 2000년이 넘는 시간차가 있다. 그러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여전히 존재한다. 용이 이끌던 전차와 같은 데우스 마키나는 관객의 신앙심과 경외심을 북돋우기 위해 사용됐다.21세기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다. 정부란 연출자는 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시민이란 관객을 현혹한다. 2022년, 한반도 중부지방이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었다. 이때 정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홍수예보 시스템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2023년의 한반도 폭우에도 같은 대안이 등장했다. 비슷한 재해가 연이어 등장했고, 비슷한 대안이 거듭 제공됐다. 그 와중에 누구도 인공지능이 어디 사는 누구의 홍수 피해를 어떻게, 얼마나 줄여줄 수 있을지는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21C의 ‘데...

    1542호2023.08.18 10:47

  • [김재연의 시민을 위한 데이터](1)가난한 이들을 위한 데이터 과학
    (1)가난한 이들을 위한 데이터 과학

    데이터는 통제의 수단이지만, 포용의 수단이기도 하다.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데이터가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바쁘다. 그들의 숨겨진 고통을 찾아주는 데이터가 더 나은 정책을 만드는 데이터다.나는 미국에서 일하는 공공 영역 데이터 과학자다. 데이터 과학은 데이터를 통해 유용한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전문 분야다. 테크 기업뿐 아니라 유통, 미디어 등 이제 웬만한 산업 영역에서 데이터 과학을 쓰지 않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공공 영역도 마찬가지다. 공공 영역에서 데이터 과학을 잘하려면 반드시 최첨단 인공지능을 쓸 필요가 없다. 문제 정의가 문제 해결에 선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써서 시민의 불편함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그 불편함에서 공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미국은 부자 나라다. 이 부자 나라에 가난한 사람이 많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1541호2023.08.11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