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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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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10)‘지평선의 비극’을 넘어
    (10)‘지평선의 비극’을 넘어

    필자가 ESG와 사실상 동의어인 ‘지속가능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는 2007년이다. ESG 사회에 앞서 지속가능사회가 당시 새로운 시대담론으로 급부상하던 시기여서 바야흐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현실화하리라고 기대했다. 대한민국 17대 대통령 이명박의 취임(2008년 2월 25일) 직전에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돌변했다.2007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자 당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주축으로 지속가능사회 의제를 발굴하고 시장에 압박을 가하던 필자를 포함한 ‘책임과 지속가능성’ 분야의 많은 사람이 분위기의 급변을 체험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전까지 그런 방향으로 어렵사리 변화가 시작되고 긍정적인 신호가 늘어났지만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발하며 경제가 나빠지자 모든 변화가 중단되고 과거로 회귀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말은 일거에 생존가능성(...

    1509호2022.12.23 11:37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9)이젠 투명성이 기업 자산이다
    (9)이젠 투명성이 기업 자산이다

    미국이 사상 최악의 테러 공격인 9·11로 충격과 혼란에 빠진 지 불과 몇달 만인 2001년 12월 초 월가는 엔론 사태에 직면했다. 파산 직전인 2000년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꼽힌, 약 2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우량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자산과 이익 등 회계장부를 날조해 투자자와 금융당국 그리고 소비자를 속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적은 최대로 부풀리고 부채와 손실은 은닉했다. 더 놀라운 건, 엔론의 회계감리를 맡은 유명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이 분식회계에 사실상 엔론과 공모했다는 사실이었다. 1913년 설립돼 엔론 사태 발발 전까지 세계 84개국 385개 지사에서 7만여명이 일하던 아서앤더슨도 이 사태로 문을 닫는다.다른 나라의 부패나 불투명성을 강도 높게 비판한 미국으로선 엔론 사태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 여파로 2002년에 기업의 회계투명성에 초점을 맞춘 ‘사베인즈...

    1508호2022.12.16 11:30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8)코코아, 아동노동 그리고 ‘공급망 실사법’
    (8)코코아, 아동노동 그리고 ‘공급망 실사법’

    포괄적인 ESG 담론계라는 것이 있다 치고, 2007년 그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완벽하게 순수한 동기가 있지는 않았겠지만, 특정 조직에 소속돼 있던 시기였다. 지금보다는 덜 순수하게 이 문제에 접근했다고 할 수 있다.ESG 강의나 강연을 하면서 개론 성격일 때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와 그의 2020년 초 연례서한을 빼놓지 않는다. 현상으로는 그 이후에 ESG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가 ESG 투자를 하겠다고 나설 때 당연히 순수한 동기라는 건 있을 수 없다. ESG가 투자대상으로 돈이 된다거나, 아니면 투자에서 ESG를 고려하지 않으면 돈을 잃을 위험이 있다거나 하는 정도가 대충 논리상 예상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변화를 우리는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래 처음 목격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후경으로 한 이 변화는 체감하는 정도보다 훨씬 심대하고 근본적이다.카카오 산업의 악명 높은 아동노동‘밸...

    1506호2022.12.02 11:09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7)탄소와 전쟁, 위기는 곧 기회일까
    (7)탄소와 전쟁, 위기는 곧 기회일까

    #1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면서 아프리카 주민을 빈곤에서 탈출하게 돕는 방법이 있을까.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플랜트빌리지(PlantVillage)’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육림을 축으로 인공지능(AI)과 인공위성, 블록체인을 결합한 방대한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아프리카에 있는 육림 농가는 나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획하는 단위가 된다. 농가는 나무를 키우면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몸에 탄소를 품은 다 큰 나무를 다시 바이오차로 만든 다음 땅에 묻어 이산화탄소를 완전히 격리하는 두 단계로 탄소를 없앤다. 플랜트빌리지팀은 이 과정에서 나무에 붙인 QR코드, 인공위성 이미지로 작성된 농장지도, AI가 접목된 휴대전화 앱,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 등을 이용해 탄소화 과정을 추적하고 계상해 수익화 경로를 열어준다.나무를 심고 바이오차를 만드는 각각의 과정은 인증을 거쳐 솔라나의 암호화폐로 연결된다. 장차 탄소배출권 거래...

    1505호2022.11.25 14:28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6)SPC 사태와 ‘EQ’ 없는 기업
    (6)SPC 사태와 ‘EQ’ 없는 기업

    며칠 전 전북교육청이 연 학교장 연수 프로그램에 강사로 다녀왔다. 연수 주제를 요약하면 ‘ESG와 교육’이다. 전라북도 초·중·고 교장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DeSeCo(Defining and Selecting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는 지식보다 역량에 중점을 둔 교육을 표방한다. 지식의 전달과 습득에 머물지 않고 가치, 행동, 삶의 방식 변화를 일으키는 교육이 돼야 하며 학생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을 일깨워야 한다는 교육의 관점은 입시 위주의 국내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 ESG교육에서도 관철돼야 한다.CSR은 ESG경영의 핵심‘지식보다 역량’은 기업에서 더 현실적이고 더 구체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SPC 사태를 보면서 역량의 중요성을 새삼 더 느끼게 된다. 또한 핵심 역량을...

    1501호2022.10.28 11:00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5)지속가능경영이라는 말
    (5)지속가능경영이라는 말

    지속가능발전 개념의 최초 사용자는 ‘환경과 개발을 위한 국제연구소(IIED)’ 설립자인 영국의 경제학자 바바라 워드라는 게 정설이다.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 연설에서 워드는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환경과 개발에 관한 새롭고 공평한 파트너십”을 역설했다.주지하듯 공식적인 지속가능성의 정의는 이후 1987년에 내려진다. 유엔 세계환경발전위원회에서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는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전 노르웨이 수상 그로할렘 브룬틀란을 따서 <브룬틀란(Brundtland) 보고서>라고도 하는데,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전 세계적 합의를 최초로 도출한 문건이다. 지속가능발전이란 용어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처럼 유엔 등 국제사회나 개별 국가의 공공영역에서만 확산하고 발전한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도 지속가능성을 활용하려...

    1499호2022.10.14 14:51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4)부작용, 외부효과 그리고 ‘코즈의 정리’
    (4)부작용, 외부효과 그리고 ‘코즈의 정리’

    ‘피나투보 효과’라는 게 있다. 1991년 6월 18일 필리핀에서 피나투보화산이 폭발하면서 100억t의 마그마가 분출했고, 화산재는 아프리카 동부 해안까지 퍼졌다. 당시 화산재가 공중에 머물며 햇빛을 가린 탓에 이듬해 6월까지 지구 기온이 0.5도 떨어졌다. 화산 폭발로 생긴 화산재가 태양광을 일부 차단해 지구가 이처럼 냉각되는 현상을 ‘피나투보 효과’라고 한다.프랭크 코이치 하버드대학 교수는 ‘피나투보 효과’에서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인위적으로 ‘피나투보 효과’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코이치 교수팀이 기획한 ‘스코펙스(SCoPEx·Stratospheric Controlled Perturbation Experiment)’는 성층권에 탄산칼슘이나 황산염을 분사해 태양 복사에너지를 반사하는 ‘우주 거울’을 만드는 프...

    1497호2022.09.30 11:06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3)맬서스와 툰베리 사이 생산적 대화가 가능하려면
    (3)맬서스와 툰베리 사이 생산적 대화가 가능하려면

    필자는 최근 ESG 관련한 두 권의 책을 냈다. <ESG 배려의 정치경제학>과 <청소년을 위한 ESG>이다. <ESG 배려의 정치경제학>을 먼저 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청소년에게 ESG를 소개하는 책을 출간했다. 연내에 다른 관점의 ESG 책을 한 권 더 낸다. 지난해에 출판사와 미리 계획한 일로, 개인적으로 세 권의 ESG 책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청소년용이다. ESG가 미래세대의 의제가 되지 않는다면 흔히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우리에게 미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청소년을 위한 ESG>를 교육행정을 하는 분들에게 지인이 소개했다고 한다. 반응은 “주제가 ESG라지만 환경을 주로 다룬 도서로 느껴졌다”였고, 되레 ESG 실천 또한 환경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지인이 전해왔다.일견 이해가 간다. ESG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

    1495호2022.09.16 14:50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2)인류세·닭세·자본세…그들과 헤어질 결심
    (2)인류세·닭세·자본세…그들과 헤어질 결심

    ‘치킨’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로 꼽힌다. 언젠가 비건이 되겠다는, 사실상 공염불에 가까운 꿈이 있는 나 또한 사람들과 어울려 어쩌다 치맥을 하는 편이다. 이론과 현실의 이러한 괴리에서 분열한 나는 “밀집감금으로 미친 닭을 살해해 털을 뽑고, 사체를 냉동고에 은닉했다가 그것을 펄펄 끓는 기름에 넣어 사후에 한 번 더 욕보인 다음 추가로 사체에 고춧가루 고문 같은 걸 한 다음에 먹는다”고 입맛 떨어지는 자학 반성문을 읊으며 치킨을 먹는다.기술화석그린피스가 하는 ‘건강한 먹거리 캠페인’에서 제시하는 몇가지 숫자가 있는데, 그중 ‘26%’는 지구 전체 면적에서 현재 가축 방목을 위해 사용되는 땅의 비중이다. 80%에는 “2020년 브라질 아마존에서 일어난 삼림 벌채 중 80%가 소 목축을 위해 발생한 벌목으로 추정됩니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lsq...

    1492호2022.08.19 11:58

  • [안치용의 까칠한 ESG 이야기](1)미완의 과 어색한 ESG
    (1)미완의 <푸른 꽃>과 어색한 ESG

    노발리스의 <푸른 꽃(Blaue Blume)>(1802)에는 보통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푸른 꽃’은 이 작품의 본래 제목이 아니다. 노발리스가 직접 붙인 제목은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엔(Heinrich von Ofterdingen)>이다. 독일 시인 하이네가 ‘낭만파’라는 평론에서 “이 작품 곳곳에서 푸른 꽃이 반짝이고 드높은 향기를 풍긴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부제가 ‘푸른 꽃’인 것처럼 알려지게 됐고, 나아가 푸른 꽃은 독일 낭만주의 전체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고양된다. 노발리스는 당시 극찬을 받은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대해 “불쾌하고 바보 같은 책”이라고 혹평했고, 아마 제대로 된 ‘빌헬름 마이스터’를 보여주고자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엔>을 저술했을 ...

    1490호2022.08.05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