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오늘을 생각한다
  • 전체 기사 172
  • [오늘을 생각한다] 한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
    한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

    지난 5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자살 예방 대책 강화를 지시했다. “외부 요인 때문에 인생을 스스로 그만둔다는 건 너무나 잔인한 일”이라며 자살 문제 대응을 정부의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도 말했다.지난 10년, 군인권 활동가로서 군인들의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국방부 역시 자살하는 장병의 수를 줄이기 위해 자살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상담 접근성을 제고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자살률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병사들의 자살률이 낮아진 데는 병영에 만연해 있던 폭력과 인권침해가 줄어든 것이 가장 주효하게 작용했다. 사람을 낭떠러지로 몰아넣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어떤 자살 예방 대책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024년 기준 10만명당 29.1명이다. 이 통계만 보면 자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다. 2024년 한 해 자살한 시민은 1만 4872명이다. 서울에 있는 ‘동’ 1개의 인구...

    1678호2026.05.08 14:39

  • [오늘을 생각한다] ‘AI가 못 하는 일’이라는 질문
    ‘AI가 못 하는 일’이라는 질문

    인쇄기가 나왔을 때 필경사들은 “기계는 영혼이 없다”고 했고, 사진기가 나왔을 때 화가들은 “기계는 아름다움을 모른다”고 했다. 김애란 작가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인간한텐 있고 AI한텐 없는 것은 망설임”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말이다. 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지 망설여졌다. AI도 고장 난 것처럼 버벅대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이럴 땐 당사자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 법이다. 클로드에게 김 작가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제가 할 수 있는 솔직한 말은 이겁니다. ‘나는 망설이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AI보다, ‘나는 모른다’고 말하는 AI가 조금 더 진실에 가까운 것 같다고. 그리고 그 “모른다”는 말을 꺼내기까지 잠깐 주저했다고. 그게 망설임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망설이는 척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식의 반응을 만들어내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AI가 실제로 망설이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타인의 내면을 확인할 수 없다는 ...

    1677호2026.05.01 14:18

  • [오늘을 생각한다] 네덜란드가 유기농을  주목하는 이유
    네덜란드가 유기농을 주목하는 이유

    2026년 2월 출범한 네덜란드 제튼 내각에서 34세로 농업·수산·식량안보·자연부 장관에 오른 자이미 판 에센은 최근 “유기농을 네덜란드 농업의 미래 모델”이라고 선언했다. 유기농업은 농약을 덜 쓰는 안전 먹거리 생산을 넘어 망가진 생태계의 순환 고리를 다시 잇고 기후위기 완화에 기여하는 농업 전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기농업은 화학비료와 합성농약을 줄여 토양 미생물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을 높인다. 동시에 독성물질의 유입을 막아 지하수와 하천 수질을 지키고, 농경지 주변을 곤충과 조류가 돌아오는 생태적 공간으로 되돌린다.네덜란드는 세계적 농업 강국이다. 좁은 국토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밀집 축산과 집약적 농업을 일궈 수출국 2위의 위상을 지켜왔으나, 화학비료 남용과 암모니아 과다 배출로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생태적 수용력의 한계’에 직면했다. 농업 강국임에도, 유기농 비중은 5% 안팎으로, EU 평균 11%에 못 미친다. 2...

    1676호2026.04.24 15:08

  • [오늘을 생각한다] 집단학살의 동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집단학살의 동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지난 4월 10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X’ 계정에 1년 7개월 전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을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며,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몇 시간 후, 이스라엘 외교부가 ‘가짜뉴스’라 비난하자, 이 대통령은 다시 “시신이라도 이와 같은 처우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이 대통령이 공유한 영상은 2024년 9월 19일 서안지구의 카바티야 마을을 침탈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사살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신을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모습이다. ‘아이’라고 기재한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아이가 아니라 성인, 산 자가 아니라 시신이라면 괜찮은 걸까? 어떤 경우라도 끔찍한 건 사실이다.한데 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2023년 10월 말 가자지구에 대한 집단학살을 시작한 이래 이스라엘은 7만2328명 이상을 죽였고, 여전히 수천여명은 행방불명 상태다. 아마 그들은 이스라엘 미사일이 파괴한 주택과 병원 잔해 속에 파묻혀 있...

    1675호2026.04.17 14:54

  • [오늘을 생각한다]노래하자 춤추자, 전쟁을 끝내자
    노래하자 춤추자, 전쟁을 끝내자

    2007년 5월 18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가 출범해 강정의 평화운동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18년 10개월이 지났고, 강정의 꿈은 곧 어른이 된다. 2016년 2월 제주 해군기지가 준공됐고, 혹자는 패배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정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끝나지 않은 싸움에 승패는 없다. 우리가 같은 꿈을 꾸는 한 우리는 지지 않는다. 지난 6900일 동안 강정은 쉼 없이 전쟁 종식과 해군기지 폐쇄를 외쳤다. 강정은 제주도 남쪽 바닷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포기를 모르는 평화와 반전 운동의 상징이 됐다.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강우일 전 천주교 제주 교구장은 마태오복음 2장 6절을 빌려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서 메시아가 태어났듯, 강정에서 세계의 평화가 시작될 거라고 했다. 그것이 강정의 꿈이다.평화 활동가들은 전쟁기지로 변모한 강정마을에서 매일 저항과 감시 활동을 이어간다. 2025년 기동함대사령부...

    1674호2026.04.10 14:45

  • [오늘을 생각한다] 임대주택, 이제 ‘기본 인프라’로
    임대주택, 이제 ‘기본 인프라’로

    집이 최고의 자산이 된 세상이다. 집값은 자산 증식을 향한 본능과 욕망을 따라 움직인다. 이런 집값을 명절 과일값 잡듯 하면 부동산정책은 실패한다. 하늘 아래 처음 보는 부동산 대책이란 존재하기 어렵고, 대단한 묘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똑같은 정책도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가격을 따라갈 것인지, 다른 목표를 따라갈 것인지.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개혁 방향은 집값 잡는 걸 넘어 부동산시장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듯, 주택을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아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세제 개편 같은 조치로 기대 수익률을 낮추면 자연히 주택에 몰린 돈이 보다 효율적인 투자처로 이동하게 될 거란 접근이다.매매와 임대의 연동 고리를 끊어야 한다. 다가구, 원룸 등의 비아파트 주택 매물을 공공이 적극 매입해서 공공이 운용하는 임대주택으로 전환, 임대주택의 보증금과 월세 상한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그렇...

    1673호2026.04.03 14:41

  • [오늘을 생각한다] ‘우리’의 대통령과 모두의 대통령
    ‘우리’의 대통령과 모두의 대통령

    ‘회의 시간에 있어 보이는 방법: 1. 벤다이어그램을 그려라’라는 직장인 유머가 있다. 사람은 단순해서 일단 원을 2개 그려놓으면 아무 내용이 없더라도 그림에 대해 말을 하게 된다. 유시민 작가가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벤다이어그램을 그리자 사람들은 그 텅 빈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벤다이어그램을 요약하면 이 대통령 지지층을 ‘가치’의 A그룹, ‘이익’의 B그룹, 그 교집합 C그룹으로 나누고는 A는 대통령 인기가 떨어져도 끝까지 남을 ‘코어 지지층’, B는 대통령 인기가 식으면 돌을 던질 사람들이라고 했다. 자기네 당원들을 저렇게 구분해 바라본다면 당 바깥사람들은 어떻게 여길지 아찔하다.3월 16일,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법안 정부 수정안에 반발하는 당내 강경파들을 향해 “본질과 괴리된 과도한 선명성 경쟁”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정부의 당·청 갈등은 ‘과도함’에 대한 입장 차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선거는 서로 다른 세력이 함께 치르는 협동 미션이다. 말하자면 고통스러...

    1672호2026.03.27 13:38

  • [오늘을 생각한다] 아시아의 우크라이나 모멘트
    아시아의 우크라이나 모멘트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이 3주차에 접어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석유·가스 공급의 27%가 위험에 처했고, 특히 아시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의 80%, LNG의 90% 이상이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는데, 이는 아시아 석유 수요의 40%, LNG 수입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한다. 아시아는 그동안 수입 연료에 크게 의존해왔고, 석유 공급원이 다양하지도 않았다. 그 구조적 취약성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는 현 상황을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불과 4년 전에도 우리는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가스 가격이 치솟고, 정부는 비축유를 방출했다. 최근 4년간 두 번째로 발생한 대형 화석연료 위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궁극적인 대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는 머지않아 다시 찾아올 것이다.언젠가 호르...

    1671호2026.03.20 14:40

  • [오늘을 생각한다] 뉴스 보기 괴로운 시대
    뉴스 보기 괴로운 시대

    오늘 아침 시사방송에 등장한 패널들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 있었다. 코스피지수가 수직 상승하면서 한때 570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전쟁은 곧 끝난다”고 발언한 어제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폭등했다. 그제 한 중동 전문가는 이란에서 이뤄지는 무자비한 미사일 폭격에 우려를 표하다가도, “반도체와 방산 기업에 적절히 나눠 담아”, 주식시장 폭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식은 “선방하고 있다”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다들 하나가 된 듯 웃는 모습이 기괴하게 들렸다.우리 언론은 폭락장엔 “전쟁은 빨리 끝나야 한다”고 소리치다가 이튿날 폭등장이 오면 세상으로부터 한껏 뒤로 물러나 관조하듯 뉴스를 전한다. 진행자와 패널들은 아무 의심 없이 모든 국민이 자신들처럼 반도체주와 방산주에 적절히 투자하고 있다고 가정해 말을 내뱉는다. 우리는 의도치 않게, 심장을 잃은 염소처럼, 그들의 감정을 따라다닌다.오늘날 적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군비 증강만이 안전을 지켜...

    1670호2026.03.13 14:56

  • [오늘을 생각한다] 열한 살 딸이 정치혐오의 기로에 서다
    열한 살 딸이 정치혐오의 기로에 서다

    “엄마, 내일 서울 갔다 올게”, “왜?”, “이재명 대통령이 핵발전소 2개 더 짓는다고 해서…”, “미쳤어? 이재명이랑 악수한 거 후회돼.” 어느덧 열한 살이 된 딸아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뒤통수라도 한 대 맞은 표정이었다. 딸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태어났지만, 2023년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때 핵발전의 문제를 접하게 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운동도 벌였다.“안녕하세요. 납읍초 2학년 정두리입니다. 저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집회에 나가서 항의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서명운동도 했습니다. 서명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96명이었습니다. 많은 학교 선생님이 서명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제 장래 희망은 제주도의 멋진 상군 해녀입니다. 그런데 바다에 핵 오염수를 버리면 이 세상의 물질하는 직업들이 다 사라집니다. 제 장래 희...

    1669호2026.03.06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