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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을 생각한다] 언어 도둑
    언어 도둑

    ‘함께 맞는 비’라는 말은 고 신영복 선생이 옥중에서 길어올린 윤리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비를 맞는 자리로 내려오는 일이라는 뜻이다. 고 노회찬 대표가 ‘내 인생의 한마디’로 꼽았던 이 문장은 오랫동안 약자 곁으로 사람들을 이끌어왔다. 이 말이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었던 이유는 이것이 문장이어서가 아니라 삶의 태도였기 때문이다.지난 1월 2일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임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비를 같이 맞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항상 같은 마음을 먹는다며, 설사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지난해 7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아주는 것”이라며 숱한 부조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

    1662호2026.01.09 14:58

  • [오늘을 생각한다] 지구에게, ‘새해’가 된다는 것
    지구에게, ‘새해’가 된다는 것

    새해가 되면 우리는 서로에게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고 신영복 선생은 그보다 “복 짓는 새해가 되세요”라는 인사를 즐겨 했다고 한다. 남이 주는 복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타인과 세상에 복이 되고 희망이 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지구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새해’다. 우리가 살아가며 남긴 흔적이 다음에 살아갈 이들이 맞이할 새날의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2025년, 유례없이 길었던 산불과 점점 더 견디기 어려워지는 폭염은 앞서 살아간 이들과 오늘의 우리가 남겼던 ‘새해’다. 즉 상호 연결돼 영향을 미치는 우리는 스스로 복을 짓겠다는 각오를 다지지 않는 한, 남겨질 세계에 도리어 불운과 불행을 떠넘길 수도 있다.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1661호2026.01.02 15:12

  • [오늘을 생각한다]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에 대한 의심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에 대한 의심

    지난 12월 16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이하 액션플랜)을 공개했다. 하지만 방대한 분량에 비해 의견 수렴 기간이 3주도 되지 않아 평범한 시민들이 중장기 정책 방향을 면밀히 살펴볼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이번 액션플랜 중 핵심 문제는 ‘국가데이터 통합플랫폼을 통한 민간·공공 데이터 자산화’, 즉 시민들의 일상과 사회적 기록을 동의 없이 거대 자본과 국가권력의 자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일상과 공공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본래 인간의 보편적 권리와 연관된 산물이지만, 정부는 이를 ‘이윤 증식을 위한 원재료’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면 데이터의 주체인 시민은 일상에 대한 권리를 잃고 ‘빅테크’ 성장을 위해 자원을 공급하는 연료로 전락한다.가령 액션플랜은 보건의료 관련 공공데이터와 민간 의료데이터를 결합해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과 연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그간 무수히 많은 국민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

    1660호2025.12.26 15:31

  • [오늘을 생각한다] “출산을 축하드리며 재징계 하겠습니다”
    “출산을 축하드리며 재징계 하겠습니다”

    인권을 탄압하는 동물권 단체가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의 전진경 대표와 임순례 전 대표는 활동가들이 노조 설립을 준비하던 2023년 6월부터 지금까지 노조 탄압·지배 개입 등 전형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100% 시민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로서 투명하고 정직하게 활동합니다”라면서 카라 임원진이 하는 짓은 임 전 대표가 연출한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에 등장하는 악질적인 사측을 똑 닮았다.“먼저 출산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산모와 아이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귀하가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 ‘2024구합92425 부당노동행위 구제심판 재심 판정 취소’의 선고일이 2026년 1월 23일로 확정됨에 따라, 그간 중단됐던 징계 절차를 선고 이후 재개해 진행하고자 함을 안내드립니다. 출산휴가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본 안내를 받으시는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고 있으나, 이는 절차상 필요한 공식 안내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

    1659호2025.12.19 15:03

  • [오늘을 생각한다] 종교재벌에 머리 숙인 정치
    종교재벌에 머리 숙인 정치

    돈이 곧 표가 되던 시절, 1988년. 초선 의원 노무현이 5공 청문회에 나온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게 남겼던 일갈은 지금도 회자한다. “시류에 따라 산다”며 전두환 정권의 정치자금 요구에 응했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남긴 정주영 회장에게 노무현 의원이 ‘힘 있는 사람의 요구라면 부정한 것이라도 따라갈 텐가?’라며 따져 물었던 장면은 정경유착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한국 정치를 바꾼 도화선이었다.통일교가 정치권에 여야를 막론하고 돈을 뿌렸다는 스캔들이 일파만파다. 윤석열 정권 탄생에 통일교의 검은손이 작동했다는 의혹이 이제 통일교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두 차례나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 해산’ 문제를 언급했다. 통일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3개 특검의 수사 면면마다 온갖 종교의 이름과 종교인으로 분류되는 자들이 자주 등장한다.대한민국 헌법은 국교를 인정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규정한다. 하지만 ...

    1658호2025.12.12 14:44

  • [오늘을 생각한다] 청소구역
    청소구역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다가 유대인들이 모욕받고 멸시당하고 추방당했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히틀러는 죽지 않았는데 그들이 거짓말을 했구나 한다.”(에메 세제르 <식민주의에 대한 담론>)이주노동자를 지게차에 매달아 들어 올리고는 재미있다며 웃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히틀러는 죽지 않았는데 그들이 거짓말을 했구나 한다. 이주노동자가 강제단속을 피하려다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히틀러는 죽지 않았는데 그들이 거짓말을 했구나 한다.지난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뚜안씨는 법무부의 미등록 외국인 단속 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3층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뚜안씨는 사망 직전 친구에게 “무서워”, “숨쉬기 힘들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살면서 숨쉬기 힘들 정도의 공포를 느낀 적이 없다. 일터에 들이닥쳐 소리를 지르며 나를 수갑을 채워 버스에 태우려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한다. 나는 그 상황에 뚜안씨처럼 되지 않...

    1657호2025.12.05 14:48

  • [오늘을 생각한다] 차세대 글로벌 기후 리더는 누구?
    차세대 글로벌 기후 리더는 누구?

    지정학적 분열로 다자주의가 퇴조하는 현재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할까?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얼마 전 폐막했다. COP는 기후변화 분야의 대표적인 다자조약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당사국들이 매년 모여 협약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COP30에서는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일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산유국들의 반대로 결국 결정문에 관련 내용을 담지 못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를 사기라고 일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여를 거부하고,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유럽연합(EU)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194개국이 합의를 도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협력이 건재함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도 있다.기후변화 위기 극복에 강대국의 낡은 리더십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연대와...

    1656호2025.11.28 14:43

  • [오늘을 생각한다] ‘가자 학살’ 지원하는 한국 공기업
    ‘가자 학살’ 지원하는 한국 공기업

    <팔레스타인의 파괴는 지구의 파괴다>의 저자 안드레아스 말름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단순히 인도적 재난으로 보지 않는다. 19세기 초부터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 지배와 화석연료 전쟁의 역사를 통해 읽어야만, 비로소 현재 전 세계인이 목도하고 있는 이 끔찍한 사태를 이해할 수 있다.1840년 영국 해군은 석탄을 연료로 하는 증기선을 전쟁에 처음 사용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을 공격했고, 팔레스타인의 성벽 도시 아크레를 완전히 파괴했다. 이는 영국이 ‘화석 제국’으로서 중동을 지배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다. 이로써 산업혁명으로 만든 잉여 면직물을 판매할 새로운 시장을 얻은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 전쟁을 통해 얻은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대인에 의한 식민화’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냈다. 그것은 “팔레스타인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새빨간 거짓말과 함께 화석연료를 사용할 기술력으로 땅을 강탈할 논리...

    1655호2025.11.21 14:58

  •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은 물건이 아니다
    아동은 물건이 아니다

    헤이그아동탈취법은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이하 헤이그 협약)’을 이행하고, 탈취된 아동의 신속한 반환 등 아동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됐다. 헤이그 협약은 한쪽 부모가 자녀를 상거소(常居所)가 아닌 다른 나라로 데리고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경우, 아동의 일상적인 생활 기반이 흔들리고 부모 일방의 면접교섭권을 침해할 때 아동을 원래 살던 곳으로 신속히 되돌려 보내기 위한 국제조약으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어린이는 엄마 또는 아빠의 소유물인가? 면접교섭권이란 게 그렇게 대단한가? 아동에게 잔혹한 트라우마를 입히면서까지 강제 집행하는 것이 법무부식 정의인가?헤이그 협약 전문은 “이 협약의 서명국들은 아동의 양육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아동의 권익이 가장 중요함을 굳게 확신”한다고 명시하지만, 실제 헤이그 협약에 따른 아동 반환 결정 집행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3건의 ...

    1654호2025.11.14 14:50

  • [오늘을 생각한다] 경험에 잡아먹힌 마음들
    경험에 잡아먹힌 마음들

    보름 전쯤 친구를 만나 얘길 나눴다. 점심으로 편의점 샌드위치를 먹었다는 내게 그런 거로 밥을 때우냐며 잔소리하는 친구 얘기를 듣고, 요즘 일감이 많지 않아 물류 알바를 지원했다는 친구에겐 그게 참 힘들다던데 다른 일은 어떻겠냐는 걱정을 건넸다. 서로 답 없는 얘기란 건 잘 알아서 곧 웃어넘기고 다른 주제로 화두를 넘겼다.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안다. 편의점 음식이 썩 좋은 끼니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게 아니면 밥을 챙길 시간과 사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친구가 간다던 물류센터가 산재를 많이 낸 일터라는 걸 알면서도 생계를 벌충하려면 요즘 그만한 곳이 없다는 것도. 다만 각자가 살면서 보고, 듣고, 알게 된 범위에서 상대를 근심해줄 뿐이다. 서로 위해주는 관계니까. 우리의 대화엔 ‘네가 알면 뭘 아느냐?’, ‘경험은 해봤느냐?’, ‘자기 일 아니라고 함부로 말한다’는 날 선 말은 없었다. 어떤 마음과 표정으로 얘기하는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니까.문제에서 답을...

    1653호2025.11.07 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