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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을 생각한다] 청소구역
    청소구역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다가 유대인들이 모욕받고 멸시당하고 추방당했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히틀러는 죽지 않았는데 그들이 거짓말을 했구나 한다.”(에메 세제르 <식민주의에 대한 담론>)이주노동자를 지게차에 매달아 들어 올리고는 재미있다며 웃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히틀러는 죽지 않았는데 그들이 거짓말을 했구나 한다. 이주노동자가 강제단속을 피하려다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히틀러는 죽지 않았는데 그들이 거짓말을 했구나 한다.지난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뚜안씨는 법무부의 미등록 외국인 단속 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3층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뚜안씨는 사망 직전 친구에게 “무서워”, “숨쉬기 힘들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살면서 숨쉬기 힘들 정도의 공포를 느낀 적이 없다. 일터에 들이닥쳐 소리를 지르며 나를 수갑을 채워 버스에 태우려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한다. 나는 그 상황에 뚜안씨처럼 되지 않...

    1657호2025.12.05 14:48

  • [오늘을 생각한다] 차세대 글로벌 기후 리더는 누구?
    차세대 글로벌 기후 리더는 누구?

    지정학적 분열로 다자주의가 퇴조하는 현재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할까?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얼마 전 폐막했다. COP는 기후변화 분야의 대표적인 다자조약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당사국들이 매년 모여 협약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번 COP30에서는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일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산유국들의 반대로 결국 결정문에 관련 내용을 담지 못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를 사기라고 일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여를 거부하고,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유럽연합(EU)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194개국이 합의를 도출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협력이 건재함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도 있다.기후변화 위기 극복에 강대국의 낡은 리더십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연대와...

    1656호2025.11.28 14:43

  • [오늘을 생각한다] ‘가자 학살’ 지원하는 한국 공기업
    ‘가자 학살’ 지원하는 한국 공기업

    <팔레스타인의 파괴는 지구의 파괴다>의 저자 안드레아스 말름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단순히 인도적 재난으로 보지 않는다. 19세기 초부터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 지배와 화석연료 전쟁의 역사를 통해 읽어야만, 비로소 현재 전 세계인이 목도하고 있는 이 끔찍한 사태를 이해할 수 있다.1840년 영국 해군은 석탄을 연료로 하는 증기선을 전쟁에 처음 사용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을 공격했고, 팔레스타인의 성벽 도시 아크레를 완전히 파괴했다. 이는 영국이 ‘화석 제국’으로서 중동을 지배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다. 이로써 산업혁명으로 만든 잉여 면직물을 판매할 새로운 시장을 얻은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 전쟁을 통해 얻은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대인에 의한 식민화’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냈다. 그것은 “팔레스타인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새빨간 거짓말과 함께 화석연료를 사용할 기술력으로 땅을 강탈할 논리...

    1655호2025.11.21 14:58

  •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은 물건이 아니다
    아동은 물건이 아니다

    헤이그아동탈취법은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이하 헤이그 협약)’을 이행하고, 탈취된 아동의 신속한 반환 등 아동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됐다. 헤이그 협약은 한쪽 부모가 자녀를 상거소(常居所)가 아닌 다른 나라로 데리고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경우, 아동의 일상적인 생활 기반이 흔들리고 부모 일방의 면접교섭권을 침해할 때 아동을 원래 살던 곳으로 신속히 되돌려 보내기 위한 국제조약으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어린이는 엄마 또는 아빠의 소유물인가? 면접교섭권이란 게 그렇게 대단한가? 아동에게 잔혹한 트라우마를 입히면서까지 강제 집행하는 것이 법무부식 정의인가?헤이그 협약 전문은 “이 협약의 서명국들은 아동의 양육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 아동의 권익이 가장 중요함을 굳게 확신”한다고 명시하지만, 실제 헤이그 협약에 따른 아동 반환 결정 집행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3건의 ...

    1654호2025.11.14 14:50

  • [오늘을 생각한다] 경험에 잡아먹힌 마음들
    경험에 잡아먹힌 마음들

    보름 전쯤 친구를 만나 얘길 나눴다. 점심으로 편의점 샌드위치를 먹었다는 내게 그런 거로 밥을 때우냐며 잔소리하는 친구 얘기를 듣고, 요즘 일감이 많지 않아 물류 알바를 지원했다는 친구에겐 그게 참 힘들다던데 다른 일은 어떻겠냐는 걱정을 건넸다. 서로 답 없는 얘기란 건 잘 알아서 곧 웃어넘기고 다른 주제로 화두를 넘겼다.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안다. 편의점 음식이 썩 좋은 끼니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게 아니면 밥을 챙길 시간과 사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친구가 간다던 물류센터가 산재를 많이 낸 일터라는 걸 알면서도 생계를 벌충하려면 요즘 그만한 곳이 없다는 것도. 다만 각자가 살면서 보고, 듣고, 알게 된 범위에서 상대를 근심해줄 뿐이다. 서로 위해주는 관계니까. 우리의 대화엔 ‘네가 알면 뭘 아느냐?’, ‘경험은 해봤느냐?’, ‘자기 일 아니라고 함부로 말한다’는 날 선 말은 없었다. 어떤 마음과 표정으로 얘기하는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니까.문제에서 답을...

    1653호2025.11.07 15:27

  • [오늘을 생각한다] 영포티와 벌거벗은 임금님
    영포티와 벌거벗은 임금님

    모두가 젊음을 동경하지만, 가짜 젊음은 혐오의 대상이 된다. ‘영포티’를 향한 조롱이 말해주는 사실이다. 미학적 비판에서 시작된 영포티 밈은 사람들이 자기가 싫어하는 온갖 것을 갖다 붙이면서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한 일간지에서는 이 현상이 민주당 코어 지지층에 대한 반감이라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저 쉰내 나는 분석이야말로 영포티스러움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영포티론의 독특한 점은 이 세대가 유독 남성으로만 표상된다는 점이다. MZ세대가 남녀가 비슷하게 표상되는 데 반해 여성 영포티를 상상하는 건 쉽지 않다. 여기서 이 담론이 섹슈얼리티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40대가 돼도 ‘젊음을 연기’하도록 더 강하게 요구받는 쪽은 여성이지만 조롱받는 쪽은 남성이라는 사실은 이것이 권력 관계의 문제임을 말해준다. 사람들은 영포티 하면 젊은 여성에게 ‘고백 공격’하는 아재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젊음의 연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연기하는가...

    1652호2025.10.31 14:50

  • [오늘을 생각한다] 제인 구달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
    제인 구달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

    “희망을 잃지 마세요.”10월 1일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인물이 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자칫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1934년 출생해 91세로 영면한 제인 구달 박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였다. 사후에 공개하기로 약속됐던 인터뷰 영상에서 구달 박사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추하며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주제로 ‘희망’과 ‘소명’을 선택한다.‘희망’만큼 제인 구달 박사와 밀접한 단어가 있을까? 그의 대표적인 저서만 둘러봐도 <희망의 이유>, <희망의 책>, <희망의 자연>, <희망의 밥상> 등 ‘희망’투성이다. 희망이란 무엇일까. 제인 구달은 현재 지구가 공룡의 멸종과 같은 대멸종 사건에 필적하는 ‘여섯 번째 대멸종’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구달 박사는 자신이 연구하는 침팬지가 멸종위기에 처하고 아프리카, 아마존 같은 지역에서 숲이 충격적인 속도로 ...

    1651호2025.10.24 15:10

  • [오늘을 생각한다] K콘텐츠 파괴하는 K컬처 정책
    K콘텐츠 파괴하는 K컬처 정책

    우리는 어려운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관세 장벽의 쓰나미를 목도하고 있고, 경기침체 상황은 지속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정부는 ‘K’로 시작하는 각종 이니셔티브로부터 기회를 찾고 싶은 듯하다. 지난 10월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K팝에서 시작해서 K드라마, K무비를 넘어서 이제는 K푸드, K뷰티, K데모크라시까지 세계가 대한민국을 선망하고 있다”면서 “문화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적 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2030년까지 “K컬처 시장 규모 300조원, 문화 수출 5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대선 공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도 영화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669억원(80.8%) 많은 1498억원으로 증액한 것 역시 이런 맥락 때문일 것이다.지난 4월 사모펀드 운용사 에이티유파트너스와 벤처투자회사 미시간벤처캐피탈은 1630억원 규모의 콘텐츠 전용 펀드를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굵직굵직한 제작사들의 경우, 내로라하는 사모펀드들로부터 ...

    1650호2025.10.17 14:53

  • [오늘을 생각한다] 고교학점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고교학점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지난 7월 21일 부산지역 고등학생 19명이 개최한 기자회견의 제목은 ‘고교학점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다. 학생들이 정부에게 묻는다. 누구를 위한 제도냐고? 학생보다 제도가 중요하냐고? 한두 학년쯤 피해 봐도 괜찮냐고? 그 한두 학년이 자그마치 87만명이다. 이재명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밀어붙인다면 현재 고등학교 1학년 42만5400명, 중학교 3학년 44만8999명의 학생들에게 나쁜 정부·나쁜 대통령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지난 9월 25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안)’(이하 대책)은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고1·중3 학생들의 절박함을 철저히 외면한 엉터리 대책이다. 단지 교사 업무 과중 문제만 해결한 교사용 대책이다.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한다던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조차 교사 편의를 우선하여 기초학력 포기 방안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고교학점제와 패키지로 추진되던 대학 입시 개선(수능 절대평가 등), 특권학교(자사고·외고·국제고 등...

    1649호2025.10.03 14:57

  • [오늘을 생각한다] 실패를 교훈으로 만들지 말자
    실패를 교훈으로 만들지 말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기무사 계엄 문건’의 책임을 물어 기무사령부를 ‘해편’했다. 해편? ‘해체 후 재편성’이라는 뜻인데, 그전까진 정치권과 언론에서 사용된 적 없는 단어다. 국방부는 ‘해체 수준의 고강도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했다. 부대 이름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로 바뀌었고, 법령에 정치 관여를 금지하고 부당 직무 수행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정원을 줄이면서 90%에 달하던 현역 군인 부대원 비율을 70%로 줄인 뒤 빈자리는 민간인 군무원 출신으로 채우겠다고 공언했다. 부대 건물에서 전두환·노태우를 포함한 역대 사령관들의 사진도 다 내렸고, 문 대통령이 임명한 남영신 사령관을 ‘1대 사령관’으로 명명했다. 기무사의 기능과 규모만 약간 조정한 ‘간판 갈아끼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별반 무소용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 해편으로 군 정보기관을 개혁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그렇게 간판을 바꿔 살아남은 안보지원사...

    1648호2025.09.26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