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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을 생각한다] 열한 살 딸이 정치혐오의 기로에 서다
    열한 살 딸이 정치혐오의 기로에 서다

    “엄마, 내일 서울 갔다 올게”, “왜?”, “이재명 대통령이 핵발전소 2개 더 짓는다고 해서…”, “미쳤어? 이재명이랑 악수한 거 후회돼.” 어느덧 열한 살이 된 딸아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뒤통수라도 한 대 맞은 표정이었다. 딸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태어났지만, 2023년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때 핵발전의 문제를 접하게 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운동도 벌였다.“안녕하세요. 납읍초 2학년 정두리입니다. 저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집회에 나가서 항의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서명운동도 했습니다. 서명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96명이었습니다. 많은 학교 선생님이 서명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제 장래 희망은 제주도의 멋진 상군 해녀입니다. 그런데 바다에 핵 오염수를 버리면 이 세상의 물질하는 직업들이 다 사라집니다. 제 장래 희...

    1669호2026.03.06 14:58

  • [오늘을 생각한다] ‘짬뽕잘하는집’의 경쟁력
    ‘짬뽕잘하는집’의 경쟁력

    동네에 ‘짬뽕잘하는집’이란 중국집이 있다고 치자. 일요일 아침, 칼칼 시원한 해장짬뽕이 간절해 배달 앱을 켰다. 지난주에도 시켜 먹어보니 꽤 만족스러웠던 ‘짬뽕잘하는집’. 검색창에 뭐라고 쳐야 할까? 여섯 글자를 다 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번 시켰던 곳이니 ‘짬뽕’ 키워드만 쳐도 상위에 뜨고, ‘짬뽕잘’만 쳐도 금방 찾을 수 있다.그런데 사장님을 위해서는 검색창에 여섯 글자를 다 쳐야 한다. ‘짬뽕잘하는집’이라 검색하면 같은 가게가 차례로 2개 뜬다. 둘 중엔 아래에 뜨는 걸 눌러야 한다. 그래야 매상에서 광고비가 안 빠진다. 위에 있는 걸 누르면 광고 보고 들어온 거로 쳐서 광고비가 빠진다.만약 몇 글자만 떼서 검색하면 보통 맨 위에 ‘짬뽕잘하는집’ 광고가 뜨고 밑으로 다른 중국집들이 한참 나오다가 광고가 안 걸린 ‘짬뽕잘하는집’이 나온다. 소비자는 찾는 집이 있어서 간편하게 키워드를 검색했을 뿐이고, 예전 주문 이력도 있으니 이에 맞춰 상단에 그 집 광고가 ...

    1668호2026.02.27 13:11

  • [오늘을 생각한다] 봉쇄된 민주주의
    봉쇄된 민주주의

    지난 1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에만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하는 공직선거법의 이른바 ‘봉쇄조항’에 대해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다수 재판관은 거대 양당의 권력 집중을 한국 의회정치의 중요한 문제로 지적하면서 사표를 양산하는 봉쇄조항이 소수 정당에 대한 차별로 이어져 정치적 다양성을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헌 결정 자체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헌재 결정문이 가리키는 방향이다. 헌재는 이번 결정문에서 ‘비례성 강화’, ‘민주주의의 다양성 확대’, ‘거대정당의 세력 강화’와 같은 가치판단의 언어를 사용했다. 이는 선거제도의 미세 조정이 아니라 우리 정치제도가 담아야 할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하나의 선언으로 읽힌다.소수의견을 낸 두 재판관은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로 무장한 극단주의 세력의 의회 진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이유를 밝혔다. 극단주의가 소수일 거라는 생각에는 근거가 없다. 예외적으로...

    1667호2026.02.13 15:00

  • [오늘을 생각한다]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다?

    지난 1월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수립한 계획대로 신규 원전 2기의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AI 확산에 따른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비하고, 국내 원전 생태계를 복원해야 원전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 당시 사회적 공론화 이후 결정한 탈원전 정책을 뒤집었다. 당시 현재보다 약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2038년 최대 전력 수요를 과대 추계했고,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한 전력 수요구조를 심화할 것이며, 사용후핵연료 대책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에 대한 명확한 반증도 없이 여론조사를 내세워 윤석열 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 이번 정부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듯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늘리며 조화를 찾아가고 있는 현장 사례는 아직 없다. 주요 전력원으로 원전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프랑스와 스웨덴은 경직된 에너지 구조...

    1666호2026.02.06 14:33

  • [오늘을 생각한다] 대안 정치의 텅 빈 자리
    대안 정치의 텅 빈 자리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당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예고된 일이다. 사실 조국혁신당이 자생적 대안 정당으로 살아남으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일부 당원들의 진심 어린 소망과는 다르게 말이다.지난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은 반짝인기에 힘입어 12명의 비례 의석을 원내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선거 슬로건과 ‘조국’ 개인의 서사가 톡톡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왜 더불어민주연합이 아니라 조국혁신당에 투표했을까? 순식간에 꺼진 조국에 대한 기대치를 볼 때, 개인에 대한 인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들이 갈증을 느꼈던 것은 ‘정권 심판의 강도’였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위성정당으로서 무게감을 가져야 했기에 메시지가 정제된 편이었고, 그만큼 무색무취해 보였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 “검찰 독재 조기 종식” 같은 직설적 구호를 내걸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가장 강한 분노를 느끼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속 시원하게 대변해주는 세력으로...

    1665호2026.01.30 15:04

  • [오늘을 생각한다] 윤석열 계엄만 위헌일까
    윤석열 계엄만 위헌일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가 4건의 기후소송을 병합해 심사한 결정문 주문이다. 헌재가 정한 개정 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는 헌재 판결을 존중하고 헌법이 정한 국민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려는 기미가 없다.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그 비율을 40%로 정하고 있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이 2030년까지 감축 목표만 제시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해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까지 점진적·지...

    1664호2026.01.23 15:01

  • [오늘을 생각한다] 새벽 4시 반, 시장님은 모르는
    새벽 4시 반, 시장님은 모르는

    우리 동네엔 새벽일을 나가는 어르신이 많은 편이다. 이분들은 각기 광화문으로, 시청으로, 서울역으로, 종로로 향한다. 강북의 큰 빌딩들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다. 사는 집도, 일하는 자리도, 타고 가는 버스도 다르지만 매일 비슷한 시간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서로의 얼굴을 안다. 서울의 서남쪽에 6411 버스가 있듯, 서울의 여기저기에서 또 다른 6411 버스가 새벽을 달린다.지난 1월 13일, 서울에서 시내버스가 파업을 시작한 날엔 자다 깨서 노사 협상이 결렬됐다는 뉴스 속보를 봤다. 새벽 4시쯤이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동네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협상이 잘돼 파업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잠들면서도, 문득 버스 길이 끊기면 이분들은 어떻게 일터로 향할까 싶은 걱정에 오지랖을 부렸다.서울의 서남쪽에 6411 버스가 있듯, 서울의 여기저기에서 또 다른 6411 버스가 새벽을 달린다. 남이 운전해주는 차로 출퇴근하는 서울시장은 절대 알 수 없는 세상도 있다...

    1663호2026.01.16 15:05

  • [오늘을 생각한다] 언어 도둑
    언어 도둑

    ‘함께 맞는 비’라는 말은 고 신영복 선생이 옥중에서 길어올린 윤리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비를 맞는 자리로 내려오는 일이라는 뜻이다. 고 노회찬 대표가 ‘내 인생의 한마디’로 꼽았던 이 문장은 오랫동안 약자 곁으로 사람들을 이끌어왔다. 이 말이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었던 이유는 이것이 문장이어서가 아니라 삶의 태도였기 때문이다.지난 1월 2일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임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비를 같이 맞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항상 같은 마음을 먹는다며, 설사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지난해 7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아주는 것”이라며 숱한 부조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

    1662호2026.01.09 14:58

  • [오늘을 생각한다] 지구에게, ‘새해’가 된다는 것
    지구에게, ‘새해’가 된다는 것

    새해가 되면 우리는 서로에게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고 신영복 선생은 그보다 “복 짓는 새해가 되세요”라는 인사를 즐겨 했다고 한다. 남이 주는 복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타인과 세상에 복이 되고 희망이 되라는 뜻이었을 것이다.지구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새해’다. 우리가 살아가며 남긴 흔적이 다음에 살아갈 이들이 맞이할 새날의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2025년, 유례없이 길었던 산불과 점점 더 견디기 어려워지는 폭염은 앞서 살아간 이들과 오늘의 우리가 남겼던 ‘새해’다. 즉 상호 연결돼 영향을 미치는 우리는 스스로 복을 짓겠다는 각오를 다지지 않는 한, 남겨질 세계에 도리어 불운과 불행을 떠넘길 수도 있다.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1661호2026.01.02 15:12

  • [오늘을 생각한다]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에 대한 의심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에 대한 의심

    지난 12월 16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이하 액션플랜)을 공개했다. 하지만 방대한 분량에 비해 의견 수렴 기간이 3주도 되지 않아 평범한 시민들이 중장기 정책 방향을 면밀히 살펴볼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다.이번 액션플랜 중 핵심 문제는 ‘국가데이터 통합플랫폼을 통한 민간·공공 데이터 자산화’, 즉 시민들의 일상과 사회적 기록을 동의 없이 거대 자본과 국가권력의 자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일상과 공공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본래 인간의 보편적 권리와 연관된 산물이지만, 정부는 이를 ‘이윤 증식을 위한 원재료’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면 데이터의 주체인 시민은 일상에 대한 권리를 잃고 ‘빅테크’ 성장을 위해 자원을 공급하는 연료로 전락한다.가령 액션플랜은 보건의료 관련 공공데이터와 민간 의료데이터를 결합해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과 연계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그간 무수히 많은 국민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

    1660호2025.12.26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