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는 옛사랑의 그림자일까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 …… /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시인 김광규의 다. 이 시를 처음 읽은 것은 1979년 대학 1학년 겨울방학 즈음이었다.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문학과지성사·1979)에 실린 이 작품은 그 제목이 인상적인 만큼 1960∼70년대 산업화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큰 공감을 불러모았다.이 시의 메시지는 4·19세대의 자기 성찰이다. 변혁을 꿈꿨지만 이젠 그것이 두려운 세대의 솔직한 자기고백이다.1970년대 우리 사회는 유신체제라는 정치적 독재와 중화학 공업화라는 경제적 성장이 기묘하게 결합돼 있었다. 한편에선 긴급조치가 잇달아 발동됐고, 다른 한편에선 중산층 집에 텔레비전·전축·냉장고가 역시 잇달아 들어온 시기였다. 그런 압축...
1013호2013.02.05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