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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의 예술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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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U2의 노래와 신자유주의의 종언
    U2의 노래와 신자유주의의 종언

    최근 내 시선을 끈 뉴스의 하나는 전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의 사망이다. 대처의 사망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대처는 신자유주의를 상징하는 정치가다. 1980년대 이후 환호와 증오를 동시에 받아온, 사회과학 연구자들은 물론 다수의 시민들을 고뇌하게 만들어온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이론적으로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의 새로운 버전이다. 고전적 자유주의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중시했다면,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개입에 맞서는 시장에서의 자유를 특권화한다. 시장에서의 자유가 경쟁 메커니즘에 의해 보장된다는 점에서 경쟁은 신자유주의의 기본 원리이자 자본주의의 생산 및 재생산을 담당하는 조정원리를 이룬다.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경쟁은 지고지순의 미덕으로 간주되며, 무한경쟁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승인된다.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낳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시장 메커니즘을 정상화함으로써 생산과 분배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

    1023호2013.04.22 17:41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4월혁명 53주년에 읽는 김수영의 시들
    4월혁명 53주년에 읽는 김수영의 시들

    작가에게 가장 영예로운 평가는 ‘그의 시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해방 이후 우리 작가들 중 이런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인 김수영이야말로 ‘김수영 시대’라는 명칭이 가능한 작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더니즘과 자유주의, 그리고 민주주의에서 김수영은 1950년대 후반 이후 우리 문화와 예술의 최전선에 서 있었고, 이러한 그의 위치는 1968년 그가 돌연 이승을 하직할 때까지 계속됐다.뿐만 아니라 그의 놀라운 시들과 탁월한 시론은 1970년대 이후 우리 시문학의 한 흐름을 이뤄온 황동규, 정현종, 황지우 등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 영향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의 시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 4월이 그의 시를 읽기에 가장 적절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4월혁명의 시인이다.“자유를 위해서 /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 사람이면 알지 / 노고지리가 / 무엇을 보고 / 노래하는가...

    1022호2013.04.16 15:15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위기의 지구, 환경의 미래
    위기의 지구, 환경의 미래

    사진이 처음 발명됐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화가들의 앞날을 걱정했다. 대상을 묘사하고 사건을 기록하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곧 기우로 판명됐다. 대상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회화와 사진은 유사하지만, 그 방법과 의미, 예술적 감동의 결과는 사뭇 다르다.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작가로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제리 율스만, 신디 셔먼, 김기찬, 그리고 김아타 등이 있다. 이들과 함께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작가는 호주 출신의 프랭크 헐리다. 헐리는 그렇게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남극 탐험의 사진들은 놀라운 역사적 기록이자 위대한 자연의 풍광을 보여준다.헐리는 1914년 어니스트 섀클턴의 남극 탐험대 일원으로 참여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섀클턴은 2년에 가까운 사투 끝에 대원 모두를 무사히 귀환시킨 불굴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내 시선을 끈 것은 캐롤라인 알렉산더가 쓴 에 실린 헐리의 사진들이다. 사우스 조지아섬의 위용, 웨들...

    1021호2013.04.09 10:32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위하여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위하여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다녀왔다. 제법 긴 여행을 떠날 때 누구나 서너 권의 책을 가져가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 벗이 된 책들은 A 보에티우스의 , 예란 테르보른의 , 그리고 아담 자가예프스키(Adam Zagajewski)의 (최성은·이지원 옮김, 문학의숲)였다.“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 위안이 있다, 타인의 /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 타인들에게만 구원이 있다.”자가예프스키의 시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의 첫 부분이다. 이 시는 1982년 출간된 시집 에 발표됐고, 시선집 에 다시 실려 있다. 자가예프스키는 노벨문학상 작가인 체스와프 미워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뒤를 이어 오늘날 폴란드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는 시인 고은과 함께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고간 여행에서 자가예프스키의 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타인 또는 타자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굳이 강조할 필요 없이 타자의 발견과 성찰은 사회학의 가장 중요한 ...

    1020호2013.04.01 18:24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우리에게 미국이란 어떤 나라인가
    우리에게 미국이란 어떤 나라인가

    지금 이 글을 나는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에 와서 쓰고 있다. 지난 월요일 오후 인천공항을 떠나 월요일 오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내렸을 때 문득 떠오른 소설의 한 구절이 있었다.“이 나라에 입국한 이래, 사람은 관념의 세계시민은 될 수 있어도 그와 마찬가지로 현실의 세계시민이 될 수 없다는 실감이었다.”최인훈의 소설 에 나오는 구절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몇 해 전 최인훈이 전집을 낼 때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에 대해 내가 쓴 글을 제1권의 뒤편에 김병익의 글과 함께 해설로 싣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 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내게 큰 영향을 미친 작가였다는 점에서 반갑고 뜻 깊은 일이었다.지난 20세기 우리나라의 소설가 중 최인훈이 최고의 작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분단을 다룬 최인훈의 이 해방 이후 가장 문제적인 소설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광장 없는 밀실’(남한)...

    1019호2013.03.25 18:11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별이 빛나는 밤’과 정체성의 발견
    ‘별이 빛나는 밤’과 정체성의 발견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 위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가는 것이지.”1888년 6월 동생 테오에게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인생을 살다간 고흐는 현대 서양화가의 대명사다. 예술을 다루는 이 기획에서 미술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으로 말문을 열까 고민하다가 고흐의 을 선택했다.이유는 간명하다. 예술작품과 예술가의 삶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면, 고흐만큼 이 둘이 극적으로 결합된 사례는 없다. 의 검푸른 밤하늘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달과 별처럼, 예술에 대한 그의 끝없는 열정은 현대인의 삶이 직면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시민적 시선에서 은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쓸쓸...

    1018호2013.03.19 11:05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난장이의 꿈’과 제2의 한강의 기적
    ‘난장이의 꿈’과 제2의 한강의 기적

    어제는 카시미롱이 들은 새 이불이 / 어젯밤에는 새 책이 / 오늘 오후에는 새 라디오가 승격해 들어왔다. (김수영, , 1966)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조세희, , 1976)김수영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이고, 조세희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다. 우리 전후 현대문학사를 빛낸 두 사람을 새삼스레 떠올리게 된 것은 2월 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 때문이었다. 취임사 제목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였다. 그 핵심 메시지는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취임 직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5대 국정목표에서 빠진 경제민주화를 언급해 이에 대한 비판을 나름 배려하기도 했다.취임사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네 번 반복했는데, 이 말은 내게 여러 의미로 다가왔다....

    1017호2013.03.11 18:18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휴전선 철망 앞에서 생각하는 한반도 평화
    휴전선 철망 앞에서 생각하는 한반도 평화

    2009년 모 주간지에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기행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인천시 강화의 서부전선에서 강원도 고성의 동부전선에 이르기까지 분단의 현장을 찾아간 그 여행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에 따라 한반도에는 남한과 북한의 접촉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해 여기로부터 동일하게 2㎞씩 물러나 비무장지대를 뒀다. 155마일의 휴전선이 그어진 것이다. 그리고 1954년 2월 미국 육군사령관 직권으로 휴전선 일대의 군사작전과 군사시설 보호, 보안 유지를 목적으로 남방한계선 바깥으로 5~20㎞의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 선이 바로 민간인통제구역선, 즉 민통선이다.이 기행에서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경기도 김포와 인천시 강화였다. 그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곳은 북한 땅과 마주보는 강화도 북단 승천포였다. 승천포는 고려 고종이 개경을 떠나 강화로 천도할 때 도착한 포구다. 그 옛날 포구자리 앞 언덕 아래에 고종의 ...

    1016호2013.03.05 14:12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새로운 시험대에 선 가족관계의 미래
    새로운 시험대에 선 가족관계의 미래

    우리 인류의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제도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곤 한다. 시장 또는 국가를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고, 매스미디어 또는 이례적으로 스포츠라고 대답하는 학생도 있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가족, 시장, 민주주의다. 시장은 우리 경제생활을, 민주주의는 정치 및 사회생활을 생산하고 조정하는 핵심 제도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하려는 가족은 일상생활의 가장 중요한 거점이다.역사적으로 가족의 등장은 시장과 민주주의보다 더 오래됐다. 특히 동아시아의 경우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하던 전통사회든, 급속한 산업화를 이뤄온 현대사회든 가족의 의미는 남달랐다. 사랑이라는 친밀성에 언어로 전달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면, 그것의 가장 선명한 형태가 가족의 사랑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딸 또는 아들이란 말에는 언어로 전달하기 어려우나 마음을 뒤흔드는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가족이 최근 크게 변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가족이 붕괴되거나 해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1015호2013.02.25 16:18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꿈을 상실한 세대를 위하여
    꿈을 상실한 세대를 위하여

    내가 전공하는 사회학에서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는 주제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일상을 이루는 주요 요소임에도 잘 다뤄지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만화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유는 간명하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에 대한 가치판단이 연구자의 주제 선택에 의식·무의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석사 및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해온 지 20여년이 되는데, 아직까지 만화를 논문 주제로 선택한 학생을 만나지는 못했다.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당장 우리 일상을 사실상 지배하는 포털의 주요 코너 가운데 하나가 웹툰이다. 결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매일 조석의 나 정다정의 , 곽백수의 등을 볼 것이다. 나 역시 지하철을 탈 때나 일에 지쳤을 때 더러 웹툰을 찾아보게 된다. 웹툰은 이미 일상 속에 성큼 들어와 있다.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웹툰 작가는 최훈·강풀·주호민이다. 최훈의 작품 중 인상적인 것은 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숱한 전투들을 새롭게 해석하는 그의 역량이 놀랍고 흥미진진하다. 강...

    1014호2013.02.19 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