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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의 예술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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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일본만화 ‘진격의 거인’과 포위된 젊음
    일본만화 ‘진격의 거인’과 포위된 젊음

    우리 사회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은 이들에게 허락된 몇몇 여가활동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주요 대화 주제이기도 하다. 청소년뿐만이 아니라 20~30대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청소년 시절에 가졌던 취미가 계속 이어지는 것일 게다.일본 만화 열풍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은 그렇게 곱지만은 않다. 일본 사회에 대한 무관심 내지 거부감이 한 원인이라면, 일본 만화에 담긴 문화적 코드들, 예를 들어 폭력성과 일본 중심주의에 대한 우려가 다른 원인일 것이다. 한·일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면 이런 기성세대의 생각은 수긍할 만하다. 개인의 자아의식과 사회의식의 기본 틀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절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일본 만화 열풍이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만화 열풍이 왜 부는지에 대해 사회학 연구자로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 까닭은 무엇보...

    1033호2013.07.02 11:51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장미의 이름’과 다원주의적 상상력
    ‘장미의 이름’과 다원주의적 상상력

    지난주에 스파이소설에 대해 썼는데, 이야기하는 김에 추리소설을 하나 더 다루고 싶다. 이 작품은 그 형식이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내용은 역사소설, 철학소설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사유의 백화점을 보여준다.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이다. 기호학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에코가 1980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1980년대 서구문화를 뒤흔들어 놓았다.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으로 꼽히면서 은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그 토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에코가 을 발표했을 때 기호학자가 여기(餘技)로 소설을 한 번 써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코는 이어 , 등 일련의 문제작을 연속 발표해 요즘은 기호학자라기보다 소설가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듯하다. 이 에코의 대표작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상상력과 통찰력의 측면에서 나 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 소설은 소설가로서의 그의 새로운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그...

    1032호2013.06.24 18:26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G2 시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G2 시대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추리소설에 심취해 있던 적이 있었다. 코넌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앨러리 퀸의 고전들에서 전후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에 이르기까지 적잖이 읽었다. 추리소설과 유사한 장르가 스파이소설이다. 스파이소설은 추리소설의 한 분야라고 볼 수 있는데, 흔히 이안 플레밍의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고전으로 꼽힌다.지금 여기서 다루고 싶은 작품은 스파이소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다. 1963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르 카레는 스파이소설 작가이지만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은 몇몇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소설은 한편으로 박진감 넘치는 흥미를 유발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인간과 사회, 개인과 체제의 관계에 대한 섬세한 감성적 묘사를 보여준다. 둘째, 이 소설은 1960년대 당대의 국제관계와 냉혹한 첩보전의 현실 또한 실감나게 그려낸다.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은 추구하는 이념이 달랐지만...

    1031호2013.06.17 16:58

  • 골목 안 풍경과 마포의 추억

    나는 서울 출신이 아니다.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울을 제대로 익히기 시작한 것은 1971년 도봉산 자락에 있는 도봉초등학교로 전학했을 때였다. 당시 도봉동은 시골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중랑천으로 달려가 미역을 감거나 공터에서 축구를 하곤 했다. 요즘도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면 1970년대 초반 도시 변두리 어린이들의 활기차면서도 다소 서글픈 오후를 떠올리게 된다.중학생과 고등학생 시절에는 시내 가까이 다가갔다. 용문중학교가 있는 돈암동과 장충고등학교가 있는 장충동 주변에서 6년을 보냈다. 1970년대 중반 돈암동에는 개량 한옥들이 많았고, 장충동에는 고급 양옥들이 적지 않았다. 유신시대의 군부 권위주의가 절정에 달한 그때 산업화 과정 속에서 나날이 바뀌어가던 서울의 모습은 정치와 경제의 엇박자처럼 ‘비동시성의 동시성’의 풍경으로 내게 남아 있다.독일과 미국에서 공부한 7년을 제외하곤 이제까지 서울을 떠...

    1030호2013.06.11 11:33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프란시스코 고야에게로 가는 길
    프란시스코 고야에게로 가는 길

    서양 회화에서 스페인 회화가 차지하는 위상은 독특하다. 근대 이후 서양 회화를 이끌어온 나라는 이탈리아,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방, 무엇보다 프랑스였다. 다빈치·미켈란젤로·라파엘로의 르네상스, 루벤스의 바로크와 렘브란트의 회화, 그리고 다비드가 고전주의를 연 이후의 프랑스 회화는 서양 회화의 중심을 이뤄왔다.스페인 회화는 이러한 흐름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스페인 출신 화가들의 독창성에 있었다. 근대 스페인 회화를 대표한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그리고 고야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회화의 세계를 구축했으며, 특히 벨라스케스와 고야는 현대 회화에까지 큰 흔적을 남겼다. 이 세 화가의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는 것은 내 오랜 꿈 가운데 하나였다.독일에서 오랜 시간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을 찾아간 것은 지난 2008년 9월이 처음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사회학대회에서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이 여행의 또 하나...

    1029호2013.06.04 15:12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영화 를 통해 본 품위 있는 죽음
    영화 <아무르>를 통해 본 품위 있는 죽음

    인간에게 실존적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죽음에 관한 것이다. 삶의 종언인 죽음 앞에 우리 인간은 더 없이 무력하다.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이들도 없지 없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 죽음의 육체적 고통 때문만이 아니다. 생명의 마감인 죽음은 이 세상에서 맺은 모든 관계들에 작별을 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 존재의 의미 중 하나가 관계에 있는 한, 죽음은 우리에게 낯설고 어렵고 또 두려운 그 무엇이다.죽음과 관련해 사회학적으로 주목할 주제는 존엄사 문제다. 존엄사란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 의미가 사실상 없는 연명조치를 중단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2009년 김모 할머니에 대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둘러싸고 이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뤄지기도 했다.이런 존엄사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영화가 얼마 전 개봉돼 내 시선을 끌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만든...

    1028호2013.05.27 18:27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다산의 시를 읽으며 갑을관계를 생각한다
    다산의 시를 읽으며 갑을관계를 생각한다

    “시냇가 헌 집 한 채 뚝배기 같고 / 북풍에 이엉 걷혀 서까래만 앙상하네 //묵은 재에 눈이 덮여 부엌은 차디차고 / 체 눈처럼 뚫린 벽에 별빛이 비쳐드네”다산(茶山) 정약용이 남긴 한시 의 첫 부분이다. 적성은 현재 경기도 파주에 있는 고을이다. 다산이 암행어사가 돼 1794년 이 지방을 순찰한 때 쓴 시다. 을 편집하고 우리말로 옮긴 송재소에 따르면, 이 시는 당시 농민의 생활과 지방관 및 아전의 횡포를 고발한 작품이다. 당나라 시성(詩聖) 두보의 리얼리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다산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적성은 내 고향 양주에서 그리 먼 곳이 아니다. 더러 바람을 쐬러 갔던 고장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작품이 쓰인 18세기 후반 조선 사회의 풍경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당시는 정조 시대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개혁 군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의 삶이 적잖이 고달팠음을 이 시는 증거한다. 한갓진 전원 풍광이 아니라 황량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서러움이...

    1027호2013.05.20 16:47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위대한 개츠비’와 경제민주화
    ‘위대한 개츠비’와 경제민주화

    그동안 이 기획에서 친숙한 예술 양식임에도 영화가 그렇게 많이 다뤄지지는 않았다. 오늘은 오래된 영화 하나를 주목하고 싶다. 1974년에 발표된 다. 영화의 원작은 1925년에 발표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이며, 그동안 여러 차례 영화화했다.1974년 판 가 나름 유명한 까닭은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났다기보다 당시 전성기를 구가한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개츠비의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 있었다. , 등으로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레드포드는 이 영화에서 신비롭고 매력적인 인물 개츠비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마침 이번주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개츠비의 역을 맡은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니 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소설 는 지난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작품은 아메리칸 드림의 빛과 그늘을 다룬 미국적인 텍스트이자, 부와 사랑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해부한 고전적인 텍스트다. 여기서 소설보다 영화에 주목하는 것은, 비록 명화...

    1026호2013.05.14 10:54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연보라 코스모스를 안고 가는 어머니
    연보라 코스모스를 안고 가는 어머니

    두 개의 기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하나는 서울 시내에 관한 기억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거의 쓰지 않지만 우리 세대가 즐겨 말하는 시내란 사대문 안을, 특히 세종로 사거리에서 동대문까지의 종로를 중심으로 한 지역을 지칭한다. 내가 시내에 진출한 것은 재수생 시절이었다. 인왕산 아래 자락에서 시작해 경복궁, 인사동, 탑골공원, 보신각, 명동, 그리고 남산 아래 자락까지 무던히도 돌아다녔다.다른 하나는 삼선교에 관한 기억이다. 내가 다녔던 돈암동 용문중학교에서 아주 가까운 삼선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해방 직전 시부모를 모시고 신혼살림을 차렸던 곳이다. 경기도 양주의 시골 출신인 어머니 눈에 비춰졌던 당시 삼선교 모습을 어릴 적에 더러 듣곤 했는데, 식민지 시대 말기 경성의 풍경들인 전차와 다방과 유성기와 태평양전쟁의 전시체제라는 낯선 공간 속에서 어머니가 느끼셨을 놀라움과 두려움을 나중에 사회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이따금 생각하곤 했다. 어머니의 삼선교 이야기는 모더니티...

    1025호2013.05.06 17:23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노동절에 찾은 청계천의 전태일 반신상
    노동절에 찾은 청계천의 전태일 반신상

    이번주에 주목하는 예술가는 오래 전부터 다뤄보고 싶었던 인물이다. 화가, 다시 말하면 민중화가 임옥상이다. 임옥상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지는 않다. 기후변화 심포지엄 등에서 두어 번 만나 인사만 건넸을 뿐 주고받은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대 초반부터 더 없이 존경해온 분이라 감회는 남달랐다.1980년대 초반 임옥상의 을 처음 봤을 때 받았던 충격이 여전히 생생하다. 누구나 대학에 입학하면 고교 시절의 낭만주의와 자연스레 결별하게 되는데, 초록의 보리밭 위에서 이쪽을 지켜보는 농부의 날카로운 시선은 10대에 품었던 낭만주의를 단숨에 마감시켰던 것 중 하나다. 많은 이들에게 10대 후반이나 20대에 만난 예술의 감동이 예술적 체험의 원형을 이루고 일생 내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게는 임옥상의 작품들이 그러했다.오늘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민중화가 임옥상이라기보다 공공미술가 임옥상이다. 청계천을 가본 사람이라면 평화시장 앞에 위치한 전태일 반신상을 한...

    1024호2013.04.29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