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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의 예술과 사회
  • 전체 기사 51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서태지와 아이들’과 한국적 개인주의
    ‘서태지와 아이들’과 한국적 개인주의

    내가 공부하는 사회학이란 말 그대로 ‘사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회학은 물론 정치학·경제학 등의 기초사회과학이나 법학·경영학·행정학·복지학·신문방송학 등의 응용사회과학 모두 근대 및 현대사회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오래 전 사회학을 처음 배우게 됐을 때 가졌던 의문 중 하나는 사회(社會)란 무엇인가였다. 한자의 의미로 보면 사회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뜻한다.‘사회’에 대응하는 영어는 당연히 ‘society’다. 이 society를 ‘사회’로 번역한 이는 일본 학자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society를 ‘사회’로 번역하는 데 일본 학자들이 적잖이 곤혹스러워했다는 점이다. society에는 자율적 개인들이 맺은 계약의 의미가 담겨 있는 데 비해, 메이지 시대의 일본에서는 개인이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 가족 내지 국가의 구성원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사회’에 담긴 이런 개인과 계약의 의미는 서양 근대의 역사에서 개인주의가 갖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개인주의란 개인의 ...

    1053호2013.11.26 18:45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겨울 나그네’와 유목사회의 도래
    ‘겨울 나그네’와 유목사회의 도래

    겨울이 시작됐다. 바람이 제법 차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연가곡집 (Winterreise)다. 독일에서 유학을 해서인지 독일어로 된 를 젊은 시절부터 자주 들어왔다. 를 가장 잘 부른 가수는 흔히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가 꼽히는데, 나 역시 피셔-디스카우 노래를 즐겨 들어왔다.는 24곡으로 이뤄져 있다.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이 연가곡은 고독과 비애로 가득 찬 작품이다. 첫 번째 곡은 ‘밤 인사’(Gute Nacht)다. “이방인으로 왔다가 이방인으로 떠나네”로 시작하는 노래는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게 살며시 문을 닫으리. 지나는 길에 네 집 문앞에 ‘좋은 밤’(Gute Nacht)이라고 적으리. 얼마나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언젠가는 알 수 있도록”으로 끝을 맺는다.의 독일어 제목은 ‘겨울 여행’이다. 겨울 날씨에 걸맞은 우수로 가득 찬 노...

    1052호2013.11.19 19:50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영화 ‘산딸기’ 삶의 의미를 묻다
    영화 ‘산딸기’ 삶의 의미를 묻다

    몇 해 전부터 우리 사회에선 인문학 열풍이 눈에 띈다. 대학 안에서는 인문학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잃어가는 것에 반해, 사회에서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원인은 뭘까? 젊은 세대에게는 취업이 중요한 문제라면, 나이든 세대에겐 삶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과학의 기본 문제의식이 사회에 대한 탐구에 있다면, 인문학의 주요 탐구 대상은 인간과 삶이라 할 수 있다.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물론 전 계층에 걸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식 투자 등의 실용적 관심이나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이 전 사회계층을 아우르는 반면, 인문학 열풍을 주도하는 계층은 화이트칼라, 주부, 그리고 은퇴를 전후한 세대인 것으로 보인다. 책을 사고 강연을 듣고 삶과 자연과 역사에 대한 성찰에 귀를 기울이는 게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구조적 조건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문학 열풍을 가져온 ‘문사철’(문...

    1051호2013.11.12 16:37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인권과 민주주의의 보루, 공론장
    인권과 민주주의의 보루, 공론장

    언론을 사회과학에서는 공론장(public sphere)이라고도 부른다. 공적 토론이 이뤄지는 공간 내지 영역이라는 뜻이다. 사적 영역과 대비되는 공공 영역으로서의 공론장을 사회과학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한 이는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다.하버마스는 에서 공론장을 국가와 시민사회를 매개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결집되는 영역이라고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근대 민주주의는 국가와 부르주아지 간의 갈등이 이 공론장에서 진행되는 토론과 그에 따른 합의를 통해 해결되는 정치체제다. 이 점에서 공론장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거점이라 할 수 있다.예술과 사회를 다루는 글에서 하버마스의 이론을 먼저 꺼낸 이유는 한 문제적 소설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공론장의 현재의 모습을 돌아보기 위해서다.그 소설은 히인리히 뵐(Heinrich Boll)의 (1975)다. 뵐은 귄터 그라스와 함께 전후 독일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 등의 소설로 널리 알려진 그는 1972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050호2013.11.05 17:52

  • 개방성·다양성 위협하는 ‘극단 사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서양 고대에서 가장 빛나는 제국이었음을 상징하는 말이다. 제국의 멸망 이후 그 이름을 딴 신성로마제국 등이 등장한 것을 보면 로마가 얼마나 위대한 제국이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로마제국을 일방적으로 찬양할 수만은 없다. 스파르타쿠스 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로마는 고대라는 시대적 한계에 갇혀 있던 제국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법을 위시해 로마가 오늘날 서양을 서양으로 만든 출발점이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가게 되면 자연히 로마제국이 서양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예술과 연관해 로마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나는 바티칸시국에 있는 바티칸박물관을 들고 싶다. 기독교는 로마의 전통 종교가 아니라 외래 종교였다. 하지만 기독교는 로마의 국교가 됐고, 이후 교황청은 로마의 상징이 됐다.바티칸박물관은 기독교 예술의 보고다. 로마 시대가 아닌 르네상스 시대에 창조된 작품들이 다수이지만, 미켈란젤로...

    1049호2013.10.29 16:12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고향’에 대한 간절함, 남북 이산가족 상봉
    ‘고향’에 대한 간절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일본 문학평론가 히야마 히사오가 쓴 이라는 책이 있다. 동양의 모더니티 형성에 주목해 중국의 대표적 소설가인 루쉰(魯迅·1881~1936)과 일본의 대표적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끼의 작품을 비교하고 분석한 저작이다. 동양 모더니티가 서양 모더니티를 그대로 재현해 온 게 아니라 동양이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서 주조돼 왔다는 점에서 이 책은 흥미로운 여러 생각거리들을 제공한다.동아시아 모더니티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이 지역에서 인문·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은 질문의 하나다. 과연 동아시아 모더니티는 이식된 것일까, 아니면 나름대로 주체적으로 수용해 온 것일까의 사실판단에서 모더니티가 미완의 기획이라면 과연 어떤 모더니티를 이뤄내야 하는 것일까의 가치판단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는 매우 중대한 학문적 과제다.소세끼와 루쉰의 소설에 대한 히야마 히사오의 비교는 이런 맥락에서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는 소세끼와 루쉰의 작품세계가 갖는 공통분모인 서양 모더...

    1048호2013.10.22 15:06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1 대 99’사회에서 생각하는 ‘분노의 포도’
    ‘1 대 99’사회에서 생각하는 ‘분노의 포도’

    봄에 이어 지난주에 연구차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에 다시 왔다. 이 대학에 오면 떠오르는 미국 작가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이다. 그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살리나스에서 태어나 여기 스탠퍼드대학을 다녔다. 대학 교지에 글을 쓰는 등 문학수업을 받았지만 학위를 받지는 않았다. 스타인벡은 고향인 캘리포니아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소설들에 즐겨 담았다.“서부의 여러 주들이 새로 일고 있는 변화에 격동하고 있는 것이다.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캔자스와 아칸소, 뉴멕시코와 애리조나, 캘리포니아가 그렇다. 한 가족이 그들의 토지로부터 옮겨가고 있다. 아버지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다. 그런데 그 은행에서 이제 토지를 내놓으라는 것이다.”스타인벡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한 소설 (The Grapes of Wrath)의 한 구절이다. 소설은 오클라호마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일자리를 찾아온 톰 조드 가족의 삶을 다룬다. 이 작품이 크게 주목받은 이유는 대공황기의 미국 사회 ...

    1047호2013.10.15 19:00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조선의 개혁 지식인 박제가, 미래를 위한 기상
    조선의 개혁 지식인 박제가, 미래를 위한 기상

    지난달 하순 강원도 양양 하조대에 다녀왔다. 그곳에 머무르고 계신 역사학자 강만길 선생을 만나뵙기 위해서였다. 오전에 서울을 출발해 경춘고속도로를 달려 홍천을 거쳐 인제로 나아갔다. 이 길을 갈 때마다 떠오르는 이들이 있으니 연암 박지원과 초정 박제가, 그리고 야뇌 백동수가 그들이다.박지원과 박제가는 북학파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반면에 백동수는 그렇게 익숙한 인물이 아니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몇 해 전 방영된 드라마 를 통해서다. 연암학파의 일원인 이덕무의 처남이기도 한 백동수는 창검의 달인이었고, 정조 시대 규장각에서 나온 의 공동 저자였다. 그는 정조가 창설한 친위 군영인 장용영의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백동수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강원도 인제현 기린협(麒麟峽·현 인제군 기린면)으로 은거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농사를 지으며 무예를 익혔다고 한다. 그가 서울을 떠날 때 박지원과 박제가가 이별의 심사를 글로 남겼는데, 이 산문들은 우리 선조들이 남긴 작품...

    1046호2013.10.08 16:19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영화 ‘E.T.’와 태양계 너머로의 꿈
    영화 ‘E.T.’와 태양계 너머로의 꿈

    최근 자연과학에서 주목할 뉴스 가운데 하나는 미국 무인 우주탐사선인 보이저 1호에 관한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보이저 1호가 지난해 8월 태양으로부터 약 190억㎞ 떨어진 성간 우주(항성과 항성 사이의 우주공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초속 17㎞로 날아가는 보이저 1호는 태양계 밖 우주를 여행하는 최초의 우주선이 됐다.보이저 1호를 유명하게 한 이들 중 한 사람이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다. 20여년 전 보이저 1호가 찍은 사진 하나가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담은 아주 작은 ‘창백한 푸른 점’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지구였다. 세이건의 책 제목이기도 한 ‘창백한 푸른 점’은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 외로이 떠 있는 지구의 존재를 감동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낮에는 푸른 하늘로, 밤에는 검은 하늘로 우리를 둘러싼 우주는 인류가 이 지구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후 언제나 새로운 신비로움과 탐구심을 안겨줘 온 곳이다....

    1045호2013.10.01 18:40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황순원의 ‘기러기’와 역사에 대한 예의
    황순원의 ‘기러기’와 역사에 대한 예의

    지난해 이란 책을 냈다. 삼국시대부터 최근까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 24명의 사상을 시대정신의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다. 이 책에서 소설가로서 다룬 이는 이광수와 황순원이다. 황순원의 경우 그의 장편소설 을 중심으로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책임에 관한 문제를 리영희와 비교해 가면서 살펴봤다.황순원은 , , , 에 이르기까지 해방 이후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우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장편소설 말고도 그는 국민 단편소설이라 할 수 있는 를 위시해 , , 등을 통해 우리 단편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그가 창조한 서정적인 세계에는 우리 겨레의 역사와 삶과 꿈이 담겨 있다.황순원의 단편소설집 가운데 이채로운 것은 두 번째인 다. 에 실린 작품들은 일제 말기 일본 유학을 마치고 고향인 평안남도 대동군에 칩거할 때 쓰였다. 하지만 가 출간된 것은 해방 직후에 쓰인 세 번째 단편집 보다도 늦은 1950년이었다.뛰어난 다른 작품들도 많은데 여기...

    1044호2013.09.17 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