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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의 예술과 사회
  • 전체 기사 51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와 시대정신에 대한 질문
    <파우스트>와 시대정신에 대한 질문

    사회학을 공부한 지 35년이 된다. 대학교 1학년인 1979년 가을학기에 사회학을 처음 알게 됐다. 열아홉 나이에 배웠던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사회학의 기본 성격은 여전히 내 생각의 중추를 이룬다.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한, 우리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예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학을 포함해 예술은 인간 탐구의 한 형식이자 인간 유희의 한 방식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탐구와 유희는 개인적인 것인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다. 개인적이라 함은 어떤 예술이든 개인적 상상 및 체험에 기반해 창조된 것임을 뜻한다면, 사회적이라 함은 인간의 사회적 성격을 고려할 때 그 상상 및 체험이 허공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회라는 구체적인 공간 속에서 탄생하고 성장하며 또 소멸하는 것임을 함축한다.이러한 공간에 시간이라는 변수를 도입하면 그것은 시대가 되고 역사가 되며, 예술가는 이러한 시대와 역사에 대한 ...

    1063호2014.02.11 15:27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호퍼의 그림과 공감의 시대
    호퍼의 그림과 공감의 시대

    역사적으로 ‘도시’는 시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도시의 공기가 시민에게 자유를 선사한다’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는 전통적인 농촌과 다른 자유의 공간이다. 우리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의 존재에 익숙한 농촌 공동체와는 달리 도시 사회는 익명이라는 자유를 선물한다.하지만 근대 도시는 또 다른 풍경들을 보여줘 왔다. 게오르그 짐멜은 도시의 또 다른 풍경을 관찰한 대표적인 사회학자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도시생활의 불친절함과 외로움이다. 도시인들은 예상하지 못한 빠른 변화와 다양한 이미지의 공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대상에 거리를 두는 무관심 전략을 선택하는데, 이러한 태도가 결국 불친절함과 외로움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급진적 도시사회학자들이 관찰한 또 다른 도시의 풍경도 있다. 이들은 현대 도시를 지배하는 자본과 상품에 주목한다. 건물, 거리, 경관 등 도시의 모든 것들을 끝없이 상품화하고 소비하게 만드는 자본은 정작 도시의 주인인 시...

    1062호2014.01.28 15:09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베토벤 ‘운명’과 음악의 의미
    베토벤 ‘운명’과 음악의 의미

    음악사에서 예술로서의 음악을 대표하는 단 한 곡을 들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예술이 갖는 다양성을 무시하는 초등학생 수준의 호기심이겠지만, 간혹 생각해 보기도 한다.아마도 그것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5번 교향곡이지 않을까? 어떤 이들은 바흐나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떠올리고, 다른 이들은 비틀스나 봅 딜런, 김민기의 노래를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근대 이후 최고의 음악가로 베토벤이 칭송되고 5번 교향곡이 그의 가장 뛰어난 곡으로 지목되는 만큼, 5번 교향곡은 음악을 대표하는 곡으로 꼽힐 만하다.5번 교향곡은 흔히 ‘운명’ 교향곡이라 불린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비서인 안톤 쉰들러가 베토벤에게 제1악장 서두의 주제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고 했다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5번 교향곡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일본과 한국에만 통용될 뿐...

    1061호2014.01.21 14:24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코맥 매카시의 와 인류의 미래
    코맥 매카시의 <로드>와 인류의 미래

    학교에서 강의하는 과목의 하나가 ‘진보와 보수’다. 전공 중 하나가 정치사회학이라 이념구도와 갈등, 그 해소 방향을 가르치는 과목인데, 이러한 이념문제에 대해 양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치와 시민사회 영역에서 정책 결정을 두고 이념 대립이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대립과 갈등을 넘어 존재하는 여러 이슈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이념 구도와 갈등은 서구 모더니티의 산물이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자코뱅당과 지롱드당에서, 그리고 칼 마르크스와 에드먼드 버크의 사상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진보와 보수 또는 좌파와 우파는 근대사회에 대한 상이한 해석 및 처방을 제시함으로써 대결구도를 이뤄 왔다. 보수가 대체로 성장·시장·자유를 중시한다면, 진보는 그 반대로 분배·국가·평등을 강조해 왔다. 우리 사회의 경우 이러한 이념 구도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서야 본격적으로 자리잡아 왔다.내가 고민하는 것은 건강한 이념 대립 및 경쟁이 ...

    1060호2014.01.14 14:26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파블로 네루다 시와 라틴 아메리카의 발견
    파블로 네루다 시와 라틴 아메리카의 발견

    지리적 거리는 마음의 거리를 만들어낸다. 라틴 아메리카는 우리나라의 대척점에 놓인 대륙이다. 이 대륙에도 6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다. 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이 100명이라면 8명 내지 9명 정도가 라틴 아메리카인들인 셈이지만, 우리에겐 아무래도 먼 대륙으로 느껴진다.라틴 아메리카를 생각하면 누구를 먼저 떠올리게 될까?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 아르헨티나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아니면 브라질 축구선수였던 펠레나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는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메시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분명한 것은 라틴 아메리카가 우리에게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까운 대륙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라틴 아메리카가 우리나라와 닮아 있는 점이 적지 않다. 후발 산업화 국가라는 것도 유사하고, 식민지 경험과 군부독재를 경험했다는 것도 공통...

    1059호2014.01.07 14:25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에미넴의 ‘루즈 유어셀프’와 서사의 시대
    에미넴의 ‘루즈 유어셀프’와 서사의 시대

    예술을 이루는 두 요소는 내용과 형식이다. 내용이 예술가가 전달하려는 의미라면, 형식은 그 전달의 방식을 말한다. 감상자의 시각에서 보면, 형식보다는 아무래도 내용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전체로서의 예술을 생각할 때 형식은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메시지라도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그 효과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형식에 따라 그 유형이 분명히 구분되는 예술은 다름 아닌 음악이다. 멜로디와 리듬을 통해 인간의 감성 및 정서를 전달하는 음악은 어떤 형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으로 나뉘고, 대중음악은 다시 재즈·팝·록 등으로 세분화된다.여기에 이 하위 분야들은 다시 그것이 만들어지는 시대 및 장소에 따라 고유한 형식과 그 형식이 가져다주는 분위기를 갖는다. 예를 들어,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 전반에 미국과 서유럽에서 유행한 프로그레시브 록은 자신만의 개성적인 음악세계를 선보였다.이런 맥락에서 사회학적으로 가장 이채로운 ...

    1058호2013.12.31 10:42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나니아 연대기’와 다른 세계를 상상할 권리
    ‘나니아 연대기’와 다른 세계를 상상할 권리

    이 기획을 진행하면서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있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가 그것이다. 우리 인간은 왜 예술을 만들었고, 또 그것을 공유해 온 것일까? 어느 역사와 사회든 예술이 없던 곳들은 없었다.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살기 시작한 이래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말과 글을 통해 시를 짓고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예술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살아갈 빵이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존재다. 아니 인간은 차가운 이성보다는 따뜻한 느낌, 자유로운 상상과 함께 살아온 존재이기도 하다.인간에 대한 첫 번째 규정이 물질적 생활에 관한, 두 번째 규정은 정신적 생활에 관한 것이라면, 세 번째 규정은 예술적 생활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 감성과 상상력을 가진 존재인 한, 그것을 표현하려는 다양한 욕구들이 형상화된 게 다름 아닌 예술이다. 이런 예술은 다른 이들에...

    1057호2013.12.24 14:53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양성평등 중요성 일깨운
    양성평등 중요성 일깨운 <델마와 루이스>

    선진국이란 무엇일까? 앞서 발전해 잘 사는 나라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일까?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게 그 조건이다. 이런 선진국의 조건에서 매우 중요한 것의 하나가 양성평등의 수준이다. 인구 절반을 이루는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크다면 결코 선진국이라 하기 어렵다.이와 관련해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준 충고다. 그는 민주적 양성평등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동아시아 사회가 성찰적 현대화로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웃 일본의 양성평등 수준은 서구 사회와 비교할 때 상당히 떨어진다. 서구 사회가 모든 측면에서 일본 사회보다 낫다고 보기 어렵지만, 적어도 양성평등의 측면에서 일본을 선진국이라 하기 어렵다.양성평등 문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다. , 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리들리 스콧 감독은 1991년 를 발표해 다시 한 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는 두 여성이 주인공인 로드 무비다. 강압적인 남편...

    1056호2013.12.17 15:52

  • 모래내의 추억과 반인간적 학벌사회

    1978년, 이 해에 나는 재수를 했다. 시내에 있는 재수 전문 학원을 다녔다. 특별한 경험이었던 탓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학교 주변지역 이외에는 거의 알지 못했다. 이때서야 나는 북촌과 서촌, 인사동과 무교동, 명동과 남산을 제대로 알게 됐다. 같이 재수하던 친구들과 전철 1호선을 타고 동인천역까지 가서 월미도에서 바람을 쐬기도 했다.이 해 어느 여름날 수색에서 일이 있어 그때는 잘 몰랐던 서울의 서부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아현동과 이화여대와 연세대를 거쳐 이름도 특이한 모래내 옆을 지나가게 됐다. 모래내가 구기동과 평창동에서 시작해 홍제동과 성산동을 거쳐 한강으로 들어가는 하천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서른이 넘어서였다. 홍제동쯤에 이르면 모래가 많아 냇물이 모래 밑으로 스며들어 흘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돌아보면 스무 살 이후 지난 30여년 동안 유학...

    1055호2013.12.10 15:00

  •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가곡 ‘비목’과 이중적 분단갈등
    가곡 ‘비목’과 이중적 분단갈등

    성큼 겨울로 들어서는 이 계절이 되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강원도 화천에 있는 평화의 댐을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이제까지 평화의 댐에 두 번 가봤다. 첫 번째는 오래 전 춘천에서 대학교수를 하는 친구와 함께 바람을 쐬러 간 것이었고, 두 번째는 4년 전 모 잡지사가 기획한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기행을 위해 몇 사람과 함께 취재하러 간 것이었다.친구와 함께 평화의 댐을 찾았던 때가 요즈음이다. 눈이 곧 내릴 것 같은 궂은 날씨에 우리는 춘천에서 화천으로 올라가 해산터널을 지나 평화의 댐까지 갔다. 깊은 산속에 돌연 나타난 거대한 댐은 딴 나라에 온 것과 같은 이국적 느낌을 안겨줬다. 더없이 편안해 보이는 우리 산야의 풍경 속에 놓인, 물을 가둬두지 않아 더욱 높아 보이는 댐의 위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낯섦과 낯익음을 동시에 갖게 했다.친구와 나는 댐 위쪽의 한구석에 있는 휴게소로 가서 캔커피를 사마셨다. 곧 눈이라도 뿌릴 듯한 날씨 때문에 서둘러 돌아오려는데 ...

    1054호2013.12.02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