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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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상읽기
  • 전체 기사 69
  • ‘의자놀이’ 논쟁 바라보는 ‘진중권 키드’의 단상

    고백하자면, 나는 진중권 키드이다. 10여년 전에 인터넷을 통해 진중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진보정당의 당직자로 한 달에 80여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고생을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 말고도 여러 명의 진중권 키드가 있는데 우리끼리는 ‘진빠’라고 한다. 이 친구들과 10년 넘게 교류를 하고 있으니 나름 대단한 우정이라 하겠다.최근 쌍용자동차 사태를 소재로 한 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이 책은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글을 쓴 많은 사람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글의 인용 방식과 원작자 등의 표기와 관련하여 생긴 갈등을 두고 책의 저자인 공지영과 원 글의 저자인 이선옥, 하종강 사이에 SNS 공간을 통한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 논쟁에서 진중권은 공지영을 향한 비판과 비난이 핵심에서 어긋나 있으며 그 정도가 과하다고 주장했다. 나는 진중권과 일부 의견을 달리한다. 내 진빠 친구들도 대개 비슷한 의견이다. 진빠니까 당연히 진중권과 비슷한 생각을 했겠거...

    992호2012.09.04 16:08

  • [2030세상읽기]여행도 스펙이다
    여행도 스펙이다

    휴가철이 끝났다. 나는 직장인이 되고서야 처음 해본 것이 참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여행’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여름 휴가 기간을 정해 가족단위로 함께 어딘가 낯선 곳을 가서 먹고 마시고 즐기다 오는 행위 말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각 구성원들은 휴가 기간 조율이 가능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여행에 대한 사전 정보력을 습득할 여건과 가족 단위의 이동수단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행을 하는 데 있어 돈은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닌 것이다. 내게 ‘여행’은 화이트칼라에게 어울리는 풍경으로 남아있다.언제부턴가 대학생의 스펙에는 ‘해외 경험’이 들어간다. 배낭여행뿐 아니라 해외 봉사활동, 해외 인턴, 어학연수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학생들은 해외에 집을 지으러 나가야 하기도 하고, 배낭여행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로 스펙을 언급하기도 한다. 농활이 대학생활의 필수였던 때가 있었고, 국토순례가 유행했던 때도 있었다. 자전거 무전여행을 거쳐 요새는 올레길을 걷는 경우도 종종 있...

    991호2012.08.27 16:54

  • 사는 게 힘들어서…

    지난번에는 이 지면에 중년들이 다짜고짜 반말을 쓰는 세태에 대해 썼고, 그 전에는 운동권에서 만난 꼰대들의 얘기를 썼다. 글을 읽은 젊은 사람들이 긍정적 반응을 많이 전해 왔다. 이런 부조리를 나 같은 진보정당의 운동권들만이 겪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어떤 젊은이는 중년의 상사가 직접 작성해야 하는 문서임에도 젊은 사람이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이유를 들며 문서 작성을 떠넘기는 상황을 겪고 하소연하기도 했고,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어떤 젊은이는 간부를 선출하는 선거에 나갔다가 ‘아직 어려서 때가 덜 묻어 순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낙선해 마음고생을 했던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또 사회단체에서 활동한다는 어느 젊은이는 같이 일하는 중년이 다짜고짜 “한 10년 잘 키우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대체 중년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왜 다들 대접을 못 받아 환장한 사람처럼 구는 것일까?이런 때는 발상...

    989호2012.08.13 16:39

  • 격차사회와 부모세대

    2000년대 이후 지어진 아파트들의 이름들은 이상하다. 지하 월셋방을 벗어나 바로 옆 2층 양옥주택의 반지하로 이사했을 때 우리 식구가 얻은 건 딱 추가된 만큼의 반층 올라간 도시 서민의 삶이었다. 살던 건물은 월세를 받는 원룸 다가구주택으로 바뀌었고, 동네의 풍경이 달라져갔다. 다가구 전셋집들은 ‘플래티넘’으로 바뀌거나 친구들은 ‘퍼스티지’에 살거나 ‘팰리스’에 있는 슈퍼에 갔다. 직장인이 되었더니 회사 앞에 몇 년째 짓고 있는 건물은 ‘폴리스’였고, ‘파크’에는 사람이 산다.아파트 이름을 어렵게 짓는 이유가 시골에서 올라온 부모님이 찾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아마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수도권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 세대의 죄책감과 부모 세대의 서운함이 담긴 농담일 것이다. 그러나 이건 내 세대의 자조는 아니다. 우리는 애당초 자가주택을 소유할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보지 못했으므로.일을 보러 도심 한복판에 어느 사무실을 찾아가시던 아버지, 몇 ...

    988호2012.08.06 17:12

  • [2030세상읽기]한국엔 왜 파시즘 정당이 없을까
    한국엔 왜 파시즘 정당이 없을까

    먹물들의 글을 보면 종종 한국에 파시즘이 도래할지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을 볼 수 있다. 나 역시 그러한 우려에 동의한다. 여러 평자들이 분석하는 것처럼, 그 ‘전조’를 보여주는 사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쯤 되면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이렇게 고쳐보아도 될 것이다. “어째서 그 모든 ‘전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엔 정치세력으로서의 파시즘 정당이 없는 것일까?” 물론 이런 질문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아니 이 사람아, 새누리당이 바로 파시즘 정당이 아닌가!”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새누리당은 극우적이긴 하지만 엘리트주의자들의 정당이다. 자기 나라 유권자들의 시위에 대해 ‘천민 민주주의’라는 있지도 않은 조어를 만들어내어 훈계할 만큼 정치는 일부 똑똑한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인에 박혀 있는 정당이다. 파시즘에 대...

    987호2012.07.31 17:47

  • 반말 뒤에 숨은 불편한 위계

    예비군 훈련을 갔다. 익숙한 풍경이 보인다. 기간병 중 계급이 높은 선임병이 후임병들을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아마 무언가 후임병들의 행동이 늦었던 것 같다. 그런데 듣고 있으니 말투가 조금 이상하다.“빨리 빨리 움직입니다! 안 뜁니까? 안 뜁니까?”보통 높은 계급의 병사는 낮은 계급의 병사에게 반말을 쓸 것이다. 선임병이 “빨리 빨리 움직여라! 안 뛰어? 안 뛰어?”라고 외쳤다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기간병이 예비군을 대할 때는 높임말을 쓰는데 그런 상황이었다면 “선배님들, 신속기동하십니다!”와 같이 좀 더 공손한 말투를 사용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부목법’을 가르치는 조교로부터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말인 즉슨 훈련 전날 군의 높은 사람이 와서 병사들끼리 높임말을 쓰라는 지시를 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구타와 폭언 등 군내 권력관계로 인한 비극적인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다.취지야 십분 공감하지만 정작 높임말...

    986호2012.07.24 16:39

  • 한국에서 젊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

    블로그를 열심히 하던 시절, 약간 야한 이야기도 하면서 열심히 알바 이야기를 올렸었다. 낮에는 명색이 ‘청춘 당사자 운동 조직’이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밤에는 정치적으로 덜 올바른 공간인 블로그로 피신하고 싶었다. 블로그의 역사는 당연히 밤에 이뤄졌다. 큰 논쟁이 일어나거나 실시간 댓글이 달리거나, 새 글이 올라오는 시간은 ‘늦은 저녁’이었다. 블로거들에게도 ‘저녁 있는 삶’은 중요했다.사적 영역에서 또래와 소통하고 싶었는데 거창한 구호, 문화액션이라 불렸던 행사 말고 웹에서도 또래를 찾아내 소통하는 것이 내게 중요한 문제였다. 당사자 운동의 대표성을 위해서라도 연대해야 하는 또래에게 지지받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결국 블로그 생활을 통해 얻었던 것은 (대체로 고양이를 키우거나 책을 매우 좋아하고 인문학과 교양에 대한 소양이 있는) 약간의 여자 블로거와 또 약간의 착한 아저씨들이었다. ‘발칙한, 개념을 탑재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 여자’는 웹에서 참 인기를 끌...

    985호2012.07.17 18:22

  • [2030세상읽기]SNS 시대의 인상비평
    SNS 시대의 인상비평

    언젠가 연하의 지인과 대화를 하다 “어릴 때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더 괜찮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거란 환상이 있었다”고 했더니 그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죠?”라고 물었다. 일종의 세대차를 느끼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땐 트위터가 없어서… 착각을….” 듣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확실히 트위터에선 전공별로, 직능별로 잘난 사람들이 얼마나 보통 사람들과 별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떠들고 생각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모든 걸 확인할 수 있는 이곳에선 누군가들에 대한 인상비평도 난무한다. 물론, 이것은 SNS가 유행하고 난 후의 일은 아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짧은 코멘트를 붙일 수 있는 덧글 기능이 추가된 이래로, 긴 글을 쓰는 이들에 대한 짧은 인상비평은 만인의 당연한 권리가 되었다. SNS는 그것을 굳이 특정 성향·취향의 게시판에 파고들지 않고도 할 수 있도록 해줬을 뿐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시대, 논쟁보다 인상비평이 더 많은 ...

    984호2012.07.10 17:05

  • [2030세상읽기]청년 활동가의 고민
    청년 활동가의 고민

    정치평론가 행세를 하며 이 지면에 글을 쓴 지 9개월째다. 나름대로 정론을 쓰려고 노력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진보신당 강상구 부대표가 이렇게 물었다. “지면 이름이 2030 세상읽기인데, 너무 2030 이야기가 없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그런 대화를 한 지 꼭 2주 만에 편집자로부터 똑같은 취지의 의견이 전달됐다. 앞으로는 2030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한 글을 써달라는 것이다.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운동권을 10년 하면서 이런 기분을 종종 느꼈던 것 같다. 이를테면 2006년 덤프연대라는 노동조합에 취직을 할 때였다. 민주노총 관료 출신 한모라는 사람이 있다. 이분이 나에게 사무실 주소 하나를 던져 주고는 알아서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전노협 만들 때도 주소 하나 달랑 받고 노조 사무실 찾아가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사무실 찾아가는 것도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이 일은 참 황당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두 번째 ...

    983호2012.07.03 16:17

  • 나의 인터넷 생애사

    한국에 인터넷이 들어온 지 30년 만에 하이텔로 시작한 KT의 포털 ‘파란’이 서비스를 접는다.카이스트 명예교수인 전길남 박사가 인터넷 연결에 성공했던 것이 1982년. 86년 시작된 천리안은 90년대에 하이텔과 피씨통신 시대를 연다. 지금 웹에서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흑역사와리즈 시절이 이때였음을 고백한다. 어디의 무슨 동호회였다거나 무슨 게시판에서 서로 알고 지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말이다.‘훈민정음’과 네스케이프가 깔려 있던 삼성 컴퓨터는 나의 첫 PC였다. 모뎀 소리를 들으며 유니텔에 접속하면 전화는 통화중이었고 핸드폰은 없던 때였으니 결국 인터넷은 밤에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게임이 아니어도 ‘접속’해 사람을 만난다는 게 이렇게 재밌는 일이구나 했던 것 같다.중학생 때는 ‘하늘사랑’과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얼굴 인증을 하기 위해 웹캠을 장만하거나 피시방 가면 꼭 하두리 캠사진을 찍어 ...

    982호2012.06.26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