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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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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세상읽기]통합진보당 사태의 씁쓸한 풍경
    통합진보당 사태의 씁쓸한 풍경

    많은 사람들은 제 이해관계가 개입하지 않은 사건을 볼 때 ‘약자’한테 감정이입을 한다. 심지어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무한경쟁과 약자의 도태 필요성을 기꺼이 말하는 아저씨들도 드라마나 뉴스를 볼 때는 그렇다. 스포츠팬들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해선 압도적인 승리를 선호하지만 다른 팀 경기를 볼 때는 거의 본능적으로 약팀을 응원한다. 하긴 약팀이 의외의 승리를 거두는 게 자기팀 순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해관계가 무관(?)한 상황에서 약자를 옹호하는 심성도 어쩌면 모종의 진화적 기원을 지닐는지도 모른다. 강자만이 살아남은 세상보다는 약자들이 공존하는 세상이 이기적인 측면에서도 편리할 테니 말이다.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드라마나 뉴스를 볼 때 약자에 감정이입을 하는 건 사회문제에서 진보적 시선을 드러내는 것과는 큰 관련이 없다. 많은 이들이 속으로 생각하는 ‘약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무기를 뻔뻔할 정도로 활용해서 제 권리를 지키려는 현실영합적인 ‘을’이 아니라 어...

    1002호2012.11.20 13:48

  • [2030세상읽기]흔한 이야기가 ‘사연’이 되는 이유
    흔한 이야기가 ‘사연’이 되는 이유

    ‘야채라디오’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야채라디오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야채인간’이라는 밴드를 홍보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는데, 몇 번의 개편을 거듭하다 보니 간추린 정치권 소식을 전해주고, 청취자가 보낸 사연을 읽고 코멘트하는 것이 주요한 편성인 라디오 프로그램이 됐다.함께하는 멤버들이 워낙 말주변이 좋아서 대본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녹음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승용차 안에서 한다. 자동차라는 구조 덕분에 방음이 잘 되고 소리가 울리거나 퍼져나가지 않아 스마트폰만으로도 깨끗한 녹음이 가능하다. 밴드 활동을 할 때 사용했던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으로 녹음을 한 음원을 편집하고 시그널 음악을 입혀 외국에서 운영되는 유료 팟캐스트 방송용 계정에 파일을 업로드한다. 여기까지 해서 한 달에 드는 비용은 2만~3만원 정도다. 전에는 국내의 무료 팟캐스트용 계정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너무 불안정해 돈을 들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녹음을 시작할 때...

    1001호2012.11.13 14:42

  • [2030세상읽기]SNS에서마저 일해야 하나
    SNS에서마저 일해야 하나

    얼마 전 내가 일하는 업계의 노동자 연대를 위한 모임을 고민하는 자리가 있었다. 출판계는 영세한 업체가 많아서 노동자 조직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업계다. 연대가 추구해야 할 대의나 방법론, 당면한 과제들, 구체적인 사업들을 논의하다보니 시간은 훌쩍 지났다. 후속 일정을 정하기 위해 물었다. “온라인 공간을 어디에 만들까요?”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온라인에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합의했으나, 그 어디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이었다. 먼저 포털 사이트가 언급되었다. 대부분 아이디가 있음에도 카페의 폐쇄성 때문에 접근성이 나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SNS를 사용한 이후 ‘등업’(카페 회원 등급 상향 조정)을 신청해야만 활동할 수 있는 카페 활동이 확실히 줄어들기는 했다. 비슷한 모임을 운영하는 참석자는 자신들의 온라인 카페에는 사실상 운영자의 기사 스크랩만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관심이 모인 곳은 페이스북. 폭발적인 성장세로 가장 눈에 띄는 ...

    1000호2012.11.06 16:22

  • [2030세상읽기]‘류현진 논란’과 ‘갑의 예의’
    ‘류현진 논란’과 ‘갑의 예의’

    올해 서른인 나는 한화 이글스의 20년 넘은 팬이다. 대구 태생이지만 초·중·고를 대전에서 다녔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자연스럽게 빙그레 이글스의 야구를 보았다. 친구들은 운동신경이 부족한 내게 공을 주워오라 시키면서 “장종훈도 한때는 볼보이였어”라는 말을 즐겨했다(돌이켜보니 나는 ‘볼셔틀’이었던 거다!). 그건 대전지역 소년들의 관용어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지금 ‘리그 에이스’ 한화 이글스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는지 여부가 한창 논란이다. 나는 이미 한국일보 지면에 류현진의 도전을 허락해 달라는 내용의 칼럼을 쓴 적도 있다. 그런데 열 살 소년의 우상 빙그레 이글스를 무참하게 짓밟던 무서운 코끼리 할아버지(김응용 감독)가 본격적으로 선수를 ‘디스’(상대방을 헐뜯는 행동)하셨다. 9승 투수가 어디를 가느냐 하고 인터뷰를 통해 자기 소망을 밝히는 게 해당행위라 한다. 개그라 쳐도 굉장히 썰렁하다. 차라리 “이적을 하려고 하다니 이런 이적행위가!”라고 하실 ...

    999호2012.10.30 11:31

  • [2030세상읽기]지금 진보정당은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 진보정당은 무엇을 해야 하나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진보정당을 포함한 2012년 대통령 선거 대진표가 거의 확정됐다. 출마를 선언한 야권의 거의 모든 후보들이 야권연대와 정권교체를 말하고 있어 이와는 구분되는 흐름으로 노동자·민중 후보를 출마시키자는 여론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정도가 남은 문제인 것 같다.내가 일하는 진보신당에서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는데 순조롭지는 않다. 후보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엊그제 비공식 내부회의를 열고 대통령 선거에서 던질 메시지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를 했지만 참 막막했다.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정치세력들과의 분별을 위해 급진적 정책을 제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리 급진적인 정책을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자는 의견은 사람들이 우리 같은 군소정당에 바라는 것이 과연 ‘현실적 대안’이겠느냐는 반론...

    998호2012.10.23 11:49

  • [2030세상읽기]우리에게 광장은 무엇이었나
    우리에게 광장은 무엇이었나

    2002년 월드컵이 열렸을 때 나는 고3 학생이었다. 원래 할 일이 쌓여 있을 때나 두려움과 걱정에 심적인 압박과 긴장을 느낄 때 몰래 챙겨 노는 것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겠지만 경기마다 서울시내 주요 응원 거점으로 달려갔다. 선생님들도 ‘어쩔 수 없다’며 이해해주는 분위기였다. 하긴 가서 술을 마시거나 사고를 치는 것도 아니고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오겠다는데 막을 명분도 딱히 없었다. 그래서 저주받은 학번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고 남학생들의 평균 수능 점수가 예년보다 더 낮았다는 소문도 있었다.그 중 광화문은 대형 스크린도 없이 건물 옥상의 옥외 스크린으로 경기를 시청해야 하는 곳이었다. 경기를 중계하는 화면은 사람 숫자에 비해 턱없이 작았고, 그마저도 앞 사람에게 가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도로를 점거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제대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 시간 경기에 이기면 낯선 사람들은 서로 껴안거나 기차놀이를 하고, 서로 달...

    997호2012.10.16 11:30

  • 미래의 추석을 상상해보며

    매체비평지가 다른 언론들만큼 바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선은 대선이다. 유력 대선후보들의 행보를 예측하여 특집기사를 대비해야 한다. 회사에선 문재인이 결선투표 없이 후보가 될 거라 보았고, 적어도 그 다음주 정도엔 안철수가 출마선언을 할 거라 보았다. 예측이 그렇게 나오니 거기에 맞춰 특집기사를 준비해야 했다. 결과도 비슷했다. 문재인은 결선투표 없이 후보가 되었고, 안철수는 그 주가 지나기 전에 출마선언을 했다. 특집기사들도 무리없이 나왔다.문재인의 경우야 민주통합당 경선의 일정이 있었다쳐도, 안철수의 경우 예측의 근거가 되었던 것은 ‘추석 민심’이었다. 한국 정치와 대선의 특수성을 보았을 때 대권에 도전할 사람이 ‘추석 민심’을 지나치기는 어렵다는 정치공학적 예측이었다. 여기서 나는 추석 민심이 과연 실존하는지, 실존한다면 그것은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실제로 추석이 지나고 나서 주변 사람들이 떠드는 것을 들어보니 확실히 ‘추석 민심’이란 것은 “사람들이 ...

    996호2012.10.09 14:29

  • [2030세상읽기]운동권 ‘선배’ 방문이 불편했던 이유
    운동권 ‘선배’ 방문이 불편했던 이유

    9월 20일,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웬 피켓이 놓여 있다. 내용을 읽어보니 갑자기 가슴이 턱 막힌다. ‘진보신당 전 대표 노회찬 의원은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만든 사람은 김현우 녹색위원장이라고 한다. 새진보정당추진회의의 노회찬, 조준호 공동대표가 진보신당을 예방하기로 한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만든 피켓이다.노회찬 의원의 방문은 1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김현우 위원장은 1시부터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오는 엘리베이터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버티기 시작했다. 김종철 부대표와 박은지 대변인이 말려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홍세화 대표까지 와서 김현우 위원장을 설득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고 있는 가운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마침내 노회찬 의원이 수행원들과 함께 등장했다.김현우 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회찬 의원의 사무실 출입을 가로막고 “아무리 정치인이라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셔야지요” “돌아가십시오!”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노회...

    995호2012.09.25 13:40

  • [2030세상읽기]더 많은 ‘대나무숲’을 기다리며
    더 많은 ‘대나무숲’을 기다리며

    내가 일하는 업계에서는 독특한 패배감이 종종 보인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만나거나 트위터 타임라인의 편집자를 모아놓은 리스트를 보면 ‘현실에 어떤 식으로는 좌절하는 탁월한 개인들의 모임’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출판업의 영세성에 비해 개별적인 개인들(특히 편집자)이 가진 능력의 괴리가 너무 크다. 그리고 이것은 소위 열정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들, 주로 ‘판’으로 불리는 문화계통 노동현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출판사들에 노조가 들어서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영세한 소규모 사업장(직원 수 10명이 넘어가면 중형, 100명이 넘으면 대형이다)이 많고 이직이 잦으며 한 사업장 내에서도 편집, 디자인, 영업 등이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산별노조가 결성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마디로 이직하면 이런저런 뒷말이 나도는 업계다. IMF사태 이후 생산업 중심의 대단위 사업체가 아니고서는 노조에 회의적인 시선이 상당히 커진 것 같다.이때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온 ...

    994호2012.09.18 17:21

  • [2030세상읽기]한국 정치 ‘야신’을 갈망하며…
    한국 정치 ‘야신’을 갈망하며…

    몇 년 전만 해도 야구 얘기나 정치 얘기를 또래 여성 앞에서 하기는 힘들었다. 내가 또래 여성과 말이 가장 잘 통했던 시기는 드라마 잡지 객원기자 일을 할 때였던 것 같다. 물론 요즘도 여성들은 드라마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최근엔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그녀들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놀랍게도 그녀들이 요즘 대부분 야구나 정치에 대해 떠들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다 야구 얘기를 해서 죽겠어. 나도 좀 봐야 할까봐. 일단 팀을 하나 골라야겠지. 팀 추천 좀 해줄래?” 이 같은 얘기까지 듣는 판국이다.시대의 조류를 믿고 한국 정치의 문제를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비유’해서 논해보도록 하겠다. ‘해태 왕조’의 시대는 사회학자 김홍중이 386세대의 특성으로 제시한 ‘진정성’의 시대의 반영이다. 5·18로 시작된 그 정권이 만들어낸 프로야구에서 모기업 지원도 빈약한 가장 소외된 지역을 대변하는 팀이 최초로 패권을 잡았다는 것의 함의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해될 수 있다....

    993호2012.09.11 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