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졌는데도, 찜통에 들어앉은 것처럼 텁텁한 밤공기였다. 분리수거장에 나갔다가 서둘러 들어가려는데 버려진 에어컨 박스가 보였다. 불현듯, 가전제품 박스를 버리지 않고 종류별로 보관한다던 두 남자가 떠올랐다. 그들은 가전제품을 배달·설치하는 일을 하고,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주한 연구를 수행 중이던 나에게 기후변화가 그들의 일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들려주었다.“사람은 젖어도 물건은 젖으면 안 되거든요.”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국지성 호우가 잦아져 박스가 젖을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 제품 포장을 다시 해야 하는데, 시간 맞춰 배달해야 하는 가전제품의 특성상 그때 가서 박스를 다시 구하면 지체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다고 했다. 특수고용직인 이들은 배달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해 개인이 전부 책임을 져야 하다 보니,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물건의 안위를 위해서도 폭우일 수가 늘어나는 것이 영 괴롭다.폭염은 나을까? 물류센터는 냉방시설은커녕 그늘이 없는 ...
1641호2025.08.08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