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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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3
  • [꼬다리] 글자 가리고 아웅
    [꼬다리] 글자 가리고 아웅

    평소처럼 인스타그램 ‘돋보기’를 뒤적이며 좀비처럼 도파민을 찾아헤매던 어느 날이었다. 카드뉴스로 가공된 재밌고 시시껄렁한 ‘썰’들을 보는 게 취미인데, 그날따라 특이한 현상이 새삼 눈에 띄었다.카드뉴스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범죄나 죽음을 연상시키는 단어의 글자 일부를 특수문자로 바꾸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이다. ‘범○(범죄)’, ‘마○(마약)’, ‘살○(살인 또는 살해)’, ‘○살(자살)’…. 심지어 ‘죽었다’는 서술어도 ‘○었다’ 같은 식으로 쓰인다. 초성만으로 ‘ㅂ죄’ ‘ㅁ약’ 같이 쓰거나.신문이나 뉴스에서도 자주 쓰는 단어다. 그런데 언론보다 훨씬 자유롭게 언어를 쓸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왜 그 단어들이 가려질까? 찾아보니 가장 유력한 사유는 ‘자체검열’이었다. SNS 운영사나 알고리즘이 범죄·죽음 관련 단어를 기계적으로 차단(필터링)하기 때문에, 작성자가 애초에 알아서 단어를 가리는 것...

    1674호2026.04.10 14:46

  • [오늘을 생각한다]노래하자 춤추자, 전쟁을 끝내자
    [오늘을 생각한다]노래하자 춤추자, 전쟁을 끝내자

    2007년 5월 18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가 출범해 강정의 평화운동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18년 10개월이 지났고, 강정의 꿈은 곧 어른이 된다. 2016년 2월 제주 해군기지가 준공됐고, 혹자는 패배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정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끝나지 않은 싸움에 승패는 없다. 우리가 같은 꿈을 꾸는 한 우리는 지지 않는다. 지난 6900일 동안 강정은 쉼 없이 전쟁 종식과 해군기지 폐쇄를 외쳤다. 강정은 제주도 남쪽 바닷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포기를 모르는 평화와 반전 운동의 상징이 됐다.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강우일 전 천주교 제주 교구장은 마태오복음 2장 6절을 빌려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서 메시아가 태어났듯, 강정에서 세계의 평화가 시작될 거라고 했다. 그것이 강정의 꿈이다.평화 활동가들은 전쟁기지로 변모한 강정마을에서 매일 저항과 감시 활동을 이어간다. 2025년 기동함대사령부...

    1674호2026.04.10 14:45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5) 서울 만리동 콜링 유, ‘만유인력’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5) 서울 만리동 콜링 유, ‘만유인력’

    “한쪽은 너무 늦었고, 한쪽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서광식·서기웅 부자 시집 <만리동 고개를 넘어가는 낙타>(2011)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집에서 서울 만리동 고개는 이따금 미싱 소리만 들려오는 사막의 모래언덕으로 그려지고, 그곳에 사는 가족은 꿈속에서 에프킬라를 두려워하며 쫓기는 바퀴벌레가 되기도 한다. 만리동 마을 곳곳에 재개발 플래카드가 걸리고 ‘철거’ 알림장이 돌던 시절의 기억이다. 서울의 여느 재개발 구역처럼 만리동과 아현동은 도심 내부의 주변 지역으로서 급격한 변화만큼이나 상처의 서사도 있는 동네다.서울지하철 충정로역 6번 출구에서 300여m를 걸어가면 손기정체육공원으로 연결되는 언덕길이 나온다. 지금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만리동2가와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아현뉴타운을 배경으로 한 손기정로에는 재개발 준비위원회 걸개를 건 사랑방을 비롯해 공인중개사무소, 작은 슈퍼, 가내수공업 형태의 봉제공장들이 눈에 띈다. 전장석 시인은 “막대그래프 ...

    1674호2026.04.10 14:44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26) 문화의 경계에서 글 쓰는 여자, 번역하는 여자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26) 문화의 경계에서 글 쓰는 여자, 번역하는 여자

    글 쓰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는 소녀들에게 전혜린이라는 이름은 건너뛸 수 없는 통과제의이다.¹ 전혜린의 유고 에세이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는 한 시절 문학소녀들의 책장에 어김없이 꽂혀 있던 필독서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소녀들은 문학을 사랑하게 됐고, 유럽의 한 도시를 동경하게 됐으며, 무엇보다 글을 읽고 쓰는 미래를 꿈꾸었다. 소설가 전경린은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이 당선됐을 때 지인이 붙여준 아호 ‘경인’ 앞에 ‘전’자를 붙인 필명을 쓰기로 결정한다. ‘안애금’에서 ‘전경린’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을 때 그의 마음에 들어와 있던 인물이 전혜린이다. 전경린은 자신이 전혜린의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전혜린이 “소설을 한 편도 쓰지 못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자신이 “대신 써나간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전혜린에 대한 단행본을 쓴 김용언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문학소녀, ...

    1674호2026.04.10 14:44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11) 생리혈로 HPV를 검출한다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11) 생리혈로 HPV를 검출한다

    질병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보통 값비싼 의료장비와 정교한 검사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환자의 몸에서 직접 조직이나 혈액을 채취해 사용하기도 한다.그러나 과학의 역사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유용한 발견이 시작된 사례도 적지 않다. 너무 익숙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물질이 질병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도 한다. 최근 연구자들이 눈을 돌린 대상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연구자들은 질병 진단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생리혈에 주목했다.흥미롭게도 여성의 생리혈을 이용하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를 검출할 수 있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기술이 실제 의료 시스템에 도입될 경우, 자궁경부암 검진을 위한 HPV 검사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이 발견은 단순한 기술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여성들은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검진 절차로 인해 자궁경부암 검사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생...

    1674호2026.04.10 14:43

  • [김우재의 플라이룸](75) 돈으로 쓴 논문들의 무덤
    [김우재의 플라이룸](75) 돈으로 쓴 논문들의 무덤

    과학에도 거품이 있다. 주식시장처럼 과학의 거품 역시 처음엔 혁명처럼 보이다가 나중엔 낭비의 흔적만 남긴다. 2000년대 초 DNA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DNA 칩)가 그랬고, 지금은 단세포 RNA 시퀀싱(sequencing)이 그러하며,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대형언어모델(LLM)이 그러하다. 이 세 가지 거품의 공통점이 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갔고, 화려한 데이터가 쏟아졌음에도 정작 우리가 알고 싶었던 인과관계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측정하는 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해하는 능력은 제자리를 맴도는 기묘한 시대에 살고 있다.2000년대 초반, 미국 유전체 분석기업 아피메트릭스(Affymetrix) 칩 하나면 수만개 유전자의 발현량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었다. 당시 연구자들의 흥분은 이해할 만했다. 암 조직, 뇌, 간 심지어 통제가 부실한 샘플에도 앞다퉈 칩을 돌렸다. 학술지에는 “유전자 발현 서명”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논문...

    1674호2026.04.10 14:42

  • [이한재의 세계 인권 현장](8) 콜롬비아 평화협정 10년, 끝나지 않은 평화의 여정
    [이한재의 세계 인권 현장](8) 콜롬비아 평화협정 10년, 끝나지 않은 평화의 여정

    콜롬비아. 한국인의 일상에서는 커피숍에서나 겨우 들어볼 수 있는 이름이다. 나쁘게는 넷플릭스 드라마 속 마약 카르텔이 활개 치는 국가 정도로 기억하기도 한다. 실제로 콜롬비아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게릴라 조직과 갱단이 얽힌 참혹한 분쟁을 겪어왔고, 이 와중에 수십만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하지만 2016년 최대 무장조직 FARC(콜롬비아무장혁명군)와 정부가 평화협정을 맺으며 전투원들의 무장 해제로 이어졌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내전을 대화로 끝낸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후 콜롬비아는 눈에 띄게 회복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000달러에서 8000달러를 넘어섰고, 연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나라가 됐다.60년 전쟁의 총성은 멎었으나 폭력은 진화했다미셸 카르티에(Michelle Cartier)는 콜롬비아 진실위원회, 피해자지원기구,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를 거치며 평화 재구축의 10년을 함께한 전문가다. 미셸에 의하면...

    1674호2026.04.10 14:42

  • 골프 황제 ‘불명예 퇴위’? 스스로 무너진 우즈
    골프 황제 ‘불명예 퇴위’? 스스로 무너진 우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1·미국)가 도로 위에 멈춰섰다. 차량은 옆으로 뒤집혔고, 그는 가까스로 차 밖으로 기어 나왔다. 인근 차량 운전자와 주민들이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우즈의 상태를 확인했다.그의 눈은 충혈돼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와 혼란이 동시에 드러났다. 동작은 느렸고, 발걸음은 불안정했다. 경찰은 기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그는 간헐적으로 답했으며 일부 질문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 현장 목격자들은 경찰에 우즈의 차량이 속도를 유지한 채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옆으로 넘어졌다고 진술했다.우즈는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며 “방금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그는 이어 “나는 괜찮다. 아무 문제 없다”고 반복했다. 현장 출동 경찰은 보디캠 영상에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고, 해당 판단은 체포의 직접적인 근거가 됐다. 경찰은 몇 ...

    1674호2026.04.10 14:42

  • [IT 칼럼]AI 개발 경쟁이 부활시킨 과로 문화
    [IT 칼럼]AI 개발 경쟁이 부활시킨 과로 문화

    우리는 한때 기술이 인간을 노동의 굴레에서 해방할 것이라 믿었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제 발전으로 2030년경이면 주 15시간 노동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언했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는 워라밸과 휴가 제도를 자랑하며 인재를 유치했다. 그러나 2026년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풍경은 정반대다. AI라는 초고속 열차에 올라탄 테크 업계는 오히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인간을 책상 앞에 묶어두고 있다.중국 테크 기업에서 발원한 과로 문화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총 72시간의 살인적인 노동 스케줄이다. 그런데 최근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들 사이에 996과 유사한 ‘하드코어(Hardcore)’ 과로 문화가 번지고 있다.AI 모델의 업데이트 주기가 주 단위, 심지어 일 단위로 짧아지면서 어떤 엔지니어는 “주말에 이틀 쉬면 월요일 아침에 세상이 바뀌어 있다”고 얘기한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엔...

    1674호2026.04.10 14:40

  • 미국 수돗물도 절반 가까이 오염…세계는 지금 ‘영원한 화합물’과 사투
    미국 수돗물도 절반 가까이 오염…세계는 지금 ‘영원한 화합물’과 사투

    미국 로비업체 홀랜드앤드나이트는 과불화화합물(PFAS)과 관련해 각 주가 마련한 규제를 폐지하기 위한 연방 법률을 제정하려는 미국화학협회(ACC)를 대행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 PFAS 제조업체들을 대표하는 ACC를 대변하면서 PFAS 규제 반대 입장에 선 것이다.그런데 홀랜드앤드나이트가 대변하고 있는 것은 규제 반대 측만이 아니다. 이 로비업체는 PFAS 규제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미국암협회의 로비도 수행하고 있다. 즉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두고 찬반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을 동시에 고객으로 둔 것이다.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전한 PFAS 관련 로비업체들의 실태는 미국 내에서 PFAS 규제 강화가 얼마나 첨예한 사안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디언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F-마이너스가 6개 주의 로비 기록을 검토한 결과 여러 로비업체가 찬반 입장 모두에서 로비를 벌인 사례가 확인됐다. 로비업체 프린스톤퍼블릭어페어즈그룹은 뉴저지주에서 PFAS 금지...

    1674호2026.04.10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