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쓰레기를 너무나도 빨리 치우고, 잊는다. 나의 본가는 옛 난지도 동네다. 십수년 전만 해도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으면 거의 허허벌판이었는데, 이제 이곳은 세련된 방송사 건물이며 빌딩, 아파트, 공원으로 가득하다. 하늘공원을 걸을 때면 종종 발밑에 얼마나 막대한 쓰레기가 여전히 묻혀 있을까 생각에 빠져들곤 했다.기사를 작성하며 임태훈의 신간 <쓰레기 기억상실증>을 읽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쓰레기 기억상실증”이란 쓰레기를 일상적으로 생산하고 버리면서도,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누가 그것을 처분하는지는 외면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야 자본주의하에서 소비자들은 더 많은 쓰레기를 생산하면서도 죄책감을 갖지 않고, 계속 ‘새 상품’(빠르게 쓰레기가 될수록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을 노리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기억상실은 대신 대가를 치러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세련된 도시 중산층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수시설, 공장식 축산시설, 살처분, 쓰레기 ...
1661호2026.01.0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