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일을 그만둔 지 1년이 됐다. 30년 넘게 일하다 처음으로 길게 쉬는 아빠는 그간 산으로 들로 다녔다. 봄에는 두릅을 따고 여름엔 감자를 수확하고 가을엔 밤을 주웠다. 그리고 겨울을 맞아 다시 취업을 준비한다.아빠가 ‘제2의 인생’을 미리 계획한 것 같지는 않다. 하루는 “아빠 뭐 될 거야?” 물으니 “글쎄, 주택관리사 시험 쳐볼까?”라는 답을 들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되려면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단다. “경비 일도 고려 중”이라고 하는데 “딴거 하면 안 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빠가 관리사무소나 경비실에서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몇 개의 장면과 수많은 이야기 때문이다. 아빠와의 대화 몇 주 전에도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해줬다. “경민아, 우리 살던 아파트 있잖아. 최근 젊은 부부랑 초등학생이 이사 왔는데, 애가 첼로를 켜나 봐. 그 애가 첼로 학원 끝나고 다른 학원에 급하게 가야 했는지 경비아저씨한테 첼로를 맡아줄 수 있냐고 물...
1659호2025.12.19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