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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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25.11.18
  • [렌즈로 본 세상] 딸, 그동안 고생했어
    [렌즈로 본 세상] 딸, 그동안 고생했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1월 1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이번 수능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합쳐 55만4174명이 지원했다. 2019학년도 이후 가장 많이 응시했다. 출생아 수가 많았던 ‘황금돼지띠’의 영향이 컸다.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으로 수험생들이 속속 들어가는 가운데, 한 수험생과 어머니가 학교 앞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실까지 10분 남짓 남았을 무렵, 아버지가 뛰어와 딸에게 텀블러를 건넸다. 어머니는 딸의 손을 꼭 잡고 교문을 향해 달렸다. “포옹!” 그들을 지켜보던 취재진이 외쳤다. 잠시 머뭇대던 어머니를 딸이 먼저 끌어안았다. 그제야 가족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수험생을 응원했다. 그들의 한 해와 이 하루가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1654호10시간 전

  • 청와대 용역노동자 “대통령실 이전으로 해고 위기···고용 보장해야”
    청와대 용역노동자 “대통령실 이전으로 해고 위기···고용 보장해야”

    대통령 집무실이 연내 청와대로 복귀할 예정인 가운데 개방된 청와대에서 일하던 용역 노동자들이 해고 위기에 처했다며 고용 보장을 촉구했다.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에서 미화, 조경, 보안, 안내 등 관람·시설 운영을 담당하던 간접고용 용역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달라고 대통령실에 요구했다.이성균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지부장은 “노동조합이 수 차례에 걸쳐 고용안정, 고용승계 대책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실도, 청와대재단도 단 한 번의 구체적 답변이 없다”며 “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며 향후 발생할 집단해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라고 말했다.공공운수노조 청와대분회는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복귀 방침이 공식화된 지난 6월 출범했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대통령실에 면담을 요청해왔으며 9월 고용노동비서관실과 한 차례 면담했다고 밝혔다.이들에 따르면 청와대재단에 간접 고용된 시설운영관리 노동자는 약 200...

    23시간 전

  • ‘말 못 하는 이들을 위한 녹음’, 주호민 작가만의 문제 아니다
    ‘말 못 하는 이들을 위한 녹음’, 주호민 작가만의 문제 아니다

    “저는 일반 학급에서 일반 아동이 녹음기를 들고 다니는 것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특수학급·요양원처럼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녹음이 마지막이자 유일한 보호수단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으로 다뤄져 법이 약자의 편에 설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지난 10월 27일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용이다.2023년 7월 주씨 부부가 자폐성 장애를 가진 9세 아들을 학대한 정황과 관련해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검찰은 특수교사를 재판에 넘겼고 법원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여론은 장애아동의 돌발행동과 수업시간 몰래 녹음에만 초점을 맞췄다. 장애아동 부모와 특수교사의 대립 구도가 주목받으면서 주씨 부부를 향한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리 간단히 볼 수 없다. 제3자의 타인 간 대화 녹음을 전면 금지한 현행법 틀에서 장애아동, 저연령 아동, 중증장애인...

    1654호2025.11.17 06:0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40) 다름을 견디는 힘이 관계를 완성한다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40) 다름을 견디는 힘이 관계를 완성한다

    아내와 함께한 세월도 어느덧 36년이 넘었다. 아내와는 대화가 잘되는 편이다. 잘된다는 의미는 뭘까. 대화를 많이 한다는 뜻일까? 대화 내용이 살갑다는 말일까? 아니다. 맥락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말이 통한다는 의미다. 아내와 나는 공통주제와 관심사가 있다. 아내는 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알아듣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맥락을 이해한다.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무엇보다 서로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알아” 하며 말을 끊기 일쑤였다. 나는 말을 하고 싶은데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위로받고 싶은데 아내는 “뭘 그딴 걸 갖고 그러느냐”라고 했다. 나는 공감을 원하는데, “나도 힘들어. 내 얘기해 봐?” 하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다.서로의 말에서 가식이 사라지고부터 대화가 자연스러워졌다. 살다 보니 꾸밀 필요가 없어졌다. 꾸며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자기 말을 검열하지 않게 됐고, 상대 말을 판단하는 버릇도 없어졌다. 그러면서 말문이 트였...

    1654호2025.11.14 14:49

  • [한동수의 틈새] (7) 대통령 불소추특권 어떻게 봐야 할까
    [한동수의 틈새] (7) 대통령 불소추특권 어떻게 봐야 할까

    대통령 당선 전에 기소된 위증죄, 업무상배임죄,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죄 등 일반 형사 범죄에 대해 형사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까?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보장한 것이다.서울고등법원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 공판기일을 헌법 제84조에 따라 추후 지정한다고 밝혔다. 다른 법원들의 나머지 사건들도 같은 이유로 공판기일을 추후에 지정키로 했다. 법관들의 법률과 양심에 따른 조치로 이해됐고, 이는 사회질서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리고 위의 헌법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또 대통령 취임 이전의 범죄에도 적용되는지나 이미 기소된 재판에 대해도 위 조항이 적용돼 재판이 중지되는지 해석해달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모두 부적법 각하결정을 내렸다.하지만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지난 10월 ...

    1654호2025.11.14 14:46

  • 박미선, ‘유퀴즈’서 암 투병기 밝혀···“이젠 물 흐르듯 살아보려 해”
    박미선, ‘유퀴즈’서 암 투병기 밝혀···“이젠 물 흐르듯 살아보려 해”

    개그우먼 박미선이 유방암 투병 후 약 1년 만에 방송에 나와 건강한 모습을 선보였다.박미선은 지난 12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생존 신고를 하려고 나왔다”며 유방암 진단과 긴 항암치료 과정에 대해 직접 입을 뗐다.항암치료 때문에 머리를 밀었던 터라 짧은 머리 스타일로 등장한 그는 “파격적인 모습이라 사람들이 놀랄까 했지만 용감하게 나왔다”며 “이탈리아에 유학 다녀온 디자이너 느낌이지 않느냐”고 농담부터 던졌다.그는 “지난해 종합건강검진에서 (유방암이) 발견됐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수술했는데 열어보니 임파선(림프절)에 전이가 됐더라”며 “전이가 되면 무조건 항암을 해야 한다. 방사선 치료를 16번 받았고 현재는 약물치료 중”이라고 말했다.항암치료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했던 순간도 있었다.그는 “살려고 하는 치료인데 죽을 거 같더라”며 “항암을 하니 목소리가 안 나오고, 말초 신경이 마비되면서 손발...

    2025.11.13 10:44

  • “사후 재산 기부하고 싶다” 비중 역대 최저···10대 높고 고령층 낮아
    “사후 재산 기부하고 싶다” 비중 역대 최저···10대 높고 고령층 낮아

    사후에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비중이 22%로 조사돼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1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사회조사(조사 기간 5월 14∼29일)에서 ‘향후 여건이 허락된다면 유산의 일부를 사회에 기부할 의사가 있느냐’는 문항에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22.2%로 집계됐다. 국민 10명 중 2명꼴이다.2년 전 조사(23.2%)보다 1.0%포인트 떨어지며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유산 기부 의사 ‘있음’ 비중은 2015년 34.5%였지만 2019년 26.7%로 줄었고 2년·4년 주기 조사마다 계속 감소세다.미래 불확실성 증가와 노후 불안, 사회 신뢰도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유산 기부 의사는 10대(13∼19세)에서 29.0%로 가장 높았고 60세 이상에서는 15.5%로 가장 낮았다.20대는 25.7%, 30대는 21.2%, 40대는 25.5%, 50대는 26.3%로 ...

    2025.11.12 10:54

  • ‘황금돼지띠’ 영향에 수능 응시자 7년만에 최다···의대 모집인원 원점에 최상위권 경쟁 치열
    ‘황금돼지띠’ 영향에 수능 응시자 7년만에 최다···의대 모집인원 원점에 최상위권 경쟁 치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수험생 55만여명은 12일 예비 소집에 참석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 사항 등 각종 안내 사항을 전달받는다.올해는 의대 모집 인원이 다시 원래대로 축소된 데다가 출산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이 고3으로 수능을 보고, 졸업생인 ‘N수생’ 응시자도 많아 여느 해보다 대입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12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능은 13일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5분(일반수험생 기준)까지 전국 1310개 시험장에서 실시된다.이번 수능엔 전년보다 3만1504명(6.0%) 늘어난 총 55만4174명이 지원했다. 총 응시자 수로는 2019학년도(59만4924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다.재학생이 37만1897명(67.1%), 졸업생이 15만9922명(28.9%), 검정고시 등 기타 지원자가 2만2355명(4.0%)으로 각각 집계됐다.전년보다 재학생은 9.1%, 검정고...

    2025.11.12 10:45

  • [취재 후] 여전히 ‘혹’ 하는 나이
    [취재 후] 여전히 ‘혹’ 하는 나이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 ‘불혹(不惑)’이 훌쩍 지났는데 여전히 이것저것에 혹한다. ‘강남 부동산 오른다’는 뉴스를 보며, 우리 부부가 ‘영끌’해 마련한 경기 부천의 아파트값도 올랐나 부동산 앱을 켜본다. 각종 학원 전단에 혹해 ‘큰아이 학원 어디를 보내야 할까’ 고민하고, 강남의 부자들은 자녀를 한 달에 수백만원이 드는 영유(영어 유치원)에 보낸다는 기사에 혹해 ‘우리 둘째는 영유가 아니더라도 원어민 있는 영어학원에는 보내야겠다’고 다짐한다.온라인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계급 피라미드’에서 우리 집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밑에서 두 번째에 있는 것을 보면서 ‘한 단계 더 높은 차를 구매해 ‘품위’를 유지해야 하나’ 잠시 흔들리기도 한다. 10년 전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기 관리에 적극적인 소비 주체인 40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조어 ‘영포티’는 이렇게 미혹당하는 나 같은 40대를 간파하고 나온 단어가 아닐까.그런 단어를 이제...

    1653호2025.11.12 06:00

  • [렌즈로 본 세상] ‘상처’가 모여 만든 가을
    [렌즈로 본 세상] ‘상처’가 모여 만든 가을

    아무래도 올해 단풍은 조금 멀리 떨어져 봐야겠습니다. 10월까지 이어지는 여름 같은 날씨에 나뭇잎이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잎은 과도한 ‘선텐’으로 테두리가 까맣게 타고 말았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상처가 보입니다. 구멍 난 잎맥, 부서진 잎살 가장자리…. 여름과 겨울이 뒤섞인 어색한 흔적입니다.멀리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잎사귀 한 장 한 장은 불완전해도, 전체 풍경은 계절의 무늬를 드러냅니다. 상한 잎도 서로 기대 붉음과 노랑의 하모니를 이룹니다. 단풍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이 ‘멀리서 본 전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단풍이 물들려면 추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단풍이 늦었습니다. 9월이 여름으로 바뀌는 바람에 설악의 단풍도 2주 미뤄졌습니다. 잎은 광합성을 멈춰야 색을 얻는데, 햇빛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 햇빛이 나뭇잎 속 질서를 흐트러뜨렸습니다. 그래도 계절은 변하게 마련입니다. 많은 잎이 물들기도 전에 떨어졌지만, 남은 잎들은 끝...

    1653호2025.11.1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