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한 세월도 어느덧 36년이 넘었다. 아내와는 대화가 잘되는 편이다. 잘된다는 의미는 뭘까. 대화를 많이 한다는 뜻일까? 대화 내용이 살갑다는 말일까? 아니다. 맥락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말이 통한다는 의미다. 아내와 나는 공통주제와 관심사가 있다. 아내는 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알아듣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맥락을 이해한다.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무엇보다 서로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알아” 하며 말을 끊기 일쑤였다. 나는 말을 하고 싶은데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위로받고 싶은데 아내는 “뭘 그딴 걸 갖고 그러느냐”라고 했다. 나는 공감을 원하는데, “나도 힘들어. 내 얘기해 봐?” 하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다.서로의 말에서 가식이 사라지고부터 대화가 자연스러워졌다. 살다 보니 꾸밀 필요가 없어졌다. 꾸며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자기 말을 검열하지 않게 됐고, 상대 말을 판단하는 버릇도 없어졌다. 그러면서 말문이 트였...
1654호5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