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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5호

대통령은 왜 전세를 ‘비정상적’ 제도로 찍었을까

표지이야기

대통령은 왜 전세를 ‘비정상적’ 제도로 찍었을까

내 집 마련을 위한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로 여겨지던 전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세는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고, 집을 빌린 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주택임대차 유형이다.집주인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보증금을 받아 ‘무이자’로 융통한다. 세입자는 목돈을 보증금으로 내고 내 집 마련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했다. 사적인 금융과 주거, 집값 상승 기대감이 결합해 만들어진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다. 전세라는 단어조차도 없는 해외에서는 “남의 집에서 몇년간 살다 나가는데 왜 사용료(월세)도 안 받고 왜 돈(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느냐”며 신기해할 정도다.전세 소멸은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전세대란이 일자 “전세는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라며 전세 시대의 종말을 내걸었다. 하지만 반전세와 월세가 폭등하며 실패로 끝났다.무엇보다 전세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세입자 입장에서도 월세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

  • [취재 후] 참교육이 필요한 정치
    [취재 후] 참교육이 필요한 정치

    이 정도로 미움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마주한 잠실 시위 청년들은 입을 모아 ‘탈정치’를 외쳤다. 대학생들의 대자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진보 성향의 청년도 허구한 날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보지 않았다. 청년들에게 정치는 믿을 구석이 아니었다.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정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정치 기사를 쓸 때면 합리적인 판단에 기반했다고 생각한 분석과 예상이 번번이 빗나갔다. 그땐 그게 정치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해 국회를 출입하면서 비로소 정치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문제는 ‘권력욕’이었다.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들은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멋대로 결론을 내리고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했다. 표에 따라 공약과 정책을 결정하고, 자리보전을 위해 명백한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식이다. 이번 국면에서도 몇 얼굴이 스쳤다. 청년들이 진짜 요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정치적...

    2026.07.01 06:00

  • [우정 이야기] 전국휠체어농구대회, 장애인 체육 저변 넓혔다
    [우정 이야기] 전국휠체어농구대회, 장애인 체육 저변 넓혔다

    1945년 미국 캘리포니아 VA 병원. 하반신 마비를 입은 제2차 세계대전 참전군인들이 재활프로그램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물리치료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농구와 야구 등 익숙한 스포츠를 휠체어에 맞게 변형해 즐기기 시작했다.이듬해 11월 25일 의사와 참전군인 간 첫 ‘휠체어농구경기’가 열렸다. 의사들도 휠체어를 타고 경기했다. 결과는 참전군인팀의 16 대 6 승리. 참전군인들이 ‘보호받는 환자’에 머물지 않고 경쟁하는 선수로 설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이후 체육 교사인 로버트 라이어슨이 휠체어농구 종목 규칙을 제정하면서 점차 스포츠로서의 기틀이 잡혔다. 공을 가진 선수는 휠체어 바퀴를 두 번 민 뒤 패스나 드리블, 슛 중 하나를 해야 한다는 식이다. 휠체어는 보조기구가 아니라 ‘선수 신체의 연장’이 됐다. 전국 투어와 대회가 생겼고, 프로농구 선수들도 휠체어를 빌려 타고 이들과 경기를 벌이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한국에도 매년 휠...

    2026.07.01 06:00

  • [시네프리뷰] 슈퍼걸-소문난 잔치에 눈요깃거리는 있었지만…
    [시네프리뷰] 슈퍼걸-소문난 잔치에 눈요깃거리는 있었지만…

    제목: 슈퍼걸(Supergirl)제작연도: 2026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07분장르: 액션, 모험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출연: 밀리 앨콕,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제이슨 모모아개봉: 2026년 6월 24일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1시간 28분. 이건 좀 심한 게 아닌가. 카라 조-엘(밀리 앨콕 분)이 처음 가슴에 S자가 있는 슈퍼걸 슈트를 입고 등장한 시간이다. 러닝타임을 확인해보니 107분, 그러니까 1시간 47분짜리 영화인데 너무 한 게 아닌가. 한두 번인가 중간에 그가 타고 온 우주선 구석 자리에 보관된 옷을 비추는데, 관객들이 도대체 저 옷은 언제 입고 나오나 하고 시계를 훔쳐본다면 영화는 실패한 것이다.개봉에 앞서 공개된 포스터는 꽤 기대를 모았다. 핵심카피는 이거였다. ‘진실, 정의, 그러던가 말던가(truth, justice, whatever).’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딱 지금의 MZ세대에 맞는 ...

    2026.07.01 06:00

  • [신간]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말하다
    [신간] 팔레스타인의 정의를 말하다

    불타는 세상 속 팔레스타인일란 파페, 캐서린 나타넬 엮음·백소하 옮김·두번째테제·2만5000원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집단학살을 가장 중대한 국제범죄로 간주한다. 특정 집단을 말살하려는 의도와 조직성이 핵심이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한 군사행동이 이런 집단학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6월 23일 낸 보고서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고의적 표적 공격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공동체를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하려는 이스라엘 당국과 군의 집단학살 의도를 입증하는 핵심 요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안하무인 하는 태도는 이제 전 지구적인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 일란 파페와 그의 동료 캐서린 나테넬은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정의를 향한 투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주디스 버틀러, 야니스 바루파키스를 비롯한 진보적 지식인들과의 대담을 기획했고, 그 결과를 책으로 정리했다. 대담에 참여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폭력에 단호한 저항의식...

    2026.07.01 06:00

  • [정태겸의 풍경](115) 강원 양양 남애항-바다는 육지를 닮았다
    [정태겸의 풍경](115) 강원 양양 남애항-바다는 육지를 닮았다

    여름의 강원 양양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한때 서퍼들의 천국 같았던 양양에서 서핑 말고 다른 해양스포츠는 뭐가 있을까 궁금했던 차였다. 남애항에 가보라는 현지인의 말을 들었다. 양양이 스쿠버다이빙을 하기에 아주 좋은 여건이라는 것. 여기저기에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곳이 많단다. 안 가볼 수가 없었다.남애항에는 물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림잡아도 20명쯤. 전날 내려와 다이빙스쿨 숙소에서 파티를 즐기고 오늘 물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장비를 챙기고 배로 향하는 그들에게 양해를 구해 함께 가보았다. 바다로 나아가는 길에 팀을 이끄는 이에게 설명을 요청했다. 그중 재미있는 대목이 있었다. 바다는 육지를 닮았다는 것. 강원도 고성부터 속초까지 이어지는 바다는 산자락의 지형이 그대로 물 아래로 이어져 있다고 했다. 그만큼 급격하게 물이 깊어진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양양은 아주 완만하다. 초보자가 체험하기에 좋은 수심 5m부터 30m까지...

    2026.07.01 06:00

  • [독자의 소리] 1683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683호를 읽고

    극우는 멀리 있지 않다…‘잠실’이 말하는 정치의 빈자리정치 중립은 첫 주에만 나왔고, 성조기 흔들 때부터 정치 중립은 무너졌다. 재선거만 외쳐도 그 뜻을 알 수 있는데 이미 정치색이 짙어지고 있다._네이버 tkdw****그곳 사람들은 집값에 목숨 걸었는데 정치가 보이겠나?_네이버 tg54****참정권은 소중한데, 작금의 사태는 본질은 사라지고 정치화되고 있다. 시위대는 재선거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_다음 핸****부실 선거만 문제? 선관위 여론조사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광역시장이나 도지사의 경우 본투표에 대한 출구조사뿐 아니라 사전투표에서도 출구조사를 허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_네이버 than****통신 3사가 가입자에게 웹 조사를 벌여서 진짜 여론조사 해보자. 전화 조사 폐기해라._네이버 pian****스마트폰 AI가 모르는 번호는 자동수신 거부한다. 1000명에게 보내면 30명이 응답하는 여론조사가 신뢰도...

    2026.07.01 06:00

  • [편집실에서] 문조털래유의 덫
    [편집실에서] 문조털래유의 덫

    ‘문조털래유’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당혹스러웠다. 전직 대통령, 집권당 대표, 진보진영 빅스피커, 대표 지식인을 경박스럽게 들리는 신조어로 묶어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곳곳에서 이 말이 들린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대중적 유행어가 됐다.당사자들은 이 단어를 ‘멸칭’으로 여기는 것 같다. 유시민 전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저에 대한 공격은 아주 무자비한 형태로 계속될 거라고 봐요. … 여러 정황을 보면 조직적으로 하고 있어요”라며 문조털래유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구독자 5만명, 6만명 정도 되는 정치비평 프로그램들”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매우 불쾌해했다는 말도 들린다.하지만 어떤 표현이 유행어가 된다는 건 다수의 공감대 없이 불가능하다. 문조털래유 오명은 자처한 것 아닐까. 김어준 뉴스공장 대표, 유시민 전 의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최근 몇몇 국면에서 한 세트로 움직이면서 반...

    2026.07.01 06:00

  • [렌즈로 본 세상] 가라앉은 땅, 가라앉지 않은 말들
    [렌즈로 본 세상] 가라앉은 땅, 가라앉지 않은 말들

    서해의 노을이 새만금 간척지 위로 내려앉을 즈음, 땅 한가운데 둥글게 꺼진 웅덩이 하나가 붉게 물듭니다. 평평하게 메워진 땅 위에 유독 깊이 가라앉은 그 자리는, 오랜 시간 새만금 한편에 조용히 자리해왔습니다.새만금은 늘 정치의 언어로 먼저 불려 나왔습니다. 선거철마다 공약의 이름으로 호명됐고, 이제는 현대차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 소식으로 다시 전국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굴착기와 크레인이 들어설 자리를 그리는 동안, 그 아래 땅이 가라앉아 시간은 누구의 계획에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노을은 매일 같은 자리에서 지지만, 그 빛을 받는 땅의 모습은 해마다 달라집니다. 가라앉은 웅덩이 위로 붉은빛이 번지고, 그 고요한 수면 아래로 무언가는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026.06.30 06:00

  • “응원봉은 되는데 의사봉은 안 된다?”…정치학교 찾은 페미니스트들
    “응원봉은 되는데 의사봉은 안 된다?”…정치학교 찾은 페미니스트들

    “‘내가 과연 정치를 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는 건 아닐까.”(윤지영씨)“사실 그전에 정치는 넥타이를 맨 아저씨들이나 지역 유지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되게 먼 얘기 같았어요.”(김진아씨)6월 23일 저녁 7시 30분, 검은 화면에 하나둘씩 얼굴이 커졌다. 카페 사장부터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교수까지.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20여명의 사람이 온라인 공간에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바로 ‘정치가 바뀌길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는 것.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참가자들의 눈빛은 결연함으로 하나가 됐다.이들은 오랫동안 정치에 불만을 품고 살았지만, 정치인이 되는 자신을 상상해본 적은 없었다. “열심히 요구해도 악성 민원인이 될 뿐이었다”는 시민단체 활동가 김진아씨(33)의 말처럼 변화를 외칠수록 돌아오는 건 무력감이었다. “생활동반자법이나 ...

    2026.06.30 06:00

  • “이스라엘엔 재앙…이란은 중동 패권국 탈환”
    “이스라엘엔 재앙…이란은 중동 패권국 탈환”

    전쟁의 포성은 멎었지만, 미국·이란의 진짜 힘겨루기는 이제부터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자서명했지만, 핵심쟁점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와 대이란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은 앞으로 진행될 60일의 최종 합의 협상으로 미뤘다. 전장의 무기를 외교 테이블의 카드로 바꿔 든 양측은 이제 누가 더 버티느냐의 수싸움에 들어갔다.6월 23일,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미·이란 전쟁을 평가하고,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우위였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란이 실리를 챙겼고, 정권 교체에 실패한 미국에 남은 카드는 결국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전문가들은 다만 미국이 핵무기 개발 포기라는 목표를 끝까지 밀어붙일지, 이란이 강경파의 통제 아래 어디까지 양보...

    2026.06.30 06:00

  • [주간 舌전] “죽을 뻔했다”
    [주간 舌전] “죽을 뻔했다”

    “죽을 뻔했다.”한동훈 국회의원(무소속)이 6·3 부산시 북구갑 보궐선거 당선 후 우재준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한 말이라고 한다. 우 최고위원은 6월 22일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 명당>에서 진행자가 ‘한 의원 당선 첫마디가 뭐였냐’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실제 한 의원은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엎치락뒤치락 한 끝에 신승했다. 한 후보는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41.6%를 기록하며 하 후보(42.6%)에 뒤졌다. 개표 중반까지 밀리다가 개표율 80%를 넘어서며 하 후보에 앞섰고, 6월 4일 새벽 2시쯤에야 당선을 확정 지었다. 개표 완료 기준 한 의원은 3만5056표(42.96%), 하 후보는 3만3664표(41.26%)로, 두 후보는 단 1392표 차를 보였다.한고비를 넘은 한 의원에게는 국민의힘 복당이라는 다른 과제가 남았다. 한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국민의힘 복당에 대해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

    2026.06.29 06:00

  • 투표용지 모자라지 않은 사회면 충분한가…잠실 밖에도 청년들이 있다
    투표용지 모자라지 않은 사회면 충분한가…잠실 밖에도 청년들이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 이를 규탄하는 청년들의 성명문, 서울 잠실 시위가 주목을 받았지만 모든 청년이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목소리’를 낸 청년들도 있다. 어떤 대학생들은 참정권 침해가 중대한 문제라고 짚으면서도 극우 세력과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며 학생회와 별도의 성명문을 냈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 권리’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참정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어떤 민주주의를 지향할 것인지를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다른 목소리를 낸 대학생 4명을 지난 6월 15일 만나 좌담 형식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4명 다 서울지역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이다. 이들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구조에 분노를 느낀 청년들이 대항할 방법과 대상을 찾지 못하던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내 권리’ 침해에 대한 분노가 ‘타인의 권리’, ‘공동체’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는 점은...

    2026.06.29 06:00

  • [IT 칼럼] 광장의 괴물과 빅테크…이대로 방치 땐 다음에 마비될 건 민주주의다
    [IT 칼럼] 광장의 괴물과 빅테크…이대로 방치 땐 다음에 마비될 건 민주주의다

    서울 올림픽공원이 멈췄다. 6·3 지방선거 당일 잠실7동의 투표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시위’가 핸드볼경기장 현장을 무단 봉쇄한 지 벌써 보름을 넘겼다. 초기엔 참정권 침해에 분노한 2030세대의 자발적 정치 의사 표출로 관심을 받았다. 일부 언론은 ‘새로운 보수 시위 실험’이라 상찬까지 했다. 정치권도 청년들의 주권 감수성에 공감의 뜻을 내비쳤다.칭찬이 쏟아지던 광장의 본질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순수하게 재선거만을 요구하던 초기 청년들은 매카시즘식 ‘첩자 몰이’로 현장에서 축출됐다. 그 빈자리는 기성 부정선거 음모론자들로 채워졌다. 그리곤 “중국인이 투표지를 조작했다”는 등 ‘딥스테이트’ 세계관을 청년들에게 주입하는 ‘음모론의 부화장’으로 전락했다.상황은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가 보름을 넘어가면서 현장은 성조기를 든 노년층이 장악했다. 공연을 보러온 젊은 관객들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어댔다. 현장에서 가스총을 휴대했던 남성이 적발되는 등 위...

    2026.06.27 06:00

  • [오늘을 생각한다] 인공지능 신화 뒤에 숨겨진 오염과 착취
    [오늘을 생각한다] 인공지능 신화 뒤에 숨겨진 오염과 착취

    인공지능(AI) 열풍은 세계 곳곳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촉발하고 있고, 고대역폭메모리 칩 가격이 치솟으면서 삼성, SK하이닉스는 천문학적 이윤을 올리고 있다. 최근 성과급 관련 이슈도 여기서 비롯됐다.한데 우리는 반도체 기업 주가의 비약적 상승만 주목할 뿐,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다. 바로 거대 인프라가 기반하고 있는 공급망의 오염과 수탈의 문제다. 토지와 전력을 빨아들이는 데이터센터는 반도체 칩 없이 가동되지 않는 거대한 창고일 뿐이다. AI 비즈니스의 본질은 골드러시 시절 삽을 팔아 폭리를 취하던 독점 구조와 같다. 실제 미국 인텔 공장 인근 하류의 영구 오염물질(과불화화합물) 수치가 상류보다 3000% 급증했다. 데이터센터에서 서버 냉각을 위해선 대량의 물이 필요하며, 증발식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축 폐수와 화학물질은 인근 수질을 오염시킨다. AI의 풍요는 물과 땅을 희생시켜 지탱되고 있는 셈이다.자본이 서로 노동 통제 기술과...

    2026.06.27 06:00

  • [꼬다리] 불편한 협력
    [꼬다리] 불편한 협력

    협력은 기분 좋은 말이다. 정치인도, 학자도, 기업인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협력이라는 말 앞에는 온갖 수식이 붙는다. 민관 협력, 포괄적 협력, 전략적 협력…. 하지만 넘치는 수식에 비해 실제 협력은 지지부진할 때가 많다. 기후위기 분야는 대표적이다. 협력을 외치는 국가들의 탄소 배출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기업들은 기후위기를 그저 사업의 명분이나 홍보용으로 활용한다.지난 5월 14일(현지시간) 경향포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국제정치이론가 배리 고든 부잔 런던정치경제대 명예교수는 현재 인류가 ‘이중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기후위기에 대응할 협력의 토대는 오히려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인터뷰는 영국 런던에 있는 자택에서 진행됐다. 집 안에서도 바깥의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비가 막 그친 뒤였다. 햇빛이 젖은 풀잎 위로 내려앉아 반짝였다. 부잔 교수는 자신의 정원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익숙했던 식물이 사라지고, 못 보던 식물이 그 자...

    2026.06.27 06:00

  • [박성진의 국방 B컷](60) 기준선이 4개나 되는 휴전선, 남북 충돌 부른다…남·북·유엔사 기준이 제각각
    [박성진의 국방 B컷](60) 기준선이 4개나 되는 휴전선, 남북 충돌 부른다…남·북·유엔사 기준이 제각각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MDL·휴전선)이 남북 간은 물론 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UNC) 간에도 ‘뜨거운 감자’다. 국방부와 유엔사는 비무장지대(DMZ)의 군사분계선(MDL) 코앞에서까지 하고 있는 북한군의 철책 작업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유엔사는 북한군 작업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 행위 및 진지 구축, 방어 행위 또는 관련 인력의 존재만으로도 정전협정 위반이 자동으로 성립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 6월 23일 “명백한 정전협정에 따라 설치된 완충지대를 무법화하는 위법 행위”라며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북한군은 202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후부터 비무장지대에서 ‘국경선화’, ‘요새화’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군은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서 ‘불모지 작업(나무 제거)’, ‘방벽 및 전술도로 조성’, ‘지뢰 매설’, ‘철책 장벽 설치’ 등을 진행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남측 기준...

    2026.06.26 14:34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75) 죽어도 죽지 않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이주영의 연뮤덕질기](75) 죽어도 죽지 않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삶이 있고 죽어도 죽지 않는 죽음이 있다.” 뮤지컬 <헤이그>(김도희 작·작사, 김보영 작곡, 박지혜 연출)의 대표 넘버인 ‘특사들의 호소’ 가사다. 1907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급파된 3인의 특사 이준, 이상설, 이위종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고생 끝에 다다른 헤이그에 정의는 없었다.힘의 논리에 점거된 상태로 일본을 지지하는 서구 열강은 대한제국 특사들의 호소에 무관심했다. 비분강개한 이준 열사는 모략에 빠진 대한제국의 위기를 세계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누구도 억울하게 짓밟히지 않고 태어난 게 죄가 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자결을 한다. 이준은 헤이그에서 죽었지만 오늘까지 기억된다. 대한제국은 사라졌지만 그를 기억하는 역사는 남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증언의 시작이 된다. 죽어도 죽지 않는 죽음이다.역사는 누구를 기억하는가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한 작품이 줄을 잇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

    2026.06.26 14:26

  • [김우재의 플라이룸](80) 돈이 안 돼도…기초과학은 국가의 품격이다
    [김우재의 플라이룸](80) 돈이 안 돼도…기초과학은 국가의 품격이다

    나는 동물행동학자가 되고 싶었다. 콘라트 로렌츠가 갓 부화한 회색기러기 새끼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자신을 어미로 각인시키는 흑백 사진을 본 순간부터였다. 한 사내가 풀밭에 앉아 있고, 그 뒤를 새끼 거위들이 줄지어 따라가던 사진에는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어떻게 인식하고 따르게 되느냐는 거대한 질문이 통째로 들어 있었다.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그 질문을 던진 세 사람, 로렌츠와 니콜라스 틴베르헌, 카르 폰 프리슈에게 돌아갔다. 동물의 행동을 연구한 학자들이 의학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노벨상 위원회의 기초과학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폰 프리슈가 평생을 바쳐 해독한 것은 꿀벌의 춤이었다. 일벌이 꽃밭을 발견하고 돌아와 8자를 그리며 추는 춤, 그 각도가 태양에 대한 꽃밭의 방향을, 엉덩이를 흔드는 시간이 거리를 알려준다는 사실. 곤충이 동료에게 추상적 공간 정보를 상징으로 전달한다는 이 발견은 인간만이 언어를 가진다는 오래된 믿음에 처음으로 균열을 냈다...

    2026.06.26 14:26

  • [박이대승의 기묘한 제도] (2) 권리인가, 발전인가②
    [박이대승의 기묘한 제도] (2) 권리인가, 발전인가②

    지난 글에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노동 관련 제도와 법령은 ‘발전’에 우선성을 부여하면서 ‘권리’를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한다. 이는 단순히 법률 조항에서만 발견되는 경향이 아니다. 노동운동 조직을 제외하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가 명확한 원칙으로 인정되는 곳이 별로 없다. 권리에 관한 발화 대부분이 온갖 핑곗거리와 조건을 달고 다닌다. ‘노동자의 권리는 중요하지만, 기업 경영권도 중요하다’라거나 ‘노동자의 권리는 보호돼야 하지만, 공익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라는 식이다. 절대다수는 권리의 제한에 집착하고, 권리의 온전한 보장을 강조하는 사람은 오히려 소수다.노동자의 권리라는 금기어노동자의 권리를 일종의 터부처럼 간주하는 것은 분명 독특한 현상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일반적 특성도 아니고, 신자유주의 따위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강력한 시장 논리가 작동하는 곳, 자본의 힘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곳이라면 대부분 미국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

    2026.06.26 14:23

  • [서중해의 경제망원경](64) 브렉시트 10년, 영국은 얼마나 변했나
    [서중해의 경제망원경](64) 브렉시트 10년, 영국은 얼마나 변했나

    2016년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브렉시트(Brexit)’라는 용어는 영국(British)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영향력 있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10년이 지난 지금, 런던정경대(LSE)의 사라 호볼트(Sara Hobolt) 교수는 브렉시트를 “영국 정치의 장기적 분열의 뿌리”로 평가한다. 또 이 사건이 단순한 일회성 선택이 아니라 영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구조적 균열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오랫동안 영국은 안정적인 양당 체제를 유지했다. 노동당과 보수당 두 거대 정당이 번갈아 가며 집권하는 가운데, 대부분 국민은 태어날 때부터 한쪽 정당을 지지하며 평생을 보냈다. 이는 명확한 계급 구조 때문이었다. 산업 노동자 계층은 노동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었다. 중산층과 상류층은 보수당을 든든하게 떠받쳤다. 계급이 곧 정치적 정체성인 시대였다.그러나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오랜 정치...

    2026.06.26 14:22

  • [이완의 흙 한줌] (1) 멸종위기에 처한 농민들…그 가장자리의 감각이 사라진다
    [이완의 흙 한줌] (1) 멸종위기에 처한 농민들…그 가장자리의 감각이 사라진다

    6월의 밭은 으레 바빴다. 감자를 캐고, 어린 콩을 돌보고 김을 맸다. 장마 전에 끝내야 할 일들을 서둘러 마무리하는 시기였다. 낮이 가장 긴 하지 무렵에도 하루는 모자랐다. 하지만 마음마저 쫓기지는 않았다. 절기를 따라가면 틀리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장마가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바람 냄새가 달라졌다. 무논에 개구리 소리가 커졌고, 처마 아래 제비들은 연신 둥지를 드나들었다. 농사는 자연의 리듬에 따라 자신을 맞추는 일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하늘을 보며 일했다. “농사는 하늘이 절반이다.” 그 말은 체념이 아니라 신뢰에 가까웠다. 인간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계절은 제때 찾아온다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몇해 전부터 그 감각이 비껴가기 시작했다.가뭄이 길어지던 해였다. 정성껏 심은 모종들이 버티지 못했다. 잎이 비틀리며 말라갔고, 줄기는 힘없이 처졌다. 땅이 갈라진 틈에 손가락을 넣자 마른 흙먼지가 흘러내렸다. 감자를 캐보니 예년 같으면 묵직하게 손에 잡혔을 알들이 주...

    2026.06.26 14:22

  • [구정은의 수상한 GPS](33) 호르무즈 해협 인질로 잡은 이란, 약속 깬 미국
    [구정은의 수상한 GPS](33) 호르무즈 해협 인질로 잡은 이란, 약속 깬 미국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은 막바지로 가고 있으나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시끄럽다. 좁은 바닷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이란과 오만이 협상을 시작했다. 오만 측은 ‘통행료는 안 받겠다’는 이란의 확답을 받았다 했고, 미국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선을 딱 그었다. 하지만 지금 논의 중인 ‘호르무즈 항행 메커니즘’에 통행료 아닌 다른 명목으로 돈을 걷는 조항이 들어갈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는 이란이 미국과의 60일 휴전 합의가 끝나는 대로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서 ‘보험료’를 걷고 싶어한다고 6월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휴전 기간에는 배들에 요금을 매기지 않기로 미국과 합의했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모종의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해협 관리 ‘서비스 요금’, 보험료 등 여러 얘기가 오간다. 이란은 이미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설립하고 그 이름으로 해운업계에 서한을 보냈다. 해운 전문 매체 로이즈리스트가 보도한 서한 내용...

    2026.06.26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