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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4호

놀이터·병원·빈집·전세사기까지…조례 하나가 동네를 바꿨다

표지이야기

놀이터·병원·빈집·전세사기까지…조례 하나가 동네를 바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예산 낭비, 중복 행정,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는 목소리다. 관심이 없으니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모르니 ‘묻지마 투표’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동네에서는 조례 하나가 놀이터를 바꾸고, 병원 문 여는 시간을 당기고, 버려진 집을 살리고, 보증금을 잃은 피해자 곁에 가장 먼저 닿았다. 기초의회와 기초단체가 제 역할을 할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4곳의 이야기를 들었다.통합놀이터, 장애·비장애 아이가 함께 노는 공간미끄럼틀에 계단이 없다. 대신 완만하게 이어진 경사로가 꼭대기까지 이어진다. 시소는 앉아서도 누워서도 탈 수 있다. 그네는 마주 보는 그네, 혼자 타는 그네 등 세 종류가 나란히 놓여 있다. 트램펄린은 바닥에 깔려 있어 턱없이 이용할 수 있고, 모래놀이 테이블은 휠체어를 탄 채로 놀 수 있는 높이에 맞춰져 있다.서울 노원구 노해근린공원에 있는 ‘모두 맘껏 놀이터’ 이야기다. 장애 아동과 비장애...

  • [취재 후]숨겨진 청구서
    [취재 후]숨겨진 청구서

    한 동네에서 2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해온 장인은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드라이클리닝 기계에 넣는 석유계 용제를 격주로 구입하는데, 전쟁 전인 2월 말 한통(18ℓ)당 4만3000원이던 가격이 3월 중순 4만5000원, 4월 초 6만3000원으로 뛰었다.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 싶어 일주일 만에 또 샀는데, 이번(4월 둘째 주)엔 7만3000원이 됐어. 겁 날 정도네.” 세탁된 옷에 씌우는 비닐도 300장 기준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랐단다.원료·재료 값이 무섭게 치솟지만, 4년 전 세탁소 한쪽 벽에 붙여둔 세탁 요금표에는 변동이 없다. 정장 한 벌 드라이클리닝 요금은 여전히 1만원. 장인에게 물었다. “원가가 이렇게 올랐는데, 요금을 300원이든 500원이든 좀 올리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냥 하던 대로 받는 거지 뭐. 번거롭기도 하고, 기름값은 전쟁 끝나면 다시 내리겠지. 기름값 출렁일 때마...

    2026.04.15 06:00

  • [우정 이야기]우체국, 보험사기 근절에 팔 걷고 나선다
    [우정 이야기]우체국, 보험사기 근절에 팔 걷고 나선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범죄가 줄어들고 있지만, 끊이지 않는 것이 보험사기다. 지난 3월 3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사기 적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1조1571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2022년 처음으로 보험사기 적발 액수가 1조원을 넘긴 후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기가 고도화되고 조직화한 영향이 크다.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10만5743명으로 같은 기간에 비해 3% 줄었지만, 건당 적발액은 커졌다.적발액 대부분은 자동차보험(49.5%)과 장기보험(39.8%)이었다. 유형별로는 진단서를 위·변조해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경우가 약 55%로 높았다. 허위사고와 고의사고도 각각 약 20%, 15%를 차지했다.적발 인원을 직업별로 보면 회사원이 23%(2만4313명)로 가장 많았고, 병원 종사자와 보험업 종사자도 수천명 수준에 달했다. 보험과 치료 구조를 잘 알고 있는 병원이나 업계 종사자가 오히려 보험사...

    2026.04.15 06:00

  • [문화캘린더]연극 바냐 삼촌- 이땅의 ‘바냐들’에게 전하는 위로
    [문화캘린더]연극 바냐 삼촌- 이땅의 ‘바냐들’에게 전하는 위로

    [연극] 바냐 삼촌일시 5월 7~31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관람료 R석 8만8000원 S석 6만6000원 A석 4만4000원평생을 바쳐 시골 영지를 지켜온 바냐와 조카 소냐. 은퇴 후 돌아온 영지의 주인 세레브랴코프 교수가 재산 처분을 선언하면서 이들의 삶은 균열을 맞는다. 바냐가 연모하던 옐레나, 소냐가 마음을 두고 있던 아스트로프 사이의 미묘한 감정까지 얽히며 두 사람의 상실감은 점차 깊어진다. 자신의 시간이 부정당했다는 인식에서 바냐는 오랫동안 억눌러온 분노를 드러낸다.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바냐 삼촌>은 일상의 균열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작품이다. 이번 무대는 LG아트센터 제작 연극 시리즈로 선보이며, 고전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오늘의 감각으로 인물들의 정서를 끌어낸다.작품은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인물들의 흔들림에 집중한다. 삶의 방향을 잃은 채 제자리에서 맴도는 이들은 불...

    2026.04.15 06:00

  • [시네프리뷰]살목지- 저수지에 함께 고립된 상투성과 가능성
    [시네프리뷰]살목지- 저수지에 함께 고립된 상투성과 가능성

    제목: 살목지(Salmokji: Whispering Water)제작연도: 2026제작국: 한국상영시간: 95분장르: 공포, 미스터리감독: 이상민출연: 김혜윤, 이종원, 김준한, 김영성, 오동민, 윤재찬, 장다아개봉: 2026년 4월 8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열악한 제작 환경과 관객 동원 부진에도 한국 저예산 공포 영화는 계속 개봉하고 있다.두세 달에 1편 정도는 꾸준히 공개되는 느낌인데, 공교롭게도 제목, 포스터, 설정까지 비슷한 분위기를 공유하고 있어 엔간히 관심 있는 사람이라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헷갈릴 정도다.대부분 작품이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발견된 영상) 형식의 가짜 다큐멘터리를 흉내 내거나 어설픈 완성도의 극영화를 표방하는 등 형식적 차이는 있지만, 결국 ‘심령’ 또는 ‘귀신’과 관련된 기괴한 상황에 집중한다는 점도 공통적이다.여기에 젊은(또는 어린) 관객들을 노골적으로 겨냥하는 만큼 SNS나 유튜...

    2026.04.15 06:00

  • [신간] 엄마 탓? 노력 신화? 모두 허상이다
    [신간] 엄마 탓? 노력 신화? 모두 허상이다

    교육은 유전을 이길 수 있는가안도 주코 지음·허영은 옮김·알레·2만2000원최근 ‘아이의 지능은 엄마로부터 유전된다’는 연구 결과가 화제를 모았다. 아이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제 탓이라 여기는 엄마들의 고민이 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지능은 단일 유전자가 아니라 수천개의 유전자가 함께 작용해 형성되고, 지능이 성적과 직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전과 교육은 아이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행동유전학을 연구해온 저자는 “유전은 ‘결정’이 아니라 ‘영향’이기 때문에 어떤 DNA를 가졌느냐보다 그 DNA가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서는 학업 성취에 유전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경제적 제약이 큰 환경에서는 학업 성취에서 공유 환경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 성적을 비롯한 어떤 성취의 격차가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양육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과 환경이 구조적으로 얽...

    2026.04.15 06:00

  • [신간] 우리가 달보다 더 모르는 바닷속
    [신간] 우리가 달보다 더 모르는 바닷속

    지구의 완전한 지도로라 트레더웨이 지음·박희원 옮김·눌와·2만2000원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아르테미스 2호 우주인들이 달 뒷면 비행 중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인류는 이미 달 전체를 비교적 정밀하게 담은 지도를 갖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20년 1대 500만 축척의 달 통합 지질도를 공개했고, 2024년에는 중국과학원(CAS)도 1대 250만 축척의 달 지질 지도집을 내놓았다.반면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는 아직 27.3%만 지도화됐다. 1950년대 해저 지도화 초창기에는 미국 라몬트 지질학연구소와 미 해군이 축적한 음파 측심 자료가 중요한 토대가 됐고, 이를 분석해 대서양 해저 지도를 그려낸 인물이 여성 과학자 마리 타프였다. 당시 여성은 탐사선에 오르기 어려워 그는 육지에서 자료 해석에 전념해야 했다. 그는 수천장의 측심 자료를 이어 붙여 대서양 중앙해령의 열곡을 밝혀냈고, 이는 판구조론의 중요한 증거가 됐다.현재...

    2026.04.15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1) 제주 서귀포 해역-몸에 보름달을 새겨둔 ‘달고기’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91) 제주 서귀포 해역-몸에 보름달을 새겨둔 ‘달고기’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달고기가 올라 화제가 됐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달고기를 촬영하기 위해 4월 초, 제주도 서귀포 해역을 찾았다. 달고기는 바다 밑바닥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그물의 아랫부분이 해저에 닿도록 해서 어선으로 그물을 끌어 올리면 다른 고기들과 함께 잡혀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에 부수적으로 잡히는 어종이긴 하지만, 살이 희고 맛이 담백해 인기가 높다. 과거 넙치 양식이 정착되기 이전에는 넙치회로 둔갑해 팔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달고기 자체가 귀하게 거래된다.달고기는 이름만큼이나 생김새도 독특하다. 몸 한가운데에는 둥근 검은 반점이 있고, 그 둘레를 흰색 테가 감싸고 있어 마치 보름달을 연상시킨다. 또한 실처럼 길게 뻗은 등지느러미의 가시는 평소에는 가지런히 누워 있지만, 위협을 느끼거나 방향을 바꿀 때면 꼿꼿이 서며 우아하고 위엄 있는 자태를 드러낸다. 달고기의 학명 ‘Zeus faber...

    2026.04.15 06:00

  • [독자의 소리] 1673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673호를 읽고

    하청 직원부터 택배기사까지…‘전쟁 청구서’ 떠안은 사람들이번 기회에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이고, 택배 의존도 줄이고, 화석연료 의존도 줄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지요._경향닷컴 빛****이렇게 진행되면 인플레이션도 문제지만 경기침체가 더 문제가 된다. 회사가 문을 닫고, 가게가 문을 닫고 물건이 없어서 생활에 직접 영향을 준다. 대공황이 온다는 얘기. 두렵다._네이버 ewon****전 국민에게 선거용 돈 뿌리지 말고 이런 곳에 먼저 주어라._네이버 news****‘쓰봉 대란’ 걱정 말라면 다인가…‘탈플라스틱’ 대책은 어디로시의적절한 기사다. 늘 경제 논리에 ‘앞으로의 삶’은 미루고 밀리고 후퇴했다. 환경 체질 개선에 꾸준한 진심을 담아야 한다._경향닷컴 그*****쓰레기나 일회성 포장재가 너무 많다. 일회용 용기 분리 배출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지구와 후손의 앞날을 위해, 먼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다._네이버 ohth****탈 플라스틱? 그거 믿고 ...

    2026.04.15 06:00

  • [편집실에서]슈퍼사이클의 빛과 그림자
    [편집실에서]슈퍼사이클의 빛과 그림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5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작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 규모(43조원)를 훌쩍 넘어서는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발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약진, 여기에 고환율이라는 우호적 환경이 맞물린 결과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이면 미국 엔비디아를 제치고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달 말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 역시 역대급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된다.대기업들의 눈부신 실적 한편에선 민생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성장률 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철강, 가전 등 주력 산업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출의 낙수효과는 사라졌고, 거시 지표상의 풍요 속에 내수 경기는 차갑게 식어가는 ‘성장의 역설’이 고착화하는 양상이다.더 큰 문제는 대외 변수다. 한 달 넘게 이어...

    2026.04.15 06:00

  • [렌즈로 본 세상]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
    [렌즈로 본 세상]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

    언제 온 줄 모르게 성큼 찾아오는 것이 봄이지만, 봄의 끝은 조금 더 눈에 보인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기 시작할 때다. 목련, 개나리, 벚꽃까지 차례차례 피었던 봄은 올해도 금세 끝난다. 해가 점점 길어지고 기온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한바탕 봄비가 내리고 나면 ‘벚꽃 엔딩’인 것을 알기에 시민들도 막바지 벚꽃 나들이를 즐기려 나온다. 지난 4월 6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를 찾은 시민들은 우산을 쓰고 벚꽃길을 걸었다. 고개를 들어도, 숙여도 벚꽃이 보였다. 아직 나무에 달린 꽃잎은 다행이었고, 바닥을 메운 꽃잎은 또 다른 봄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촉촉해진 꽃잎과 비에 섞인 흙냄새 사이를 걷던 시민들은 몇 걸음 못 가고 멈춰서 온통 벚꽃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돌아보곤 했다.

    2026.04.14 06:00

  • [주간 舌전]“하GPT, 작업 넘어가면 안 돼”
    [주간 舌전]“하GPT, 작업 넘어가면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에서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차출 요구가 나오는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향해 한 말이다.이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에서 “하GPT(하 수석의 별명), 요새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누가 작업 들어오는 것 같던데”라며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전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에서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출마 요청을 할 날이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하 수석에 대한 부산 북구갑 차출 요구 방침을 공식화한 것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하 수석은 이 대통령의 말에 “할 일에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과 하 수석이 차출론에 대해 어느 정도 선을 그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부산 북구갑은 민주당 부산시장 경선 예비후보인 전재수 의원 지역구로, 전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 후보로 “하 수석 같은 사람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2026.04.13 06:00

  • “내 덕에 먹고살면서”… 행안부 출신 이사장의 노조 혐오
    “내 덕에 먹고살면서”… 행안부 출신 이사장의 노조 혐오

    “보통 금속노조에 가입한 사업장에서는 짧으면 6개월, 길어도 1년이면 노사 간에 단체협약을 체결합니다.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의 단체협약은 노조 가입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노조 혐오가 주원인입니다.”4월 초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가 낸 보도자료의 한 대목이다.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지난 2018년 9월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검사 업무를 하는 지정 검사기관이다. 직원 수는 90여명.지난 2024년 3월 금속노조(서울지부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분회, 이하 노조)에 가입했다. 조합원 수는 55명이다. 그해 4월 12일 1차 교섭이 시작돼 올해 3월 10일까지 46차에 걸쳐 교섭이 이뤄졌으나, 사측이 정당한 이유 없이 협약체결을 거부하고 있다고 노조 측은 밝혔다.노조가 주장하는 교섭 결렬의 이유는 현재까지 한 번도 교섭에 나오지 않은 이사장의 태도다.“교섭할 때마다 나오는 상대방은 이사들과 ...

    2026.04.13 06:00

  • “한국은행 꿈 접고 신용불량자 됐다”…취준생 끌어들인 대형 보험대리점의 다단계 착취
    “한국은행 꿈 접고 신용불량자 됐다”…취준생 끌어들인 대형 보험대리점의 다단계 착취

    보험 판매를 넘어 대출 중개와 불법 대부업까지. 취업준비생인 20대 청년들을 보험설계사로 모집해 다단계식 불법 금융영업에 동원한 보험대리점 조직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과 위험은 설계사 개인에게 집중됐고, 퇴사한 뒤에도 선지급된 수수료에 대한 환수 조치로 빚까지 떠안았다. 반면 본사와 대리점은 손실을 피했다. 다수의 대리점을 관리하며 보험설계사들을 늘려 영업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산업의 구조적 빈틈이 만들어낸 덫이다.주간경향은 코스닥 상장사인 대형 법인보험대리점 ‘인카금융서비스’ 산하의 대리점 본부에서 설계사로 일하다 수천만원대 빚을 지게 된 조세훈씨(28)의 사례를 통해 이 같은 다단계 착취 구조를 추적했다. 조씨는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추가 피해를 막고자 자신의 실명과 얼굴 공개를 자청했다.‘정착지원금’ 보고 들어간 회사조씨는 충북의 한 대학교 경제학과 19학번이다.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으로 충당하고, 1학년...

    2026.04.13 06:00

  •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K-기후공론장’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K-기후공론장’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저에게 기후 문제는 농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생존이 함께 흔들리는 절박한 현실이에요.” 경남 거창군의 여성 농민 이완씨(활동명·43)가 지난 4월 8일 서면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씨는 친환경으로 메주콩을 재배하는데 원래 가을이 오면서 공기가 서늘해지고 여물어야 할 꼬투리가 지난해엔 여름 늦장마로 충분히 여물지 않았다. 씨앗을 받으려고 남겨둔 동부에 곰팡이가 번져 상당 부분을 건지지 못했다. 이씨는 “그냥 올해 농사가 좀 안됐다 정도가 아니라 내년과 그다음 해까지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해가 갈수록 ‘이렇게 농사를 지어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커진다”고 했다.하지만 이씨는 기후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결정이나 공론화 과정에 참여해보지 못했다. 지방이자 농촌에 사는 시민에게 정부 정책 테이블은 멀리 있고, 농촌의 가부장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 농민이 쉽게 의견을 내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후정책과 공론화는 늘 전문가의 영역, 도시의 의제처럼 느껴졌고 농촌 여성들은...

    2026.04.13 06:00

  • [꼬다리] 글자 가리고 아웅
    [꼬다리] 글자 가리고 아웅

    평소처럼 인스타그램 ‘돋보기’를 뒤적이며 좀비처럼 도파민을 찾아헤매던 어느 날이었다. 카드뉴스로 가공된 재밌고 시시껄렁한 ‘썰’들을 보는 게 취미인데, 그날따라 특이한 현상이 새삼 눈에 띄었다.카드뉴스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범죄나 죽음을 연상시키는 단어의 글자 일부를 특수문자로 바꾸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이다. ‘범○(범죄)’, ‘마○(마약)’, ‘살○(살인 또는 살해)’, ‘○살(자살)’…. 심지어 ‘죽었다’는 서술어도 ‘○었다’ 같은 식으로 쓰인다. 초성만으로 ‘ㅂ죄’ ‘ㅁ약’ 같이 쓰거나.신문이나 뉴스에서도 자주 쓰는 단어다. 그런데 언론보다 훨씬 자유롭게 언어를 쓸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왜 그 단어들이 가려질까? 찾아보니 가장 유력한 사유는 ‘자체검열’이었다. SNS 운영사나 알고리즘이 범죄·죽음 관련 단어를 기계적으로 차단(필터링)하기 때문에, 작성자가 애초에 알아서 단어를 가리는 것...

    2026.04.10 14:46

  • [오늘을 생각한다]노래하자 춤추자, 전쟁을 끝내자
    [오늘을 생각한다]노래하자 춤추자, 전쟁을 끝내자

    2007년 5월 18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가 출범해 강정의 평화운동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18년 10개월이 지났고, 강정의 꿈은 곧 어른이 된다. 2016년 2월 제주 해군기지가 준공됐고, 혹자는 패배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정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끝나지 않은 싸움에 승패는 없다. 우리가 같은 꿈을 꾸는 한 우리는 지지 않는다. 지난 6900일 동안 강정은 쉼 없이 전쟁 종식과 해군기지 폐쇄를 외쳤다. 강정은 제주도 남쪽 바닷가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포기를 모르는 평화와 반전 운동의 상징이 됐다.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강우일 전 천주교 제주 교구장은 마태오복음 2장 6절을 빌려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서 메시아가 태어났듯, 강정에서 세계의 평화가 시작될 거라고 했다. 그것이 강정의 꿈이다.평화 활동가들은 전쟁기지로 변모한 강정마을에서 매일 저항과 감시 활동을 이어간다. 2025년 기동함대사령부...

    2026.04.10 14:45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5) 서울 만리동 콜링 유, ‘만유인력’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5) 서울 만리동 콜링 유, ‘만유인력’

    “한쪽은 너무 늦었고, 한쪽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서광식·서기웅 부자 시집 <만리동 고개를 넘어가는 낙타>(2011)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집에서 서울 만리동 고개는 이따금 미싱 소리만 들려오는 사막의 모래언덕으로 그려지고, 그곳에 사는 가족은 꿈속에서 에프킬라를 두려워하며 쫓기는 바퀴벌레가 되기도 한다. 만리동 마을 곳곳에 재개발 플래카드가 걸리고 ‘철거’ 알림장이 돌던 시절의 기억이다. 서울의 여느 재개발 구역처럼 만리동과 아현동은 도심 내부의 주변 지역으로서 급격한 변화만큼이나 상처의 서사도 있는 동네다.서울지하철 충정로역 6번 출구에서 300여m를 걸어가면 손기정체육공원으로 연결되는 언덕길이 나온다. 지금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만리동2가와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아현뉴타운을 배경으로 한 손기정로에는 재개발 준비위원회 걸개를 건 사랑방을 비롯해 공인중개사무소, 작은 슈퍼, 가내수공업 형태의 봉제공장들이 눈에 띈다. 전장석 시인은 “막대그래프 ...

    2026.04.10 14:44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26) 문화의 경계에서 글 쓰는 여자, 번역하는 여자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26) 문화의 경계에서 글 쓰는 여자, 번역하는 여자

    글 쓰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는 소녀들에게 전혜린이라는 이름은 건너뛸 수 없는 통과제의이다.¹ 전혜린의 유고 에세이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는 한 시절 문학소녀들의 책장에 어김없이 꽂혀 있던 필독서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소녀들은 문학을 사랑하게 됐고, 유럽의 한 도시를 동경하게 됐으며, 무엇보다 글을 읽고 쓰는 미래를 꿈꾸었다. 소설가 전경린은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이 당선됐을 때 지인이 붙여준 아호 ‘경인’ 앞에 ‘전’자를 붙인 필명을 쓰기로 결정한다. ‘안애금’에서 ‘전경린’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을 때 그의 마음에 들어와 있던 인물이 전혜린이다. 전경린은 자신이 전혜린의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전혜린이 “소설을 한 편도 쓰지 못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자신이 “대신 써나간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전혜린에 대한 단행본을 쓴 김용언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문학소녀, ...

    2026.04.10 14:44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11) 생리혈로 HPV를 검출한다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11) 생리혈로 HPV를 검출한다

    질병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보통 값비싼 의료장비와 정교한 검사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환자의 몸에서 직접 조직이나 혈액을 채취해 사용하기도 한다.그러나 과학의 역사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유용한 발견이 시작된 사례도 적지 않다. 너무 익숙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물질이 질병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도 한다. 최근 연구자들이 눈을 돌린 대상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연구자들은 질병 진단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생리혈에 주목했다.흥미롭게도 여성의 생리혈을 이용하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를 검출할 수 있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기술이 실제 의료 시스템에 도입될 경우, 자궁경부암 검진을 위한 HPV 검사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이 발견은 단순한 기술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여성들은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검진 절차로 인해 자궁경부암 검사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생...

    2026.04.10 14:43

  • [김우재의 플라이룸](75) 돈으로 쓴 논문들의 무덤
    [김우재의 플라이룸](75) 돈으로 쓴 논문들의 무덤

    과학에도 거품이 있다. 주식시장처럼 과학의 거품 역시 처음엔 혁명처럼 보이다가 나중엔 낭비의 흔적만 남긴다. 2000년대 초 DNA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DNA 칩)가 그랬고, 지금은 단세포 RNA 시퀀싱(sequencing)이 그러하며,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대형언어모델(LLM)이 그러하다. 이 세 가지 거품의 공통점이 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갔고, 화려한 데이터가 쏟아졌음에도 정작 우리가 알고 싶었던 인과관계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측정하는 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해하는 능력은 제자리를 맴도는 기묘한 시대에 살고 있다.2000년대 초반, 미국 유전체 분석기업 아피메트릭스(Affymetrix) 칩 하나면 수만개 유전자의 발현량을 한 번에 측정할 수 있었다. 당시 연구자들의 흥분은 이해할 만했다. 암 조직, 뇌, 간 심지어 통제가 부실한 샘플에도 앞다퉈 칩을 돌렸다. 학술지에는 “유전자 발현 서명”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논문...

    2026.04.10 14:42

  • [이한재의 세계 인권 현장](8) 콜롬비아 평화협정 10년, 끝나지 않은 평화의 여정
    [이한재의 세계 인권 현장](8) 콜롬비아 평화협정 10년, 끝나지 않은 평화의 여정

    콜롬비아. 한국인의 일상에서는 커피숍에서나 겨우 들어볼 수 있는 이름이다. 나쁘게는 넷플릭스 드라마 속 마약 카르텔이 활개 치는 국가 정도로 기억하기도 한다. 실제로 콜롬비아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게릴라 조직과 갱단이 얽힌 참혹한 분쟁을 겪어왔고, 이 와중에 수십만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하지만 2016년 최대 무장조직 FARC(콜롬비아무장혁명군)와 정부가 평화협정을 맺으며 전투원들의 무장 해제로 이어졌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내전을 대화로 끝낸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후 콜롬비아는 눈에 띄게 회복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000달러에서 8000달러를 넘어섰고, 연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나라가 됐다.60년 전쟁의 총성은 멎었으나 폭력은 진화했다미셸 카르티에(Michelle Cartier)는 콜롬비아 진실위원회, 피해자지원기구,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를 거치며 평화 재구축의 10년을 함께한 전문가다. 미셸에 의하면...

    2026.04.10 14:42

  • 골프 황제 ‘불명예 퇴위’? 스스로 무너진 우즈
    골프 황제 ‘불명예 퇴위’? 스스로 무너진 우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1·미국)가 도로 위에 멈춰섰다. 차량은 옆으로 뒤집혔고, 그는 가까스로 차 밖으로 기어 나왔다. 인근 차량 운전자와 주민들이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우즈의 상태를 확인했다.그의 눈은 충혈돼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와 혼란이 동시에 드러났다. 동작은 느렸고, 발걸음은 불안정했다. 경찰은 기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그는 간헐적으로 답했으며 일부 질문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다. 현장 목격자들은 경찰에 우즈의 차량이 속도를 유지한 채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옆으로 넘어졌다고 진술했다.우즈는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며 “방금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그는 이어 “나는 괜찮다. 아무 문제 없다”고 반복했다. 현장 출동 경찰은 보디캠 영상에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고, 해당 판단은 체포의 직접적인 근거가 됐다. 경찰은 몇 ...

    2026.04.10 14:42

  • [IT 칼럼]AI 개발 경쟁이 부활시킨 과로 문화
    [IT 칼럼]AI 개발 경쟁이 부활시킨 과로 문화

    우리는 한때 기술이 인간을 노동의 굴레에서 해방할 것이라 믿었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제 발전으로 2030년경이면 주 15시간 노동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언했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는 워라밸과 휴가 제도를 자랑하며 인재를 유치했다. 그러나 2026년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풍경은 정반대다. AI라는 초고속 열차에 올라탄 테크 업계는 오히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인간을 책상 앞에 묶어두고 있다.중국 테크 기업에서 발원한 과로 문화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총 72시간의 살인적인 노동 스케줄이다. 그런데 최근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들 사이에 996과 유사한 ‘하드코어(Hardcore)’ 과로 문화가 번지고 있다.AI 모델의 업데이트 주기가 주 단위, 심지어 일 단위로 짧아지면서 어떤 엔지니어는 “주말에 이틀 쉬면 월요일 아침에 세상이 바뀌어 있다”고 얘기한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엔...

    2026.04.10 14:40

  • 미국 수돗물도 절반 가까이 오염…세계는 지금 ‘영원한 화합물’과 사투
    미국 수돗물도 절반 가까이 오염…세계는 지금 ‘영원한 화합물’과 사투

    미국 로비업체 홀랜드앤드나이트는 과불화화합물(PFAS)과 관련해 각 주가 마련한 규제를 폐지하기 위한 연방 법률을 제정하려는 미국화학협회(ACC)를 대행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 PFAS 제조업체들을 대표하는 ACC를 대변하면서 PFAS 규제 반대 입장에 선 것이다.그런데 홀랜드앤드나이트가 대변하고 있는 것은 규제 반대 측만이 아니다. 이 로비업체는 PFAS 규제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미국암협회의 로비도 수행하고 있다. 즉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두고 찬반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을 동시에 고객으로 둔 것이다.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전한 PFAS 관련 로비업체들의 실태는 미국 내에서 PFAS 규제 강화가 얼마나 첨예한 사안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디언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F-마이너스가 6개 주의 로비 기록을 검토한 결과 여러 로비업체가 찬반 입장 모두에서 로비를 벌인 사례가 확인됐다. 로비업체 프린스톤퍼블릭어페어즈그룹은 뉴저지주에서 PFAS 금지...

    2026.04.10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