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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2호

40대 싸잡고, 여성은 배제···비뚤어진 ‘영포티 밈’

표지이야기

40대 싸잡고, 여성은 배제···비뚤어진 ‘영포티 밈’

영포티 밈이 그리는 40대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며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고가 브랜드의 옷을 살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나이는 40대지만 여전히 고용과 주거 불안 등에 시달리는 이가 많은 게 현실이다. 세대론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 세대 전체를 싸잡아 조롱하는 데 집중하면서 세대 내의 다양한 모습과 불평등, 구조적 문제가 가려지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주간경향이 인터뷰한 19명의 청년 중 상당수는 영포티 밈의 유행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MZ, 영포티와 같은 세대론이 불편하다고 했다. 영포티 밈이 어린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남성 중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40대는 다 같은 모습이 아니다40대 남성 A씨는 스투시, 우영미, 슈프림, 솔리드옴므 등 소위 영포티 브랜드 아이템을 갖고 있지 않다. 직장에 다닌 지 10년이 넘었지만, 티셔츠 하나에 20만~30만원 하는 옷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A씨는 유니클로, 자라 같은 스파...

  • [취재 후] 노인 1000만명의 얼굴
    [취재 후] 노인 1000만명의 얼굴

    “저희는 ‘노인 문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노인이 곧 문제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말이어서요.”노인인권기본법 입법 대표 청원을 한 지은희 전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 원장이 말했다. 빈곤, 고립, 자살, 디지털 격차 등 노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노인 문제’로 줄여 표현한 것이었는데, ‘아차’ 싶었다.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뭉뚱그려 생각한 것은 아닌지 자문했다.탑골공원에 오는 노인들을 만날 때 어떤 호칭을 쓸지 고민했다. 흔히 ‘어르신’이라는 표현을 쓴다. ‘어르신’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1998년 공모를 통해 ‘노인’의 대체 호칭으로 선정한 말이다. ‘노인’이라는 말이 사전적 의미 외에 ‘무기력하다’, ‘병약하다’ 등의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다는 지적에 따라 대체어로 바꿔 썼다고 한다. 인터뷰 때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지난 3월 춘천남부노인복지관이 이용자 호칭 선호도 조사(496명 대상)를 했을 때, 당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호칭은 ‘어르신’(92...

    2025.11.05 06:00

  • [우정 이야기] APEC 기념우표, 경주의 문화유산 담았다
    [우정 이야기] APEC 기념우표, 경주의 문화유산 담았다

    매년 11월 전후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엔 외교가의 눈이 집중된다. 평소엔 한자리에서 보기 힘든 미국, 중국 등 강대국 정상이 모여 경제 등 주요 사항을 협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APEC 회의를 계기로 각국의 정상회담이 열렸다.증권가도 APEC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과거 20년 동안 APEC 이후 10거래일간 코스피가 하락한 경우는 6번에 그쳤다. 상승한 경우가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관세 등을 비롯해 증시에 영향을 주는 거시 불확실성 등이 완화되면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1989년 호주 총리의 제안으로 출범한 경제협력체인 APEC은 아시아·태평양 경제의 지속성장과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출범했다. 유럽연합(EU) 등 세계 경제의 ‘블록화’가 진행되자 태평양 연안 국가들도 뭉쳐서 경제협력을 강화해보자는 취지였다.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12개국이 창설국으로 참여...

    2025.11.05 06:00

  • [문화캘린더] 동화 이면의 세계를 보다
    [문화캘린더] 동화 이면의 세계를 보다

    [뮤지컬]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일시 11월 5일~2026년 3월 1일 장소 플러스씨어터 관람료 VIPP석 7만원 RF석 5만5000원 SB(시야방해)석 2만원보석을 캐는 삶에서 벗어나 동화 속 주인공이 되길 꿈꾸는 난쟁이 찰리와 빅. 이들의 엉뚱하고 절박한 도전이 펼쳐지는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이 2025년, 초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오른다. 대학로를 대표하는 웰메이드 뮤지컬로 사랑받아온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의 세계를 재치 있게 비틀며 웃음 속에 현실을 녹여낸다.작품은 동화 나라 무도회에서 진실한 키스를 나누는 커플이 새로운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설정을 중심으로 계층 이동과 자기실현에 대한 풍자적 메시지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끝났다는 마녀의 일침에도 굴하지 않고 주인공 찰리와 빅은 인생 역전을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보지 못했던 동화의 이면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이번 시...

    2025.11.05 06:00

  • [시네프리뷰] 부고니아-지구를 망친 인류가 지구를 지킨다고?
    [시네프리뷰] 부고니아-지구를 망친 인류가 지구를 지킨다고?

    제목: 부고니아(Bugonia)제작연도: 2025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19분장르: 스릴러, 코미디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출연: 엠마 스톤, 제시 플레먼스, 에이든 델비스, 알리시아 실버스톤개봉: 2025년 11월 5일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제작: 엘리먼트 픽처스, 스퀘어 페그, CJ ENM‘아, 이런 날도 오는구나!’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가 해외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몇 년 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다. 흥행엔 실패했지만, 평론 영역에서는 두고두고 언급되는 작품을 두고 영화판에서 쓰는 관용어가 있다. 저주받은 걸작. <지구를 지켜라!>가 그랬다. 비록 언어와 문화권이 달라도 영화를 평가하는 눈은 다르지 않구나, 그런 뿌듯함?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궁금했다. 영화가 가진 ‘한국적 맥락’의 섬세한 결이 번안될 수 있을까.예컨대 <지구를 지켜라!>에서 강만식 사장을 납치한 병구·순이...

    2025.11.05 06:00

  • [신간] 생생한 서사로 되살아난 언어학
    [신간] 생생한 서사로 되살아난 언어학

    다른 우주의 문법백승주 지음·김영사·1만8800원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이에 일본인들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주고엔 고짓센(15엔 50전)’을 발음하게 해서 못 하면 가차 없이 죽였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순수한 모어’를 확립하고, 이에 맞지 않는 이들을 배제하고 학살하는 일은 수없이 반복돼왔다. 한 연구자는 4·3 제주학살의 잔인성에 제주어가 ‘육지인’들에겐 전혀 이해가 불가능한 외국어처럼 느껴졌던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모어 중심주의’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저자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고, 전남대에서 한국어교육과 사회언어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책에서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언어의 작동, 생태계, 발언, 형태, 관계 등을 종횡무진 탐사한다. 말을 다루는 말, 글을 다루는 글로서 읽는 맛 역시 놓치지 않았다. 그는 말한다. “언어는 공간이 없는 점과 같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이 ...

    2025.11.05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0) 경북 울릉군-빛내림 속 오롯이 드러난 독도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0) 경북 울릉군-빛내림 속 오롯이 드러난 독도

    지난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수중 생태계 조사를 위해 울릉도를 거쳐 독도를 찾았다. 울릉도와 독도 수중 및 육상생태계는 필자가 오랫동안 기록해온 대상이자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독도의 날은 1900년 10월 25일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로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00년에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제정했다.독도는 울릉도의 부속도서라는 엄연한 사실에 일본 외교관이었던 가와카미 겐조는 “육안으로는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부속도서냐”고 반박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울릉도 주민들은 섬의 동쪽 끝에 서면 독도가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청명한 날 해오름 무렵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시나브로 사라져버리기에 독도를 보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주민들은 기후조건이 맞을 때 높은 언덕에 올라야 연중 열흘 정도만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도 한다.필자도 울릉도를 찾을 때면 매번 여명 속 바닷가...

    2025.11.05 06:00

  • [독자의 소리] 1651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651호를 읽고

    장기 못 둬도 밥과 말벗 있어…노인들의 하루는 계속된다약자인 그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시작해야지, 무조건 철거하면 그분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_주간경향닷컴 박흥****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_네이버 leem****노인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곳을 노상 방뇨, 음주 등으로 없애기보다 화장실과 관리직원을 고용해 청결하게 하면 좋을 듯. 노인 일자리 창출 등으로 노인을 고용해 시간별 관리하면 효과적일 것._네이버 ohar****“더 세게 써라” “대학원 과제 해달라”…의원 손발 된 정책지원관공직은 누구를 모신다는 말부터 없애라. 일하러 간 것이지, 누구 케어하러 갔냐._네이버 tyu_****자기 영역을 벗어난 요구는 거절해라. 행여 불이익을 준다면 신고해라._경향닷컴 youn****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기사 댓글에 지방의원 폐지가 정답인 양 말하는데, 논점을 흐리지 마라._네이버 poli****‘만사현통’? 김현지를 둘러싼...

    2025.11.05 06:00

  • [편집실에서] 핫플의 그림자
    [편집실에서] 핫플의 그림자

    유명 빵집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오픈런의 성지’, ‘줄 서는 베이글집’으로 불립니다. SNS에는 매일 ‘인증숏’이 쏟아지고, 브랜드는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됩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줄 뒤에는 밥도 못 먹고 극심한 업무에 허덕인 청년 노동자가 있었습니다.“오늘 밥 못 먹으러 가서 계속 일하는 중.”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평범한 하소연처럼 보이지만, 그 말 뒤에는 장시간 노동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지난 7월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일하던 스물여섯 청년이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들은 과로사라고 주장합니다. 키 185㎝, 체중 80㎏의 건강한 청년이었지만, 사망 전 일주일 동안 80시간을 일했고 사망 전날에는 15시간 동안 식사조차 하지 못한 채 매장 운영을 이어갔다고 합니다.회사에는 출퇴근 기록이 없었습니다. 유족은 휴대전화 문자, 카카오톡, 교통카드 내역으로 이 청년의 노동시간을 재구성했습니다. 노동자가 죽어야만 노동의...

    2025.11.05 06:00

  • [렌즈로 본 세상] 세심한 응대가 트럼프 마음 열었나
    [렌즈로 본 세상] 세심한 응대가 트럼프 마음 열었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29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최고 훈장을 수여하고 금관 모형도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최고 수준의 격식을 갖춘 세심한 응대를 선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및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장인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했다. 이 훈장을 받은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상훈법상 ‘무궁화 대훈장’은 우리나라 최고 훈장이다.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은 훈장 수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평화 수호의 의지와 강한 리더십, 한·미관계에 대한 헌신에 대해 최고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대통령님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기념하는 의미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이는 ...

    2025.11.04 06:00

  • [주간 舌전]“국감이 치킨이냐, 김현지 반반 출석하게”
    [주간 舌전]“국감이 치킨이냐, 김현지 반반 출석하게”

    “국감이 치킨이냐, 반반 출석하게.”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는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 2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김현지 한 사람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가의전서열 3위인 대법원장은 그렇게 불러내 조롱하고 호통하면서 왜 1급 비서관 오는 걸 이렇게 쩔쩔매고 눈치를 보느냐. ‘서열 0위인가’라는 생각도 들더라”고 덧붙였다.같은 당 곽규택 의원도 “김 실장과 관련해 산림청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변호인을 사임시켰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며 “과거부터 대통령과 친했고 총무비서관을 넘는 권한을 행사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반드시 출석해야 할 증인”이라고 주장했다.더불어민주당은 김 실장의 출석 요구가 정쟁을 위한 것이라며...

    2025.11.03 06:00

  • 다시 등장한 부동산 통계 폐지 논란
    다시 등장한 부동산 통계 폐지 논란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이 또다시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부정확하고 잦은 통계가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폐지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유인데, 국민의힘은 집값 폭등이라는 대형 악재를 감추기 위한 눈속임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당의 폐지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을 공식화하면서 폐지나 개편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시장에 제공되는 공공 통계의 공백과 민간 통계 난립, 정보 불균형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2013년부터 작성된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통계는 전체 아파트의 가격 동향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원 300명이 표본 3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조사원들은 표본의 매물과 호가, 실거래가격 등을 직접 조사해 적정가격을 책정한다. 해당 기간 표본 단지에 실거래가격이 없으면 비슷한 단지의 실거래가격을 반영해 통계를 추출한다. 때문에 실거래가 기반 통계보다 시의성 있게 시세 변동 추...

    2025.11.03 06:00

  • ‘109’에 걸려온 전화…“누군가 내 얘길 들어줬으면”
    ‘109’에 걸려온 전화…“누군가 내 얘길 들어줬으면”

    긴급전화 ‘109’.불이 났을 때 119에 전화하듯 마음에 ‘죽고 싶다’는 불이 났을 때, 그 불을 끄기 위한 번호. 자살예방 상담전화 번호다. 지난 10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내 자살예방 상담전화 콜센터 2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전화 응답률(응대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2센터에 상담인력 40명을 새로 고용하면서 기존 1센터 100명에 더해 전체 상담인력이 140명으로 늘었다.지난 10월 29일 오후 찾은 2센터 상담실에선 상담사들이 칸막이 사이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상담실 내 벽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당일 전체 전화 건수와 응답, 포기, 대기 전화 건수 등 상담 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출됐다. 저녁을 지나 밤이 되면 상담전화 건수가 대폭 늘어난다.“나는 너무 급하고 누군가를 붙들고 얘기하고 싶은데, 밤에는 얘기할 사람이 없거든요. 고요해지고 대인관계가 줄어드는 밤에 불안이 심해지기도 해요. 그럴 때(다른 기관들이...

    2025.11.03 06:00

  • ‘이젠 오류 아닙니다’ 동성 배우자 인정, 왜 국회만 못 하고 있을까
    ‘이젠 오류 아닙니다’ 동성 배우자 인정, 왜 국회만 못 하고 있을까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처음으로 동성 배우자 입력이 가능해졌다. 지난 10월 22일부터 시행 중인 2025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성별이 같은 경우에도 가구원과 가구주의 관계를 ‘배우자’ 또는 ‘비혼 동거’로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에는 동성 간 ‘배우자’를 선택하면 오류 메시지가 떴다.인구주택총조사는 국가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5년마다 전국 가정의 20%를 표본으로 조사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정책 설계를 위한 기반 통계다. 올해부터 바뀐 입력 방식은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국정감사에서의 지적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한 조치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성커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피부양자 자격 박탈이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동성커플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도 국가데이터처가 관련 통계 항목을 마련하는 계기 중 하나가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이 같은 통계 방식의 변화를 토대로 다양한 가족 구성...

    2025.11.03 06:00

  • 다문화 시대, 한국어 교육엔 스승이 있는가?
    다문화 시대, 한국어 교육엔 스승이 있는가?

    265만명. 2024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숫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인구의 5% 이상이 이주배경인구인 나라를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하는데, 한국(5.2%)은 이미 그 기준을 넘어섰다. 이주배경 학생의 비율도 2017년 약 10만9300명(1.9%)에서 2023년 기준 약 18만1100명(3.5%)으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어 실력은 이주민들에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정착과 배움, 생활의 기본이다. 이주 인구수 증가에 따라 다양한 수준·종류의 한국어 교육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단적으로 ‘한국어 능력 시험(TOPIK)’ 응시자 수는 올해 9월까지 약 55만명으로 역대 연간 응시자 수를 뛰어넘었으며, 2020년 기준 약 22만명이던 응시자 수는 2023년 약 42만명, 2024년 약 49만명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하지만 이런 한국어 교육의 풍경에서 정작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들의 얼굴은 지워져 있다.한국어교원의 상당수는 주당 15시간 미...

    2025.11.03 0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59) 외침보다 지속, 저항의 몸짓들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59) 외침보다 지속, 저항의 몸짓들

    가슴팍을 강하게 치는 저항의 군무. 작품의 절정이자 대단원이다. 전자음악(EDM)의 강렬한 비트가 최고조에 달하며 객석 열기도 고조된다. 4번의 커튼콜로 화답하는 20여명 무용수를 차분히 들여다보니 가슴 쪽 피부가 빨갛다. 박자를 맞추듯 들려오는 찰싹 때리는 소리가 범상치 않더니만,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자’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한 예술가들의 훈장이다. 눈치챈 관객들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감동을 표현한다. 지난 10월 1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프랑스 마르세유 국립발레단의 <룸 위드 어 뷰(Room with a View)>(론 음악, (라)오흐드 안무·연출)의 훈훈한 상호작용성이다. 무너진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는 몸들무너진 건물에서 직장인이거나 학생 차림의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폭력을 표현하는 퍼포먼스 같기도 하다. 폭발하고 무너지는 음향에 심박수와 연동된 전자음악은 친밀한 관계의 폭력부터 구조적 폭력까지 악순환을 체현(...

    2025.10.31 14:51

  • [꼬다리] 가해자가 되지 않는 법
    [꼬다리] 가해자가 되지 않는 법

    “경민씨, 노조 사무실로 잠깐 와주실 수 있나요?”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혹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했나, 하고. 다행히 다른 일이었지만 그때 새삼 생각했다. 내가 누군가를 괴롭힌 적이 없다고 확신하기 어렵다.오래된 공포가 있다. 네이트판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서 고발 대상이 되는 것이다. 알지도 못한 사이 누군가를 괴롭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에 만난 애인들, 얼굴도 흐릿한 동창, 함께 일했던 사람, 취재원이 언제든 내 잘못을 들춰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나를 괴롭힌 사람들도 내가 괴로운 줄 모르고 그렇게 행동한 경우가 많았을 거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뉴스에는 주변인을 아주 적극적으로, 지속해서, 악의를 가지고 괴롭힌 이들이 등장한다.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하려고 괴롭힌 사람들. 누군가 힘들 걸 알면서도 자기 욕심을 앞세운 사람들. 그러다 유명해져서, 혹은 더 높은 자리에 가려다 끝끝내 폭로를 당한 사람들.그러나 더 많은...

    2025.10.31 14:50

  • [오늘을 생각한다] 영포티와 벌거벗은 임금님
    [오늘을 생각한다] 영포티와 벌거벗은 임금님

    모두가 젊음을 동경하지만, 가짜 젊음은 혐오의 대상이 된다. ‘영포티’를 향한 조롱이 말해주는 사실이다. 미학적 비판에서 시작된 영포티 밈은 사람들이 자기가 싫어하는 온갖 것을 갖다 붙이면서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한 일간지에서는 이 현상이 민주당 코어 지지층에 대한 반감이라는 해석까지 등장했다. 저 쉰내 나는 분석이야말로 영포티스러움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영포티론의 독특한 점은 이 세대가 유독 남성으로만 표상된다는 점이다. MZ세대가 남녀가 비슷하게 표상되는 데 반해 여성 영포티를 상상하는 건 쉽지 않다. 여기서 이 담론이 섹슈얼리티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40대가 돼도 ‘젊음을 연기’하도록 더 강하게 요구받는 쪽은 여성이지만 조롱받는 쪽은 남성이라는 사실은 이것이 권력 관계의 문제임을 말해준다. 사람들은 영포티 하면 젊은 여성에게 ‘고백 공격’하는 아재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젊음의 연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연기하는가...

    2025.10.31 14:50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5) 80년대 페미니즘 소설의 출발, 고발과 고통의 젠더 리얼리즘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5) 80년대 페미니즘 소설의 출발, 고발과 고통의 젠더 리얼리즘

    이경자의 연작소설집 <절반의 실패>(1988)는 1980년대 후반, 한국 문학계에서 여성주의 의식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시기에 가장 강력하고 급진적인 목소리를 낸 작품 중 하나다. <절반의 실패>가 출간된 1980년대 후반은 한국사회가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정치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시기였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는 자신의 권리를 말하고 주장하는 ‘시민’의 출현을 가져왔지만, 이 보편적인 시민의식은 여성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다. 가정과 일터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가부장적 규범과 보수적인 사회 구조는 여전히 견고했다. 작가는 다양한 계층과 학력, 다양한 사연을 지닌 여성들이 하나같이 고통받고 울부짖으며 집안의 천사가 아닌 노예 상태로, 최후의 식민지로 존재하고 있음을 생생한 날것의 리얼리즘으로 폭로하고 있다.여성의 고통, 성차별적 사회 시스템의 산물<절반의 실패> 초판본에는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으며, 작품마다 다루는 소재가 무엇인지 명...

    2025.10.31 14:49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4) 슈퍼박테리아, 이젠 AI가 억제한다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4) 슈퍼박테리아, 이젠 AI가 억제한다

    페니실린이 열었던 항생제의 시대는 이제 슈퍼박테리아라는 새로운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기존의 항생제는 이러한 약물 내성 세균에게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슈퍼박테리아를 무찌르기 위한 새로운 무기를 실험실이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만들고 있다. 이제는 AI가 항생제를 디자인하는 시대가 됐다.한때 기적으로 여겼던 약이 있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했을 때, 인간은 드디어 세균이라는 오랜 적에 대항하는 무기를 지니게 됐다. 폐렴, 결핵, 패혈증 같은 병이 페니실린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그 이후 인류는 다양한 형태의 항생제를 앞세워 수많은 생명을 구해왔다.하지만 세균은 항생제에 순순히 당하고 있지만 않았다. 쉽게 끝날 것만 같았던 이 전쟁을 세균은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다. 오히려 더 교묘하고 집요한 싸움을 시작했다. 인간이 항생제를 너무 자주, 너무 쉽게 쓴 탓이다. 세균은 살아남기 위해 변했고, 마침내 일부는 인간...

    2025.10.31 14:48

  • [서중해의 경제망원경] (53) 경제는 차가운데 증시는 뜨겁다
    [서중해의 경제망원경] (53) 경제는 차가운데 증시는 뜨겁다

    최근의 세계 경제는 역설적이다. 경제 성장은 둔화 추세를 보이는데 증시는 상승장이다. 실물 경제와 금융 경제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반복되는 거품의 역사에 또 다른 장을 추가하는 것처럼 보인다.먼저 숫자를 살펴보자. 2025년 연초 대비 10월 24일 현재, 미국 S&P500은 15% 상승했고, 일본 닛케이는 24% 올랐다. 영국 FTSE100은 18%, 독일 DAX는 22% 상승했다. 한국 코스피는 64%, 대만은 20% 올랐다. 한국의 상승률은 세계 주요 증시 중 압도적인 1위다.그런데 같은 기간 경제는 어떻게 됐을까? 2025년 10월 중순 발표된 IMF의 ‘세계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4년 3.3%에서 2025년 3.2%, 2026년 3.1%로 계속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선진국은 약 1.5%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도 2.0%, 1.9%, 1.8%로 하향 추세를 보인다. 경제는 나빠...

    2025.10.31 14:47

  • [IT 칼럼] 지역 소멸과 AI 슬롭
    [IT 칼럼] 지역 소멸과 AI 슬롭

    지역이 소멸하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늘어나지만,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25년 9월 기준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소멸위험지역이 137곳이나 된다. 무려 59.8%다.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 가운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 여럿이다. 여러 정책적 처방에도 백약이 무효다.지역이 소멸하면 지역 언론은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의 정보를 전하고, 지역의 권력을 감시하는 핵심 정보 출처가 존속하기 어려워진다. 아직 지역 언론의 수가 줄어든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 언론 종사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는 자주 등장한다. 지역 언론 수는 제자리지만, 지역 기자 수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양질의 지역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감퇴한다는 얘기다. 더 이상 품질 높은 지역 정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역 소멸 위험도가 높은 곳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짙어진다.그 빈자리를 신뢰하기...

    2025.10.31 14:47

  • 아프간 여자팀의 ‘축구 동화’…“여성으로서 존재 증명하고 싶다”
    아프간 여자팀의 ‘축구 동화’…“여성으로서 존재 증명하고 싶다”

    탈레반 정권의 여성 스포츠 금지 이후 사라진 아프가니스탄 여성 축구가 4년 만에 국제무대에 복귀했다. 최근 모로코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친선대회 ‘피파 유나이츠: 위민스 시리즈 2025(FIFA Unites: Women’s Series 2025)’를 통해 ‘아프간 여성 유나이티드(Afghan Women United)’가 첫 경기를 치른 것이다. 원래 이번 위민스 시리즈 대회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아프간 선수단의 입국이 거부되면서 모로코로 개최지가 변경됐다. 모로코 왕립축구협회는 “이 대회를 통해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지지한다”며 대회를 유치했다.지난 10월 26일 모로코 베레시드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아프간 여성 유나이티드는 아프리카 차드에 1대 6으로 패했다. 하지만 호주 멜버른에 거주하고 있는 마노즈 누리가 초반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자 벤치와 관중석에서는 눈물 섞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결과는 대패였지만 아프간 여성들에게 이날 경기는...

    2025.10.31 14:46

  • 가자지구 ‘완전한 평화’ 가능할까
    가자지구 ‘완전한 평화’ 가능할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화 구상 1단계에 합의하면서 지난 10월 10일부터 가자지구에서는 휴전이 발효됐다.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후 2년 만의 일이다.개전 이후 가장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지만 완전한 종전이 이뤄질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까다로운 의제를 다루는 2단계 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재건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아슬아슬’ 휴전···미국은 조마조마1단계 휴전 협정 이후에도 불안정한 휴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합의 후에도 수위를 낮춰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벌여왔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정부 언론국은 휴전 협정이 발효된 후 이스라엘이 125건의 휴전 협정 위반 행위를 저질렀으며 팔레스타인인 94명이 숨졌다고 지난 10월 28일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군에 가자지구에...

    2025.10.31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