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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1호

“오래 사는 게 공포가 되지 않도록”···노인인권기본법이 필요한 이유

표지이야기

“오래 사는 게 공포가 되지 않도록”···노인인권기본법이 필요한 이유

#1. 헬스클럽 단기 회원 가입 시 65세 이상을 배제한 헬스장, 70세 이상 고령자의 회원권 구매를 제한한 골프장, 65세 이상 관람객의 단독 입장을 제한한 외식 창업 박람회, ‘노시니어존’이라고 써붙인 카페…. 업체들은 안전사고 우려와 노인들의 민폐 행동을 이유로 든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연령을 이유로 한 이용 제한은 차별이라고 판단한다.#2.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공개한 ‘2024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 및 상담을 통해 노인학대로 인정된 사례는 7167건이며, 이는 전년 대비 2% 증가한 수치다. 가정(6323건)에서, 노인 생활시설(595건), 병원(66건), 공공장소(61건) 등에서 노인이 학대받는 일이 늘었다. 학대 사례는 10년 전인 2014년 3532건에 비해 2배 증가했다.#3.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년 1월 20일부터 2023년 8월 30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중 국내 사망자...

  • [취재 후] 나는 되고, 너는 또 안 되고?
    [취재 후] 나는 되고, 너는 또 안 되고?

    시작은 들끓는 한강벨트 부동산의 이야기였다. 하루가 멀다고 신고가가 터져나오는 부동산 광풍을 취재하고 마감하려던 차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고, 사람들의 말도 달라졌다. ‘정부 대책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이들도 입장을 바꿨다. 그만큼 10·15 대책의 충격은 컸다. 기껏해야 서울 몇 곳을 투기지역으로 묶고, 대출이나 더 죌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광범위하게 지정하면서, 말 그대로 부동산시장을 일거에 멈춰 세웠다.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장에서 광풍을 목격했던 입장에서 정부의 선택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이 오죽하면 이런 선택을 했을까 싶기도 했다.문제는 그다음이다. 들끓는 민심을 가라앉히겠다며 쏟아져나온 여당 정치인과 관료들의 발언이 상식적이지 않았다. ‘강도 높은 대책을 갑자기 내놔서 송구하...

    2025.10.29 06:00

  • [우정 이야기] 글과 그림으로 상상의 나래···우체국 문화전 성료
    [우정 이야기] 글과 그림으로 상상의 나래···우체국 문화전 성료

    30년 넘게 이어져 온 우체국 문화전이 올해도 성황리에 끝났다. 총 4400여 작품이 출품돼 200여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소년들의 창의력을 발휘할 장을 만들어주고, 이 과정에서 우체국의 역할도 알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우정인재개발원은 10월 21일 ‘2025 우체국 문화전’ 최종 수상작을 발표했다.올해 문화전은 6월 17일부터 8월 29일까지 진행됐다. 전국 초·중·고등학생 4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막을 내렸다. 공모 분야는 어린이 그림 그리기와 글짓기 부문으로 나뉘었다. 그림 작품이 3500여건, 글짓기 작품이 900여건 접수됐다.이중 창의성, 주제 적합성, 완성도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총 20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초등 저학년 그림 부분 대상은 ‘내가 만든 우체국 장난감 블럭’(김태율·대구사월초 3)에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어린이다운 색감과 자유로운 발상을 자신감 있게 표현했다고 평...

    2025.10.29 06:00

  • [시네프리뷰] 굿 보이-개의 관점에서 만든 최초의 공포 영화
    [시네프리뷰] 굿 보이-개의 관점에서 만든 최초의 공포 영화

    제목: 굿 보이(Good Boy)제작연도: 2025제작국: 미국상영시간: 72분장르: 미스터리, 공포감독: 벤 레온버그출연: 인디, 셰인 젠슨, 아리엘 프리드먼, 래리 페슨덴개봉: 2025년 10월 22일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연극의 3요소는 배우, 관객, 희곡이다. 이를 확장해 영화에도 적용할 수 있을 텐데, 관객들에게 보이지 못하는 영화는 온전한 생명력을 얻었다고 보기 힘들다. 자본을 전제로 해야만 만들 수 있는 영화는 어떻게든 많은 관객을 동원해 최선의 수익을 내야 하는 숙명을 태생적으로 동반하기도 한다.그래서 영화의 역사란 시작부터 어떻게든 관객들을 현혹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의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처음에는 ‘움직이는 사진’ 그 자체가 놀라운 볼거리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야기, 특수효과, 새로운 문법, 관람 환경 등 다방면의 실험과 혁신을 통해 진화와 변화를 거듭해왔다.이중 중요한 하나가 소재다. 이전까지 보지 못했...

    2025.10.29 06:00

  • [신간] ‘모두의 학교’는 어떻게 가능할까
    [신간] ‘모두의 학교’는 어떻게 가능할까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희정 지음·북트리거·1만8500원지난해 인기를 끈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정년 퇴임한 초등학교 급식 조리사 이미영씨가 ‘급식대가’라는 별명으로 출연해 요리 대결을 펼쳤다. 그를 응원했던 급식 조리사 박화자씨는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그분이 채소 100인분을 거뜬히 다듬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감탄했지만, 같은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보면서 마음이 아팠거든요. 급식은 정말 속도전이에요. 급식실에서 두세 명이 몇백 인분의 요리를 만들어요. 한 명이 100인분 요리를 매일 해요. 숙달돼서 저 정도는 거뜬히 한다지만 그러는 동안 사실 우리 몸은 골병들어 가는 거잖아요.”<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뒷자리>, <죽은 다음> 등을 쓴 노동 르포 작가인 저자가 이번에는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찾았다. 조리사, 영양사, 돌봄전담사, 사서 교사, 미술...

    2025.10.29 06:00

  • [신간] 역사 속 퀴어들 목소리 소설화
    [신간] 역사 속 퀴어들 목소리 소설화

    암전들저스틴 토레스 지음·송섬별 옮김·열린책들·1만8800원데뷔작 <We the Animal>(2011)로 뉴욕타임스 선정 21세기 가장 중요한 책 목록에 오르며 일약 주목받는 작가가 된 저스틴 토레스가 12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2023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작품. 역사 속에서 지워지고 검열된 퀴어들의 목소리에 대한 아카이브 자료를 독특하게 재구성한 형태의 이 소설은 20세기 초반 퀴어 사회학자 잰 게이가 실제 퀴어들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연구서 <성적 변종들: 동성애 패턴 연구>를 토대로 한다.1930년대 퀴어 연구자이자 레즈비언이었던 잰 게이는 300명이 넘는 동성애자의 증언을 채록했으나, 그의 연구는 권위 있는 남성 연구가의 이름으로 출판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증언은 병리학적 진단으로 채워지며 그들의 욕망은 장애로 번역된다. 소설은 그 삭제되고 조각나고 구멍 난 자리로부터 시작되고, 페이지 위에선 과거와 ...

    2025.10.29 06:00

  • [정태겸의 풍경] (98) 경기 시흥 관곡지-하늘도, 연밭도, 사람도 다정하다
    [정태겸의 풍경] (98) 경기 시흥 관곡지-하늘도, 연밭도, 사람도 다정하다

    도로를 달리다가 눈에 띄는 이정표를 찾아 들어갔다. 경기도 시흥의 관곡지. 이때쯤이면 생각나는 곳 중 하나인지라 오늘은 어쩐지 이곳에 가야만 할 것 같았다. 기록에는 관곡지가 조선 세조 때 연못이라고 나온다. 사헌부 감찰이던 권만형의 집안에서 소유한 사유지였다고. 여기에 권만형의 장인인 강희맹이 명나라에서 가져온 연(蓮)의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그는 문신이자 농학자였고, 가져온 씨앗은 관곡지에서 시작해 널리 퍼져나갔다. 그래서 시흥에서는 이 마을을 연꽃의 마을이라며 ‘연성’이라 불렀다.가을마다 이곳이 생각난 건 몇 년 전 보았던 풍경 때문이었다. 한여름 우아한 자태를 뽐냈을 연꽃은 지고 이파리며 줄기는 이미 시들었지만, 촘촘히 모여앉은 가을의 연밭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볕 좋은 날 관곡지를 찾은 사람들은 고샅길을 따라 걷고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며 가을을 즐기는 풍광. 이때쯤이면 어디든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이겠지만, 이곳은 아직 남...

    2025.10.29 06:00

  • [독자의 소리] 1650호를 읽고
    [독자의 소리] 1650호를 읽고

    “이래도 안 먹혀?” 초강력 카드···불붙은 한강벨트 식힐까모 민주당 의원이 TV에 나와서 “집값이 하락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던데, 이게 문재인이 28번 대책에도 집값 못 잡은 이유다. 내년 지방선거 참패하기 싫으면 잔머리 굴리지 마라._네이버 sang****서울 어디에 산다고 밝히는 순간 그 사람의 경제적 수준과 등급이 매겨진다. 서민들이 민주당 정부를 찍었는데도 이 현상은 오히려 더욱 커진다고 한다._네이버 appi****일부러 집값 올리려 하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어야 민주당 지지하니까 이러는 걸까?_네이버 hj65****벌써 차기 대통령 조사? 지지율 조사의 허와 실이재명 대통령의 가장 큰 리스크는 여당인 민주당이다._네이버 geda****국민은 입법 활동 안 하면서 지지부진한 내란 청소에 피로한대, 한가롭게 차기 따지는지._네이버 zips****셋 다 대통령감 아니다. 이런 여론조사는 하지 마라._네이버 k...

    2025.10.29 06:00

  • [편집실에서] 욕망이 아닌 불평등의 문제다
    [편집실에서] 욕망이 아닌 불평등의 문제다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현실화하는 걸까요. 초강력 수요 억제를 중심으로 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여론 흐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책 책임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기사가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갭 투자 형식으로 수십억원대의 경기 분당 아파트를 매입한 국토교통부 차관, 지역구에선 전세를 살면서 서울 잠실에 재건축 아파트를 갖고 있는 여당 원내대표, 대출 끼고 강남 아파트를 사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본 경제부총리 등. 공직을 맡기 전이거나 십수년 전 일어난 일들이지만, 내 집 마련의 길이 막혀 열 받은 사람들에게 이런 설명이 설득력 있게 들릴 리 없습니다.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죠.낯설지 않은 장면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부동산가격이 치솟아 정부가 수요 억제책을 내놓으면 민심이 악화했고,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의 다주택 보유·투기 의혹이 잇따라 터졌죠. 집을 두 채 이상 가지면 고위공직자의 결격 사유가 됐고, 1주택자가 되기 위해 시골에 있는 움막...

    2025.10.29 06:00

  • [렌즈로 본 세상] 시린 바람에 빠르게 물드는 가을
    [렌즈로 본 세상] 시린 바람에 빠르게 물드는 가을

    가을이 없어졌다. 어제는 반팔을 입었고, 오늘은 패딩을 꺼낼까 고민하는 날씨다. 장마인 줄 알 만큼 비도 잦았다. 야외에서 즐겨야 할 가을 콘텐츠가 한참은 남았는데 10월도 거의 다 지나가고 갑자기 겨울의 문턱인 기분이다.지난 10월 19일 단풍을 보러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을 찾았다. 몇 년 전 이맘때 오대산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다는 이야기도, 당시 주말이 단풍 절정이라는 뉴스도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을 때였다. 분명히 어제까지 여름이었으니까. 의심이 무색하게도 산 아래 푸르렀던 나무들은 정상으로 갈수록 알록달록한 색이 덧입혀졌다. 새빨간 단풍은 보기 힘들었지만, 노란색·주황색으로 분명히 물들어가고 있었다.단풍은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물든다. 올해는 이상고온이 이어지며 예년보다 단풍 시기도 늦어졌다고 한다. 취재할 때는 ‘아직 여름 아닌가’ 싶었고, 다녀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지금은 ‘이제 겨울이다’ 싶으니 그 잠깐 사이에 가을이 시작됐다 끝났다 보다...

    2025.10.28 06:00

  • [주간 舌전] “친국힘 편파보도…무슨 언론 자유 운운”
    [주간 舌전] “친국힘 편파보도…무슨 언론 자유 운운”

    “친국민의힘 편파보도가 언론자유냐.”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을 비판한 MBC 기자회를 향해 이렇게 맞받았다. 최 위원장은 지난 10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힘이 공개적으로 MBC 개별보도 비난한 게 한두 번인가. 그땐 겁먹어 침묵한 건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큰소리치고 삿대질하는 국힘 행태는 한마디 지적도 못 하면서 무슨 언론 자유 운운하나”라고 밝혔다.앞서 최 위원장은 10월 20일 열린 MBC 국정감사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국정감사 파행 상황을 다룬 MBC 보도에 대해 불공정하다 지적했고, ‘개별 보도 사안에 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보도본부장에 퇴장을 명령했다. MBC 기자회는 이튿날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업무보고 자리에서 보도 관련 임원을 상대로 퇴장을 명령한 행위는 명백한 부적절함을 넘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는데, 최 위원장이 다시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최 위원장의 이 같...

    2025.10.27 06:00

  • ‘작아도 똘똘한 한 채’···주거 공식이 바뀐다
    ‘작아도 똘똘한 한 채’···주거 공식이 바뀐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구재희씨(39)는 더 큰 평수로 아파트 갈아타기를 고민하다 최근 마음을 바꿨다. 아이가 커가면서 더 늦기 전에 큰 평수의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지만,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며 자금 조달 계획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 수준인데 (전용면적 84㎡로 갈아타려면) 이자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면서 “요즘에는 24평(59㎡)도 쓰리베이(정면 발코니에 면한 공간의 개수가 3개)가 나오는 구조가 많아서 그런 집들을 먼저 보고 있다”고 말했다.내 집 마련 공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 국민평형으로 불리던 전용면적 84㎡ 크기의 아파트 대신 소형인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수요가 증가하고, 청약이나 매매가 아닌 경매를 통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도 늘면서다. 무거워진 집값과 강화된 규제에 적응해 실수요자들의 전략도 변하고 있는 것으로, 소형 선호, 규제 회피 전략이 한동안 부동산시장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관측...

    2025.10.27 06:00

  • ‘만사현통’? 김현지를 둘러싼 의혹과 진실
    ‘만사현통’? 김현지를 둘러싼 의혹과 진실

    또 불발됐다. 지난 10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교체 의혹과 관련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추가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부결됐다. 변호인 교체 의혹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교체되는 과정에 김 실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내용이다.국민의힘 입장에서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한 단어로 규정하면 ‘김현지 국감’이다.김 실장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맡다가 지난 9월 29일 이후엔 제1부속실장을 맡고 있다. 국감 출석을 한다면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는 게 맞지만 법사위나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에서 전방위적으로 김 실장이 거명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베일에 싸인 김현지 부속실장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며 전국에 ‘김현지 제보센터’ 현수막도 내걸었다.“나는 김현지 본인이 잘못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 ...

    2025.10.27 06:00

  • “더 세게 써라” “대학원 과제 해달라”…의원 손발 된 정책지원관
    “더 세게 써라” “대학원 과제 해달라”…의원 손발 된 정책지원관

    2022년까지 전국의 지방의회에서 한 해에 제·개정되는 조례 건수는 1만건 안팎이었다. 그러던 것이 2023년에는 2만3000건, 2024년에는 2만6000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1년 사이 지방의회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2022년 7월부터 지방의회가 새로운 직군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 있다. 조례 등 지방의원의 정책 입안을 도울 정책지원관들이다. 제도 시행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양적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 정책지원관들의 평가다.“누구 하나 정책지원관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주사님이라 하거나, 누구누구 씨라고 한다. 김춘수 시인의 시에서도 이름을 불러줘야 꽃이 되지 않나.”(수도권 기초의회 정책지원관 A씨)단순히 호칭에 대한 푸념 같지만, 현장 정책지원관들이 맞닥뜨리는 문제를 잘 함축하는 말이다. 정책지원관은 호칭만큼이나 그 정체성이 모호하다. 정책지원관도 공무원인 이상 정치 중립을 지켜...

    2025.10.27 06:00

  • [꼬다리] 아니면 말고
    [꼬다리] 아니면 말고

    요즘 국회에선 여야 할 것 없이 ‘아니면 말고’가 원칙처럼 통용된다. 엄밀히 말하면 ‘아니어도 맞고’다. 한계선을 넘어선,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이 이어진다. 타깃을 잡아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고, 주장을 뒤집는 사실이 제시돼도 인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사실’ 여부가 아니라 ‘적’을 향한 분노다.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두고 중국인에 의한 범죄 행위와 전염병 확산 가능성에 유의하라는 주장이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나왔다. 국민의힘은 ‘중국인 3대 쇼핑(의료·선거·부동산) 방지법’ 당론 추진까지 공언했다. 코스피 상승의 배경으로 중국 자본 개입설을 제기하면서도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김민수 최고위원)라고 했다.이들은 보수진영 일각의 혐중 정서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에 타당한 우려점을 짚은 것이라고 반박한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사실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가령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자의 70.7%가 중국인이라는 국민의...

    2025.10.24 15:11

  • [오늘을 생각한다] 제인 구달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
    [오늘을 생각한다] 제인 구달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

    “희망을 잃지 마세요.”10월 1일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인물이 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자칫 진부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1934년 출생해 91세로 영면한 제인 구달 박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였다. 사후에 공개하기로 약속됐던 인터뷰 영상에서 구달 박사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추하며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주제로 ‘희망’과 ‘소명’을 선택한다.‘희망’만큼 제인 구달 박사와 밀접한 단어가 있을까? 그의 대표적인 저서만 둘러봐도 <희망의 이유>, <희망의 책>, <희망의 자연>, <희망의 밥상> 등 ‘희망’투성이다. 희망이란 무엇일까. 제인 구달은 현재 지구가 공룡의 멸종과 같은 대멸종 사건에 필적하는 ‘여섯 번째 대멸종’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구달 박사는 자신이 연구하는 침팬지가 멸종위기에 처하고 아프리카, 아마존 같은 지역에서 숲이 충격적인 속도로 ...

    2025.10.24 15:10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1) ‘현대의 뱀파이어’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21) ‘현대의 뱀파이어’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우리는 99%다”,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의 빚을 탕감하라”, “투기자본에 토빈세를 부과하라!” 2011년 9월 17일 200명의 활동가가 월스트리트 중심가로부터 5분 거리에 있는 주코티 공원을 점거했다. 역사적인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월스트리트는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로, 사실상 세계 자본주의의 총사령부라는 점에서, 이는 소련·동구 몰락 후 세계를 평정한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공격이었다.‘뉴욕시 노예시장.’ 주코티 공원에 가기 위해 월가를 걷고 있는데 고층빌딩 사이에 작은 팻말이 보였다. ‘월가가 노예시장이었어?’ 충격을 받고 인터넷을 찾아봤다. 뉴욕의 중심인 맨해튼과 월스트리트를 만든 것은 네덜란드였다. 1624년 네덜란드인들은 맨해튼을 차지하고 뉴암스테르담이라 불렀고, 2년 뒤 아프리카에서 12명의 노예를 실어왔다.노예제라는 비인간적 토대 위에 세워진 월가네덜란드는 영국으로부터 이곳을 지키기 위해 노예를 시켜 사방에 벽을 쌓았고,...

    2025.10.24 15:10

  •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39) 관계를 완성하는 용기, 그 이름은 용서
    [요즘 어른의 관계 맺기] (39) 관계를 완성하는 용기, 그 이름은 용서

    우리는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갈등과 다툼이 없는 관계는 없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처는 더 깊다. 부부 사이의 말 한마디, 부모와 자식 사이의 오해, 친구 간의 서운함이 그렇다. 시간이 흐르면 잊힐 법도 한데, 마음속에 작은 가시처럼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세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불편한 관계를 풀고 갈 것인가, 묻고 갈 것인가. 아니면 끊고 갈 것인가.가장 안 좋은 선택은 묻고 가는 것이다. 관계하는 모든 이를 불행하게 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차선은 끊고 가는 것이다. 이 역시 어느 일방에겐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단절을 당하는 상대에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긴다. 결국 최선은 풀고 가는 것이다. 갈등을 없던 일로 치부하거나 갈등 이전의 상태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깊고 성숙한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용기다.성숙한 관계를 위한 용기무엇보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

    2025.10.24 15:09

  • [김우재의 플라이룸] (67) 노벨상의 쓸모, 혹은 망령
    [김우재의 플라이룸] (67) 노벨상의 쓸모, 혹은 망령

    10월의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면 어김없이 한바탕 열병이 한국사회를 휩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낭독되는 몇몇 과학자의 이름이 지구 반대편의 나라를 통째로 들었다 놓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 관용’의 비밀을 파헤친 메리 E. 브렁코, 프레드 램스델, 사카구치 시몬에게 돌아갔다. 물리학상은 거시적 양자 터널링 현상을 발견해 양자컴퓨터의 기틀을 닦은 미셸 H. 드보레, 존 M. 마티니스, 존 클라크가 수상했고, 화학상은 가스를 가두고 물을 수확하는 분자 구조물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개발한 기타가와 스스무, 리처드 롭슨, 오마르 M. 야기에게 수여됐다.세계는 새로운 지적 영웅들의 탄생에 잠시 환호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한국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언론은 옆 나라 일본의 수상자 숫자를 헤아리며 자조 섞인 기사를 쏟아내고, 정치권은 ‘과학 강국’을 부르짖으며 공허한 약속을 남발한다. 온 국민은 마치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학생...

    2025.10.24 15:08

  • [전성인의 난세직필] (43) 코스피 5000, 냉정과 열정 사이
    [전성인의 난세직필] (43) 코스피 5000, 냉정과 열정 사이

    ‘주가지수 5000 달성’은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약이다. 나는 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크게 믿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의 주가 상승 추세를 무조건 연장하면 아마도 1년 후에는 이 공약이 달성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주가가 진짜 많이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던 지난 6월 4일 코스피는 2770.84(종가 기준)였다. 그런데 10월 22일 코스피 종가는 3883.68이었다. 4개월 반 만에 무려 40.2%가 상승한 것이다. 취임 4개월에 해당하는 지난 10월 2일의 코스피 종가는 3549.21이었다. 상승률 수치는 약간 줄어들었지만 역시 휘황찬란한 28.1%다.이대로 내년 6월 초까지 간다면 어떻게 될까? 28.1%라는 4개월 상승률을 세 차례 복리로 계산한 연간 상승률은 100%를 넘는다. 즉 이 추세대로라면 취임 1주년에 도달하기 전에 주가는 5000을 찍는다는 말이 된다.‘주가 5000 안정적 유지’는 취약한 명제무조건 이 추세가 유지될 경우 연말 주가는...

    2025.10.24 15:08

  •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54) “사장님, 이달 월급 코인으로 주세요”
    [한용현의 노동법 새겨보기] (54) “사장님, 이달 월급 코인으로 주세요”

    #2021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선수 오델 베컴 주니어는 LA 램스와 연봉 계약을 맺으며 흥미로운 발표를 했습니다. 그는 연봉 중 기본급에 해당하는 75만달러(약 10억4000만원)를 전액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결제 플랫폼 ‘캐시 앱’을 통해 이루어진 이 결정은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약 6만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인 시점에 내려졌습니다.그러나 연이은 악재 속에 비트코인 가격은 1만8000달러선까지 추락했습니다. 한때 10억원을 훌쩍 넘던 그의 연봉 가치는 70% 이상 증발했고, 세상의 찬사는 ‘실패한 투자’, ‘무모한 도박’이라는 조롱으로 바뀌었습니다.시간이 흘러 2024년 시장은 반전 드라마를 썼습니다. 기나긴 조정기를 거친 비트코인은 다시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그 결과, 오델 베컴 주니어가 받았던 비트코인의 가치는 4년 만에 연봉의 약 2배인 150만달러(약 20억4000만원) 수준으로 불어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내가...

    2025.10.24 15:07

  • [IT 칼럼] 카카오톡의 남은 수명은 남은 단톡방의 수
    [IT 칼럼] 카카오톡의 남은 수명은 남은 단톡방의 수

    물건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와 질타를 받는다. 물건을 바꾼 책임자는 인터넷 밈이 돼 놀림거리가 된다. 물건의 사양을 바꾸는 건 상인의 재량, 시장엔 널린 게 상품일 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개 조용히 떠난다. 구매 시 약속과 다르다면, 환불을 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 상품은 그럴 수 없다. 내가 지불한 건 돈이 아니라 내 개인 정보요, 무엇보다 내가 쓰고 싶지 않다고 쓰지 않을 수도 없다. 설령 시장에서 다른 상품을 고른다고 해도 타인이 동시에 함께 골라 주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매일 쓰고는 있어도 정확히 말하자면 쓰게끔 돼버렸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상품 경제로서는 고약한 상황이다.카카오톡 의존은 ‘네트워크 효과’의 교과서적 사례다. 이용자가 임계점을 넘어가면, 심지어 거의 전 국민이 쓰게 되면 그 엮임에 갇혀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갈아탈 때 드는 시간, 학습, 관계망 재구축 비용이 이용자 수만큼 부풀어 오른다. ...

    2025.10.24 15:07

  • [박성진의 국방 B컷](43) 현무-5, ‘핵 가방’처럼 ‘괴물 가방’ 검토했다…현무-6으로도 진화 중
    [박성진의 국방 B컷](43) 현무-5, ‘핵 가방’처럼 ‘괴물 가방’ 검토했다…현무-6으로도 진화 중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월 1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현무-5 탄도미사일을 올해 연말부터 작전 부대에 배치하고 대량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무-5는 탄두 무게가 8t에 달해 ‘괴물미사일’로 불린다. 안 장관은 “탄두 위력과 사거리를 한층 강화한 ‘차세대 미사일 체계’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해 ‘현무-5’를 발전시킨 ‘현무-6’(가칭)의 연구 및 개발을 시사했다.현무-5는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이다. 북한의 핵시설이나 주요 핵심 군사 표적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게 최우선 목적이다. 현무-5를 가장 강력한 ‘참수작전’ 수단으로 사용해 김정은의 전면전 도발 의지를 꺾겠다는 것이다. ‘현무-5’는 북한의 핵 위협에 상응하는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전략 무기임과 동시에 국민에게는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라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평가했다. 안 장관은 “...

    2025.10.24 15:06

  • [구정은의 수상한 GPS] (16) AI 기술 독립 꿈꾸는 유럽
    [구정은의 수상한 GPS] (16) AI 기술 독립 꿈꾸는 유럽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기술 독립을 꿈꾸고 있다.’지난 10월 14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미국과 중국에 기술적으로 종속되는 걸 걱정해서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얘기들이 유럽 언론에도 줄을 이었다. 그 핵심 무대로 첫손 꼽힌 곳은 네덜란드다. 유럽연합(EU)이 거액을 지원, 네덜란드 북동부 흐로닝언에 AI 연구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총 2억유로가 투자되는데 네덜란드 정부와 EU가 각각 7000만유로씩 내고, 흐로닝언시 등이 나머지 6000만유로를 채운다. 내년에 전문지식센터를 만들고 2027년부터 슈퍼컴퓨터를 가동할 계획인데, 앞으로 유럽 전역에 걸쳐 만들어질 비슷한 시설들과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 유럽 스타트업들이 접근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파워를 구축하면서 미국과 중국 플랫폼으로부터 기술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네덜란드는 유럽 물류·무역의 중심네덜란드가 유럽에서 첨단기술산업의 ...

    2025.10.24 15:04